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도 학습권 보장하자

by 조형곤 posted Aug 02, 2012
코리아글로브 회원님들.
무더위에 고생 많으십니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를 맡고 있는 조형곤입니다.
제가 전북도민일보에 기고한 글을 아래에 올립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한번 훑어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도 학습권 보장하자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


학교를 떠나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취득하는 청소년들이 부쩍 늘어났다. 먼저 현황은 이렇다. 2011년 한 해 동안 20세미만의 청소년이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숫자는 전국적으로 1만 6천명을 넘는다. 이들의 합격률이 48%이고 1년에 두 번의 응시기회가 있음을 감안한다면 3만명이 넘는 고등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학교를 떠나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인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매년 그러한 숫자가 반복되고 있으며, 2007년 이후로 급증하고 있다. 고등학교 학생수가 한 학년에 60만명이고 이중 3만명의 학생이 학교를 떠난다는 것은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다.

한편 교육비용을 생각하면 고려해야 할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중학교까지는 무상교육인데 이 무상의 개념은 학부모와 학생에게 교육비를 받지 않고 국가의 재정으로 교육을 시켜준다는 의미이다. 참고로 초등학교의 1인당 표준 공교육비는 지난 2010년을 기준으로 연간 560만원에 이르며 중학교는 580만원 고등학교는 730만원이다.(한국교육개발원 자료)

무상급식이 공짜가 아닌 세금급식이듯 무상교육도 공짜가 아닌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교육이다. 그렇다면 의무교육이 아닌 고등학교의 경우는 어떨까? 따지자면 고등학교 교육은 수요자인 학부모들이 등록금 전액을 납부해야 옳다. 하지만 국가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내야할 등록금의 70% 이상을 대주고 있다. 복잡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고등학교 교육을 포기하고 그렇다고 더 이상 교육을 받지 않고 직업을 가지는 경우이거나 아무 대책 없이 집에 가만히 있으면서 노는 경우라면 몰라도 그게 아닌 학교교육에 불만을 갖고 학교를 떠나거나 학교가 학생을 감당하지 못해 퇴학을 시킨 경우이며 이들 중 대다수는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 자격을 취득하고 있다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도 국가가 대주는 교육비 즉 고등학교의 경우 1인당 연간 교육비 730만원의 70%인 500만원은 대줘야 한다. 꼭 돈으로 지원해 달라는 것이 아닌 검정고시 학원에 지원을 하든 대안학교나 대안교육의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대줘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국가의 의무이며 일부 청소년이 역차별을 받지 않게 되는 방법이다.

최근 학교폭력의 증가로 청소년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가하면 모든 나라들이 자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차원에서 교육을 국가의 의무로 지정하고 그리고 학습할 권리를 국민들에게 부여하고 있다. 한 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교육이 필요하지만 사회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도 학교부적응자 혹은 학습부진아를 위한 체계적 관리는 더더욱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교육체계는 아직도 학교 내의 청소년을 위한 교육일 뿐, 학교를 떠나 스스로 공부하거나 혹은 방황하는 청소년을 위한 제도가 거의 없다. 있다 해도 이는 민간기구(NGO)의 자원봉사 영역에 맡겨 두었거나 몇 푼 지원금으로 그들 중 일부를 돌보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평생학습의 시대가 열려 방송대학교나 사이버대학교 등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공부할 기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도 고등학교 졸업 자격이 있어야만 한다. 또한 대학입시제도가 수시와 정시로 나뉘고 그 안에서도 내신등급과 입학사정관제도 등이 고등학교 과정을 기본으로 따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극히 일부의 학생이 고등학교 3년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로 고졸 자격을 취득한 후 수능으로 대학진학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를 떠난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검정고시를 보는 것 마저 결코 쉽지 않다. 어떤 아이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교재 대금 20만원이 없어서 책을 사보지 못하고 응시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청소년들을 찾아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 비용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주는 법과 제도가 절실하다. 연간 45조원의 교육예산을 쓰는 나라가 그 많은 재정을, 학교를 떠난 학생에게는 한 푼도 돌아갈 여지가 없고, 오직 학교 안에서만 쓰도록 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교육예산을 학교에만 쓸 일이 아니라 교육의 과정에 쓰는 것으로 생각을 바꿔 나가자. 교육은 학교에서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원에서도 교육을 받고 종교기관에서도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심지어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학부모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일찍이 미 시사주간 타임지에서는 2010년도에 ‘향후 10년, 학교 중퇴자들 시대가 열린다’고 예측한 바 있다. 학교 대신 홈스쿨링을 선택하고 일과 삶은 재통합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2006년에 이미 고등학생 10명중 3명이 고교중퇴를 선택하고 있으며,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우리나라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국회는 교육기본법 등 교육관련 법률을 정비하여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에게 진학과 취업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에게도 학교내의 청소년들과 동일한 국가교육비를 제공하여 그들의 미래를 준비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국회가 여야의 정치 논리로 이를 쉽게 해결하지 못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호남이나 영남 등 여야 대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지자체부터라도 조례를 제정해서 하루 속히 국민의 기본권 중 교육소외계층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