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 사랑] 單一民族論의 뿌리
우리 민족에게 각인된 순혈(純血)민족주의 사상의 뿌리는 어디일까?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이 만들었다거나 해방 이후 국사교과서에 있다는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조선시대의 소중화(小中華) 사상이 그 뿌리이다. BC 12세기경 중국 은(殷)나라 사람 기자(箕子)가 동쪽 고조선으로 왔다는 기자동래설(東來說)에 기반한 사상이다. 기자가 와서 교화시킴에 따라 고조선이 일찍부터 중국처럼 문명화된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 소중화 사상의 시작이다.
기자가 실제 요동 지역까지 왔는가에 대해서는 예부터 많은 학자들이 논란했다. 조선이란 국호도 단군조선에서 따온 것인지 기자조선에서 따온 것인지 논란이 있다. 조선 초기 서거정(徐居正) 등이 왕명으로 편찬한 ‘동국통감(東國通鑑)’은 단군을 민족의 시조로 기술했다. 조선 후기 들어 실학자 안정복(安鼎福)이 ‘동사강목(東史綱目)’에서 “동국통감은… 그 의의가 옳지 못하므로 이제 정통을 기자로 시작한다”고 쓴 대로 단군보다 기자를 받들었다. 만주족의 청나라가 중원을 차지하자 조선만이 중화의 전통을 잇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소중화 사상은 절정에 달했고, 이런 소중화 사상에서 순혈민족주의가 만들어진 것이다. 소중화를 주창했던 조선 후기에 작성된 많은 족보들이 시조를 중국에서 온 것으로 의도적으로 연결한 것은 순혈민족주의가 사대주의와 한 몸임을 보여준다.
순혈민족주의가 득세하면서 북방 몽골리안이자 같은 동이족(東夷族) 계열인 만주족·몽골족 등이 오랑캐로 내몰렸다. “조선(朝鮮)에 조공하는 번국(藩國)들이 여럿이었다”는 ‘삼국지’ 동이전 한(韓)조의 기록이나 고구려 영양왕이 말갈(만주족) 군사 1만여 명으로 요서(遼西)를 공격한 사실 등은 동이족들이 함께 어우러졌던 북방 강역(疆域)의 역사를 보여준다.
현재의 다민족·다인종 사회에 어울리는 공존의 지혜는 우리 고대사에 있다. 나아가 만주족·몽골족 등과 동이족 민족연합 벨트를 구성한다면 민족사의 강역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진다. 반도(半島)사관을 벗어 던지면 전혀 다른 역사의 지평이 펼쳐진다.
이덕일 역사평론가·newhis19@hanmail.net
우리 민족에게 각인된 순혈(純血)민족주의 사상의 뿌리는 어디일까?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이 만들었다거나 해방 이후 국사교과서에 있다는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조선시대의 소중화(小中華) 사상이 그 뿌리이다. BC 12세기경 중국 은(殷)나라 사람 기자(箕子)가 동쪽 고조선으로 왔다는 기자동래설(東來說)에 기반한 사상이다. 기자가 와서 교화시킴에 따라 고조선이 일찍부터 중국처럼 문명화된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 소중화 사상의 시작이다.
기자가 실제 요동 지역까지 왔는가에 대해서는 예부터 많은 학자들이 논란했다. 조선이란 국호도 단군조선에서 따온 것인지 기자조선에서 따온 것인지 논란이 있다. 조선 초기 서거정(徐居正) 등이 왕명으로 편찬한 ‘동국통감(東國通鑑)’은 단군을 민족의 시조로 기술했다. 조선 후기 들어 실학자 안정복(安鼎福)이 ‘동사강목(東史綱目)’에서 “동국통감은… 그 의의가 옳지 못하므로 이제 정통을 기자로 시작한다”고 쓴 대로 단군보다 기자를 받들었다. 만주족의 청나라가 중원을 차지하자 조선만이 중화의 전통을 잇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소중화 사상은 절정에 달했고, 이런 소중화 사상에서 순혈민족주의가 만들어진 것이다. 소중화를 주창했던 조선 후기에 작성된 많은 족보들이 시조를 중국에서 온 것으로 의도적으로 연결한 것은 순혈민족주의가 사대주의와 한 몸임을 보여준다.
순혈민족주의가 득세하면서 북방 몽골리안이자 같은 동이족(東夷族) 계열인 만주족·몽골족 등이 오랑캐로 내몰렸다. “조선(朝鮮)에 조공하는 번국(藩國)들이 여럿이었다”는 ‘삼국지’ 동이전 한(韓)조의 기록이나 고구려 영양왕이 말갈(만주족) 군사 1만여 명으로 요서(遼西)를 공격한 사실 등은 동이족들이 함께 어우러졌던 북방 강역(疆域)의 역사를 보여준다.
현재의 다민족·다인종 사회에 어울리는 공존의 지혜는 우리 고대사에 있다. 나아가 만주족·몽골족 등과 동이족 민족연합 벨트를 구성한다면 민족사의 강역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진다. 반도(半島)사관을 벗어 던지면 전혀 다른 역사의 지평이 펼쳐진다.
이덕일 역사평론가·newhis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