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4세대 원심분리기 자체제작 성공의 함의
신 성 택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이란이 농축속도와 생산능력을 대폭 향상시킨 최신형 우라늄농축 장치를 자체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국영TV는 2월 15일 이란원자력에너지기구(IAEO)의 자료를 원용해 “중부 나탄즈 우라늄농축 시설에서 정제 속도가 향상된 제4세대 원심분리기 제작에 성공했다”면서 이는 “핵개발 프로그램의 뚜렷한 진전”이라고 보도했다.
IAEO는 또 이란 국내기술로 만든 핵연료봉을 이날 테헤란 핵연구소에 있는 원자로에 최초로 장착했다고 밝혔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도 핵연료봉 장착 행사에 참석하여 “3,000개의 제4세대 신형원심분리기를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이란이 가동 중인 원심분리기 수는 약 9,000개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미 지난달 1일 핵연료봉의 자체 생산,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시설에서는 2.5%와 4%, 20%의 농축우라늄 생산이 가능하다. 우라늄농축도 20%는 저농축에서 고농축으로 넘어가는 문턱으로써 핵무기 제작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자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정한 금지선(red line)이기도 하다. 20% 고농축우라늄 정제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은 이제 이란이 외부의 지원 없이도 핵프로그램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페레이둔 압바시 다바니 IAEO 의장은 “이번 성과는 외부세력의 무자비한 훼방에 대한 강력한 응답”이라고 주장했다. 이제부터 핵무기개발에 속도를 올리겠다는 이란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란이 운용중인 원심분리기 스펙]
종류 / 원조모델 / 튜브 재질 / 규 격 / 농축 능력
P-1 / S(C)NOR / 알루미늄 / 지름:10㎝ 길이: 2m / 3 SWU/yr
P-2 / G-2 / 머레이징 鋼 / 지름:15㎝ 길이: 1m / 6 SWU/yr
P-3 / 4-M / 머레이징 鋼 / 지름:20㎝ 길이: 2m / 12 SWU/yr
P-4 / SLM(TC-10) / 머레이징 鋼 / 지름:15㎝ 길이: 3.2m / 21 SWU/yr
/ TC-12 / 탄소섬유 / 지름:20㎝ 길이: 3m / 40 SWU/yr
/ AC100 / 탄소섬유 / 지름:60㎝ 길이: 12m / 330 SWU/yr
위의 도표에서처럼 이란은 P-1 타입부터 P-4 타입 개발에 이르기까지 원심분리기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시켜 왔다.1) 원심분리기 성능은 원형튜브의 재질, 크기, 회전속도에 좌우된다. 재질이 알루미늄(P-1), 머레이징 鋼(P-2, P-3), 탄소섬유(P-4) 등으로 개선되면서 원형튜브의 크기(체적 대비 216배)와 회전속도(5배)가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고농축 우라늄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란의 향상된 원심분리기 설계기술과 제조능력은 인접한 회교국 파키스탄으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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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표에서처럼 원심분리기는 진화를 거듭했다. 우라늄을 농축하기 위해서 원심분리기를 최초로 고안한 사람은 독일의 기계공학자 지페(Gernot Zippe, 1917~2008)이다. 지페박사는 우라늄 연료봉을 만드는 다국적기업(독일, 네델란드, 영국, 미국 합작) URENCO에서 튜브형 원심분리기를 제작했다. 원통형 튜브 내부에 다양한 형태의 회전체(orbital rotor)를 장착하여 가스형태의 육불화우라늄(UF6)을 위에서 아래로 통과시킨다. 광산에서 정련된 우라늄정광(yellow cake)은 U-235(0.7%)와 U-238(99.3%)로 구성되어 있다. U-238이 U-235에 비하여 중성자 3개만큼 무겁기 때문에 고속(20,000~100,000 rpm) 회전체내에서는 보다 무거운 U-238이 원심력에 의하여 튜브 바깥쪽으로 밀려난다.
