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몽골에 `대한항공 숲`을 만든다
얼마 전, 매년 봄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전 국토가 황사로 심한 몸살을 알았습니다. 안개가 끼여서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경우야 그래도 운치라도 있다고 하겠지만, 온 세상이 누렇게 뜨고 코와 입으로 수입모래가루가 밀려 들어오는 것은 정말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황사의 원인으로는 잘 아시다시피 중국대륙에서 건너온 모래바람이라고 합니다. 전에는 중국에 무슨 모래가 그리 많을까 하고 생각이 들었지만 몽골을 직접 여행하고 보니 중국대륙 깊숙히 몽골사막의 모래바람이 보통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 Mongol Els Sand Dune 울란바토르에서 약 200km 떨어진 모래사막지대 >
어제 뉴스를 들으니 대한항공이 신입직원을 총동원하여 몽골에서 사방사업에 나섰다고 합니다. 이는 금년이 처음이 아니라 수년 전부터 연례행사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대한항공이 울란바토르 교외에 조성한 인공 숲은 "대한항공 숲"으로 한류의 새로운 상징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몽골에 불고 있는 한류의 원조로 대한항공이 몽골에 무상으로 기증한 보잉 727제트여객기를 들 수 있을것 같습니다. 1990년 한국과 몽골이 외교관계를 수립하였어도 특별한 교류가 없었던 1992년에 비록 낡고 소음공해도 심한 기종이기는 하였지만 대한항공에서 사용하던 보잉 727 제트여객기를 몽골에 무상기증하였고 제트여객기를 운용할 조종사및 관련전문인력을 대한항공에서 교육시켰던 것입니다. 그동안 몽골항공은 러시아로부터 임대한 낡은 Tu-154 뿐이었는데 대한항공으로부터 기증 받은 B727 때문에 몽골항공은 제트여객기를 소유한 (own) 항공사로 도약을 하게 된셈입니다. 물론 대한항공은 그 보답으로 유럽노선의 몽골상공 운항허가를 받아 유럽노선의 비행거리단축을 실현시켰다고 합니다.
< 대한항공이 몽골항공에 기증한 동일기종 B727, 그 오른쪽에 몽골항공(MIAT)이 보인다. >
- photographer : Mr.Jin Nakashima from www.airliners.net -
그러고 보면 몽골에서 한국의 위상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입니다. 일본에도, 중국에도, 멀리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도 한류바람이 불고 있지만 몽골의 한류바람은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음반을 통한 연예인들 뿐만 아니라 몽골사람들의 일상생활 깊숙히 자리잡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는 현대 엑셀승용차이다. >
우선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 시내 거리를 누비고 다니는 바퀴 달린 차량들 중에서 차종을 불문하고 가장 많은 것은 현대의 엑셀승용차가 인것 같습니다. 승합차도, 버스도 상태가 좀 깨끗하다 하면 영락없이 국산자동차입니다. 어쩌다 보면 개인택시 마크가 선명한 국산승용차와 사업장 명칭이 그대로 적힌 자가용 승합차들과 노선버스들도 한국에서 건너 온 것을 자랑하듯 한글이 그대로 지우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입니다.
< 몽골-연세 친선병원, 몽골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의료기관이다. >
< 몽골-연세친선병원은 우리 나라의 연세의료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
뿐만 아닙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는 가장 권위있는 병원으로 몽골-연세친선병원이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병원은 연세의료원 세브란스 병원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몽골인 의사들이 세브란스병원에서 교육을 받고 세브란스병원의 의료진이 몽골에서 진료를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 울란바토르 수퍼마켓에 진열된 도시락라면의 포장지에는 몽골어와 한글이 병기되어 있다. >
거리에서 뿐만 아니라 몽골인의 밥상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수퍼마켓에 가도 교민들의 집단 거주지도 아닌 것 같은데 상품진열대에는 낯 익은 국산제품들 뿐만 아니라 몽골제품에서도 한글포장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김치와 깍뚜기, 라면, 그리고 식빵까지 몽골에서 제조한 식료품인데도, 이를 한국교민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도 아닌데도 60년대에 국산제품에 어설픈 영어표기가 유행하였듯이 몽골인들의 생활용품에는 한국어 표기를 한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 깍뚜기와 김치, 심지어 샌드위치빵에도 한글이 적혀있다. >
이렇게 몽골에서 부는 한류열풍은 특정 계층에서만 불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한류열풍과는 깊이가 다른 것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몽골은 우리 나라와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나라입니다. 인천공항에서 울란바토르까지 비행기시간이 불과 3시간, 홍콩보다 더 가까운 거리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뵙니다. 마치 우리 나라와 중국이 국교를 트고 왕래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샹하이가 대만의 타이페이보다 더 먼 것처럼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 인것 같습니다.
< 몽골초원에서 열리는 지역나담축제에 동원된 이동매점에는 국산담배 This가 비싼값에 팔리고 있다. >
이제 몽골은 더 이상 그리 먼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 알려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몽골인들의 생활속에 자리 잡은 한류열풍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오래 지속되어 두 나라 사이의 친선에 가교역할을 할 것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