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환) 금강산관광객 사살사건과 이북권력구조 변동

by 永樂 posted Jul 22, 2008
안녕하십니까.
졸지에 코리아글로브 연구위원까지 맡게 된 강철환입니다.
제가 지난 주 주간조선(weekly chosun) 2015호에 게재한 졸고를 올립니다.
(제 비밀번호를 까먹어서 永樂님 아이디로 올립니다 ^^)

자유세계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하지만 이북사회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금새 이해할 수 있는 비극,
금강산 관광객 사살사건의 배경을 이해함에 다소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한반도문제와 대한민국 헌정사 그리고 동아시아 역사전쟁에는
누구보다 정통한 분들이 코리아글로브에 계시는데
제가 누구 앞에서 문자 읊는 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 지옥에서 살다와서 약간의 사실감은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박왕자님 말고도
김영삼 정부 말기 평양정권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고도
한국인들 모두가 잊고 있는 두 분까지 이참에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김정일 로열패밀리 출신으로 그 흑막을 용감하게 폭로하였다 하여
KBS PD까지 하고서도 서울 도심에서 살해된 이한영씨,
그리고 한국 외교관으로서 블라디보스톡에서 보복살해된 최덕근씨...
삼가 세 분의 명복을 빕니다...

(아래에 그를 언급한 제 회사 동료기자의 글을 올립니다.
참 크로싱 보셨나요. 아니 보셨으면 저랑 같이 갑시다...)



김정일 비서실 VS 군부 VS 노동당 3파전
금강산 관광객 사살사건을 통해 본 요즘 북한 권력구조


강철환 조선일보 통한문제연구소 기자  


지난 7월 11일 새벽 금강산 관광길에 올랐던 박왕자(여·53)씨가 북한군 초병이 쏜 총탄에 맞고 사망한 이후, 북한 당국의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행동에 대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와 국민에게 머리를 숙여 사죄해도 모자라는 판에 적반하장(賊反荷杖)격의 우격다짐으로 한국 정부와 국민을 모독하는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어 금강산 관광은 물론 전반적인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대남(對南) 의존도는 절대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다. 따라서 금강산 관광 등 한국 정부의 대북(對北) 지원이 중단될 경우 북한 정권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경 일변도의 대남정책으로 일관하는 북한 당국의 행동을 놓고 고위탈북자들은 북한 내부의 심각한 권력다툼으로 내부가 혼란 상태에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상부의 지시 없이는 절대로 도발을 할 수 없게 돼 있는 금강산 특별지구 내에서의 총격 사건은 최고 지도부의 개입 가능성까지 제기돼 그 진위 여부에 국내외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부 지시 없으면 절대 도발 못하는 구조

북한에서 군인 개개인의 판단에 의해 총을 쓸 수 있는 지역은 이른바 ‘특별구역’뿐이다.

그 특별구역에 속하는 곳은 김정일 별장과 같은 최고위층이 살거나 휴양하는 특별지역이다. 이 지역은 최고지도자와 그의 가족들, 최고위층의 신변 문제와 연계돼 있어 돌발 상황 때 군인들의 자위적 판단에 의한 대응을 허용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근접 경호를 섰던 탈북자 이영국씨에 따르면 김정일 별장이나 기타 그에 준하는 특별구역에 진입하는 그 어떤 자도 정지명령을 어길 경우에는 무조건 사살하도록 임무를 받았다고 한다. 아무런 죄도 없이 사살된 사람들이 생겨날 경우 경호부대는 죽은 자에게 훈장이나 선물을 주고 애국자 취급을 해주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도록 지침이 마련돼 있다고 한다. 그 외의 지역은 ‘적’들과 대처하는 지역으로 분리되는 정치범 수용소와 3·8선 군사분계선 전연지대다.

정치범 수용소를 지키는 군인들에게는 군인의 판단에 의해 사살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다. 회령 수용소 경비병 출신인 안명철씨에 따르면 “수용소의 죄수들은 적이며 그들에게 그 어떤 동정이나 자비를 베풀어서는 안 된다”고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도주자는 사살해도 좋다”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정치범들은 경비병을 극도로 두려워하게 된다. 보위부원이나 경비병의 명령에 절대 순종하지 않을 경우 목숨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비병이 여성 정치범을 강간하고 도주자로 몰아 사살해도 군인이 처벌받는 예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북한과 중국 국경지역에서도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이 정지명령을 어길 경우 경비병들이 사살하게 돼 있었으나 북한군에 의한 중국 측 민간인들의 총격 피해가 빈번해 중국 당국의 항의로 사격을 자제하고 있다.  


