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漢陽이 아니다...

by 永樂 posted Apr 29, 2008
서울은 漢陽이 아니다...

                                                          080429 / 코리아글로브 운영위원 김석규

지난 4월27일 일요일, 서울 한복판 시청광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남의 나라 대한민국 전국을 뒤져 동원한 한족 유학생 수천 명과
비행기표를 지원받아 서울 나들이를 온 한족 대학생들 수천 명이 합쳐져
6500여 명이 북경 올림픽 성화봉송 반대시위를 벌이던 2백여 명을
구석으로 몰아넣고 마음껏 린치를 가한 것이다.

머릿 속으로 온갖 상념이 주마등으로 흘러간다.
과연 이 곳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란 말이냐.
明軍이 마음내키는대로 노략질하던 1593년 임란 중의 한양도 아니고
淸軍이 제멋대로 휘젔던 1894년 동학전쟁 때의 한양도 아니지 않는가.
어디 감히 남의 나라 수도에서 이토록 방자하게 행패를 부린단 말인가.

대한민국에서 CNN처럼 내놓고 북경올림픽의 문제점을 보도한 곳도 없고
그렇다고 까르푸처럼 그들 한족이 불매운동 벌일 곳이 한 군데라도 있는가.
그럼에도 이렇게 아무 부담없이 정부주도의 원정시위까지 조직하고
아무 거리낌없이 그 나라의 시민을 협박하고 두들겨팰 정도라면
그들 안중에 대한민국은 아예 없는 것이라 보더라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찌기 북경은 1992년 한중수교를 시작한 날로부터
하북성 탁록현에 중화삼조당을 건설하여 歸根苑이란 미명 하에
치우천황을 한족들의 세 조상 중 하나라는 換父易祖의 만행을 거리낌없이 저질러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동북공정과 요하문명론을 보라.
대동강 이북은 모두 한족들의 강역이고 단군 또한 황제 헌원의 직계자손이라는데...

그토록 이웃 겨레의 뿌리를 제멋대로 난도질함에도
대한민국 어느 대통령이든 江澤民이나 胡錦濤를 만나서 낯 붉히며 정색한 이가 없다.
좌우를 막론하고 모두들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아우성이었으며
좌우를 막론하고 워싱턴과는 쌍심지 돋우며 북핵 17년을 보내오지 않았던가.

결국 지난 일요일의 만행과 난동은 늘 한족에게 저자세로 일관했던
대한민국의 엘리트 집단 전체가 자초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주한중국대사 닝푸쿠이가 하는 짓 봐라. 이 나라가 남태평양의 소국이란 말인가.
지금이라도 여야 막론하고 그들의 뻔뻔스런 어깃장에 一喝을 하라.
이토록 무례한 언동을 공개사죄하고 책임자와 하수인을 벌하지 않는다면
북경올림픽 문제를 재검토해볼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해라.

무엇이 두려운가. 잠시 한족의 역사를 되돌이켜 보라.
유사 이래로 한족들은 강한 이에게는 무릎을 꿇고 약한 이에게는 잔인했다.
이토록 한족들이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을 때 일벌백계해야
추후 마늘파동부터 백두산 공정까지 내내 우리 속을 끓였던
그들의 파렴치한 언행은 줄어들게 될 것이며 호혜평등한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멀쩡한 고구려재단마저 없애버린 외눈박이 인사들이여.
일본은 예산까지 부어가면서 맘대로 비판하지만 한족 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혹여 이북문제에 악영향을 끼칠까 봐 그럴 듯한 핑계로 그토록 몸을 사리는데...
국제정치의 기본에서 다시 접근하시라.

북경의 야욕은 우리가 저자세로 섬긴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우리와 명백히 거래할 것이 있을 때에라야,
그 경우에도 하기 싫지만 거래하지 않았을 때 큰 피해가 생길 것이란 판단이 들어야만,
한족들이 한겨레의 장래에 관해 제맘대로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실력을 갖추면서 늘 당당하게 한족들과 맞대응해나가지 않으면
한겨레의 미래는 없다. 아니 그래도 이북문제로 사타구니를 잡힌 꼴인
한겨레 입장에서 수천 년은 고사하고 지난 92년 수교 이래 늘 우리를 만만히
대했던 북경의 행태를 되돌이켜본다면 이제는 정신 차릴 때가 되었다.

오늘의 만행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앞으로 이미 도를 넘어선 북경의 횡포는
끝간데 없이 치달릴 것이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북경의 속국이라고
낙인받게 될 것이다. 그 상황에서 통일은 절로 온다? 꿈 깰 일이다.
지난 일요일의 난동은 한겨레에게 그를 일깨우는 특효약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