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4월 29일자 시론
[시론]경제 기초체력 다지려면
우려했던 대로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부진한 것으로 나왔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재정부가 추경과 조기 통화정책 완화를 역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의 엇박자로 인해 국민과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 사이에 추경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2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재정전략회의에서 당분간 추경예산편성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한은에 대한 금리인하 압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한나라당과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나오면서 금리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당·정 간 힘겨루기로 해석하지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국민과 시장은 누구 힘이 더 센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이 시점에서 경제 주무부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당시 올해 가장 주력해야 할 목표로 경제의 기초체력 다지기를 강조한 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재정지출을 통해 정부가 돈을 쓰고, 혹은 금리를 인하한다 해서 풀린 돈이 기업의 투자나 소비자들의 지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부의 인식은 대통령의 주문과 거리가 멀다.
성장에 따른 일자리 유발계수가 저하되며 고용시장의 악화가 구조화되고 있고, 고유가의 지속과 환율 상승으로 소비자 물가가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확대와 통화팽창으로는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해외의존도 심화와 내수부진이 구조화되었기 때문이다. 수출기업에 비해 내수기업의 경영 여건이 악화된 데 따른 내수부진 탓에 수출기업의 이익이 국내투자로 연결되지 않는다. 특히 외환위기 이전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 개인저축률(개인저축/GDP)의 비율에서 보듯이 수출 대기업의 이익이 가계소득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기업 내부에 유보금으로 쌓이고 있다. 가계는 소비할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세계잉여금이 발생했다고 하여 감세의 논리로 연결되는 것도 위험스럽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 내수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대기업과 고소득자의 혜택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기초를 강화시킬 수 있는 방향의 내수 정책이 무엇이겠는가? 서민의 지출에서 가장 커다란 압박이 되고 있는 교육비와 주거비용 등을 낮추어야 하고, 소득을 높여 개인저축률을 제고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 내부에 쌓여 있는 이윤이 경제 및 산업 내부로 환류될 수 있도록 신산업에 대한 진출 기회를 확대시키는 길밖에 없다.
이 점에서 사교육비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입시제도를 포함한 대학개혁과 최고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공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한 인재의 확보만이 양질의 일자리 확보와 기업의 투자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의 안정에서 머물지 않고 서민의 주거문제를 기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강력한 의지 없이는 경제의 기초체력 다지기나 성장잠재력 확충은 구호로 끝날 것이다.
<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
[시론]경제 기초체력 다지려면
우려했던 대로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부진한 것으로 나왔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재정부가 추경과 조기 통화정책 완화를 역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의 엇박자로 인해 국민과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 사이에 추경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2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재정전략회의에서 당분간 추경예산편성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한은에 대한 금리인하 압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한나라당과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나오면서 금리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당·정 간 힘겨루기로 해석하지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국민과 시장은 누구 힘이 더 센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이 시점에서 경제 주무부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당시 올해 가장 주력해야 할 목표로 경제의 기초체력 다지기를 강조한 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재정지출을 통해 정부가 돈을 쓰고, 혹은 금리를 인하한다 해서 풀린 돈이 기업의 투자나 소비자들의 지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부의 인식은 대통령의 주문과 거리가 멀다.
성장에 따른 일자리 유발계수가 저하되며 고용시장의 악화가 구조화되고 있고, 고유가의 지속과 환율 상승으로 소비자 물가가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확대와 통화팽창으로는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해외의존도 심화와 내수부진이 구조화되었기 때문이다. 수출기업에 비해 내수기업의 경영 여건이 악화된 데 따른 내수부진 탓에 수출기업의 이익이 국내투자로 연결되지 않는다. 특히 외환위기 이전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 개인저축률(개인저축/GDP)의 비율에서 보듯이 수출 대기업의 이익이 가계소득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기업 내부에 유보금으로 쌓이고 있다. 가계는 소비할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세계잉여금이 발생했다고 하여 감세의 논리로 연결되는 것도 위험스럽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 내수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대기업과 고소득자의 혜택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기초를 강화시킬 수 있는 방향의 내수 정책이 무엇이겠는가? 서민의 지출에서 가장 커다란 압박이 되고 있는 교육비와 주거비용 등을 낮추어야 하고, 소득을 높여 개인저축률을 제고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 내부에 쌓여 있는 이윤이 경제 및 산업 내부로 환류될 수 있도록 신산업에 대한 진출 기회를 확대시키는 길밖에 없다.
이 점에서 사교육비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입시제도를 포함한 대학개혁과 최고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공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한 인재의 확보만이 양질의 일자리 확보와 기업의 투자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의 안정에서 머물지 않고 서민의 주거문제를 기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강력한 의지 없이는 경제의 기초체력 다지기나 성장잠재력 확충은 구호로 끝날 것이다.
<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