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일대 800만평… 문선명 총재가 살 본당 6월 완공
초ㆍ중ㆍ고교, 대학교, 청소년수련원, 병원, 실버타운 등 잇따라 문 열어
서울에서 경춘가도를 달리다 신청평대교를 건너 37번 국도를 타면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닿는다. 설악면 소재지 부근에 이르러 북한강 쪽 동북 방향을 쳐다보면 멀리 산 중턱에 하얗게 반짝이는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건물의 위치와 모양이 유별나 “웬 저런 건물이 산 위에 올라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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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송산리 산 중턱에 들어서는 통일교 '박물관'. 통일교 측은 '본당' '본전성지'란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
여의도 순복음교회와 같은 본당(本堂)을 지금껏 갖고 있지 않았던 통일교는 이 박물관 완공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통일교의 한 관계자는 “박물관을 완공할 때 각국 정상 등 귀빈을 초청해 오픈식을 거행할 예정”이라며 “외형을 중시하지 않는 문 총재님의 스타일 때문에 그 동안 본당이 없었지만 이 박물관이 본당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교는 내부적으로 이 건물에 대해 이러한 설명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통일교가 발간하는 ‘통일세계’ 2005년 10월호에 실린 특집기사에 따르면, 통일교는 2001년 7월 문선명 총재가 참석해 기공식을 가진 이 박물관 건물을 천성산(天聖山) ‘본전성지’라 부르며 “본전성지는 참부모님(문선명 총재를 지칭)께서 생활하실 본궁(本宮)”이라고 쓰고 있다. “이 땅에 왕으로 오신 참부모님이 내적 외적으로 생활하실 수 있는 공간” “세계 어느 나라의 누가 오더라도 데려다 교육시킬 수 있는 본궁” 등의 설명도 나와 있다.
이 건물이 들어서는 곳의 행정지명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송산리. 해발 627m의 장락산 자락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마을이다. 팔당 상수원과 가까운 이곳은 북한강 지류가 마을 아래까지 치고 올라와 산과 강이 어울리는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이 마을 일대는 통일교의 시설물이 이미 집단적으로 들어서 있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시설물의 규모가 상당하지만 통일교 측은 계속 시설물을 건립해 나갈 예정이다. 송산리 일대 800만평이 통일교 소유로 알려져 있어 “송산리에 통일교 왕국이 조성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송산리에 들어서면 마을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건물이 통일교 실버타운이다. 작년 4월 문을 연 ‘청심 빌리지’로, 외관은 흰색의 미려한 호텔 같은 모습이다. 청심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이 실버타운은 3200여평의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로 155가구가 입주할 수 있다. 실버타운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정기적인 성지 순례’ ‘천주청평수련원 수련회 참석’ 등의 신앙생활 부분만 제외하면 종교적 색채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영화음악감상실, 사우나, 물리치료실 등을 갖춘 고급 실버타운 분위기다. 한 안내인은 “일반인도 입주할 수 있다”며 “3300만원의 보증금을 포함해 5년 계약에 8400만원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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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청평수련원 |
2004년 11월 건립된 청아캠프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청소년 수련원으로 7900여평의 대지에 건축 연면적만 6000여평을 자랑한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본관과 같은 규모의 숙소동, 지상 2층의 체육관 건물이 있고 실내외 암벽장, 자연체험실, 국제회의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자아정체성 확립 및 올바른 역사관, 국가관, 세계관을 갖기 위한 청소년 인성교육의 필요성에 의해 설립됐다”는 것이 수련원 측의 설명이다. 이 수련원 역시 특별한 종교적 색채 없이 가족, 봉사, 국제, 환경 등 4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학교 단위 청소년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9일 이곳을 방문했을 때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수련회를 와 있었다. 학생들은 “수련원이 무지 넓은데 좀 심심하다”고 말했다. 경비원은 “이곳은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며 사진 촬영을 막았다.
