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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상씨 딸의 뜻밖의 발언
현장에서 취재를 하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부분에서 뜻밖의 취재원에 의해 아주 중요한 발언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원래 그 취재 목적이나 기사의 방향에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신문에 게재되는 최종 기사에서 빠질 수 있다. 이것은 그 부분이 게재될 가치가 없다거나 의도적으로 삭제해서가 아니라 기사의 지면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지난 6월 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우익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했다. KBS 1TV가 방영중인 드라마 '서울 1945'가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택상 전 총리 등 대한민국 건국 주역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회견장에 나온 장택상 전 총리의 3녀 장병혜(張炳惠) 박사가 상당히 뜻밖의 말을 했다. 기자회견 전체의 내용과도 이질적인 이야기여서 기사에 나오지는 않았다. 다른 신문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냥 묻어둘 수 없는 발언이라 판단돼, 기록을 남기기 위해 여기에 그 내용을 싣는다. 주관적 논평 없이 오직 당시 기자회견 현장의 사실만을 기록한다. 관련 학자들이 인용하거나 연구에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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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9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단체 모임'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장병혜 박사는 드라마 '서울 1945'에서 1947년 여운형 암살의 배후에 장택상씨 등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부분은 사실 왜곡이라고 주장하던 도중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이 자리에서 폭로를 하겠어요. 이건 제 아버지(장택상 당시 수도경찰청장)가 생전에 저한테 하신 말씀입니다. 당시 송진우, 여운형, 장덕수 선생 암살 사건이 일어날 때 화살이 자꾸 김구(金九) 선생한테로 갔어요. 미 군정이 의심을 한 거죠. 그러자 저희 아버지는 '어떻게 애국자를 미 군정 법정에 서게 할 수 있느냐'며 김구 선생과 관련된 사건 자료들을 일체 말소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김구 선생이 범인이 아닌 참고인으로 법정에 설 수 있었던 거예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장 박사에게 가 질문했다.
- 부친으로부터 언제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까?
"아마 내가 여고 2~3학년 때였을 거예요."(장병혜 박사는 1932년생임)
- 그럼 김구 선생이 세 암살 사건의 배후에 있었다는 건가요?
"그야 저는 모르죠. 미 군정에서 배후 인물로 의심을 했던 겁니다."
- 부친은 어떤 자료들을 말소했다는 겁니까?
"세 암살 사건의 관련 인물 중에 김구 선생의 부하들이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 이 이야기를 전에 한 적이 있습니까?
"오늘 처음 얘기하는 거예요."
(이하는 그날 기자회견 기사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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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인사들 모함” 시민단체 반발
KBS 드라마 ‘서울 1945’ 史實왜곡 논란
“방송 즉각 중단·사장 사퇴” 촉구
KBS 드라마 ‘서울 1945’가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택상 전 국무총리 등 대한민국 건국의 주요 인사들의 행적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사랑모임, 북핵저지시민연대, 자유시민연대 등 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단체 모임’은 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가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서울 1945’가 허위 날조된 사실로 대한민국 건국의 원훈(元勳)들을 중상 모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 박사와 장 전 총리의 셋째 딸 장병혜 박사도 참석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KBS 드라마가 여운형의 암살배후로 이승만·장택상 두 건국인사를 연루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광복 직후 장택상 수도경찰청장 휘하에서 일하던 ‘박창주’라는 인물이 여운형을 살해하려 한 것으로 묘사된 부분 ▲자작 칭호를 받은 친일파의 딸인 여류 피아니스트 ‘문석경’이 이승만 박사의 수양딸로서 거처인 돈암장에 드나드는 것으로 묘사된 부분 등이 대표적인 왜곡 사례라고 말했다. 여운형 암살사건은 1949년 미 육군 정보국에 제출된 비밀문건 ‘실리(Cilley) 보고서’에서 ‘우익 테러조직인 백의사(白衣社)와 연계돼 있다’고 밝혀진 사건이며, 이승만·장택상 두 인사와는 무관하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이인수 박사는 “마치 북한에서 대한민국을 헐뜯기 위해 제작한 드라마 같았다”면서 “미 군정과 오히려 대립 관계에 있었던 이 전 대통령이 마치 미 군정의 앞잡이처럼 나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병혜 박사는 “KBS가 국민들을 상대로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KBS 정연주 사장에게 ‘서울 1945’를 즉각 중단하고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KBS 시청거부 운동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장택상씨 딸의 뜻밖의 발언
