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장관 3년은 통신업계 암흑기?

by 永樂 posted Apr 1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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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제 장관 3년은 통신업계의 암흑기?  
  

참여정부에서 가장 빛난 부서는 정보통신부 같습니다. 우리 정부는 정통부를 2년 연속 청렴도 1위 부처로 꼽았습니다. 또 정통부는 부처 평가에서도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습니다.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은 이 정부 들어 가장 성공한 장관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난 3년 동안 진 장관 재임 시기가 정통부가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부처 가운데 정통부를 가장 잘 아는 편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지난 3년간 정통부가 일을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반사적으로 고개가 삐딱하게 움직입니다.

한국 정보통신산업의 꽃은 누가 뭐라고 해도 통신업체들이었습니다. 숫자는 수사(修辭)보다 엄정하게 현실을 보여줍니다. 물론 대체로 읽기엔 재미가 없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이제 그 숫자가 주르륵 흐릅니다.

한국 통신업체들은 과거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는 90년 3조4446억원 매출과 3453억원의 순익을 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꾸준히 매출 순익이 늘어 납니다.

93년 매출은 5조182억원 순익은 4708억원입니다. 96년 매출은 6조9962억원, 순익은 1818억원입니다. 99년 매출 9595억원, 순익 3833억원, 2002년 매출 11조7088억원, 순익 1조9638억원입니다.

그리고 2003년 진대제 장관이 취임해 3년 동안 정보통신부를 맡았습니다. 2005년 KT 매출은 11조8772억원입니다. 부쩍부쩍 자라던 키가 2003년 이후 더 이상 크지 않습니다. 영양상태는 오히려 더 나쁜 편입니다. 순익이 2002년의 절반 정도인 9983억원입니다.

말하자면 지난 3년은 KT에게 잃어버린 3년입니다. 문제는 KT 뿐 아니라 국내 대부분 통신 업체가 모두 마찬가지란 점입니다. KT와 쌍벽을 이루는 한국 통신 업계의 강자 SK텔레콤은 84년 3억9700만원 매출을 올려 4000만원 순익을 냈습니다.

그리고 2002년 무렵엔 주가가 1만배 뛰어 버렸습니다. 말하자면 500원 짜리 주식 한장이 500만원 짜리로 변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2002년 회사 매출이 8조6340억원, 순익이 1조 5112억원입니다. 20여년간 해마다 대충 두 배쯤 실적이 좋아졌습니다.

2002년 SK텔레콤은 내년엔 매출 10조원을 넘어서겠다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당시엔 아무도 그 이야기에 토를 달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당연히 2003년 10조를 뛰어 넘을 것이라 봤습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2005년에 이르러 힘겹게 10조 벽을 넘습니다.

작년 회사는 매출 10조1611억원, 순익 1조8713억원을 기록합니다. 엄청난 실적이지만 SK텔레콤은 힘겨워 합니다. 늘 잘나가던 회사는 체질적으로 정체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심지어 회사는 최근 상시퇴직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말하자면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로텔레콤은 99년 매출 231억원에 709억원 적자를 봤습니다. 그 해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회사 입장에서 적자가 당연합니다. 반면 매출은 계속 늘어나 2002년 1조2539억원을 기록합니다. 적자는 1231억원이었습니다.

2004년 겨우 105억원 흑자를 냈지만 작년 다시 2088억원 적자를 봤습니다. 매출은 1조4444억원입니다. 하나로도 그다지 행복한 3년을 보내진 못했습니다. 한국 통신 산업을 이끌어 오던 기간통신업체들 사정이 대부분 비슷합니다.

‘잃어버린 3년...’

한국 통신업계는 3년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유야 어쨌건 성장기가 끝났습니다. 기업도 사람과 비슷해서 성장을 멈추면 늙기 시작합니다. 이 3년은 의미가 큽니다. 통신업계에선 그 3년을 시작으로 그 동안 빛나던 통신 산업이 황혼 혹은 암흑기를 맞은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한국 정보통신 산업 성장사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맨땅에 정부가 산업의 씨를 뿌립니다. 예를 들어 교환기, 휴대전화(CDMA) 처럼 한국 같은 통신 후진국에선 절대 만들 수 없을 것으로 보았던 물건을 정부가 통신 업체들을 이끌고 만들어 냅니다.

