중국이 스스로 동북공정의 왜곡을 바로잡아?!

by 永樂 posted May 29, 2007
'고구려는 한국사' 그 한마디에 이 무슨 호들갑인가
전세계에 '코리아와 동아시아는 유사이래 대중화권' 홍보,
그 시간벌기 연막술에 어리석게 넘어가지 말라

                      070529 / 김석규 코리아글로브(www.koreaglobe.org) 운영위원





중국이 스스로 동북공정의 왜곡을 바로잡아?!

오늘 대한민국 유수의 일간지들이 대문짝만하게 표제를 뽑았다.
"중국 사회과학원 국가별 개관서에 '고조선-고구려는 한국사' 명시, 산하단체의 동북공정 연구 결론 뒤집어", "중국 사회과학원이 펴낸 열국지에 '고조선-고구려는 한국사'라고 동북공정 왜곡 바로잡아"…

전하는 골자는 다음과 같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2005년 10월 출간한 열국지 한국편에서 '고조선은 한반도에서 최초로 건립된 국가'라 하고 기자조선설을 언급치 않았으며 건국연대에 관해서 근거가 없다고 회의하였다. 또한 만주를 언급치 않으며 고대 삼국시대가 열렸다고 하였고 수당이 침략이 아닌 진공(進攻)하였다 했다. 아울러 통일신라 말기 왕건이 후백제와 신라를 멸하고 고려를 세워 통일했다고 하였다."

이것이 과연 동북공정의 연구를 뒤집고 그 왜곡을 바로잡은 것인가.
전혀 아니다. 동북공정의 핵심은 두 가지다. 최소치는 코리안의 상고사를 신화시대로 묻고 그 강역을 반도로 국한하는 반도사관이며 이는 일제시대 총독부가 그리도 원했던 민족개조사업의 밑바탕을 이루는 바이다. 그리고 최대치는 요녕성 박물관에서 상설 전시하는 요하문명론에서 말하듯이 만주와 몽골과 코리아는 황제 헌원의 직계 후손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단군과 칭기스칸과 누르하치 모두 한족이자 중화민족이라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졸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동북공정’의 결정판?](신동아 4월호)를 참고하시길, http://blog.naver.com/coreeall)

그 동안 한국에서 거론된 동북공정에 관한 인식은 안타깝게도 이 경천동지할 환부역조(換父逆祖)의 최대치는 접근도 하지 못하고 오로지 동북공정의 핵심에서도 최소치 즉, 동북공정은 고구려공정이라는 지엽말단에 머물러 왔다. 사정이 그러하니 이 디지털시대에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출간한 지도 무려 17개월이 지나 슬쩍 흘린 정보에 그토록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상식의 수준에서 그들이 왜 그리 했을까 생각도 않고 말이다.


동북공정은 고구려 역사분쟁이 아닌 대중화권 실현을 위한 국가전략

그 소란의 와중에 중국은 시간을 벌고 베이징 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어차피 2004년부터 CCTV를 통해 동아시아는 모두 중화민족의 영역이라고 13억 인구에게 충분히 세뇌하였고 지금 한창 세계 대다수 언어로 더빙 작업을 거쳐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8월8일을 한 해 앞둔 올 한여름부터 차근차근 65억 인류에게 친절하게 배포할 것이다.

이 금쪽같은 시간에 코리안은 중국의 시간벌기용 연막술에 휘말려 "중국에도 양심있는 학자가 있구나" 하며 일당독재 국가를 우리 같은 민주주의 국가로 착각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다가 막상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블로그를 도배할 "대중화권의 일원인 코리아"라는 '새로운 세계의 상식'에 화들짝 놀라고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할 지도 모른다.

정신 차려야 한다. 생각해보라. 중국이 동아시아 주변 모든 민족을 상대로 벌이는 역사전쟁은 동북공정만이 아니라 티벳과 위구르를 짓밟은 서남공정과 서북공정에서부터 몽골과 베트남까지 중국 공산당 정부가 들어선 이래 변함없는 국가전략이었다. 또한 역사분쟁을 빌미로 1만년 동아시아 역사를 오로지 한족의 중화문명으로 단일화하고 그를 오늘과 내일의 패권으로 확장하려는 한족 공산당 지도부의 일관된 미래전략이었다.

즉 그들에게는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의 꽃놀이가 아니라 대중화주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목숨 걸고 관철해야 하는 국제정치전략의 절박한 최우선 순위였다. 대륙에 비하면 손톱만한 대만에 왜 그리 견문발검(見蚊拔劒) 식으로 대하는지 그 까닭이 이에 있다. 즉, 이는 역사분쟁도 민족주의도 아닌 중화패권주의의 본질에 해당하며 그 화룡점정이 곧 세계 65억을 상대로 마음껏 선전선동할 수 있는 베이징 올림픽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시간벌기 연막술에 휘둘리지 말라

그런데 그를 막을 곳은 한국 밖에는 없다. 제 나라 역사를 멋대로 휘저어도 눈치만 볼 수밖에 없는 몽골, 내치의 혼란으로 신경도 못 쓰는 스탄(-stan) 계열의 중앙아시아 나라들 그리고 때로는 두려움으로 때로는 전략상으로 중국이 한번도 언급치 않아 아예 관심이 없는 탈아입구(脫亞入歐)의 일본까지 이유야 어떻든 이 진실을 꿰뚫고 정면으로 부닥칠 곳은 미국조차 두려워 않는 코리아 말고는 주변에 아무도 없다. 그래서 지금 그들이 한국을 얼르고 달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고구려는 한국사'란 당연한 한마디에 그리 환호작약한다면 그야말로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시간벌기 연막술에 고스란히 당하는 것이다.