청아캠프에서 송산리 삼거리로 다시 내려가 북한강변으로 다가서면 ‘천주청평수련원(天宙淸平修鍊苑)’ ‘천성왕림궁전(天城旺臨宮殿)’이라고 쓰인 거대한 석주(石柱)가 양 옆에 버티고 선 게 보인다. 석주의 높이가 10m 이상 돼 보이고 하얀색 돌에 흘려 쓴 한자가 특이해 궁금증이 인다. 차를 몰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경비원이 급하게 나와 막아서며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말씨가 이상해 명찰을 보니 일본인이다. 일본에서 건너온 통일교 신자인 듯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송산리 일대에는 외국인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시설물 경비, 유학생, 교수 등의 신분으로 와 있는 외국인 신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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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청평수련원은 통일교의 성지(聖地)에 해당하는 곳이다. 통일교가 송산리에 둥지를 틀게 된 출발점이 바로 이곳이다. 통일교 측의 기록에 따르면, 문선명 총재는 수련원 부지를 1971년 처음 매입했다. 당시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낚시를 하다 수련원 내 중심 시설물인 천성왕림궁전 부지(송산리 산 75-1번지)를 매입, ‘청평성지’로 정했고 뽕밭이었던 부지에 직접 축대를 쌓고 블록을 나르며 건물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초 문 총재가 지은 성전은 150평 규모의 목조, 슬레이트 건물이었으나 1995년부터 ‘청평성지 역사’를 시작, 1997년부터 2년8개월 간의 공사 끝에 1300여평의 대지 위에 지상 3층, 지하 2층 연건평 5700여평 규모의 천성왕림궁전이 완성됐다. 이곳은 8000명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성전과 1600명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 등 대규모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2000년 2월 문선명 총재의 팔순 잔치가 열리기도 했다. 통일교 측이 ‘복귀된 에덴동산’ ‘지상천국’이라고 부르는 천주청평수련원에는 이 밖에도 높이 33m, 폭 11m의 청심탑을 비롯, 정심원, 친화관 등 시설물이 즐비하다. 북한강으로 배를 타고 나갈 수 있는 선착장도 갖추고 있다. 이 수련원의 부지 면적은 8600평에 이른다.
통일교의 각종 행사가 열리는 이곳 수련원에 대해서는 인근 주민들도 그 규모에 혀를 내두른다. 송산리의 한 주민은 “자세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세계 각국에서 한번에 수만 명 정도는 모이는 것 같다”며 “행사가 있으면 버스가 줄지어 들어간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월 3일부터 7일까지 열린 ‘철쭉정화제’에는 68개국에서 4만2000여명이 참석했다는 게 통일교 측의 말이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초청 가수들과 각국 신자들의 공연 등으로 수련원 전체가 떠들썩 했다고 한다.
수련원이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는 통일교가 운영하는 청심병원이 자리잡고 있다. 2003년에 건립된 이 병원은 ‘리조트형 병원’으로 이미 이름을 날리고 있다. 지상 8층, 지하 4층에 병상 수 280여개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1인실이 많고 한방병원과 특수물리치료실 등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통일교 신자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환자가 많이 찾는 게 이채롭다. 작년의 경우 하루 평균 33.3명의 외국인 환자가 입원해 모두 1만7700여명의 외국인 환자가 다녀갔다. 외국인 환자 중 80%는 통일교 신자, 85%가 일본인이다. 이 때문인지 일본인 의사 4명을 포함, 일본인 의료진만 37명이나 두고 있다. 일본인 환자의 경우 임산부들이 많은데 출산 예정일 40일 전쯤 들어와 수련원에서 묵다 병원에 와서 출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 측은 이 같은 ‘분만 패키지 프로그램’에 항공료를 포함, 약 300만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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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심신학대학원대학교 |
