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차 화요대화마당 "19대 총선의 교훈"

by 조연호 posted May 14, 2012
19대 총선이 끝나고 그 어디보다 빨리 코리아글로브는 움직였습니다. 두 달 앞서부터 준비한 화요대화마당에서 19대 총선의 교훈을 깊이 있게 제대로 다뤘습니다. 그러나 미안합니다. 우리 조연호 회원이 바로 취재 글을 올렸음에도 사무실에서 질질 끌다가 이제야 홈페이지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조연호 회원께 고마움을, 사무실의 모씨에게 야유를 부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계셨다면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생각합니다. 그 분은 솔직담백하고 학습능력이 남달라서 자신의 지난 발언에 연연해하지 않으시니, 아마도 이리 말씀하셨을 듯합니다. “박물관에 국가보안법 이전에 극우주사파부터 보내야겠다.” 264차 화요대화마당에서 3선 고지에 오른 조정식 의원에게 많은 이들이 진심으로 충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지금 민주통합당은 독배를 마시고 있다. 스탈린주의자들과 인연을 끊지 못한다면 반드시 헌정의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지나고나니 예언이 되었습니다. 당대표 선거에 나서시는 조정식 의원에게 큰 성원을 보냅니다. 또한 이정현 의원이 피를 토하듯이 호남의 한이 무엇인지, 지역주의 그 밑바탕의 아픔을 절규하셨습니다. “통합은 말로 제도로 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장래를 책임지려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그 아픔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우리 마음을 뭉클하게 한 그 화두를 잊지 않겠습니다. 더불어 탈북동포들을 비롯한 팬코리안들까지 마음에 담겠습니다.

19대 총선 이전에 코리아글로브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정치소식을 보내드렸습니다. 앞으로 임진년 한 해 내내 게으름 피우지 않고 한국정치의 판을 바꿈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 위해 힘쓰겠습니다. 18대 대선이 지나고 나면 지금 벌어지는 역겨운 소동은 옛일이 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도 수입산이 아닌 토종의, 보수우파와 자유주의자들 그리고 애국좌파가 8천만 코리아 역사공동체와 70억 지구사람들을 위해 제대로 겨루는 ‘선비들의 정치’를 되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회원 여러분과 코리아글로브 네트워크 안팎 모든 분들의 채찍을 부탁드립니다.


                             19대 총선의 교훈을 말하다

                                                                  코리아글로브 조연호 회원

(사)코리아글로브 264차 화요대화마당
때: 2012년 4월 23일(화) 저녁 7시 - 9시
곳: 광화문 신문로빌딩 3층
사회: 양승태 교수 (이화여대 정외과, 정치사상학회 초대회장)
발표: 이정현 새누리당 국회의원
       조정식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토론: 배기찬 前 충남대 초빙교수
       조 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코리아글로브 이사)


19대 총선은 선거 준비과정부터 대선의 전초전이었다. 여야 모두 제 살을 깎는 정도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홍역을 치렀다. 그럼에도 성적표로만 보면 여당은 기사회생의 안도감을, 야당은 소문 난 잔치마냥 뒤끝이 씁쓸한 여운으로 매듭지어졌다. 화요대화마당에서 벌어진 격론 가운데 이미 언론을 통해 지겹게 봤을 얘기들은 빼고 나름의 ‘보는 눈’이 돋보인 이야기만 추려 아래에 싣겠다.

야권연대가 왜 대안세력으로 믿음을 주지 못했을까? 민주주의의 후퇴가 아니라 과잉이 숙제인 한국사회에서 야당은 계급계층의 지향을 외려 두드러지게 드러내었다. 이는 정통성을 확신하는 민주화세대의 역설로서 세계추세와 동떨어진다. 그 와중에 가장 기본인 공천조차 남다름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닌가. 2013체제는 지나친 판단일 수 있다. 그보다 올해는 87체제의 등장 이래 사반세기를 맞는 해이다. 개발연대가 87년 무렵 얼마나 순식간에 사라졌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앞으로 야당은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미래에 관한 화두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새누리당은 전략에서 야당을 이겼다. 누구도 그리 과감하게 당 이름과 당 색깔은 물론 左클릭으로 일컬어지는 급변까지 예상하지 못했다. 이는 야권연대와 정권심판이란 무기만 믿고 내부 권력투쟁에 빠져들었던 야당의 전열을 사정없이 흩트려 버렸다. 그 결과 지역으로나 세대로나 이념으로나 중간지대를 장악하게 되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새누리당이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단 한 사람만의 리더십에 의지하기에는 대한민국은 이미 너무나 큰 나라가 되어버렸다. 새누리당은 적어도 섀도우 캐비닛이라도 보여주어 어떻게 국정을 책임질 것인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와 국정은 엄연히 다르지 않은가.

19대 총선을 거치며 가뜩이나 허약한 한국의 정당정치는 더욱 형해화 되었다. 대통령 중심제인 한국에서 여당은 없다. 대통령의 임기는 남아 있지만 여의도에서 대통령의 자취는 말끔히 사라졌으며 대통령이 들를 정당이 그 어디에도 없다. 야당은 머쟎아 트랜스포머처럼 또 변신을 할 것이다. 민주통합당이란 이름이 남아있기를 바란다. 이렇듯 아직 한국에선 정당정치의 뿌리내림은커녕 정당의 존속부터 보장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디에 통일 대한민국의 리더십을 담아낼 것인가. 그 큰 화두로 264차 화요대화마당은 막을 내렸다.

상상력이 닫혀있는 사회는 그 미래를 스스로 보장하지 못한다. 민주통합당이 반드시 새누리당을 이기고 정권을 되찾을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새누리당이 정권을 다시 이어나갈 까닭도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현실에서 그 상상력의 나래를 펼쳐줄 수 있는 정치세력이 국정을 맡아야 옳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이 보편으로 깔려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권과 서둘러 담을 쌓았고 민주통합당은 그 담 넘어 보이지 않는 이들을 줄곧 공격하다 무너졌다. 21세기 한국사회에서 20세기 사고방식으로 할 수 있는 한계를 보여준 셈이다.

총선이 끝나고 두 당 모두 국민이 무섭다고 했다. 그 누구보다 손 안에 쥐어진 밥그릇을 놓친 민주통합당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 18대 대선이 국민들이 바라는 판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누가 되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선거, 누가 하는 말이라도 나름의 근거가 튼튼하여 배울 게 많은 선거, 그리하여 국민 모두의 손에서 땀이 배게 하는 즐거운 선거판이 만들어진다면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지구마을의 으뜸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 꿈을 함께 꾸는 18대 대선이 되도록 코리아글로브 님들께서도 마음을 같이 하시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