▲ 지난 5월 평양 만수대 언덕에 있는 김일성 동상을 참배하고 돌아가는 북한 주민들. /통한문제연구소

휴전선을 지키는 군인들도 자위권을 부여받았지만 워낙 민감한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어 간첩 진입과 같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모두 상관의 명령에 따르도록 규정돼 있다고 한다. 휴전선 최전방을 지키는 군인들은 ‘민경(민사경찰)’이라 불리는 북한의 특수부대다. 때문에 금강산 관광객을 감시하는 군인들도 모두 각 지역 민경대대에서 뽑아온 군인들이라고 한다. 민경 출신의 한 탈북자에 따르면 “금강산 등 남측을 상대하는 군인들을 사회물정을 모르는 최정예 민경대대에서 뽑았으며 이들은 ‘남조선 사람들은 적’이라고 교육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휴전선 지역에서의 분쟁은 큰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간첩침투와 같은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모든 도발 사건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계획 범죄 가능성 커… 개인 비리 은폐용일 수도

휴전선 지역에서 근무했던 인민군 군관(장교) 출신의 탈북자 차성주씨는 이번 총격 사건은 상부의 지시로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이거나 개인비리를 감추기 위해 저지른 범죄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남측 민간인들을 상대로 하는 금강산과 같은 특수지역은 군인들이 그 어떤 행동도 독자적으로 할 수 없게 돼 있으며 철저하게 상부의 명령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비리 차원의 범죄가 아니라면 상부의 지시에 의한 계획된 것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남조선 사람들에게 달러가 많다는 소문을 들은 군인들이 남측 관광객에게 돈을 요구했다가 거절 당하면서 소문이 날 것을 우려해 우발적으로 저질렀을 수도 있지만 북한에서 민경부대 출신은 정신적으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자들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한다. 또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중대한 일을 함부로 행할 군인은 거의 없다는 것이 탈북 군인들의 주장이다.

만약 상부의 지시에 의해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라면 북한 최고지도부의 사고판단 능력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주민 생존 어려운데도 여전히 시장 통제

이명박 정권이 등장한 후 북한은 일관된 통미봉남(通美封南)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를 초반에 길들이지 않으면 줄곧 끌려 다닐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강경 일변도의 대남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남한을 미국의 졸개 국가로, 또 식민지로 취급하기 때문에 미국이 하자는 대로 끌려올 수밖에 없다고 여긴다. 남조선은 최대한 압박을 통해 고립시켜 머리를 숙이게 하면 북한이 나중에 더 큰 것을 챙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이 의도하는 뜻과 반대로 강경 일변도로 나올 경우 북한은 결국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남한과의 관계도 과거와는 달리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일정한 정도의 관계 개선을 하는 것도 일종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북한의 외교라인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오직 강경책만 쓰는 것은 군부 내의 강경파들이 모든 주도권을 쥐고 흔들기 때문인 것으로 고위탈북자들은 보고 있다.
북한 당국은 대남정책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강경 일색으로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북한 당국은 식량사정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시장을 풀어주어 주민들의 숨통을 열어주고 또 그 반대일 경우에는 시장을 조여 지나치게 자유화되거나 또 숨통이 막히는 것을 조절해 왔다.

하지만 최근 북한 당국은 올 초 식량가격이 급등하고 아사자가 나올 정도로 주민들의 상황이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장통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북한 당국은 작년 말부터 시장 운영 시간을 하루 1시간으로 단축하는 등 주민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숙박검열이나 탈북자 단속, 남조선 영상물을 접하는 자에 대한 무자비한 통제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 이는 과거 상황이 어려울 때 시장을 풀어주면서 체제를 유지해왔던 방법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대남공작부서 출신의 한 탈북자는 “북한 당국이 최근 벌이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내부에 여유가 사라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 등을 통해 경제적 실리를 차리려는 외교관과 경제일꾼들이라면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식한 군부 강경파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외교는 엉망이고 하는 짓들은 초보적인 상식도 통하지 않을 만큼 한심스러워 부끄러울 뿐이라는 것이다.

후계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암투들

기존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의 권력 핵심은 모두 공산당 조직부에 속해 있었다. 북한도 김일성 시대에는 노동당 조직부가 모든 권력의 핵심으로 군림했었다. 하지만 지금 북한에서 권력의 핵심은 김정일 서기실(비서실)과 국방위원회다.

1995년 ‘선군정치’가 본격 시행되면서 당에 의한 국가통치에서 군대에 의한 국가통치 체제가 본격화됐다. 김정일 위원장의 공식 명칭이 노동당 총비서에서 국방위원회 위원장, 또는 장군으로 불리게 되면서 노동당은 국방위원회의 하부 기관으로 전락했다.
노동당의 역할이 감소되면서 공식적인 노동당 전원회의는 거의 열리지 않고 있다. 인민들도 더 이상 당에 의존하지 않고 있다. 열심히 일하거나 뇌물을 주고 당에 입당하려고 노력하던 예전의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남인 김정철이 노동당 조직부에서 일을 한다고 해서 과거와 같이 후계자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 최근 입국한 고위탈북자들의 주장이다.
한 고위탈북자는 “선군정치로 인해 최근 북한의 권력 핵심은 아주 복잡하게 구성돼 있으며 이런 원인이 오히려 권력 암투를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후계자 문제가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서 김정일의 장남인 정남과 차남 정철 가운데 “누가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루머가 난무하고 있지만 아직 누가 후계자가 될지는 미지수라고 한다.