원심분리기 1개에서 1년 동안 U-235와 U-238로 분리 처리되는 천연우라늄의 총량을 분리작업단위(SWU: separative work unit)라고 부른다. 농축할 때 필요한 일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예를 들면 0.72%의 천연우라늄에서 4%로 농축시킨 우라늄 1㎏을 만들기 위해서는 5.834㎏ SWU의 분리작업량이 필요하다. 분리작업량은 우라늄 농축도․폐기농도(tails assay)에 따라 달라진다. 즉 우라늄 농축도를 높인다든지 폐기농도를 낮게 하는가에 따라 분리작업량이 커지게 된다. 우라늄을 농축할 때 1대의 원심분리기에서 농축되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원심분리법에서는 여러 대의 원심분리기로 직열과 병열로 반복시켜 농축할 필요가 있다. 이때의 장치가 캐스케이드이다. 단위는 보통 ㎏ SWU, ton SWU로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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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자체제작에 성공한 제4세대 원심분리기는 미국의 USEC(United States Enrichment Corporation)가 2002년부터 운전에 들어간 AC(American Centrifuge) 타입과 분리작업 능력면에서 거의 동일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P-1 또는 P-2 2000개가 1년간 가동됐을 때 고농축우라늄 약 15㎏ 생산할 수 있는데 비해 AC100 타입의 P-4 3000개 원심분리기는 이론적으론 1년간 1255㎏ 정도 생산이 가능하다. 그 밖의 기술과 노하우가 확보된다면 핵탄두 대량생산도 가능해진다.
일반적으로 농도 3.5~20%의 우라늄은 저농축우라늄(LEU)이라 불리며 원전 연료나 의료용으로 쓰인다. 농도 90% 이상인 고농축우라늄(HEU)은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 문제는 20% 농축우라늄에서 무기급인 HEU를 만드는 과정이 그리 복잡하지 않다는 점이다. 20%에서 90%로 농축하는 것은 원심분리기의 숫자와 성능(SWU)에 따라 소요시간이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 1년 정도면 가능하다. 20%의 농축우라늄 생산에 성공한다면 무기급인 HEU 생산도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90% 농도의 HEU 최고급은 불과 2.5㎏, 최저급은 16㎏ 정도면 임계질량을 구성할 수 있다. 임계질량이란 핵탄두 1개를 제조할 수 있는 HEU의 양이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8일 CBS 방송에서 “이란이 아직은 핵폭탄을 한 개도 생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 당국이 “북부 포르도의 지하 핵시설에서 우라늄농축을 시작했고”, “농도 3.5%, 20%의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발표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란은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단계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란-북한커넥션과 중동질서에 대한 파급력
이란은 핵탄두를 탑재할 사거리 1930km의 샤하브-3 중거리 미사일 개발도 병행해 왔다. 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경우 미국 외교정책의 사활이 걸린 이스라엘은 물론 중동 전역이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 미국이 구축해 놓은 기존의 중동 안보질서가 파괴되고 힘의 균형은 급격히 무너질 것이다. 게다가 샤하브-4 이상의 미사일은 유럽 전역을 사정권 안에 둔다. 북한과 이란은 지난 1980년대부터 미사일을 중심으로 군사협력과 기술제휴를 해왔으며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과 이란의 샤하브-5가 이 같은 협력의 산물인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알려진 것처럼 이란은 북한과 핵·미사일 분야에서 협력관계에 있다. 북한에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핵심 기술인력 수백여 명이 이란의 주요 핵·미사일 관련 시설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란-북한과의 핵·미사일 커넥션 의혹을 입증해주는 것으로써 이란 핵-북한 핵 사태의 전개와 국제사회의 대응에 상당한 파장을 주고 있다. 북한 핵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이란 내 10여 곳의 핵과 미사일 시설에서 수백 명의 북한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는 수년째 지속돼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술인력은 노동당 군수공업부 소속의 ‘99호실’ 출신들로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제3국을 경유해 이란에 입국하고 있으며 나탄즈와 쿰 등 이란 내 10여개 핵·미사일 관련 시설에 분산 배치되어 활동하고 있다. 즉, 북한은 이란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중동질서 유지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할 가능성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1981년 이라크 오시라크 원전을 공격했고 2007년엔 시리아가 비밀리에 건설 중이던 알키바르 원자로 시설을 폭격해 무력화했다. 이란이 핵개발을 가속하자 이스라엘은 “우리의 존재에 대한 위협”이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란 핵시설은 시리아 등과
달리 지하요새 형태로 흩어져 있어 폭격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행동이 실행에 옮겨진다 해도 그 효과는 단지 수년 동안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것에 그칠 것이다.
