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시산제> 불암산의 고수레와 통일 대한민국

by KG posted Jan 17, 2012
임진년 시산제> 불암산의 고수레와 통일 대한민국


단기 4345년 서기 2012년 임진년 1월14일 아침.
상계역 햇살 바른 곳에 코리아글로브의 님들이 모였다.
꼭두새벽부터 방화동에서 두 시간 넘어 다다른 이북동포
아니 서라벌에서 하루 앞서 미리 올라오신 진월 영원한 대표까지,
제법 한 무리를 이루고서야 임진년 첫 발걸음은 비롯하였다.

시산제의 제주인 막걸리를 한 상자 구하느라 처음부터
사람들은 용의 꼬리마냥 길게 줄을 이었다. 그도 모자라
멀찌감치 용의 발자국을 아로새긴 김병구 본부장과 최병철 이사.
날이 참 선뜩하니 맑았다. 앞장을 선 박기성 대표의
구수한 목소리가 그 시퍼런 날을 휘감아 녹여 내렸다.

상계역에서 내디딘 발걸음은 어느덧 뻑뻑해져간다.
‘깔딱고개’ 푯말 앞에서 뒤처진 이들이 기겁을 한다.
마오타이와 수정방을 뱃속에 넣고 오신 牛音 선생은
천하절경까지 눈에 담느라 수시로 발걸음을 멈추시고
앞장선 이들은 이제나 저제나 기다림이 뫼를 닮아간다.

서울의 동북방을 든든하니 지켜주는 백여 리 산길.
불-수-사-도-북(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
그 들머리인 불암산은 듣던 대로 낮지만 깎아지른 벼랑이었다.
우리는 시산제를 치르느라 불암사 마애삼존불의 길 즉,
남양주에서 올라가는 앞길이 아니라 뒤통수로 올라갔다.

쉬엄쉬엄 오르다보니 어느덧 오시(午時)에 이르렀다.
태극기 펄럭이는 꼭대기 아래 바위자락에 제상을 차렸다.
제주(祭主)의 초헌(初獻)에 이어 비나리가 울려 퍼진다.
“드디어 임진의 때에 이르러 이제는 달마다 둘째 토요일
묏등을 타며 비나리의 삶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고자 합니다.“

이 날은 좋은 날. 하필이면 박종철 선생의 25주기.
사반세기 산업화를 이룬 대한민국이 오늘 민주화의 사반세기를
마감하는 날. 그리하여 비로소 통일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날.
아헌(亞獻)과 종헌(終獻)이 이어지고 드디어 음복의 때.

박기성 대표의 노련한 집사(執事)에 따라 저도 모르게
코리아글로브 시산제, 그 희생의 제물이 된 산꾼들이
태극기 불암산 꼭대기에서 밀려든다. 고수레가 펼쳐진다.
여기저기 내미는 손길에 떡 반말이 바닥을 드러내고
막걸리는 물론 돼지까지 제 머리의 코와 귀부터 내놓는다.

조금만 더 머물렀으면 우리가 따로 음복할 일이 없었다.
되는대로 등짐에 우겨넣고 옆 등성이로 다들 옮겼다.
진월 대표부터 최영일 선생까지 덕담이 줄을 잇는다.
김현인 이사가 차린 푸주간에서 부지런히 고기를 날라오고
모두들 나라와 겨레, 지구마을의 임진년 맞이에 비감해진다.

내려오는 발걸음은 가볍다.
“임진과 계사 그리고 갑오와 을미에 걸쳐
코리아 역사공동체의 그 운이 바뀔진대
게으름 피우지 않고 밥값을 제대로 하는,
선비들로 코리아글로브가 태어나게 하소서.“

해 저물녘까지 옛고을 주막에는 아쉬움이 그득했다.
그 마음이 올 한해의 코리아글로브가 되리라.
모두들 고맙습니다. 설 잘 쇠시고 2월11일 다시 뵙겠습니다.


* 임진년 열두 달의 산행 날은 정해졌습니다. 아시죠.
모른 척 하지 말고 달마다 둘째 토요일은 그저 비우소서.
어디로 갈 것인지 모두들 말씀해주시길. 곧 정하겠습니다.

* 불암산을 못 가본 분들은 눌러보시길!  

* 제사음식은 남겨선 아니 됩니다.
눈코입귀도 다 사라진 돼지머리를 집으로 들고 간 永樂.
무려 세 시간에 걸쳐 발라내니 해골만 남았습니다.
몸 보시한 목숨의 명복을 빕니다.

* 임진년 앞둔 송년회 때는 김정일이 죽더니
시산제 때는 코리아글로브 홈페이지가 멈춰 섰습니다. 해킹입니다.
25주기를 맞은 박종철 선생과 같은 이름의 박종철 집행위원의 문자!
“침해 당했네요. 침해 근원지(경유지)는 중국으로 추정.”
시산제 선물 고맙습니다. 앞으로 진용을 새로 짜겠습니다.


<참가자 명단>

시산제- 고문 진월, 제주 조 민, 집사 박기성
후원- 진월 이성만 조 민
도우미- 김지호 김승원 김현인
가족- 최영일 / 김석규 박미화 김한울 / 임한필
반가운 분- 김영범 김현식 김병구-최병철 방경환-함영태 정낙근


임진년 (사)코리아글로브 시산제 <비나리>


예로부터 뫼의 마루는 사람이
하늘과 가장 가까이 만나는 곳이었고,
돌아가신 뭇 거룩한 어른들을
뵙는 하늘 굿의 마당이었습니다.

[무등의 꿈, 홍익인간의 뜻, 공존공영의 길]
그 셋이자 하나인 바람을 이루려 사는,
사단법인 코리아글로브의 사람들은
마니산 참성단과 태백산 천제단을
여러 해 오가며 스스로 비나리의 사람으로
거듭 나고자 하였습니다.

드디어 임진의 때에 이르러
이제는 대한민국의 얼굴인 서울에서
달마다 둘째 토요일 묏등을 타며
비나리의 삶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고자 합니다.

오늘 단기 4345년 1월14일
대한민국이 사반세기 산업화를 이루고,
민주화를 물꼬 튼 날로부터 사반세기.

그 첫 자리로 샛바람과 된바람이
어울리는 불암산 마루에 섰습니다.
시산제로 우리의 발걸음을 비롯하고자 하오니
뭇 거룩한 어른들이시여 어여삐 여겨주소서.

더는 속으로만 옹알이 하지 않고,
통일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보려 합니다.
대륙과 바다를 아우르는 삼한의 복합문명,
아시아 네트워크의 뜻을 밝히고자 합니다.
DNA혁명과 인공지능의 문명과 우주시대,
지구마을 사랑방의 꿈을 깨려 합니다.

임진과 계사 그리고 갑오와 을미에 걸쳐
코리아 역사공동체의 그 운이 바뀔진대
게으름 피우지 않고 밥값을 제대로 하는,
선비들로 코리아글로브가 태어나게 하소서.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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