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評]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마오 上下卷 (까치출판사)
20세기에 되살아난 주원장, 마오쩌둥과 그의 후예들
김석규 코리아글로브 www.KoreaGlobe.org 운영위원
코리아 옆에는 전 세계 66억 인류의 20%에 해당하는 13억 인구가 살고 있는 차이나가 있다. 다시 말해 우주에서 지구로 돌맹이 다섯 개를 던지면 개중 하나는 차이나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 머리 위로 떨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거대한 나라에 대해 너무 모른다. 물론 무슨 소리냐 하면서 당장 반드시 반론이 나온다. 거기 가서 장사했고 하고 있는 사람만 얼마고 유학 간 사람이 얼마고 관광 다녀온 사람은 부지기수이고…
안다는 것의 본질은 꿰뚫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천안문 광장의 거지가 푼돈이라도 생기면 서점으로 달려가 모택동 전집을 사 읽는 것은 향학열이 식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혹은 그를 흠모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진실은 모택동과 같은 전제군주 즉, 황제가 되고 싶은 열망이며 그 열망이 천안문 광장에 지금도 위풍당당하게 누워있는 모택동에 대한 숭배의 본질임을 알게 될 때에라야 차이나를 조금 안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 보면 지금껏 그를 제대로 밝힌 모택동 관련 책자를 본 적이 없다. 대부분 모택동의 철저한 對서방 선전술에 이용당한 ‘중국의 붉은 별’ 류의 책이거나 아니면 여성 편력을 위시한 조각의 史實을 담고 있는 책자들이었다. 그러던 차에 ‘마오’ 책을 접하게 된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이 책을 손에 쥐고 사흘 밤을 꼬박 새웠다. 844쪽에 이르는 상하권의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군더더기 하나 없이 ‘조작된 모택동 신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낸 대작이라서, 꼭꼭 씹어서 소화해내는 데 사흘 밤도 부족했다. 그 탓에 한 주일 내내 낮밤이 뒤바뀌고 생활이 엉망이 되었지만 史實을 제대로 알게 된 흥분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이리 방대한 저작을 흠 잡을 데 없이 유려하게 번역해낸 ‘마오’ 책의 두 번째 저자 황의방을 비롯한 서울대 출신 3인방의 실력 또한 놀랍다. 인식의 지평을 넓혀 준 그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저자인 장융(張戎)과 존 핼리데이(Jon Halliday)는 이 저작의 완성에 10여 년을 투자하였다. 기존 연구를 집대성한 기반 위에서 마오 생전의 지인들과 측근들은 물론 외국의 저명인사들까지 샅샅이 인터뷰하였으며 파묻혀있던 옛 소련을 비롯한 비밀자료들까지 망라하여, 거짓말로 점철된 모택동 신화의 고갱이까지 철저하게 벗겨내었다.
마오는 애초부터 20세기를 주름잡은 독재자들- 히틀러나 스탈린 그리고 김일성 父子들과 달리 아무 실적이나 권위도 없었으며 심지어 공산당 창당의 주역도 아니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쟁쟁한 거물들을 차례로 제거하고 심지어 장궈타오의 대군까지 궤멸시키면서 공산당의 1인자로 등극했는지 이 책은 그 비밀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스탈린과의 비밀 거래, 장개석의 약점을 틀어쥐고 폭격 한 번 아니 맞고 연출한 대장정의 날조 드라마, 그리고 가는 곳곳마다 먼 훗날 닥칠 대재앙의 전조로서 고문과 공개재판과 처형을 위시한 공포정치를 일삼아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한 史實이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내내 마오의 집요하고도 잔혹한 권력의지 앞에 전율하게 될 것이다. 먼저 대륙을 자신의 발밑에 두기 위해 일본의 침략까지 철저히 이용하였다. 일본과 단 한 번의 교전조차 피하고 전력의 비교가 아예 불가능한 장개석군을 무너뜨리기 위해 동원하는 술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마침내 1949년 천안문 광장에 올라선 마오는 바로 그 순간부터 세계 공산진영의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스탈린 그리고 그 뒤를 잇는 흐루시초프와 끝없는 신경전을 벌인다.
그러나 인해전술 말고는 아무 기술도 자본도 없는 마오의 왕국이 마오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시금 소련을 철저히 이용하는 방법 밖에 없다. 소련의 기술과 자본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핵개발과 첨단무기의 도입을 위해 이루어지는 끝없는 마오의 도박 앞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재앙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내내 독자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코리안을 재앙으로 몰아넣은 한국전쟁의 기획 그리고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에 이르기까지 마오의 왕국을 유지하고 마오의 과대망상을 충족하기 위해 죽어간 차이나의 인민들은 7천만 명이다.