한국안보에 대한 위협
2002년 10월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북한의 HEU 프로그램의 실체가 육안으로 공개된 것은 2010년 11월 12일이었다.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원심분리기가 가동되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던 곳은 1990년 초부터 20년간 미국이 밤낮으로 감시해 온 영변 핵시설 내에 있었다. 헤커 소장은 방북 후 스탠퍼드대 홈페이지에 공개한 방북보고서에서 원심분리기를 갖춘 농축우라늄 시설의 모습을 자세히 묘사했다. 이 보고서에서 헤커 소장은 “고작 몇 개의 원심분리기를 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현대식의 깔끔한 시설에 2000개 정도의 원심분리기가 가지런히 정렬돼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2층으로 된 50m 길이의 플랫폼에 3열로 원심분리기가 놓여 있었다”며 “북한 당국자에 따르면 2009년 4월 착공해 며칠 전에 가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헤커 소장은 “파키스탄이 개발하고 이란이 사용하고 있는 P-1형 원심분리기는 아니라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었다”며 “독일과 일본 모델에 착안해 북한이 자체 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원심분리기는 지름 20cm에 높이 1.82m의 원통형이었다고 적고 있다. 크기로 봐선 P-1, P-2, P-3에 해당하지만 과거에 러시아에서 들여간 알루미늄관 120톤이 사용된 경우라면 P-2 정도에 해당한다는 것이 필자의 평가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설치되고 있는 속도를 보면 파키스탄 및 이란과 협력을 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기술자들이 이란 현지에 나가 있다. 세계에서 이란과 가장 가까운 국가는 북한이다. 그런 이란이 P-4 타입의 원심분리기 1개를 북한에 넘겨준다면, 북한은 10년이 넘게 원심분리기를 개발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역 설계를 통하여 즉각적으로 대량생산에 나설 것이 거의 확실하다. 결과는 북한의 HEU 핵탄두 대량생산체제로 나타날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우리의 당면과제다.
신 성 택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이란이 농축속도와 생산능력을 대폭 향상시킨 최신형 우라늄농축 장치를 자체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국영TV는 2월 15일 이란원자력에너지기구(IAEO)의 자료를 원용해 “중부 나탄즈 우라늄농축 시설에서 정제 속도가 향상된 제4세대 원심분리기 제작에 성공했다”면서 이는 “핵개발 프로그램의 뚜렷한 진전”이라고 보도했다.
IAEO는 또 이란 국내기술로 만든 핵연료봉을 이날 테헤란 핵연구소에 있는 원자로에 최초로 장착했다고 밝혔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도 핵연료봉 장착 행사에 참석하여 “3,000개의 제4세대 신형원심분리기를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이란이 가동 중인 원심분리기 수는 약 9,000개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미 지난달 1일 핵연료봉의 자체 생산,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시설에서는 2.5%와 4%, 20%의 농축우라늄 생산이 가능하다. 우라늄농축도 20%는 저농축에서 고농축으로 넘어가는 문턱으로써 핵무기 제작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자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정한 금지선(red line)이기도 하다. 20% 고농축우라늄 정제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은 이제 이란이 외부의 지원 없이도 핵프로그램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페레이둔 압바시 다바니 IAEO 의장은 “이번 성과는 외부세력의 무자비한 훼방에 대한 강력한 응답”이라고 주장했다. 이제부터 핵무기개발에 속도를 올리겠다는 이란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란이 운용중인 원심분리기 스펙]