바로 옆에 있는 청심 국제중ㆍ고교는 올해 신입생을 뽑기 시작한 신설학교로 5800평의 부지에 지하 1층·지상 5층짜리 본관 건물(교실건물 3개 동, 실내체육관, 강당), 기숙사, 축구장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사와 국어를 제외한 대부분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고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학년당 100명의 학생을 뽑고 외국인 8명을 포함, 35명의 교사를 두고 있다. 3개월 수업료가 80만원이고 한 달에 50만원의 기숙사비를 별도로 내야 한다. 통일교의 한 관계자는 “두 학교 모두 종교와는 관계없이 순수한 교육 차원에서 운영하는 학교”라며 “선화예고, 선정고, 경복초등학교 등 우리는 이미 여러 학교를 운영해온 노하우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9일 청심 국제중ㆍ고교 교정에는 중간고사를 마친 학생들이 한가롭게 교정을 오가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통일교 박물관 건립 현장을 아느냐”고 물어보니까 “박물관이요?”라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하얀색 멋진 건물”이라고 말하자 그제서야 “학교 뒤편으로 가보라”며 길을 가르쳐 준다. 하지만 학교보다 더 위에 위치한 공사 현장은 진입로가 봉쇄돼 있었다. 역시 일본인 경비원이 “위험해서 일반인은 차량도 들어갈 수 없다”며 길을 가로막았다. 취재진 옆으로 건자재를 실은 트럭들이 부지런히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 경비원은 “공기를 앞당겨 6월 초에 완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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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대 규모의 청소년 수련원인 청아캠프. |
‘통일세계’ 2005년 10월호 기사는 “한국 땅에 하나님의 본궁을 짓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참부모님께서는 남미 브라질 자르딘으로 섭리를 옮겨 가셨다”고도 썼다. 통일교 측은 IMF 이후 브라질 자르딘에 1억평의 대지를 매입하여 신도들을 위한 집단촌을 짓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BBC방송은 1999년 8월 “통일교가 ‘새 희망 농장’이라 불리는 브라질 지상낙원 건설에 이미 2000만달러를 사용했으며 앞으로 10년간 2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천주청평수련원 홈페이지(http://kr.cheongpyeong.org)에는 ‘본전성지’ 완공과 관련된 각종 안내문도 내걸려 있다. ‘본전성지’ 헌금 최종 마감일이 5월 31일까지 2개월간 재연장됐다는 내용도 있고, ‘본전성지’ 지하에 건축 헌금 완납자 명단이 새겨질 ‘메모리얼 홀’이 들어선다는 설명도 있다. 또 ‘본전성지 천정궁(天正宮) 박물관 직원모집 공고’도 있다. 직원 모집공고는 입교 5년 이상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재무회계, 행사, 시설경비, 보안시스템, IT, 인사, 시설관리, 영선, 버스기사, 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통일교가 송산리에 벌이고 있는 역사(役事)는 빈 땅이 널려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진 중인 시설물은 대형 체육관. 통일교 측이 가평군청에 제출한 사전심의서에 따르면 통일교의 ‘체육관 및 부속시설’은 4만4600여평의 부지에 연 건축면적 1만400여평의 규모로 지어진다. 가평군청 도시건축과의 한 관계자는 “2002년에 신청이 들어와 최근 환경평가 등이 끝났다”며 체육관 건설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교는 송산리에 결국 신도들을 위한 집단촌을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세계 평화에 대한 이상을 현실에서 구현해 가고 있다”며 “종교와 인종을 초월해 가정을 이뤄온 우리 신도들이 함께 모여 사는 ‘평화촌’을 송산리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교 측의 기록에 의하면, 문선명 총재는 1960년대부터 이 일대에 ‘세계적인 국제수련소’와 ‘국제적인 여러 교육기관’을 만들고 ‘각국 문화를 종합한 환경도시’까지 건설할 계획을 했다고 한다.
주변이 ‘통일교 왕국’으로 변해가는 데 대해 송산리 주민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15년간 살았다는 한 주민은 “다 통일교 땅인데 자기 땅에서 뭘 하든지 우리가 신경 쓸 일이 뭐가 있겠느냐”며 “어버이날에는 통일교가 노인들에게 잔치도 베풀어줬다”고 말했다. 과거 송산리에는 100여가구가 살았지만 통일교가 땅을 매입하면서 주민들이 하나둘씩 떠나 현재는 10가구 정도만 남아 있다.
