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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소감...

by 永樂 posted Oct 07, 2003
1> 보수우파 혹은 진보좌파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건
    오히려 양극단을 키워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보수우파의 경우 조갑제 류의 극단이 여론을 주도하는 듯 보이지만,
막상 그들의 집회장에 동원된 건 유사종교화된 '한국적 기독교'의 신자들뿐이란 걸 아시지 않습니까.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바라는 다수의 보수적 여론은 그들로 인해 불쾌하기 그지 없습니다.

'한국적 보수'의 태두인 백범과 장준하를 알지 못하거나 스스로 짓밟는 뿌리없는 자들이자, 좌파운동의 아이템을 고뇌 없이 베껴쓰고 사회적 지탄을 받는 자들이 주축이 되어 보수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안보상업주의'자들이 외람되게도 보수를 참칭하며, 나아가 참으로 가증스럽게도 스스로 '물신 기독교'(Christian fetishism)의 그늘에 숨지 않고서는 독립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비열한 자들이자 그들의 하수인이 되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자들입니다.
이 결정적인 3가지 죄목을 지닌 '보수 브랜드의 장사꾼'들에게 보수우파라는 영예로운 이름을 붙여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진보좌파의 경우 또한 위와 유사합니다.
주사파를 반드시 그 대열에서 분리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한미일공조 폐기'를 의미하는 '민족공조'란 평양의 정치용어를 어느새 반미자주의 상징어로 둔갑시킨 동조세력이 누구인지 대중은 알지 못합니다. 단 한마디도 위원장과 주체조선을 거론치 않으면서도 평양의 논조를 대단히 세련되게 퍼뜨리는 집단이 있습니다. '북핵 불가피' 대신 '반미평화'를 앞장세우고 미일을 배제한 민족자립경제가 가능할 것이라 무책임한 선동을 일삼는 집단이 있습니다. 그들이 디지털여론마당을 도배하는 것에 기가 죽어선 곤란합니다.

이상을 요약하면 다음의 표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월간조선을 배제한' 보수성향의 여론과 '주사파를 제외한' 진보성향의 여론...


2> '반미 현상'은 새로운 여론지형이 등장할 조짐일 수도 있습니다

반미는 한국 디지털세대의 '집단적 자아발견'의 상징이라는 지적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러나 그 지적만으로는 왜소하다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미국이란 슈퍼파워로 상징되는 바깥세상에 대해 대단히 노골적이고 대책없는 도전의사를 밝힌 계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반도사관으로 응축되는 '수세적이고 타율적인' 기성세대의 역사인식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사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자생적 민족주의의 정서가 광범위하게 퍼지는 계기 말입니다. IMF로 '한강의 기적'이 세계무대에서 순식간에 별 볼 일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현실에 대한 자각, 그럼에도 우리는 디지털문명의 본궤도에서 또다시 신화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이 뒤얽히며, 반미만이 아닌 반중과 반유태인 등 세계지배질서 전반에 대한 반발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는 기성세대와 달리 세계사에 대한 나름의 고찰을 전제로 한 '자생과 자율'의 역사인식이자, 이를 전제로 한 장래의 새로운 여론지형의 조짐일 수도 있습니다. 그 경우 지금의 운동권논리가 수구가 되고 그들이 거세게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 기운이 물질화될 경로와 계기를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마치 70년대 '고구려의 영광' 그리고 근자의 '다물'과도 같이 저열하고 국가철학이 부재한 '20세기 부국강병'의 개발독재 논리로 다시 회귀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이는 호시탐탐 '민족주의의 폐기'를 선동하는 한국판 네오콘들의 성장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3> 극단을 넘어서기 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모든 토론에
    찬반 양론이 아닌 '삼론장(三論場)의 도입'을 거론하면 어떻겠습니까


4> 장래에 대한 대책으로 역사인식의 통합이 심각히 거론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헌정사기행에서도 거론되었듯이 국내의 통합뿐 아니라 남북의 통합을 위해서도 절실합니다. '박정희와 장준하'의 구도를 넘어서고 김일성 부자에 관한 공통인식을 확보치 못한다면, 극단을 넘어서려는 어떤 시도이든 종내 지속되지 못하고 명멸을 거듭하리라 봅니다.

아울러 이는 장래의 정치세력이 등장하는 담론의 기초가 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