종류 / 원조모델 / 튜브 재질 / 규 격 / 농축 능력
P-1 / S(C)NOR / 알루미늄 / 지름:10㎝ 길이: 2m / 3 SWU/yr
P-2 / G-2 / 머레이징 鋼 / 지름:15㎝ 길이: 1m / 6 SWU/yr
P-3 / 4-M / 머레이징 鋼 / 지름:20㎝ 길이: 2m / 12 SWU/yr
P-4 / SLM(TC-10) / 머레이징 鋼 / 지름:15㎝ 길이: 3.2m / 21 SWU/yr
/ TC-12 / 탄소섬유 / 지름:20㎝ 길이: 3m / 40 SWU/yr
/ AC100 / 탄소섬유 / 지름:60㎝ 길이: 12m / 330 SWU/yr
위의 도표에서처럼 이란은 P-1 타입부터 P-4 타입 개발에 이르기까지 원심분리기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시켜 왔다.1) 원심분리기 성능은 원형튜브의 재질, 크기, 회전속도에 좌우된다. 재질이 알루미늄(P-1), 머레이징 鋼(P-2, P-3), 탄소섬유(P-4) 등으로 개선되면서 원형튜브의 크기(체적 대비 216배)와 회전속도(5배)가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고농축 우라늄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란의 향상된 원심분리기 설계기술과 제조능력은 인접한 회교국 파키스탄으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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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표에서처럼 원심분리기는 진화를 거듭했다. 우라늄을 농축하기 위해서 원심분리기를 최초로 고안한 사람은 독일의 기계공학자 지페(Gernot Zippe, 1917~2008)이다. 지페박사는 우라늄 연료봉을 만드는 다국적기업(독일, 네델란드, 영국, 미국 합작) URENCO에서 튜브형 원심분리기를 제작했다. 원통형 튜브 내부에 다양한 형태의 회전체(orbital rotor)를 장착하여 가스형태의 육불화우라늄(UF6)을 위에서 아래로 통과시킨다. 광산에서 정련된 우라늄정광(yellow cake)은 U-235(0.7%)와 U-238(99.3%)로 구성되어 있다. U-238이 U-235에 비하여 중성자 3개만큼 무겁기 때문에 고속(20,000~100,000 rpm) 회전체내에서는 보다 무거운 U-238이 원심력에 의하여 튜브 바깥쪽으로 밀려난다.
원심분리기 1개에서 1년 동안 U-235와 U-238로 분리 처리되는 천연우라늄의 총량을 분리작업단위(SWU: separative work unit)라고 부른다. 농축할 때 필요한 일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예를 들면 0.72%의 천연우라늄에서 4%로 농축시킨 우라늄 1㎏을 만들기 위해서는 5.834㎏ SWU의 분리작업량이 필요하다. 분리작업량은 우라늄 농축도․폐기농도(tails assay)에 따라 달라진다. 즉 우라늄 농축도를 높인다든지 폐기농도를 낮게 하는가에 따라 분리작업량이 커지게 된다. 우라늄을 농축할 때 1대의 원심분리기에서 농축되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원심분리법에서는 여러 대의 원심분리기로 직열과 병열로 반복시켜 농축할 필요가 있다. 이때의 장치가 캐스케이드이다. 단위는 보통 ㎏ SWU, ton SWU로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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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자체제작에 성공한 제4세대 원심분리기는 미국의 USEC(United States Enrichment Corporation)가 2002년부터 운전에 들어간 AC(American Centrifuge) 타입과 분리작업 능력면에서 거의 동일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P-1 또는 P-2 2000개가 1년간 가동됐을 때 고농축우라늄 약 15㎏ 생산할 수 있는데 비해 AC100 타입의 P-4 3000개 원심분리기는 이론적으론 1년간 1255㎏ 정도 생산이 가능하다. 그 밖의 기술과 노하우가 확보된다면 핵탄두 대량생산도 가능해진다.