그러나 그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테러와 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20세기 모든 독재자들이 앗아간 희생을 단번에 뛰어넘는 피비린내 나는 살풍경의 자취와 흔적을 오늘 차이나에서 우리는 쉽사리 발견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도 동북공정과 티벳 위구르는 물론 주변 모든 나라들과 이어지는 영토 및 역사전쟁에서 차이나의 세계 지배에 관한 끝도 없는 야심이 묻어나며 우리는 그 근저에서 ‘아직도 살아있는’ 마오의 과대망상을 읽을 수 있다.
불과 40여 년 전 자신들의 부모형제들을 죽음으로 내몬 마오를 아직도 숭배하는, 도무지 이해 불가능한 차이나를 보면서 그럼에도 파룬궁이나 천안문학살에 대한 언급은 있어도 모택동시대에 관한 공론은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차이나의 지식인집단을 보면서 일당독재를 넘어선 대중독재라는 역설에 공감하게 된다. 大國崛起 드라마에 열광하고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 수많은 21세기의 모택동들과 어떻게 공존공영 할 것인가 그 해답을 찾는 일에 코리아의 통일은 물론 장래까지 달려있다는 비감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차이나를 넘어서서 20세기 문명의 그늘에 가린 인류사회의 야만성과 그 어리석음을 입체감 있게 보여준 ‘비극의 대서사시’란 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좋은 것을 배우는 시간보다 나쁜 것을 배우는 시간이 비교할 수 없이 짧은 법이다. 현명함보다 어리석어지기 쉬운 것도 동일하다. 미래 인류사회가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기 않기 위해 ‘마오’는 인류사회의 모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필독서로 권할 만하다고 하겠다. 아울러 이 책은 인류사회의 존경을 받는 최초의 중화문명을 제대로 건설하기 위해서라도 차이나의 지식인집단과 자라나는 세대들이 누구보다 탐독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책이다. ‘역사의 거울’을 만들어낸 저자들에게 사의를 표한다.
* 2008년 4월4일 세계일보에 실렸다 합니다...
20세기에 되살아난 주원장, 마오쩌둥과 그의 후예들
김석규 코리아글로브 www.KoreaGlobe.org 운영위원
코리아 옆에는 전 세계 66억 인류의 20%에 해당하는 13억 인구가 살고 있는 차이나가 있다. 다시 말해 우주에서 지구로 돌맹이 다섯 개를 던지면 개중 하나는 차이나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 머리 위로 떨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거대한 나라에 대해 너무 모른다. 물론 무슨 소리냐 하면서 당장 반드시 반론이 나온다. 거기 가서 장사했고 하고 있는 사람만 얼마고 유학 간 사람이 얼마고 관광 다녀온 사람은 부지기수이고…
안다는 것의 본질은 꿰뚫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천안문 광장의 거지가 푼돈이라도 생기면 서점으로 달려가 모택동 전집을 사 읽는 것은 향학열이 식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혹은 그를 흠모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진실은 모택동과 같은 전제군주 즉, 황제가 되고 싶은 열망이며 그 열망이 천안문 광장에 지금도 위풍당당하게 누워있는 모택동에 대한 숭배의 본질임을 알게 될 때에라야 차이나를 조금 안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 보면 지금껏 그를 제대로 밝힌 모택동 관련 책자를 본 적이 없다. 대부분 모택동의 철저한 對서방 선전술에 이용당한 ‘중국의 붉은 별’ 류의 책이거나 아니면 여성 편력을 위시한 조각의 史實을 담고 있는 책자들이었다. 그러던 차에 ‘마오’ 책을 접하게 된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이 책을 손에 쥐고 사흘 밤을 꼬박 새웠다. 844쪽에 이르는 상하권의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군더더기 하나 없이 ‘조작된 모택동 신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낸 대작이라서, 꼭꼭 씹어서 소화해내는 데 사흘 밤도 부족했다. 그 탓에 한 주일 내내 낮밤이 뒤바뀌고 생활이 엉망이 되었지만 史實을 제대로 알게 된 흥분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이리 방대한 저작을 흠 잡을 데 없이 유려하게 번역해낸 ‘마오’ 책의 두 번째 저자 황의방을 비롯한 서울대 출신 3인방의 실력 또한 놀랍다. 인식의 지평을 넓혀 준 그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저자인 장융(張戎)과 존 핼리데이(Jon Halliday)는 이 저작의 완성에 10여 년을 투자하였다. 기존 연구를 집대성한 기반 위에서 마오 생전의 지인들과 측근들은 물론 외국의 저명인사들까지 샅샅이 인터뷰하였으며 파묻혀있던 옛 소련을 비롯한 비밀자료들까지 망라하여, 거짓말로 점철된 모택동 신화의 고갱이까지 철저하게 벗겨내었다.
