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셔볼 분) 음양론의 사망

by 永樂 posted Jun 29, 2006
“생명복제는 음양론 사망선고”
2006년 06월 26일
김희경 동아일보 기자 susanna@donga.com
2006년 6월23일 서울 성균관대에서 열린 한국동양철학회 정기학술발표회에서 ‘동양의 음양생성론과 현대 생명공학의 비교검토’ 논문을 발표한 김정일(강원대 강사·사진) 박사는 “생명체 복제라는 이슈는 동양 음양론의 절대성을 정면으로 논박할 수 있게 하는 과학으로부터의 메시지”라며 “동양의 음양론적 생명관과 세계관은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동양의 음양론적인 생명관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남자를 ‘giver’로 보고 여자를 ‘receiver’로 보아온 전통적인 남녀관도 바뀌어야 하며 여자는 생식에 대해 우월성을 갖고 있는 ‘maker’로 자리매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동양에서 2000년 이상 이어온 음양 생식의 절대논리는 중국 주나라 이후 굳어진 부계중심사회의 산물이다. 그 이전엔 은나라 시조 설(卨)이 그의 어머니 간적이 목욕하다 현조(玄鳥)가 떨어뜨린 알을 삼키고 임신해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등 씨족 시조의 탄생설화에선 아예 남(부)성의 존재가 배제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동양철학에서 ‘음양’이라는 문자는 처음엔 구름이 해를 가려 흐린 상태를 상형한 음(x)과 쨍쨍 내려 쪼이는 햇볕을 상형한 양(양)으로 표현됐고 지상의 산언덕에 의해 양지와 그늘이 생기는 것에 착안해 부(阜·언덕)방을 더해 ‘음양(陰陽)’으로 확정됐다. 이것이 한대에 이르러 더 발전되어 음양이기가 우주만물 변화생성의 원리일 뿐 아니라 남녀 자웅 등 생식에서부터 선악, 호오, 득실, 군신상하 등 모든 질서와 가치판단의 준거가 된 것. 음양론의 대표적 논리인 음양생식론은 유가철학에 흡수되면서 인륜지대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현대 생명공학은 그 근본을 뒤흔들었다는 것이 김 박사의 주장이다.

줄기세포와 생명복제기술의 핵심은 난자와 정자의 수정이 아니라 난자와 체세포핵의 수정이라는 무성생식적 방법이다. 복제기술에서 핵심은 난자에 대한 조작기술이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는 난자가 생명의 주체인 것이다. 자연적 유성생식에서도 난자가 주체인 것은 마찬가지다. 3억 개 정도의 정자는 오직 하나뿐인 난자에 들어가려고 고군분투하다 한 개만 선택받는다.

그런데도 “생명체 복제 이론이 나오기 이전까지 음양론의 절대성이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점은 동양철학의 약점을 입증하는 예”라는 것이 김 박사의 주장이다.

지동설을 비롯해 뉴턴, 다윈, 아인슈타인의 과학을 수용해 우주관과 생명관을 수정해 온 서양철학과 달리 “송·명대 이후 동양철학은 심학(心學)에 치우쳐 세계에 대한 경험적, 과학적인 탐구 자세가 결여돼 있다”는 것.

그는 또 “여성운동가들도 줄기세포문제에 대해 난자 기증 등 윤리적 문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생명체 복제 과정에서 난자의 역할이 남녀관계에 암시하는 바에 초점을 맞춰 기존의 종적인 남녀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