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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회담의 의미와 한반도 정세

by 유동걸 posted Apr 21, 2003
다자회담의 수용으로 표현되는 한반도 정세의 특징과 전망

                                                     김이경 통일연대 자주교류위원장

1. 대화국면과 대립국면이 심각하게 교차되는 국면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급변하고 있다. 북이 외무성 대변인 발표에서 다자회담을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데 이어 23일 북경에서 북-미-중 3자 회담이 시작됨으로서 첨예한 대결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국면이 곧 북미관계를 정상화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합의점이 도출되는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즉 한반도 정세가 대결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하였다고 해서 전쟁의 위기가 해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길고 험한 과정이 시작됐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북한)의 핵무기개발 프로그램 외에 다른 대량살상무기의 개발과 확산, 그리고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말함으로서 23일 중국 북경에서 열리는 북-미- 중 3자 회담으로 시작되는 협상의 앞날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였다. 즉 미국과 이북은 양자 모두 자신들의 근본적 입장을 포기하지 않은 채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대화의 테이블에 앉은 것에 불과하다. 미국은 대화의 테이블을 활용하여 이북의 무장해제(굴복)를 강요하려 할 것이고 이북은 대화의 테이블을 이용하여 미국과의 직접담판을 통해서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을 철폐시키려 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되는 문제가 이 양자의 대립은 북-미간의 근본적인 대립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도 한미동맹을 강화함으로써 민족공조를 파기시키려는 미국과, 민족공조로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에 파열구를 내려는 북의 각축이 앞으로 정세의 향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즉 남측의 태도가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따라 이제부터 시작되는 대화의 성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이 대화국면에 내재된 본질적인 대립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이러한 정세가 의미하는 바를 실천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2. 북의 입장선회 그 근본 이유는 무엇인가

가> 북 외무성 대변인 성명의 기본 내용 요약 및 발표 배경
북 외무성 대변인은 한반도 핵문제는 기본적으로 북-미사이의 문제이며, 따라서 한반도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당사자인 북과 미국사이의 직접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만일 미국이 핵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대 조선 정책을 대담하게 전환할 용의가 있다면 우리는 대화의 형식에 크게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여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다자회담의 룰을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공식 표명하였다. 북은 지금까지 한반도 핵문제는 본질적으로 북-미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당사자인 북미사이의 직접대화로 해결되어야 하며, 제3자가 끼어드는 다자회담의 틀은 문제만 더욱 복잡하게 만들뿐이라고 하면서 이에 완강하게 반대하여 왔다. 이러한 북이 이번에 기존 태도를 바꾸어 비록 조건을 달았지만 대화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미국이 제시한 다자회담을 수용할 의사를 표명한 배경은 무엇이고 향후 전망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북의 태도변화의 배경은 북이 왜 다자회담을 거부하였는가를 생각하면 자연히 이해될 수 있다. 북이, 미국이 제기한 다자회담을 거부한 이유는 미국이 대북적대 고립압살정책을 추구하면서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북에 대한 압박을 국제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자회담을 제기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즉 문제의 핵심은 미국의 대북적대 정책이다. 만약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바꾼다면 미국이 제시한 다자회담을 수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대화의 형식에 관한 문제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량있게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북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북이 이런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게 된 것은 그 동안의 물밑 접촉(비공개 북미대화, 중국을 통한 간접대화, 러시아를 통한 간접대화)을 통하여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포기를 관철시킬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할수 있다. 그러나 북이 다자회담을 수용하기로 방침을 바꾼 더 중요한 이유는 노무현 정부가 북-미 직접대화를 주장하다가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미국의 다자회담 지지로 선회한 것에서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노무현 정부가 미국의 다자회담 방침을 지지하고, 이어 중국도 '다자회담 반대와 북-미 직접대화 입장'에서 동요를 보이기 시작함으로써 이 사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미국의 의도대로 북에 대한 국제적 압박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남과 북의 민족공조가 파괴되고 남과 북 사이의 상호 불신과 대결이 격화되어 6·15공동선언 실행과정에 중대한 난관이 조성될 위기적 상황이 발생한데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 즉 북이 계속 다자회담을 거부한다면 미국은 다자회담을 수용하라고 국제적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며, 거기에 노무현 정부를 앞장세울 것이 명백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북미대결이 남북대결로 전화될 우려가 농후하다.
이러한 위기적 상황에서 다자회담을 들먹이며 북에 대한 국제적 압박을 가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무력화시키고 남과 북의 대결을 지양하여 민족공조를 복원하여 우리 민족 대 미국의 대결구도로 정세를 돌파해 나가기 위한 주동적 조처로서 미국의 다자회담의 틀을 수용할 의사를 밝힌 것이다. 또 이 다자회담의 틀을 수용할 의사를 밝혔을 뿐 '북-미직접대화'를 포기한 것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이루어지는 북-미-중의 북경회담에 대하여 간단히 언급하여 보도록 하자.