연구개발은 작은 일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통신 서비스의 시작입니다. 심지어 CDMA는 심하게 이야기하면 미국 벤처기업이 만든 걸 가져와 서비스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걸 상용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선 엄청난 사회간접 자본 투자가 필요합니다. 서비스 설비를 사들이고 전국에 기지국을 설치합니다. 그럼 국내 전자업체들이 통신장비와 휴대전화기를 만들어 공급하면서 경험을 쌓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은 삼성전자 휴대폰이 처음부터 그렇게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 이기태 사장은 만들어 놓은 제품을 회사에 돌렸다가 이런 걸 어떻게 쓰냐는 힐난을 받고 다시 거둬 들여 다 부수고 태우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처음 벽돌휴대전화 만들었을 때 외국에 팔 수도 없었을 뿐더러 외국에 팔았다간 그 벽돌로 맞았을 겁니다. 삼성전자는 1988년 SH-100이란 최초의 휴대전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제품을 써 봤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출시는 했지만 외국 휴대폰에 밀려 소리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 후 5년간 5개 제품이 더 나왔지만 역시 본 사람은 없습니다. 이 6형제는 말하자면 사생아였습니다. 보통 이 정도면 통신 서비스 회사서 그 회사 제품 더 이상 받아주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 통신회사이기 때문에 우리 나라 전자 회사에서 만든 제품 사 준 것으로 봐야 합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CDMA란 기술을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했기 때문에 노키아, 모토로라 같은 세계적인 업체들이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시장이 너무 작아 어느 정도 무시해 버린 것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놀 앞 마당이 생겼습니다. 속된 말로 똥개도 자기 집 앞에선 절반은 먹어준다고 합니다. 도사견이나 핏불과도 한번 붙어 볼 수 있죠. 안되면 집 대문 안으로 도망치면 죽지는 않습니다.

드디어 1993년 11월 삼성전자는 SH-700을 내놓았습니다. SH-700은 살아남은 첫 국산 휴대폰입니다. 외산제품과 경쟁해 시장 점유율 10%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다음해 10월 동생 SH-770이 태어납니다. SH-770은 1995년 모토롤라를 제치고 국내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합니다.

SH-770은 아마 한국 산업사에 영원히 남을 이름입니다. 애니콜이란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첫 휴대전화니까요. 말하자면 한국 토종개가 알고 보니 세계적인 명견이란 이야기를 듣기 시작합니다.

과거 우리 나라는 외국에선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통신 분야를 연구하고 장비를 투자했습니다. 한동안 한국이 전세계 정보통신 산업의 테스트베드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IBM의 고위관계자는 본사에서 개발한 최신 통신 장비를 가장 먼저 사들이는 곳이 한국이었다고 말합니다. IBM 뿐 아니라 시스코, 오라클 같은 IT 업체들이 입을 맞춰 이야기합니다.

글로벌 IT기업 입장에서 한국은 작은 시장입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마치 짜 맞춘 듯이 대체로 1% 내외입니다. 그러나 이런 기업 한국 지사들은 그 동안 매출액에 비해 좋은 대우를 받고 본사에 큰 소리를 쳤습니다. 좋은 말로 하면 IT 선진국, 다른 이야기로 하면 IT 제품의 실험실이기 때문입니다. 첫 고객이 좋은 말을 해줘야 다른 사람도 사죠.

한국은 통신 산업은 그 동안 미친 듯이 달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사정이 좀 달라졌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미친 척하고 최신 제품을 사들이지 않습니다. 외국 기업 한국 지사의 평가입니다. 좋은 말로 하면 정신을 차린 것입니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정보통신 산업이 활력을 잃었습니다.

당연한 일 입니다. 몇년 전부터 한국 통신업체들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신규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결국 몇 년 후엔 한국 정보통신 기업들이 세계를 선도할 제품을 내 놓기가 지금보다 힘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산자부가 얼마 전 보고서를 내 놨습니다. 중국이 휴대전화 산업에서 한국을 거의 따라 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상용화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휴대폰 분야에서 중국과 산업경쟁력 격차가 2년 전 2년에서 지금은 1년으로 줄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통신장비 분야에서 양국은 이미 대등하다고 합니다.

