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한 주민에게 매일 저녁 트로트 연주를
단파·중파 라디오 방송 통해
자유와 사랑의 메시지 보내야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
2월 26일 저녁 6시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1400명의 관객이 운집한 가운데 90분 동안 뉴욕 필 교향악단의 공연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공연은 TV를 통해 북한 전역으로 생중계되었다. 북-미 관계에서 역사적인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은 그 역사적인 공연을 북한 주민들은 많이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전력난 때문이다. 저녁 6시는 전기밥솥 사용 등 전력 소요가 특히 많아 북한 당국에서 그 시간에 일부러 전력 공급을 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굳이 TV를 보려는 사람들은 자동차 배터리를 개조해서 만든 사제 배터리에 연결해서 본다고 한다. 그런데 교향곡을 듣기 위해 아까운 사제 배터리까지 동원할 열성 팬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북한 주민들은 평소에 음악을 거의 접하지 못하고 산다. 음악의 홍수 속에 사는 한국 사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북한에는 인터넷이 없다. MP3도 거의 없다. 사무실에서도 음악을 틀어주는 곳은 거의 없다. 큰 식당 정도에서만 음악을 틀어준다. 한국에서는 그 흔하디 흔한 노래 테이프가 북한 장마당에 나와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쌀 1kg 값의 두 배나 해서 사기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장마당에 있는 노래 테이프들은 북한 노래밖에 없다. 요즘 북한 노래는 북한 주민들에게 별 인기가 없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노래는 한국의 트로트다. 멜로디도 구성지고 가사도 낭만적이어서 아주 좋아한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은 한국의 포크송을 좋아한다. 아직 랩을 좋아하는 북한 사람들은 별로 없다고 한다. 음악 선호 경향이 한국의 70~80년대와 유사하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한국 음악을 어떻게 들을까? 한국 음악을 처벌받지 않고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북한에서 김정일 위원장 혼자뿐일 것이다. 일반 주민들은 몰래 듣는다. 주로 중국에서 들여오는 테이프 또는 CD를 비밀리에 사서 듣는다. CD를 북한에서는 '알판'이라고 한다. CD를 살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사람도 많지 않기에 주변 친한 사람들이 하나를 구하면 그걸 나누어 듣는다.
북한의 현실이 이러하니 뉴욕필의 교향곡 공연이 일반 주민들의 삶과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의 음악 청취 기회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외부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이다.
북한으로 방송이 가능한 채널은 단파(SW)와 중파(AM) 두 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도 AM을 더 많이 듣는다. 2005년 11월 한국언론재단의 탈북자 조사에 따르면 북한에 거주할 때 4% 정도는 단파, 11% 정도는 AM으로 한국 방송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카세트 플레이어에는 대체로 AM 라디오가 붙어 있기 때문에 AM은 들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물론 북한 당국은 라디오 주파수를 납땜으로 고정시키려고 하지만 요즘은 갈수록 많은 집들이 자체적으로 납땜을 풀어서 외부 방송을 듣고 있다고 한다.
음악은 한 사회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한국 민주화 운동의 시작은 70년대 밥 딜런, 조앤 바에즈 포크송의 유행과 맥을 같이한다. 동구의 민주화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하루종일 먹고 살아남는 데 지쳐 있을 북한 주민들에게 매일 저녁 트로트와 포크송을 틀어보내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트로트에는 남북 화해를, 포크송에는 인간 사랑을 담아서.
그러기 위해선 정부 당국이 해야 할 일이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사실상 포기했던 KBS 사회교육방송의 대북방송 기능을 원상회복하는 일이다. 또 하나는 현재 막대한 비용을 들여 외국 방송사 주파수를 사서 어렵게 쓰고 있는 민간 대북방송에 단파와 중파 주파수를 제공하는 일이다.
단파·중파 라디오 방송 통해
자유와 사랑의 메시지 보내야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
2월 26일 저녁 6시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1400명의 관객이 운집한 가운데 90분 동안 뉴욕 필 교향악단의 공연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공연은 TV를 통해 북한 전역으로 생중계되었다. 북-미 관계에서 역사적인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은 그 역사적인 공연을 북한 주민들은 많이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전력난 때문이다. 저녁 6시는 전기밥솥 사용 등 전력 소요가 특히 많아 북한 당국에서 그 시간에 일부러 전력 공급을 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굳이 TV를 보려는 사람들은 자동차 배터리를 개조해서 만든 사제 배터리에 연결해서 본다고 한다. 그런데 교향곡을 듣기 위해 아까운 사제 배터리까지 동원할 열성 팬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북한 주민들은 평소에 음악을 거의 접하지 못하고 산다. 음악의 홍수 속에 사는 한국 사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북한에는 인터넷이 없다. MP3도 거의 없다. 사무실에서도 음악을 틀어주는 곳은 거의 없다. 큰 식당 정도에서만 음악을 틀어준다. 한국에서는 그 흔하디 흔한 노래 테이프가 북한 장마당에 나와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쌀 1kg 값의 두 배나 해서 사기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장마당에 있는 노래 테이프들은 북한 노래밖에 없다. 요즘 북한 노래는 북한 주민들에게 별 인기가 없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노래는 한국의 트로트다. 멜로디도 구성지고 가사도 낭만적이어서 아주 좋아한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은 한국의 포크송을 좋아한다. 아직 랩을 좋아하는 북한 사람들은 별로 없다고 한다. 음악 선호 경향이 한국의 70~80년대와 유사하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한국 음악을 어떻게 들을까? 한국 음악을 처벌받지 않고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북한에서 김정일 위원장 혼자뿐일 것이다. 일반 주민들은 몰래 듣는다. 주로 중국에서 들여오는 테이프 또는 CD를 비밀리에 사서 듣는다. CD를 북한에서는 '알판'이라고 한다. CD를 살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사람도 많지 않기에 주변 친한 사람들이 하나를 구하면 그걸 나누어 듣는다.
북한의 현실이 이러하니 뉴욕필의 교향곡 공연이 일반 주민들의 삶과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의 음악 청취 기회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외부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이다.
북한으로 방송이 가능한 채널은 단파(SW)와 중파(AM) 두 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도 AM을 더 많이 듣는다. 2005년 11월 한국언론재단의 탈북자 조사에 따르면 북한에 거주할 때 4% 정도는 단파, 11% 정도는 AM으로 한국 방송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카세트 플레이어에는 대체로 AM 라디오가 붙어 있기 때문에 AM은 들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물론 북한 당국은 라디오 주파수를 납땜으로 고정시키려고 하지만 요즘은 갈수록 많은 집들이 자체적으로 납땜을 풀어서 외부 방송을 듣고 있다고 한다.
음악은 한 사회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한국 민주화 운동의 시작은 70년대 밥 딜런, 조앤 바에즈 포크송의 유행과 맥을 같이한다. 동구의 민주화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하루종일 먹고 살아남는 데 지쳐 있을 북한 주민들에게 매일 저녁 트로트와 포크송을 틀어보내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트로트에는 남북 화해를, 포크송에는 인간 사랑을 담아서.
그러기 위해선 정부 당국이 해야 할 일이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사실상 포기했던 KBS 사회교육방송의 대북방송 기능을 원상회복하는 일이다. 또 하나는 현재 막대한 비용을 들여 외국 방송사 주파수를 사서 어렵게 쓰고 있는 민간 대북방송에 단파와 중파 주파수를 제공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