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NATO와 UN사무총장

by 永樂 posted Jun 27, 2006
"한국, NATO 들어와라"
[중앙일보 2006-06-27 05:07]

[중앙일보 강찬호] 미국과 영국이 한국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글로벌 파트너'로 참여시키자고 공식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08년 한국이 나토와 손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4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미국과 영국이 한국과 일본.호주 등을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로 참여시키자고 공식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영국은 한국이 나토와 가치를 공유할 뿐 아니라 국력도 충분한 나라라고 판단해 이같이 제안했으며, 이에 대해 다른 나토 회원국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한국 외교부 장관으로는 처음 나토를 방문, 연설해 큰 환영을 받았다"며 "미국은 한국 정부 측에 여러 차례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설명하고 한국의 참여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올해 11월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파트너십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만일 여기서 승인이 이뤄지고, 이어 한국이 파트너로 참가키로 결정할 경우 이르면 2008년부터 한국이 나토의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이 나토 파트너가 되면=나토는 기본적으로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One for All, All for One)' 원칙에 입각한 집단방위 체제다. 한 회원국이 공격을 당하면 다른 회원국이 즉각 연합해 반격한다. 그러나 파트너는 회원국이 아니므로 이런 집단 군사행동을 할 의무도, 이유도 없다. 대신 ▶지진해일 같은 글로벌 재해 복구▶전쟁 복구나 대형 테러가 발생한 지역의 평화 유지 활동 등에 선택적으로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나토 파트너십의 한 가지 모델로 아프가니스탄을 들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9000명 선의 나토 병력이 평화 유지 활동을 하고 있으며 미군 숫자는 나날이 줄고 있다. 또 나토의 파트너가 되면 기존 회원국들로부터 군사기술.정보를 제공받고, 우리 군 관계자들이 나토 회원국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 나토의 아시아 확장 배경=미국과 나토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 중인 미국은 이에 수반되는 평화 유지 활동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구조 등에서 한국과 일본.호주 등 동맹국들의 광범위한 협조를 바라고 있다. 다루기 힘든 유엔 대신 나토를 아시아권까지 확장해 적극 활용한다는 계산도 들어 있다. 미국은 그동안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와 중국 등의 반발에 부닥쳤을 때 정치.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대안으로 나토를 활용해 왔다. 브뤼셀의 나토 본부도 파트너십 확장에 적극적이다. 냉전이 끝나면서 대(對)소련 방어라는 기능이 소멸한 나토는 조직을 지구적으로 확대해 위상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 문제점=미국과 나토 본부는 11월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릴 나토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파트너십 계획을 추인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의 나토 주도권을 견제해 온 러시아.프랑스 등이 이를 반대하며 세를 모을 경우 파트너십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또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나토의 시도에 중국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한국 스스로 북한이나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해 파트너십 가입을 주저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한국의 나토 초청은 북한과는 전혀 무관하며 중국의 나토 파트너십 참가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한국의 나토 내 활동 범위는 평화 유지 활동, 재난재해 구호 등 비군사 분야에 국한될 것임도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stoncold@joongang.co.kr

◆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나토는 26개 정식 회원국 외에 러시아.우즈베키스탄 등 20개국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파트너는 나토의 집단적인 군사행동에는 동참하지 않고 평화유지.재난구조.위기관리.군축 등 나토의 비(非)군사 활동에만 자율적으로 참가한다. 파트너 국가들은 나토 본부에 사절단을 파견하고 교섭할 권리를 가지며 매년 나토 전 회원국과 공동으로 유럽-대서양회의(Euro-Atlantic Council)를 열어 현안을 다룬다.

반기문 외무, 유엔호 새 선장 될까


한국의 반기문 외무장관은 지난 5월 31일 뉴욕 맨해튼의 미 외교협회(CFR) 오찬 모임에서 연설했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이기 때문이었다. 외국인의 억양이 강한 영어였지만 반 장관은 차분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내용 하나하나가 전혀 흠잡을 데 없었다. 유엔이 악명 높은 '제로섬 게임'을 탈피해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 장관의 말은 한마디로 외교가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축소판인 셈이었다. 어느 누구의 비위도 거스르지 않았지만 세계 최대 국제기구인 유엔의 사무총장에 선출되면 무슨 일을 하겠느냐는 점에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한 내용이 거의 없었다. 반 장관은 자신이 "화합론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 모두는 자신과 다른 사람, 그리고 우리 후세들에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유엔에 절실한 문제는 화합만이 아니다. 이라크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의 부패 의혹으로 유엔은 얼굴에 먹칠을 했고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사퇴 압력까지 받았다. 독자적으로 이라크전을 일으킨 미국은 유엔의 무능함을 질타해 왔다. 이라크전의 지지부진함 때문에 부시 행정부의 인기는 계속 추락 중이다. 다른 나라 역시 미국을 좇아 유엔의 능력과 필요성에 의문을 표한다. 유엔의 운영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비판자들이 점점 늘어난다. 올해 후반 코피 아난(5년 임기가 12월 31일 끝난다)의 후임이 선출되면 신임 사무총장은 엄청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유엔이 현재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안다고 회의론자들에게 입증하는 일이다.

반 장관은 현재까지 차기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 3명 중 하나다. 나머지 두 명은 스리랑카의 자얀타 다나팔라 전 유엔 군축담당 사무차장과 태국의 수라끼앗 사티아라타이 부총리다. 그러나 그들이 출마를 선언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유리하다고 말하기 힘들다. 지금까지 유엔 사무총장 선출 과정은 '눈 가리고 아웅'식이었다. 물밑 로비, 안보리 상임이사국들 사이의 힘겨루기, 후보자들에게 더 많은 영향력을 부여하려는 흥정이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 늘 개입됐다. 브라이언 우르쿠하트 전 유엔 사무차장도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미궁 중 가장 복잡한 절차로서, 늘 강대국들 간의 비밀에 둘러싸여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출 과정의 어느 시점에 어떤 변수가 돌출할지 아무도 모른다. 실제로 유엔은 전혀 의외의 인물을 사무총장으로 선출한 적이 적지 않았다. 초기 사무총장 중 한 명인 스웨덴의 다그 함마르셸드는 1953년 4월 1일 사무총장에 선출됐다는 통보를 받을 때까지 자신이 출마했는지조차 몰랐다. 그 소식을 듣고 함마르셸드는 처음에는 만우절 농담이겠거니 생각했을 정도였다.

뉴스위크 MALCOLM BEITH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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