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근] 천수답 정권

by KG posted Jul 17, 2008
[시론]천수답 정권

** 경향신문 7월 11일자에 실린 최배근 연구위원의 시론입니다.

정책의 신뢰성이 실추되면서 시장의 불신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안정으로 선회했다. 사실 정부가 수정 발표한 경제 전망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주요 소득지표들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신규 일자리 수도 10만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현실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그 가운데 무능한 정부가 자리하고 있다. 대외경제 여건의 악화로 어려워진 경제를 정부가 위기로까지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 잘못 인정않고 외부 탓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현 상황을 대외 여건의 악화 탓으로만 돌리고 잘못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고 책임지려하지 않는다. 어려움을 대외 여건의 탓으로만 돌리는 한 대외 여건이 개선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고 제대로 된 대책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천수답(天水畓) 정권’이라는 말이 시중에 회자되는 이유다. 외부 충격에 대한 유일한 대책은 경제주체들이 부담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경제주체들 간의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민심 이반이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한 것임을 인정하지 않고 경제위기를 촛불 탓으로까지 돌리고 있다. 경제에 대한 촛불시위의 부정적 충격을 대통령이 거론한 후 정부나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등이 촛불의 경제적 피해를 추산하느라 여념이 없다. 고환율정책의 경제적 손실에 대해 침묵하면서 자신들이 원인을 제공한 촛불집회의 경제적 피해를 계산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이치에 맞지도 않을 뿐 아니라 사회통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불신을 표시하는 국민들을 이념적으로 구분하면서 국민통합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신뢰회복과 사회통합 없이 국민들의 손에 촛불 대신 경제횃불을 들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부딪히고 있는 문제점은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것”이라며 강만수 장관을 유임시켰지만 시장과 국민은 정부의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무렵만 하더라도 선진국들과 달리 금융위기의 직접적 피해가 적었던 우리 경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물가 폭등을 부채질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가뜩이나 허약한 내수를 붕괴시켰고, 실물경제의 침체는 금융위기의 가능성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의 연체율 상승이나 개인 파산신청의 급증 등이 보여주듯이 은행권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고 중소기업과 가계 또한 높아가는 이자 부담에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여기에 주가 하락과 부동산 침체에서 보듯이 자산가치의 하락이 덧붙여질 경우 금융과 실물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금융위기로 몰고가는 정부

이처럼 우리 경제는 희망이 꺾이고 위기의 악순환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정부는 사회적 대화나 협력보다 반목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반된 민심을 되돌리지 않는 한 정부정책은 백약이 무효이고, 경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실패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것은 고스란히 국민의 불행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용과 내수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그들만의 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양극화 해소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를 위해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때만이 이반된 민심은 돌아오고 경제횃불은 높이 들어올려질 것이다.

최배근 (연구위원, 건국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