일반적으로 농도 3.5~20%의 우라늄은 저농축우라늄(LEU)이라 불리며 원전 연료나 의료용으로 쓰인다. 농도 90% 이상인 고농축우라늄(HEU)은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 문제는 20% 농축우라늄에서 무기급인 HEU를 만드는 과정이 그리 복잡하지 않다는 점이다. 20%에서 90%로 농축하는 것은 원심분리기의 숫자와 성능(SWU)에 따라 소요시간이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 1년 정도면 가능하다. 20%의 농축우라늄 생산에 성공한다면 무기급인 HEU 생산도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90% 농도의 HEU 최고급은 불과 2.5㎏, 최저급은 16㎏ 정도면 임계질량을 구성할 수 있다. 임계질량이란 핵탄두 1개를 제조할 수 있는 HEU의 양이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8일 CBS 방송에서 “이란이 아직은 핵폭탄을 한 개도 생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 당국이 “북부 포르도의 지하 핵시설에서 우라늄농축을 시작했고”, “농도 3.5%, 20%의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발표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란은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단계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란-북한커넥션과 중동질서에 대한 파급력
이란은 핵탄두를 탑재할 사거리 1930km의 샤하브-3 중거리 미사일 개발도 병행해 왔다. 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경우 미국 외교정책의 사활이 걸린 이스라엘은 물론 중동 전역이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 미국이 구축해 놓은 기존의 중동 안보질서가 파괴되고 힘의 균형은 급격히 무너질 것이다. 게다가 샤하브-4 이상의 미사일은 유럽 전역을 사정권 안에 둔다. 북한과 이란은 지난 1980년대부터 미사일을 중심으로 군사협력과 기술제휴를 해왔으며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과 이란의 샤하브-5가 이 같은 협력의 산물인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알려진 것처럼 이란은 북한과 핵·미사일 분야에서 협력관계에 있다. 북한에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핵심 기술인력 수백여 명이 이란의 주요 핵·미사일 관련 시설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란-북한과의 핵·미사일 커넥션 의혹을 입증해주는 것으로써 이란 핵-북한 핵 사태의 전개와 국제사회의 대응에 상당한 파장을 주고 있다. 북한 핵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이란 내 10여 곳의 핵과 미사일 시설에서 수백 명의 북한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는 수년째 지속돼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술인력은 노동당 군수공업부 소속의 ‘99호실’ 출신들로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제3국을 경유해 이란에 입국하고 있으며 나탄즈와 쿰 등 이란 내 10여개 핵·미사일 관련 시설에 분산 배치되어 활동하고 있다. 즉, 북한은 이란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중동질서 유지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할 가능성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1981년 이라크 오시라크 원전을 공격했고 2007년엔 시리아가 비밀리에 건설 중이던 알키바르 원자로 시설을 폭격해 무력화했다. 이란이 핵개발을 가속하자 이스라엘은 “우리의 존재에 대한 위협”이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란 핵시설은 시리아 등과
달리 지하요새 형태로 흩어져 있어 폭격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행동이 실행에 옮겨진다 해도 그 효과는 단지 수년 동안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것에 그칠 것이다.
한국안보에 대한 위협
2002년 10월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북한의 HEU 프로그램의 실체가 육안으로 공개된 것은 2010년 11월 12일이었다.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원심분리기가 가동되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던 곳은 1990년 초부터 20년간 미국이 밤낮으로 감시해 온 영변 핵시설 내에 있었다. 헤커 소장은 방북 후 스탠퍼드대 홈페이지에 공개한 방북보고서에서 원심분리기를 갖춘 농축우라늄 시설의 모습을 자세히 묘사했다. 이 보고서에서 헤커 소장은 “고작 몇 개의 원심분리기를 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현대식의 깔끔한 시설에 2000개 정도의 원심분리기가 가지런히 정렬돼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2층으로 된 50m 길이의 플랫폼에 3열로 원심분리기가 놓여 있었다”며 “북한 당국자에 따르면 2009년 4월 착공해 며칠 전에 가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헤커 소장은 “파키스탄이 개발하고 이란이 사용하고 있는 P-1형 원심분리기는 아니라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었다”며 “독일과 일본 모델에 착안해 북한이 자체 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원심분리기는 지름 20cm에 높이 1.82m의 원통형이었다고 적고 있다. 크기로 봐선 P-1, P-2, P-3에 해당하지만 과거에 러시아에서 들여간 알루미늄관 120톤이 사용된 경우라면 P-2 정도에 해당한다는 것이 필자의 평가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설치되고 있는 속도를 보면 파키스탄 및 이란과 협력을 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기술자들이 이란 현지에 나가 있다. 세계에서 이란과 가장 가까운 국가는 북한이다. 그런 이란이 P-4 타입의 원심분리기 1개를 북한에 넘겨준다면, 북한은 10년이 넘게 원심분리기를 개발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역 설계를 통하여 즉각적으로 대량생산에 나설 것이 거의 확실하다. 결과는 북한의 HEU 핵탄두 대량생산체제로 나타날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우리의 당면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