송산리 건설 현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송산리 밖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건설 현장에는 몇 년 전부터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통일교가 문화재 및 환경 관련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공사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시민단체들은 송산리 일대가 팔당 상수원과 가까운 수변구역으로 토지용도 변경이 강력히 규제받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준농림지역에서 준도시지역으로 용도변경이 이뤄졌다며 가평군청까지 싸잡아 비판해 왔다.
이에 대해 가평군청의 한 관계자는 “송산리 통일교 시설물에 대한 건설 허가는 환경부의 환경평가를 거쳐 이뤄지는 것”이라며 “수변구역은 하천 500m 이내에만 적용돼 송산리 통일교 시설물에는 적용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준농림지를 준도시지역으로 용도변경 해준 것은 이왕 개발할 바에야 난개발을 막고 전체를 계획적으로 개발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송산리 건설 현장은 반(反) 통일교 측에서 각종 제보와 민원을 제기해서 그런지 검찰 등 수사기관이 연례 행사처럼 훑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송산리 개발현장은 인근을 지나는 서울~춘천 간 민자고속도로 때문에도 관심을 모았다. 통일교 측이 고속도로 노선을 송산리 성지로부터 떨어진 곳으로 변경해 달라는 민원을 줄기차게 제기, 일부 노선 변경이 이뤄져 구설에 올랐다. 설악면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2009년 완공될 서울~춘천 고속도로 때문에 이 일대 땅에 외지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평당 30만원을 호가하고 펜션을 지을 수 있는 곳은 평당 50만원까지 가지만 송산리 인근은 대부분 통일교 소유 땅이어서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정장열 주간조선 차장대우(jrchung@chosun.com)
여수 관광단지ㆍ여의도 쌍둥이빌딩 건립 등 1조원대 사업 잇따라 추진
제조업 위주에서 용평 리조트 인수 등 레저ㆍ관광 분야로 사업 확장
통일교의 창시자인 문선명(86)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는 평생 6번 옥고를 치렀다. 공산치하인 북한에서 2번, 일본에서 2번, 그리고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1번이었다. 북한에서는 1948년 사회질서문란죄로 5년형을 선고받아 2년8개월간 흥남감옥에 갇혔고, 한국에서는 사회혼란죄 등으로 3개월간 구금된 적이 있다. 1973년 미국에 진출한 후에는 탈세혐의로 구속돼 1년6개월간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통일교의 성장 과정이 평탄치 않았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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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선명 총재 부부가 합동결혼식을 주관하고 있다. |
하지만 경기도 가평군 송산리 일대에서 벌어지는 통일교의 대규모 건설에서 보듯 통일교는 최근 다시 천문학적인 자금을 앞세워 한국으로 유턴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년간 이뤄져온 통일교의 대대적인 국내 투자도 이러한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최근의 국내 투자 중 가장 규모가 큰 여수 화양지구 개발은 문 총재가 직접 챙기는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문 총재는 작년 6월 여수로 내려가 김충석 여수시장 등 지역 기관단체장 10여명을 초청해 사업 구상을 밝혔다. 당시 참석자들은 통일교 측이 제공한 헬기로 사업대상 지역을 돌아본 후 거문도로 이동해 해상에 배를 타고 나가 문 총재로부터 사업구상을 들었다.
