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은 뮤지컬 '님을 위한 행진곡'이다

by KG posted May 24, 2013

나의 꿈은 뮤지컬 '님을 위한 행진곡'이다


                    김종률 前 소니뮤직 코리아 대표이사 '님을 위한 행진곡' 작곡자


세계적 히트作 '레 미제라블'처럼 노래극 일부인 '님을 위한 행진곡'
'빨갱이들이 부르는 노래'… '애국가를 대신하는 노래'…
양극단의 평가 모두 부적절
뮤지컬로 살아나는 오늘의 역사 기대




최근 '님을 위한 행진곡'이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공식기념식에서 부르느냐 마느냐를 두고 사회적 논란을 빚었다. 32년 전 그 노래를 지은 작곡가로서 이 논란을 지켜보는 마음은 편할 수 없었다. 그리고 생산적 논의를 거쳐 내년 행사부터라도 온 국민의 합의와 추모 속에 이 노래가 불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숨길 수 없다.

그런 논란이 진행되는 동안 정작 내 머릿속에는 줄곧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상영되어 많은 국민에게 깊은 감동을 준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이 떠올랐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은 19세기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레 미제라블'은 '불쌍한(혹은 비참한) 사람들'이란 뜻으로 1832년 프랑스 6월 봉기(혁명)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노동자와 농민의 가난과 고통 그리고 시민혁명 등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높은 음악적 완성도와 잘 짜인 등장인물들의 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이 뮤지컬을 전 세계적으로 성공시킨 요소들이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역사적인 사실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프랑스 국민의 포용력과 자부심이 부러웠다. 그렇다면 '님을 위한 행진곡'은 어떤가?

이 곡은 원래 '넋풀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진 30분짜리 노래극의 마지막에 나오는 합창곡이다. 이 노래극은 광주 도청을 지키다가 숨진 윤상원씨와 야학을 하다가 숨진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을 소재로 만들어진 일종의 미니 뮤지컬로서 부제는 '빛의 결혼식'이다.

이 노래극은 광주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폭풍우로 시작하여 도청이 함락되던 아침을 그린 노래, 주인공들의 아름다운 사랑 노래, 그리고 주인공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풀 죽은 모습을 위로, 격려하는 노래 등으로 이어지다가 맨 끝에 주제곡으로 '님을 위한 행진곡'이 합창으로 나온다.

필자는 2010년 광주 민주화 운동 30주년에 이 노래극을 뮤지컬로 올리기 위해 뮤지컬의 주요 테마에 사용할 자작곡 12개를 콘셉트 음반으로 제작하였고 '광주 민주화 운동'과 '영혼결혼식'이라는 큰 줄거리를 바탕으로 남녀 주인공의 죽음을 뛰어넘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창작하였다. 비록 여러 가지 이유로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레 미제라블'을 보고서 다시 용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순전히 뮤지컬이란 관점에서만 보아도 가칭(假稱)뮤지컬 '님을 위한 행진곡'은 '레 미제라블'에 비해 소재 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장엄한 역사적 사실과 두 남녀의 생명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그리고 동양적인 색채로 가득한 영혼결혼식 등등 모든 요소가 뮤지컬에 적합하다. 음악적인 완성도를 높이고 짜임새 있는 연출이 이뤄진다면 한국산 창작 뮤지컬로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으리라 확신한다.

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음악 회사를 경영하면서 해외의 많은 음악, 뮤지컬, 콘서트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들의 '님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평가는 한결같이 '대단하다'였다. 1990년대 후반에는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미스 사이공'에서 여주인공 킴으로 열연한 레아 사롱가의 매니지먼트사가 이 뮤지컬의 시놉시스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비롯한 몇 곡의 노래를 듣고 레아 살롱가를 여주인공으로 하자는 제안까지 했었다. 뮤지컬 탄생의 7부 능선은 넘은 셈이라 하겠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30여 년 전 이 노래가 탄생했던 날부터 지금까지 '님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대중들의 호불호는 극명하다. 대중 노래가 갖는 특성으로 인하여 나름대로 해석하여 노래를 부르고 평가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이 곡이 마치 '빨갱이들이 부르는 노래'라든가 '애국가를 대신하는 노래'라고 양극단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 노래의 진정한 의미는 민주와 자유를 위해 분연히 일어났던 분들의 용기에 대한 존경이며, 그들 속에서 피어난 사랑에 대한 찬사이고, 미래에 올 수 있는 불의에 대한 우리의 각오이다.

필자는 이 뮤지컬을 뜻을 함께하는 재능 있는 분들과 만들어 갈 것이다. 그리하여 '님을 위한 행진곡'의 참된 의미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이 교과서에 한 줄로 '박제화된 역사'가 아니라 매일 밤 전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 뮤지컬로 살아나는 '오늘의 역사'이기를 꿈꾼다. '레 미제라블'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