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비판에 이성잃은 통일부

by 永樂 posted May 22, 2006
개성공단 비판에 이성잃은 통일부  

                                                                                   강철환


요즘 ‘개성공단’을 놓고 韓 - 美간 마찰이 심각하다.

제이 레프코위츠 美 북한인권 특사가 4월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기업이 북한 근로자에게 주는 2달러 이하 일당도 제대로 전달되는지 보장할 수 없다”고 한데 대해 통일부는 이관세 통일부 정책홍보 실장을 내세워 5월 11일 다시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레프코위츠 특사의 지난 기고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 실장은 레프코위츠 특사가 “모니터링 없는 대북지원은 독재정권 유지만 도와준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돕는 것”라며 모니터링을 구실로 인도지원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적대국가에도 사용하기 민망한 '反인권적' '反인도적' 등 북한이 미국을 비난할 때 쓰는 막말까지 동원하며 레프코위츠를 비난했다.

개성공단이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벌인 엉성하기 그지없는 설전이다.

먼저 레프코위츠 특사가 개성공단의 구체적인 실정을 모르고 한 발언이 통일부의 표적이 됐다.  

“일당 2달러도 안되는 처우”라는 발언을 했는데, 미국식 최저 임금인 일당 40달러를 염두에 두어 그런 발언을 한 모양이다. 어떻게 보면 현 상황을 더 좋게 봤다는 점에서 통일부로서는 감사해야 할 발언이다. 레프코위츠 특사가 월급이 2달러라면 아마 기절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실장은 개성공단 근로자가 받는 2달러가 북한 내 근로자의 평균월급의 두 배여서 레프코위츠 특사의 착취 발언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한다.

예전에 레프코위츠 특사를 만나서 북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는 이제 막 북한을 알려고 하는 ‘신참’이어서 단시간 내에 북한현실을 파악하기는 무리가 아닌가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워낙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주위 평가대로 북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고 있었다. 다만 2달러의 월급이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자기 딴에는 일당 2달러로 표현했는데 이것이 한국 언론으로부터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모른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몰랐다기 보다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현실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통일부는 왜 현실을 왜곡할까?

2달러(6000~7000원)가 평균월급의 두 배 이기 때문에 개성공단 근로자는 착취당하는 것이 아니라 혜택을 본다는 이야기인데, 북한에서 쌀 1kg의 가격이 1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2달러로 살수 있는 것은 쌀 6~7kg 정도다. 원래 북한주민들은 월급으로 사는 자본주의 국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가정주부들이 부업과 장사, 뙈기밭 경작으로 최소 10만원이 있어야 굶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평양시민의 경우엔 20~30만원은 벌어야 타 지방보다 높은 물가를 감안해 생존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개성공단 근로자의 2달러 월급은 통일부가 주장하는 대로 북한당국의 착취가 아니라 일반근로자의 평균월급을 기준으로 보면 혜택이라는 인식은 북한의 현실을 왜곡하고 북한정권이 지급하는 2달러의 월급이 정당하다는 식의 북한 편들기가 아닐 수 없다.

개성공단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개성공단에 투자한 기업들은 인력관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채용도 북한정부가 하고 월급도 북한정부가 준다. 남한 측 사장은 돈만내서 투자만 하는 꼭두각시일 뿐이다. 60달러 안팎의 평균월급에서 북한근로자는 정부로부터 2달러 정도 받게 되고 나머지 50달러 이상을 북한정부가 일방적으로 갈취하고 있다.

두 번째는 개성공단에 투입돼 있는 북한근로자들의 인권유린이다. 남한사람들과의 말 한마디도 제대로 할 수 없고, 극도의 감시 속에서 노예처럼 일만해야 한다. 남쪽사람들과 자칫 잘못 어울렸다가는 가차 없이 처벌받게 되는 상황이다.

근로자들은 자신이 일한 대가가 얼마인지도 모르고, 오로지 정권의 돈벌이를 위해 동원된 노예들을 연상케 한다. 개성공단을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북한근로자들의 경직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개성공단이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은 고사하고 최악의 임금착취 표본으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다. 사장이 월급을 얼마나 주는 지도 모르는 채 일하는 근로자는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다. 이러한 현상은 체코의 신발합작공장과 중동, 시베리아 등 국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당국이 90%이상의 수입을 갈취하고 나머지를 근로자에게 지불하고 있다.

체코 신발합작공장 사장으로 근무했던 김태산씨는 공장에서 일하는 타국의 노동자들이 북한근로자들을 보고 “저 사람들은 죄짓고 여기에 왔는가” 고 물었을 때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했다. 여공들이 돈을 아끼기 위해 먹지 않아 영양실조에 걸리고, 주말에도 공원조차 갈 수 없는 통제 속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북한처녀들의 참상은 이미 소개된 적이 있다.

북한정권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나 공장 등에 인력을 파견하고 개성공단을 추진하는 것은 남아도는 북한 인력을 이용해 외화벌이를 하자는 것이지 근로자의 생활향상이나 국가경제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외화벌이 수단이 점점 고갈되는 북한으로서는 값싼 인력을 동원해 월급을 갈취하는 방법은 손쉽게 외화를 벌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정부는 왜 그렇게 개성공단에 목을 매고 있을까?

그것은 아마 남북교류가 잘되는 것이 현 정부가 유일하게 잘하고 있다는 대북정책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일 것이다.  북한정권이 어떤 목적으로 개성공단을 운영하든 마찰 없이 운영되는 것이 현 정부로서는 대북정책의 성과로 국민에게 홍보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북경제교류의 이면을 조금만 관심 있게 본다면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 수 있다. 개성공단 이전에 북한에 투자했던 기업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성공했다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고 모두 망했다는 소식뿐이다.

통일부가 제대로 된 집단이라면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을 흠집 잡아 공격하는데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북한정부에게 외부에서 이런 우려가 있으니 개선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바른 자세일 것이다.

레프코위츠의 발언은 수치상의 잘못이지 큰 틀에서 본다면 잘못된 것이 없다.

근로자는 일한 것 만큼 최소한의 월급을 받아야 하고, 통제가 아니라 자유롭게 직장생활을 해야 할 권리가 있다.

통일부는 북한정부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 위해서 도대체 한 일이 무엇인가?

기업의 인력관리는 최소한의 권리이고 이것을 무시하는 북한정부와 단 한번이라도 얼굴을 붉히면서 논의한 적이 없다. 2달러의 월급이 북한 근로자의 평균월급 보다 많아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통일부가 주장하는 북한현실인데 그렇다면 90%이상의 월급을 정부가 뜯어가는 것을 통일부는 정상이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북한은 외화벌이, 남한은 남북협력의 생색내기로 개성공단 북한근로자들의 처우는 개선될 리 만무하고, 통제 속의 노예노동은 계속되고 북한근로자의 피땀으로 벌어들인 외화는 김정일 정권을 유지하는데 쓰이게 된다.

통일부는 쓸데없는 논쟁에 시간을 허비하면서 정부의 코드를 맞춰 북한 편을 들 것이 아니라  개성공단에서 벌어지는 잘못된 관행들을 하나하나 바꿔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북한정권과 싸우는 것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이다. 진정한 남북교류는 북한정권의 폐쇄적 관행을 시장경제로 바꾸는 일이 먼저 진행 되어야 한다.

경직되고 개인우상숭배가 극도에 이른 북한정권과의 경제교류는 북한정권의 폐쇄되고 경직된 관행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결국 모두 망하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부터 통일부는 통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