나> 북-미- 중 3자가 참여하는 북경회담에 대한 상반된 입장
이번 북-미- 중 3자가 참여하는 북경회담을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하여서는 많은 논쟁이 제기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북경회담을 다자회담의 방법과 의제를 논의하는 예비회담으로 보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에 동의하지 않은 두 번째 입장은 '북경에 남이 포함되지 않은 것' 등으로 보아 사실상 북-미 직접 대화를 본질로 하되 중국이 이를 참관하는 형태로 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북경회담을 필두로 하여 상당히 중층적인 다양한 틀거리의 만남과 논의들이 복잡하게 교차되면서 북미간의 협상이 전개될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모색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그 어떤 형식이든 본질적으로 모든 타결은 북미간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나머지 관련국가들이 이에 어떻게 자기의 입장을 덧칠할 것인가의 문제가 복잡하게 제기되겠지만 북미직접대화를 그 본질로 하면서도 다자회담의 틀과 형식이 관련국 모두에게 명분을 주는 들러리로 활용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다> 다자회담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미국의 입장
분명히 다자회담은 그 자체로서는 미국에게 유리하고 북에게 불리한 회담형식이다. 미국은 북이 다자회담 수용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우선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다자회담의 성사가 미국의 일방적 승리라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우선 그동안 미국은 일관되게 '북의 선 핵포기 후 대화노선'을 강조하여 왔음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의 대화거부노선을 주장하며 유엔안보리를 통한 대북 비난 성명을 채택하려 하였으나 이마저 무산되었고 이라크 전 이후 반전평화에 대한 국제적 여론이 높아지면서 북에 대한 대화노선을 계속 거부할 경우 국제적으로 고립됨은 물론이요, 한미관계에도 심각한 균열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사실상 대화거부를 위한 명분용을 제기하여왔던 다자간 대화론에 남이 편승하고 북이 이를 수용하여 버림으로써 미국도 더 이상 대화를 거부할 명분을 상실하였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라> 북경회담 이후 예상되는 북미간 공방
미국은 북이 다자회담을 수용한 것을 북이 미국의 힘과 압력에 굴복한 신호로 보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하게 되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다자회담 틀 내에서 한반도 핵문제의 본질과 책임문제는 뒷전에 미루고 북의 핵개발 의혹문제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려 할 것이며, 다자회담의 장을 국제적인 반북 여론을 조성하는 장으로 변질시켜 대북 압살책동을 강화시키는 무대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반면 북은 '선 핵포기 후 협상'을 주장하던 미국을 일단 협상의 자리로 끌여 들었다는 점에서 다자회담에 대한 포용의지를 밝힌 것이 나름대로 유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다자회담 시 참가가 예상되는 한반도 주변 나라들이 대부분 한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강력한 지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자회담의 틀 내에서도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을 끝장내고 한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3. 현 국면의 약한 고리를 활용하는 전술의 핵심은 무엇인가?
- 민족공조의 결정적 국면을 만들어 냄으로써 민족자주와 평화를 실현하자.

북의 다자회담 수용의사 표명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둘러싼 북-미간의 대결의 새로운 단계를 예고해 주고 있다. 다자회담을 대북 압살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북의 무장해제를 위한 정치외교적 압력 수단으로 만들려는 미국과 실질적인 북-미 직접 담판의 장으로 만들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끝장내고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달성하려는 북과 치열한 정치외교적 투쟁이 벌어질 것이다. 즉 양자는 대화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치열한 정치외교적 대결을 펼칠 것이다. 그러나 이 대결은 단지 정치협상 그자체의 향배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북은 현 정세를 돌파하는 중심고리를 민족공조를 강화하여 외세와의 공조를 파탄시키고 우리 민족 대 미국의 대결로 만들어 남북 전체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현 정세를 돌파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판단을 하여 민족공조를 획기적으로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회담의 형식에 구애받음 없이 미국을 회담의 마당으로 끌어내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 대결은 결국 외세와의 공조와 민족공조의 치열한 대결이기도 하며 결국 외세공조와 민족공조의 대결의 승패에 따라 북미대결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미국은 다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방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한 행위들은 곧바로 다자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다자회담의 틀내에서 미국의 지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약한 고리이다. 우리는 이 약한 고리를 깨고 대담하고 과감하게 민족공조를 실현하기 위한 사업을 통크게 벌여나가야 한다. 4월 23일부터 금강산에서 개최될 남북청년학생대표자회의에 이어 남쪽 대표 300여명이 참가하는 평양 5.1절 남북공동행사와 마라톤대회, 6.15민족통일대축전 등등 대규모적인 민족공동행사들을 성대하게 성사시켜야 하며 그 의의에 대한 전 국민적 정치여론사업이 활발히 전개되어야 한다. 이처럼 남과 북이 함께 참여하는 대중적인 민족공동행사를 활발하게 전개해나가면서도 남쪽의 각종 대중운동으로서 민족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중심적인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것! 여기에 바로 우리민족의 사활이 달려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격동적인 한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