중국이 열심히 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 3년 동안 국가와 기업이 사운을 걸고 새로 시작한 제대로 된 통신 서비스가 없습니다. 당연히 진정한 의미의 신제품과 기술도 없습니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달리는 사람이 쫓아 온다고 떠든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통신업체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산업이 포화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과거 유선전화가 포화 상태로 가고 있을 때 우리는 호출기와 무선전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호출기가 죽어갈 때쯤 초고속 통신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대한제국이 처음으로 유선전화를 설치한 이래 우리 나라 통신 역사상 새로운 서비스가 정부 의지와 관계 없이 저절로 생긴 적은 없습니다. 통신산업은 규제산업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특성상 정부의 의지가 절대적입니다.

유선전화, 무선호출, 무선전화, 초고속인터넷은 정통부와 통신기업이 같이 만든 작품입니다. 지난 3년간 새로운 서비스가 없었다는 것은 기업의 도전 정신과 정부 의지 두 가지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문제는 지난 3년이 아니라 앞으로 3년 혹은 그 이후입니다. 3년 동안 뭔가 준비를 하고 이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준비가 끝난 상태라면 좋습니다. 그러나 그게 분명하지 않습니다. 진 장관 시절 ‘IT839’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장관이 설명할 때는 알아 들은 것 같은데 나중에는 기억이 안 나는 어려운 정책 명칭입니다. 하여간 인터넷TV, 무선인터넷(와이브로) 등등 하여간 다양한 서비스를 추진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기업들은 올해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등장한다는 새로운 서비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결국 똑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동영상을 본다는 것입니다. 몇년전부터 통신 사업의 미래는 멀티미디어라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통신서비스 업체들은 동영상 중심의 뉴미디어 사업을 해야 합니다.

문제는 정부가 새로 뉴미디어 서비스 하겠다는 통신업체를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엔 통신업체가 새로 무언가 중요한 일을 시작할 때 정통부가 처음 기획 단계부터 같이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다릅니다.

기업은 빨리 서비스를 시작하고 싶어하지만 정부 부처가 규제 감독권을 놓고 아직 힘겨루기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KT가 인터넷TV를 한다고 하니 정부 방송 정책 주무 기관인 방송위원회가 그것도 방송이니 우리 규제를 받으라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새 통신 서비스를 시작할 때 도와주기도 하고 간섭하기도 하던 정통부가 다른 정부 부처가 나서자 사실상 KT와 IPTV를 외면합니다. 그게 우린 모르니 방송위와 함께 서비스를 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KT는 정통부가 정말 충심으로 하라는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서비스를 하기 힘든 태생적 한계를 가진 기업입니다. 정통부는 방송위에 그것이 왜 방송이냐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 KT는 기술개발을 끝내고도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서비스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방송위원회는 와이브로도 방송이라고 합니다. 몇년전부터 통신 서비스의 미래는 뉴미디어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정통부가 모를 리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뉴미디어 서비스가 화면 위에서 움직입니다. 방송위는 화면 위에서 움직이는 서비스 모두를 규제하고 싶어합니다. 정통부도 방송위 생각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몇년간 정책과 입장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송위는 적극적으로 정책을 만들고 입장을 발표합니다. 그 특성상 방송위는 통신 기업보다는 방송기업의 눈으로 뉴미디어 보고 규제합니다. 정통부는 방송위보다 상대적으로 IT 산업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통신업체들은 방송위보다는 정통부와 일하고 싶어합니다. 문제는 지금까지 정통부가 통신업체의 눈길을 외면했다는 것입니다.

과거 정보통신부는 체신부였습니다. 지금은 정부 부처 가운데 제일 빛난다지만 그때는 아마 가장 칙칙한 곳이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 체신부 고위 공무원들이 앞에서 끌고 젊은 공무원들은 뒤에서 밀어 통신 서비스를 가지고 세계 최고 수준 IT 산업을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부처와 많이 부딪칩니다.예를 들어 산업자원부와 많이 싸웠습니다. 우체국에서 갑자기 산업을 논하니 산자부에선 좀 황당했을 것입니다.

얼마전까지 정통부 공무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는 정통부 무용론, 산자부와 통합론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쑥 들어갔습니다. 진대제 장관 덕분으로 봐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인기 있고 힘 있는 장관이었으니까요.