당시 문 총재는 “여수 지역 투자를 위해 3억달러를 일본은행에 예치해 놓고 있으며 지역민의 협조와 행정적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면 예정된 관광개발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총재는 “여수 지역에서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본은행에 예치된 3억달러로 무안에 있는 800만평의 땅을 매입할 생각”이라며 “여수를 그룹의 메카로 운영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이처럼 문 총재가 직접 챙긴 결과인지 여수 프로젝트는 현재 쾌항 중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여수 화양지구에 대한 복합관광레저단지 개발 계획을 승인했다. 화양지구는 전남도가 지정한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에도 속해 있어 개발에 대한 행정적 걸림돌도 상대적으로 적다. 화양지구 개발 사업 시행자인 통일교 계열사 ㈜일상은 앞으로 이 일대 302만평에 2015년까지 1조5031억원을 투자, 해양 스포츠·레저·관광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1단계인 2010년까지 호텔 6동(876실), 콘도 5곳(632실), 펜션 2곳(158실), 수족관 공원과 보트 계류장, 해양전망대 등이 들어서고, 2단계로는 세계민속촌, 케이블카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통일교 측은 올 연말쯤 1500여억원을 들여 땅 보상을 시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의 재원은 ㈜일상이 회원권 등을 분양해 국내에서 5800억원을 조달하고, 국외투자유치로 7600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를 둘러싸고는 현지 기독교계의 반발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대규모 투자에 대한 현지의 호응, 특히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와 맞물려 탄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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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7월 '피스컵 코리아' 전야제에서 곽정환 조직위원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이밖에도 통일교는 2007년까지 경기도 김포 일대에 2억5000만~3억달러를 투자해 총 5만평 규모의 헬기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 아래 땅을 매입하고 있고, 2003년 용평리조트 지분 인수(91.5%), 2004년 외국계 편드를 동원한 서울 강남의 센트럴시티 지분 인수 등 2000년 이후 잇달아 국내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확장의 배경으로 통일교가 과거 제조업에 치중하던 데서 탈피해 앞으론 관광·레저·스포츠 분야 등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 총재를 메시아로 보는 독특한 교리 때문에 기독교계로부터 이단시돼온 통일교는 왕성한 비즈니스라는 측면에서도 기성 종교와는 구분된다. 통일교가 보유한 사업체는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다. 국내의 경우 IMF 위기를 겪으며 한국티타늄, 통일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들의 소유권이 넘어갔지만 얼마 전 재인수한 일화를 비롯, 아직도 20여개의 사업체가 있다. 농원관리를 하다 여수 프로젝트를 맡은 ㈜일상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가 많다.
통일교는 세계일보, 미국의 워싱턴타임스, UPI통신 등 언론매체도 소유하고 있고 성남일화 축구단, 브라질의 소로카바 축구팀 등의 프로축구단과 리틀엔젤스 예술단, 유니버설 발레단 등의 문화예술단체, 미국의 브리지포트 대학, 선화예술고 등 다수의 학교도 보유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평화자동차 등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통일교는 미국과 일본에만 수백 개의 사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실상은 외부에 알려진 바가 없다.
미국의 시카코 트리뷴지는 지난 4월 12일자 1면 머리기사 ‘특별취재 : 초밥과 문 목사(Sushi and Rev. Moon)’라는 기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통일교의 미국 내 사업체를 파헤쳤다. 기사에 따르면 문 총재는 이미 30여년 전 미국에서 생선 장사가 앞으로 크게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보고 ‘트루월드그룹(True World Group)’이라는 수산물 회사를 차렸다고 한다. 이 회사는 문 총재의 예상대로 현재 미국 전역의 음식점 7000곳에 생선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에서 일식집이 호황을 누리면서 생선을 잡는 것은 물론, 생선 유통과 소매업까지 진출해 있다. ‘시카코 트리뷴’지는 이 기사에서 “해산물을 즐기는 사람 중 알고 그러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입에서 살살 녹는 참치회나 장어구이를 먹을 때 그들은 바로 문 목사의 종교 활동을 간접적으로 돕고 있다”고 썼다. 이 기사가 나간 후 미국 내 독자들은 인터넷에서 ‘스시를 먹어야 하느냐 마느냐’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통일교가 이처럼 비즈니스에 주력하는 이유 역시 독특한 교리와 연관이 있다. 통일교는 이념과 이론에만 몰두하지 않고 행동을 통해 이념과 이론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화를 지향한다면 실제 평화를 위한 액션을 취한다는 식이다. 팔레스타인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중재 역할을 자청하는 것이나 북한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 인종을 초월해 가정을 꾸리게 하는 것도 이러한 액션의 일환이다.
