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미어집니다.
(사)코리아글로브 연구위원인
이재영 진보신당 前 정책위의장께서
끝내 임진년 동지섣달 아리랑 고개를 넘지 못하시고
어제 2012년 12월12일 亥時에 들자마자 눈을 감으셨습니다.
코리아글로브는 올해 두 차례 고인을 뵈러 갔습니다.
첫 날은 6월10일, 고인의 댁 이삿날이었습니다.
함께 간 강성룡-김석규-김정대-박소희-최홍재 다섯 사람은
죽음의 문턱에 선 고인에게 거꾸로 위로받고
베트남 쌀국수집에서 대접까지 융숭히 받았습니다.
(사흘 뒤 하태경 연구위원이 따로 만나
즐거운, 그러나 마지막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7월27일, 고인과 가족을 먹여살리는
사모님 회사 이삿날에 삼육요양원으로 찾아갔습니다.
함께 간 김석규-김정대-김지호(박소희 집행위원은 후원금 보냄)
세 사람에게, 단국대 병원의 수술 뒤 얼마나 빨리 일어서는지
자랑하면서 우리들의 걱정을 씻어주셨습니다.
청요리집에서 함께 요리를 들면서 다음에는
근사한 곳에서 멋진 밤을 보내자 약속까지 하였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려 10월6일 모였습니다.
김석규-김지호-박효정-이주성-최영재(최연진)
여섯 사람이 조영진 고문님 모시고 점심을 나누고
삼육재활원에 찾아가고자 하였으나,
꺼져가는 고인의 목소리를 듣고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후회 막심합니다.
그 날 무리해서라도 얼굴을 볼 걸.
그 날 뒤로 두 달, 바쁘다는 핑계로
사위어가는 목숨을 느끼면서도
곧 가야지 그러다 끝내 부음을 듣습니다.
두 번의 이삿날 다음은 퇴원일이 되리라
부풀었던 마음까지 싸늘한 얼음이 되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반세기 한때도 쉬지 않고
국적 있는 한국좌파의 뿌리를 만들어왔던 님이여.
누가 공을 차지하든 그저 웃을 따름,
오로지 구석진 이들의 살 길을 찾아다닌 숨은 선구자여.
대선이 온통 경제민주화로 치장되었지만
그 각론을 오래 전에 만든 님은 갔습니다.
하늘이 어찌 이리 주춧돌을 뽑아가 버리십니까.
부디 그 얼과 넋이라도 함께 하시어
좌우가 사라진 통일 대한민국에서
님께서 그토록 아낀 그늘진 이들이
참으로 기뻐 하는 누리를 같이 누리시길 빕니다.
* 늘 걱정해주셨던 외암리 송화댁 仁湖 박남숙 선생님,
장탄식을 하시며 弔花를 보내주신 최성해 동양대 총장님,
됨됨이를 아까워 하며 속을 끓이신 달구벌 최찬식 어르신.
참으로 고맙습니다.
* 발인은 토요일 아침이며 장지는 벽제 화장장입니다.
* 빈소인 신촌 세브란스병원 17호실에
주대환 코리아글로브 연구위원(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께서 늘 계십니다.
오늘 밤에는 김석규-김지호-최영재 세 분을 비롯해 조문을 갑니다.
내일은 강성룡-김정대-박소희-정창수 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이 갑니다.
[부고] 이재영 전 진보신당 정책위의장 별세
암투병 끝 45세로 생 마감, 15일 발인… 보수진영에서도 인정 받던 ‘브레인’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민주노동당이 2004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10명을 당선시킨 직후였다. ‘자본주의 극복’을 내세운 정당에 ‘자본주의 첨병’이라는 외국 투자회사 관계자들이 몰려왔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간 스탠리와 네덜란드 투자은행 ABN암로 관계자들이 면담을 요청했다. 이 생소한 정치세력이 국회에서 무슨 일을 할지 궁금하다는 거였다. 이 때 면담에 나선 이는 이재영 정책국장이었다. (중략) 이 국장은 ‘민노당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선 언제든지 누구라도 만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2012년 5월17일자 칼럼, <진보, ‘전태일 정신’으로 돌아가라>)
진보신당 이재영 전 정책위의장이 12일 오후 9시40분경 암투병 끝에 운명했다. 향년 45세. 그는 국민승리21 정책국장, 민주노동당 정책실장, 진보신당 정책위의장 등을 역임하며 평생을 진보정치에 몸 담았다. 그는 지난해 대장암 진단을 받은 이후 투병과 요양을 병행해왔다.
그는 민주노동당 정책실장으로 일하면서 수많은 정책들을 만들었다.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실 보좌관으로 영입된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과 김종철 진보신당 대표 직무대행, 장석준 진보신당 정책위의장 등이 그와 함께 했던 ‘정책통’이었다. 대형마트 규제, 상가 및 주택 임대차 보호법,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조세개혁 및 복지정책 등이 당시 이들 손에서 나왔다. 모두 몇 년 후에 하나 둘 빛을 보기 시작한 정책들이다.
이재영 전 정책위의장은 반대 진영에서도 인정받는 ‘브레인’이었다. 조선일보 정우상 논설위원은 지난 5월17일자 칼럼에서 “이들은 ‘자본주의 극복’을 이상으로 삼았지만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놨다. 법과 제도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상담하고 그 결과를 정책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장례위원회는 김종철 진보신당 대표 직무대행,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등으로 구성된다.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 장례식장 13호실, 영결식과 발인은 15일 오전에 진행된다. 장지는 벽제 화장장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장성순(해피스토리 대표)님과 딸 하람(5세)과 아들 한슬(3세)이 있다.
<이재영 약력>
- 1967년 서울 출생
- 1986년~1989년 서울, 성남, 안산 등지에서 공장 노동자 조직 활동
- 1989년~1990년 ‘사회주의자 그룹’ 대외협력 활동
- 1991년 한국사회주의노동당 창준위 포항 지부 교육선전 담당
- 1992년 민중당 경기도당 정책국장, 백기완 선본 경기남부 집행위원장
- 1995년~1996년 진보정당추진위, 진보정치연합 정책국장
- 1997년~1999년 국민승리21 정책국장
- 2000년~2006년 민주노동당 정책실장
- 2006년~2010년 레디앙 미디어 기획위원
- 2010년~2011년 진보신당 정책위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