진대제 전 장관이 정말 뛰어난 분야는 이른바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2004년 한 차관이 말했습니다. “진 장관이 국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에게 직접 숙제를 준다”고. 그가 받은 숙제는 “한국 IT 산업의 위상을 제대로 알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진 장관은 모 국제 기구에서 발표하는 국가별 IT 산업 지수에서 한국이 너무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건 그 쪽이 실상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자료를 모아 해당 기구에 전달해 한국의 등수를 정상화하라고 말했습니다. 그 차관은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물론 다음 발표 때 한국은 제 등수를 찾았을 것입니다. 부처 평가에서 잇달아 1위를 한 것도 진 장관의 노력이 숨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진 전 장관은 정부 내 다른 부처와 말썽이 생기거나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싫어했던 것 같습니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공무원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니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겠군요, 자기 밥그릇을 빼앗기는 것입니다.

정통부는 방송위와 벌인 차기 통신 서비스인 뉴미디어 산업의 부처간 주도권 싸움에서 제대로 힘 한번 쓰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쓰지 못한 게 아니라 쓰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정통부는 이미 90년대 중반 이후 고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젊은 사무관들이 가고 싶은 부처로 떠 올랐습니다. 정부 수반인 대통령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결코 힘 없는 부처가 아닙니다.

정통부가 강하게 주장을 펼쳤다면 통신업체들이 뉴미디어 산업을 이미 시작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장관이 차관에게 뉴미디어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법제도를 정비하라는 숙제를 주고 가져 온 과제물을 들고 뛰었다면 이미 우리는 IPTV를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과거 체신부, 정통부 장관들은 주요 부처와 갈등을 무릅쓰고 지금의 정통부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당시 공무원들이 너무 목적을 앞세우고 의욕이 지나치게 강해 문제도 생겼습니다. 그 결과 많은 IT 산업 태동의 주역들이 검찰 신세를 졌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도 정통부 공무원들은 그 사람들의 과오보다 업적을 이야기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조직 폭력배 이외에 교도소 구경을 했어도 후배들에게 오히려 존경을 받는 아주 드문 경우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진 장관 시절에는 그런 문제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진 장관은 싸움보다는 양보와 타협에 어울리는 사람 같습니다. 그는 정치판에 뛰어들어 경기지사 선거에 나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화와 타협이란 장기를 앞세워 좋은 정치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반면 정통부 공무원들은 진 장관에 대해 무덤덤합니다. 그냥 삼성전자에서 왔다가 정치권으로 간 사람입니다.

요즘 정통부와 통신위를 보면서 예전 산자부와 정통부를 생각합니다. 사실 통신위 사람들이 IPTV나 와이브로 등등을 제대로 알 까닭이 없습니다. 원래 정통부의 일이니까요. 그러나 방송위 직원들은 계속 공부해 정통부보다 한발 앞서 뉴미디어를 규제할 법령 초안을 만들고 세미나, 토론회를 열고 있습니다.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입니다. 의욕이 지나치다는 생각도 듭니다. 화면에서 무언가 움직이면 일단 규제하겠다고 소리부터 지릅니다. 반면 정통부는 말도 안된다며 그저 입만 움직이고 있습니다.

배부른 자와 배 고픈 자의 차이란 생각도 듭니다. 정통부는 그동안 KT, SK텔레콤 같은 대기업을 키웠습니다. 보기만해도 뿌듯하고 배가 부릅니다. 반면 방송위 직원들은 미래에 자신이 없습니다. 산업적으로 그동안 해 놓은 가장 큰 일이 케이블 방송사(SO)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KT, SK텔레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국내 최대 케이블 방송사 이름을 아는 사람은 소수일 것입니다.

방송위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방송 심의가 방송위의 당신들의 주업무라는 것입니다. 정책을 만들고 방송 산업을 키우는 것이 주요 업무란 설명이었습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심의가 아니라 방송정책을 만들고 제대로 집행해보고 싶다는 이야기겠죠. 한번은 심의가 제일 중요한 일이 아니냐고 말했다가 잘못하면 맞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마치 예전에 정통부 직원에게 꼭 정통부가 필요하냐 산자부와 통합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이야기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

진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정통부를 맡은 노준형 장관은 통신업계를 위해 어떤 정책을 준비하고 있을 지 궁금합니다.

백강녕 young10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