그는 한때 김정일 서기실을 중심으로 장남 김정남을 후계자로 세우자는 주장을 했다가 “장군님(김정일)이 계시는데 웬 후계자냐”며 강력 반발하는 군부의 주장을 김정일이 받아들여 후계자 문제 논의는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계자 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권력싸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모든 것을 쥐고 흔드는 김정일 서기실과 막강 파워를 자랑하는 국방위원회와 군부, 그리고 소외된 채 불만이 가득한 노동당 조직부 간의 파워게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대남정책을 주도했던 노동당 통일전선부 소속 간부들과 부원들이 무더기로 숙청된 것도 내부의 권력암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치열한 파워게임 영향으로 정책 혼선 불가피

후계자를 둘러싸고 서로 이해관계가 맞는 후계자를 내세우려는 세력들 간의 죽고 죽이는 파워게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내부 혼란이 지속되면 대외정책도 혼선을 빚게 되며 정상적인 국가 기능이 마비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금강산 피격사건도 이런 북한의 내부 사정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서기실과 군부, 노동당의 파워게임에 정책 혼선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햇볕정책 이후 부상했던 노동당통일전선부의 몰락으로 남한과의 최소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대남 전문가들이 대거 숙청되면서 강경 세력인 군부의 입김이 더 강해지고 있다. 때문에 향후 북한의 대남정책은 경직되고 강경 일변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는 비극적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입력 : 2008.07.18



테러지원국과 최덕근, 이한영

▲ 이하원 워싱턴 특파원

이르면 다음 달 미국과 북한 간에 초대형 외교 이벤트가 벌어진다. 미국은 20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풀어주게 된다. 북한은 그 대가로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 폭파 쇼를 준비 중이다.

'냉각탑 폭파'가 미북 간 핵 협상 진전을 의미하는 상징적 행위라면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한에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 줄 선물 보따리다.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북한에 대한 투자도 본격적으로 가능하게 된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문제는 철저히 미국과 북한 간에 논의되는 사안이다. 우리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을 통해 이 사안과 관련된 추이를 가늠하고 있는 정도다. 그러나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지정하게 된 유래를 알게 되면 정부의 이런 처신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된다.

북한에 '테러지원국'이란 딱지가 붙게 된 것은 다름아닌 바로 우리 한국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등재된 날짜는 1988년 1월 20일이다. 1987년 11월 29일 북한이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을 저질러 115명을 숨지게 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이후 북한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다.

지난 10년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과 관련해 북한에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은 채 테러지원국 해제를 지지해 왔다.

이런 입장은 보수주의를 내건 이명박 정부로 바뀐 후에도 여전하다.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20년이 넘은 일이라고 그냥 넘어가기엔 탑승객들의 목숨을 빼앗아 간 수법이 너무도 끔찍한데 보수정권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들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미국의 보수파들이 북한이 저지른 KAL기 폭파사건과, 그 이후에도 북한이 테러에 개입한 흔적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테러지원국과 관련한 논란을 지켜보다 보면 이미 우리 사회에선 잊혀진 '최덕근' '이한영'이란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조지프 리버먼(Lieberman·무소속)을 비롯한 미 상원의원 4명은 결의안을 제출했다. 미 국무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전에 북한이 취해야 할 조건을 담은 이 결의안에는 'Choi Duck-keun(최덕근)' 'Lee Han Young(이한영)'이 포함돼 있다. "북한이 1987년 KAL여객기 폭파, 1996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발생한 최덕근 영사 살해, 1997년 탈북자 이한영 암살 이후 어떠한 테러에도 연루되지 않았다는 분명한 증거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이와 관련한 기록조차 찾기 어려워지는 마당에 두 사람의 이름을 영문으로 볼 때의 심정은 착잡하다. 최덕근 영사는 북한이 1996년 동해안 무장공비 침투사건에서 사살된 북한 군인에 대한 보복을 다짐한 후 피살됐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인 이한영은 한국에 귀순했다가 97년 2월 총에 의해 타살된 시체로 발견됐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이라는 굴레를 벗어 던지는 것은 미북 관계와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서 바람직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이 연루된 이런 문제들에 대해 아무런 해명을 듣지 못한 채 테러지원국 해제를 지지하는 것은 국가의 '국민보호 의무'와 관련,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입력 : 2008.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