마오는 애초부터 20세기를 주름잡은 독재자들- 히틀러나 스탈린 그리고 김일성 父子들과 달리 아무 실적이나 권위도 없었으며 심지어 공산당 창당의 주역도 아니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쟁쟁한 거물들을 차례로 제거하고 심지어 장궈타오의 대군까지 궤멸시키면서 공산당의 1인자로 등극했는지 이 책은 그 비밀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스탈린과의 비밀 거래, 장개석의 약점을 틀어쥐고 폭격 한 번 아니 맞고 연출한 대장정의 날조 드라마, 그리고 가는 곳곳마다 먼 훗날 닥칠 대재앙의 전조로서 고문과 공개재판과 처형을 위시한 공포정치를 일삼아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한 史實이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내내 마오의 집요하고도 잔혹한 권력의지 앞에 전율하게 될 것이다. 먼저 대륙을 자신의 발밑에 두기 위해 일본의 침략까지 철저히 이용하였다. 일본과 단 한 번의 교전조차 피하고 전력의 비교가 아예 불가능한 장개석군을 무너뜨리기 위해 동원하는 술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마침내 1949년 천안문 광장에 올라선 마오는 바로 그 순간부터 세계 공산진영의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스탈린 그리고 그 뒤를 잇는 흐루시초프와 끝없는 신경전을 벌인다.
그러나 인해전술 말고는 아무 기술도 자본도 없는 마오의 왕국이 마오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시금 소련을 철저히 이용하는 방법 밖에 없다. 소련의 기술과 자본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핵개발과 첨단무기의 도입을 위해 이루어지는 끝없는 마오의 도박 앞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재앙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내내 독자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코리안을 재앙으로 몰아넣은 한국전쟁의 기획 그리고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에 이르기까지 마오의 왕국을 유지하고 마오의 과대망상을 충족하기 위해 죽어간 차이나의 인민들은 7천만 명이다.
그러나 그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테러와 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20세기 모든 독재자들이 앗아간 희생을 단번에 뛰어넘는 피비린내 나는 살풍경의 자취와 흔적을 오늘 차이나에서 우리는 쉽사리 발견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도 동북공정과 티벳 위구르는 물론 주변 모든 나라들과 이어지는 영토 및 역사전쟁에서 차이나의 세계 지배에 관한 끝도 없는 야심이 묻어나며 우리는 그 근저에서 ‘아직도 살아있는’ 마오의 과대망상을 읽을 수 있다.
불과 40여 년 전 자신들의 부모형제들을 죽음으로 내몬 마오를 아직도 숭배하는, 도무지 이해 불가능한 차이나를 보면서 그럼에도 파룬궁이나 천안문학살에 대한 언급은 있어도 모택동시대에 관한 공론은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차이나의 지식인집단을 보면서 일당독재를 넘어선 대중독재라는 역설에 공감하게 된다. 大國崛起 드라마에 열광하고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 수많은 21세기의 모택동들과 어떻게 공존공영 할 것인가 그 해답을 찾는 일에 코리아의 통일은 물론 장래까지 달려있다는 비감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차이나를 넘어서서 20세기 문명의 그늘에 가린 인류사회의 야만성과 그 어리석음을 입체감 있게 보여준 ‘비극의 대서사시’란 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좋은 것을 배우는 시간보다 나쁜 것을 배우는 시간이 비교할 수 없이 짧은 법이다. 현명함보다 어리석어지기 쉬운 것도 동일하다. 미래 인류사회가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기 않기 위해 ‘마오’는 인류사회의 모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필독서로 권할 만하다고 하겠다. 아울러 이 책은 인류사회의 존경을 받는 최초의 중화문명을 제대로 건설하기 위해서라도 차이나의 지식인집단과 자라나는 세대들이 누구보다 탐독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책이다. ‘역사의 거울’을 만들어낸 저자들에게 사의를 표한다.
* 2008년 4월4일 세계일보에 실렸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