통일교는 자신들이 벌이는 교육 및 언론사업, 다양한 기업활동 등도 자신들의 이념과 이론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내세지향적이고 영적인 종교만으로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고 문화와 스포츠를 통해 평화이념을 현실 속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게 통일교 관계자들이 강조하는 말이다. 통일교(선문평화축구재단)가 200만달러의 우승상금을 내걸고 2003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피스컵 축구대회가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다. 통일교의 2인자로 꼽히는 곽정환 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 회장은 “통일교가 교단 유지, 발전을 위해 쓰는 예산은 총수입의 10% 미만”이라며 “90% 이상을 평화사업 등 외부활동에 투입한다”고 말한 바 있다.
1954년 서울 성동구 북학동에서 ‘세계기독교신령협회’로 시작된 통일교는 숱한 파문과 갈등을 일으키면서도 무시 못할 기세로 성장해 왔다. 통일교 측은 현재 세계 190여개국에 선교사를 내보내고 있고 150만명의 열성 신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확한 신도 수는 밝히지 않고 있다.
탄생 반세기가 지난 현재의 통일교는 사실 종교와는 다소 거리가 먼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사업체 운영 등 현실지향적인 모습도 그렇고 교리에서도 종교적 색채가 많이 지워졌다. 통일교는 40주년을 맞은 1994년 정식 명칭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바꿔버렸다. 교회가 아닌 가정을 중심으로 두고, 가정이 인간 구원의 출발점이라는 ‘참가정 실천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통일교는 2004년 총선을 앞두고는 천주평화통일가정당(일명 가정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선거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가정당을 통해 일반인에 대한 정치·사회 교육을 한다는 취지였다.
‘가정이 천국의 최소 단위’라고 주장하는 통일교는 세계평화 구현이라는 현실적 목표도 추구해 왔다. ‘유엔을 대체할 세계평화기구를 구성한다’며 ‘세계평화 초종교 초국가 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매년 각국 전·현직 정상을 초청해 ‘세계평화를 위한 정상회담’도 열고 있다.
문 총재는 2005년부터는 천주평화연합을 결성, 현실세계의 평화만이 아닌 영적 세계의 평화까지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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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통일교 부지에 들어설 70층 쌍둥이 빌딩 조감도. |
지난해 9월 뉴욕 링컨센터에서 천주평화연합 창설식을 가진 문 총재는 이후 미국 12개 도시와 한국의 12개 도시를 비롯, 세계 120개국을 돌며 천주평화연합 운동을 설파했다.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해 한 나라에서 행사를 마치고 바로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강행군이었다고 한다. 통일교 관계자들은 당시 일정을 근거로 고령의 문 총재가 아직 건강과 체력에 이상이 없다고 강조하곤 한다. 문 총재의 여정은 작년 12월 일산 국제전시장(KINTEX)에서 민단과 총련계 등 재일동포 1만여명과 이북5도민 지도자, 영·호남 지도자 등 5만여명을 모아놓고 천주평화연합의 역할과 남북통일에 대해 연설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통일교가 왕성한 비즈니스를 벌이고 세(勢)를 유지하는 바탕에는 물론 신도들의 헌금이 있다. 이는 통일교의 막강한 외자(外資) 동원 능력의 비결이기도 하다. 통일교 측은 구체적인 외자 동원 방식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꺼리지만 국내에 입국하는 신도들이 내는 헌금도 무시 못할 비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국내에 입국하는 통일교 신도만 30만명 가량이고 한국인과 결혼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 여성 교인 수만도 1만명 가량 된다. 통일교 신자들은 독특한 종교의식인 ‘조상 해원식(解怨式)’이나 합동결혼식 때 헌금을 한다.
정장열 주간조선 차장대우(jr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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