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론- 국제정세 예견한 최선의 선택

by 永樂 posted Nov 11, 2004
"이승만의 남한 단독정부론 국제정세 예견…최선의 선택"
이정식 미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 논문

우남 이승만(사진)초대 대통령은 왜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했을까.

학계를 포함해 적잖은 이들이 이승만의 '남한 단독정부 수립론'을 백범 김구의 '통일정부론'과 대비하면서 이승만의 주장을 "정권욕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1946년 6월 3일 나온 이승만 전 대통령의 단독정부론은 대한민국 건국사의 핵심적 연구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정치학자인 이정식(73)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경희대 NGO대학원 객원 교수)가 옛 소련 문서 등을 근거로 "이승만의 단독정부론은 국제정세의 변화를 예견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반론을 펴고 나섰다. 그는 12일 연세대 현대한국학연구소가 '이승만 대통령의 역사적 재평가'를 주제로 여는 학술대회(연세대 상남경영원)에서 이 같은 주장이 담긴 논문 '건국 대통령으로서의 이승만:단독정부론의 등장과 전개'를 발표한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국제정세에 해박한 우남은 냉전이 해소될 가능성이 희박함을 내다보고 미.소공동위원회 결렬 직후 단독정부론을 제기하며 남한의 독립을 추진해 나갔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중국에서의 냉전이 악화되자 미국은 한반도 문제를 유엔에 상정해 남한에 단독정부를 수립하는 쪽으로 전략을 짜게 되는데, 우남은 이런 미국에 앞서 국제정세의 변화를 예견하고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정책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해방 정국에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중국의 변화를 지켜보는 '소극적 관망'수준이었던 반면 소련의 대 북한 정책은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논문은 밝혔다.

실제로 스탈린은 45년 9월 20일에 이미 '북한 지역에 단독정부를 수립하라'는 비밀 지령을 내렸다. 이런 사실을 당시 남한 정치인은 물론 미국도 몰랐다. 북한에선 '북조선 중앙은행'창설, 조만식 등 우익 인사 배제, 토지개혁 등 남북 분단을 기정사실화하는 정책들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이 교수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련 붕괴 이후 공개된 문서를 근거로 소련군정기 북한에서 일어난 일들을 분석해 보면 단독정부론은 결코 허물로 평가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은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지나쳐 대한민국 건국의 정체성까지 폄하해선 안 된다"며 "단독정부론과 통일정부론은 각기의 주장이 나온 맥락에서 이해해야지 단순히 감성적 이분법으로 선악을 재단해선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남이 친미 일변도였다는 주장도 근거 없는 오해"라고 했다. 미국은 오히려 이승만의 단독정부론을 비판하면서 김규식.여운형 등 좌.우익 합작론자들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반도에서의 '지엽적 갈등' 때문에 미.소 관계가 악화돼선 안 된다는 것이 당시 미국의 기본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난 50년간 중도적 시각으로 한국 현대사를 연구해 왔다. 로버트 스칼라피노(미 캘리포니아대)명예교수와 공동 저술한 '한국공산주의 운동사'(1973년)가 대표 저서다.

배영대 기자 balanc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