2002년 동북공정 문제가 불거진 뒤 코리안들은 뒤늦게 고대사 문제에 눈을 떴고 우리가 반도인이 아닌 대륙인의 뿌리를 지녔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그럼에도 한국정부의 반응은 탈북자 문제처럼 '조용한 외교' 그 자체였다. 그나마 국민여론에 등 떠밀려 중국 지도부의 일원인 원자바오 총리에게 노대통령이 "한중 양국은 동북공정 문제를 빙롯한 역사인식 문제가 두 나라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다시 합의했으며 중국은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사과 아닌 유감표명을 겨우 전해들은 것이 2006년 9월10일이다.

물론 이 역시 겉 다르고 속 다르게 한국 언론에는 요란하게 보도되었지만 중국 언론에는 단 한 줄 기사화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에선 그저 유야무야 넘어갔다. 만약 상대가 일본이거나 미국이었다면 대사관이 온전히 남아있지 못했을 것이다. 사회지도층은 물론이고 삼국지에 쩔어서 그런지 유독 중국에는 약한 코리안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실례다. 그런데 그 때도 그 한 해 전에 펴낸 열국지(앞서의 국가별 개관서 즉, 가이드북)를 내놓지 않다가 그걸 이제서야 슬쩍 내어놓는 까닭은 앞서 말한 그대로다.

그렇다면 고작 가이드북에 불과한 (영문명 'Guide to the World States') 그래서 노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내놓지 않았던 비중 없는 글에 실린 한국사 이야기조차 제대로 실렸는가 보면 역시 전혀 아니올시다. 앞서 소개한 골자대로 철저히 반도사관을 준용하고 있다. 고조선은 요하가 아닌 한반도에서 건립된 국가다 그리고 역시 만주와 상관없이 한반도에서 고대 삼국시대가 열렸다 나아가 발해를 배제하고 오로지 통일신라가 있다가 고려가 후백제와 신라만 갖고 다시 통일했다 이렇게 논리가 전개된다.

또한 기원전 7천년대까지 올라가는, 그래서 부득불 철천지원수로 대하던 치우천황까지 중화삼조당에 공동조상으로 모시고 느닷없이 하남 일대가 아닌 요하 일대가 황제 헌원의 직계 지역이라 강변하게 된, 그 요하문명과 코리안의 연관성을 철저히 차단하고 코리안의 역사시대를 대폭 줄여버렸다. 우선 고조선이 반도국가이며 그 시원조차 신화시대로 얼버무리며 상고시대를 지워버렸다. 그리고 이미 중국에서도 공인된 동이의 나라 상(商, 은나라)과 관련 있는 기자 동래설을 빼놓아 역시 요하지역과의 연관성을 없앴다. (그리 되면 고조선의 중심지는 요하일대가 된다)

결국 가이드북의 골자를 보면 우리가 기뻐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일제 식민사학이 우리 조상들에게 주입한 역사인식에 기뻐 춤추는 코리안이 누가 있나. 그럼에도 하나마나 한 '고구려는 한국사'란 가이드북의 언급에 그리 호들갑을 떨면 어떻게 되나.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가 정말 이 수준 밖에 아니 되는가. 이래서 어떻게 역사전쟁을 빌미로 코리안과 주변 동아시아를 모두 중화권역에 편입하려는 한족 지도부의 도발을 막아낼 수 있겠는가.

그나마 이 정도의 입에 발린 립서비스조차 그들은 빠져나갈 구멍을 다 만들어놓았다.
가이드북은 편저자의 학술 연구를 묶은 것이 아니라 그 참고문헌의 대부분이 한국 학자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인용) 즉 한국 해외홍보원의 중문판 '한국간개(韓國簡介)', 이기백 교수의 '한국사신론', 이원복 교수의 '만화한국',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코리아나' 등이다. 이렇게 해당국의 문헌에 의거해 해당국의 기본 역사인식을 실었을 뿐이며 그조차도 교묘하게 자신들의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


한중이 함께 21세기 주역으로 서나가는 첫 관문

이제는 더 이상 냄비처럼 물 건너에서 간혹 흘러나오는 '풍선 띄우기'에 일희일비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이웃과의 공존공영을 외면하고 집요하게 선민사상과 패권주의를 추구하며 동아시아 권역의 안정을 뒤흔드는 극소수 인사들의 미망에 대하여 한중이라는 나라를 뛰어넘어 20억 동아시아인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응당 냉엄히 잘못을 지적하고 그를 질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리 팬코리안은 8천만의 단군이 되어 65억 인류에게 봉사하는 글로벌 코리안이 되어야 할 것이며 이웃의 13억은 제2의 당나라가 되어 지구문명을 찬란히 꽃피우는 21세기의 주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를 위해 팬코리안은 반도를 넘어서는 동아시아인, 글로벌 코리안으로 어서 거듭 나야 할 것이며 중국은 한국의 개발독재를 수입해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으로 거듭 났듯이 당나라의 개방성과 코리아의 디지털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수입하여 세계에서 가장 개방되고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

베이징 올림픽이 한중이 역사상 새로운 동반자로 거듭 나는 계기가 되길 앙망하며 최소한 그 절반 이상의 몫을 팬코리안이 해야 할 것이다. 그를 위한 첫 관문이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로 한족 공산당 지도부가 국제사회와 이웃 나라들의 압력 하에 역사전쟁의 도발을 스스로 접게 만드는 것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이제는 일희일비가 아닌 그 관문을 넘기 위해 공존공영의 전략을 짜는 사람들의 집단이 나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