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하는 한국경제 (이필상)

by 永樂 posted Sep 04, 2006
역주행하는 한국경제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은 7875억달러로 세계 12위였다. 2003년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세계11위에 올라 10대 경제대국 진입을 목전에 두었었다. 그러나 2004년 인도, 2005년 브라질에 잇달아 추월당하며 한 단계 떨어졌다. 문제는 현재의 위치도 불안하다는 것이다. 13위 멕시코, 14위 러시아, 15위 호주가 추격하고 있어 언제 밀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는 신흥공업국가군인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뒤떨어졌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중국은 연평균 10%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기록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중국의 2005년 GDP는 1조9400억달러로 이미 세계 6위다. 인도 역시 연평균 7% 안팎의 고속 성장을 하며 중국을 뒤쫓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증가, 지식 및 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 내수시장의 활성화 등으로 세계 4대 경제권으로 지목받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 됐다. 이에 따라 경제는 8년 연속 상승세를 잇고 있다. 올해에도 GDP가 6.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브라질의 약진은 눈부시다. 지난해 브라질의 GDP는 7961억달러로 전년 대비 31.8%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세계 15위에서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브라질의 GDP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헤알화의 가치 상승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이는 브라질 경제가 통화의 급격한 상승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국제경쟁력이 강화됐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뒤로 처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 세계 흐름 속에서 다른 나라들은 경제성장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한가한 성장과 분배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구축하고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자 성장을 주장하면 보수, 분배를 주장하면 진보라는 이분법적인 사회분열이 나타났다. 문제는 정부가 경제와 민생을 분리하여 경제는 수출과 증권시장의 호조에 따라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양극화로 인해 민생의 어려움이 나타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정책은 성장동력의 창출보다는 분배 개선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대표적인 정책이 억지 부동산투기 억제 정책이다.

정부는 400조원이 넘는 유휴자금이 갈 곳이 없어 부동산 투기를 일으키자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재건축이익환수 등 초강수 세금정책을 동원하여 부동산시장을 마비시키는 정책을 폈다. 이러한 분배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사회갈등은 고조되고 경제는 표류 상태에 이르렀으며 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더구나 정부정책은 자금 흐름의 경색을 가져오고 건설투자를 위축시키면서 잠시 반짝하던 경기마저 다시 꺼뜨리는 부작용을 유발했다. 그리하여 실업과 부채의 악순환 속에서 고통을 겪는 서민들을 거꾸로 파산의 수렁으로 밀어넣는 결과를 낳았다. 이렇게 3년반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 경제는 브릭스를 중심으로 하는 후발국들의 공격에 덜미를 잡힌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성장없는 분배는 허구라는 진실을 깨달아야 한다. 특히 세계 각국이 남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자신이 쓰러지는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분배에 대한 집착은 스스로 쓰러지는 자해행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규제완화, 세금감면 등 획기적인 투자환경 개선대책을 내놓아 경제생태계의 복원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미래산업을 일으키고 경쟁력을 길러 경쟁국들을 압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서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살고 정부도 세원을 넓혀 복지를 확충할 수 있다.

이런 견지에서 1100조원의 추가 재원을 조달해서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복지 지출을 늘리겠다는 ‘비전 2030’은 문제가 많다. 이는 국민에게 세금 덤터기를 씌워 복지국가를 실현하겠다는 자가당착이다. 정부는 또 다른 국력 소모적 논란거리를 만들지 말고 경제회생 대책부터 마련하여 기업과 국민에게 신나는 일터를 만드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이필상 / 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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