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폭락과 ‘3苦’ 우려

by 최배근 posted Mar 18, 2008
원화 폭락과 ‘3苦’ 우려




한국의 원화 가치가 최근 들어 폭락하면서 외환시장이 패닉 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최근 사이에 달러화 대비 원화는 903.2원에서 1027원으로 13.7%나 하락했다. 문제는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비롯한 금융 재앙으로 미국의 달러 가치가 주요 통화를 중심으로 크게 하락한 반면, 한국 원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상수지·자본수지 동반 악화

왜 한국 원화 가치만 달러에 대해 유독 약세를 보이고 있는가? 가장 중요한 요인은 1998년 이래 10년 만에 경상수지가 지난해 말부터 적자로 돌아섰고 적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1월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해 12월 8.1억달러보다 3배 이상 증가한 26억달러로 크게 확대되었고, 게다가 2월에는 특허권 등 사용료 지급이 몰려 있고 3~4월에는 배당금 지급 기간이라서 서비스 수지마저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최소한 오는 4월까지 경상수지 적자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이유는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중동에 대한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된 것도 있지만, 2005년을 정점으로 대중 무역흑자는 계속 감소하는 반면 대일 무역 적자는 크게 증가한 데서 비롯한다.

그런데 문제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동시에 악화되는 현상에 대한 염려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국제 금융시장의 위기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 규모의 확대로 국내 외화(달러화)의 유동성 부족이 원화 가치 하락의 기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평채 가산금리가 지난해 말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며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국내 기업의 해외공모채권 발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단기외채와 만기 1년 이내 장기외채를 모두 합쳐 1년 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를 대외준비자산으로 나눈 유동외채비율이 2005년 말 41.1%에서 지난 연말에는 74.0%까지 급등했다. 이 또한 은행들이 외화차입을 늘린 데서 비롯되듯이 국내 외화의 유동성 부족을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하와 이명박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 등에 따른 금리 인하 압력이 증대하며 향후에도 환율 상승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주식투매는 원화가치의 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즉 경상수지 적자 행진이 예고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자본수지)이 빠져나가는 국제수지 ‘쌍둥이 적자’의 우려가 증대하는 형국이다.

물가상승으로 내수까지 침체

원화 가치의 하락은 무엇보다 물가 차원에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2월의 수입물가(원화 기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2.2% 상승했는데 이는 9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원화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은 소비 위축 등 내수경기를 침체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명박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 및 물가 목표를 각각 6%와 3.3% 안팎으로 설정해 놓은 상태다. 물가 상승의 최소화와 내수 확충을 통한 고성장을 실현하겠다는 것인데 경상수지 적자기조 속에서 금리 인하와 감세 등을 통한 내수경기 진작은 경상수지 적자 폭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하가 경상수지 적자 폭을 확대시킬 거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고, 양극화 속에서 감세 역시 내수경기 진작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경제와 중국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2분기부터 경상수지가 개선될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은 요행을 바라는 무능력으로 비쳐질 수 있다.


참고로 경향신문 3월 18일자 '시론'에 실린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