현장에서 취재를 하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부분에서 뜻밖의 취재원에 의해 아주 중요한 발언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원래 그 취재 목적이나 기사의 방향에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신문에 게재되는 최종 기사에서 빠질 수 있다. 이것은 그 부분이 게재될 가치가 없다거나 의도적으로 삭제해서가 아니라 기사의 지면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지난 6월 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우익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했다. KBS 1TV가 방영중인 드라마 '서울 1945'가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택상 전 총리 등 대한민국 건국 주역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회견장에 나온 장택상 전 총리의 3녀 장병혜(張炳惠) 박사가 상당히 뜻밖의 말을 했다. 기자회견 전체의 내용과도 이질적인 이야기여서 기사에 나오지는 않았다. 다른 신문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냥 묻어둘 수 없는 발언이라 판단돼, 기록을 남기기 위해 여기에 그 내용을 싣는다. 주관적 논평 없이 오직 당시 기자회견 현장의 사실만을 기록한다. 관련 학자들이 인용하거나 연구에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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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9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단체 모임'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장병혜 박사는 드라마 '서울 1945'에서 1947년 여운형 암살의 배후에 장택상씨 등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부분은 사실 왜곡이라고 주장하던 도중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이 자리에서 폭로를 하겠어요. 이건 제 아버지(장택상 당시 수도경찰청장)가 생전에 저한테 하신 말씀입니다. 당시 송진우, 여운형, 장덕수 선생 암살 사건이 일어날 때 화살이 자꾸 김구(金九) 선생한테로 갔어요. 미 군정이 의심을 한 거죠. 그러자 저희 아버지는 '어떻게 애국자를 미 군정 법정에 서게 할 수 있느냐'며 김구 선생과 관련된 사건 자료들을 일체 말소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김구 선생이 범인이 아닌 참고인으로 법정에 설 수 있었던 거예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장 박사에게 가 질문했다.
- 부친으로부터 언제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까?
"아마 내가 여고 2~3학년 때였을 거예요."(장병혜 박사는 1932년생임)
- 그럼 김구 선생이 세 암살 사건의 배후에 있었다는 건가요?
"그야 저는 모르죠. 미 군정에서 배후 인물로 의심을 했던 겁니다."
- 부친은 어떤 자료들을 말소했다는 겁니까?
"세 암살 사건의 관련 인물 중에 김구 선생의 부하들이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 이 이야기를 전에 한 적이 있습니까?
"오늘 처음 얘기하는 거예요."
(이하는 그날 기자회견 기사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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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인사들 모함” 시민단체 반발
KBS 드라마 ‘서울 1945’ 史實왜곡 논란
“방송 즉각 중단·사장 사퇴” 촉구
KBS 드라마 ‘서울 1945’가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택상 전 국무총리 등 대한민국 건국의 주요 인사들의 행적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사랑모임, 북핵저지시민연대, 자유시민연대 등 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단체 모임’은 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가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서울 1945’가 허위 날조된 사실로 대한민국 건국의 원훈(元勳)들을 중상 모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 박사와 장 전 총리의 셋째 딸 장병혜 박사도 참석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KBS 드라마가 여운형의 암살배후로 이승만·장택상 두 건국인사를 연루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광복 직후 장택상 수도경찰청장 휘하에서 일하던 ‘박창주’라는 인물이 여운형을 살해하려 한 것으로 묘사된 부분 ▲자작 칭호를 받은 친일파의 딸인 여류 피아니스트 ‘문석경’이 이승만 박사의 수양딸로서 거처인 돈암장에 드나드는 것으로 묘사된 부분 등이 대표적인 왜곡 사례라고 말했다. 여운형 암살사건은 1949년 미 육군 정보국에 제출된 비밀문건 ‘실리(Cilley) 보고서’에서 ‘우익 테러조직인 백의사(白衣社)와 연계돼 있다’고 밝혀진 사건이며, 이승만·장택상 두 인사와는 무관하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이인수 박사는 “마치 북한에서 대한민국을 헐뜯기 위해 제작한 드라마 같았다”면서 “미 군정과 오히려 대립 관계에 있었던 이 전 대통령이 마치 미 군정의 앞잡이처럼 나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병혜 박사는 “KBS가 국민들을 상대로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KBS 정연주 사장에게 ‘서울 1945’를 즉각 중단하고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KBS 시청거부 운동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