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푸른 웃음 푸른 설움, 압록에 서다

by KG posted Aug 07, 2012
<만주-서간도-백두산>
[코리아글로브 7차 남북 공동산행] 기행문


푸른 웃음 푸른 설움, 압록에 서다



- 7/11 [푸른 웃음 푸른 설움, 압록에 서다] 첫날 되새김

임진년 양력 7월 열하루‥ 임오년에 비롯한 코리아글로브가 벼르고 벼렸던 만주-서간도-백두산기행을 가는 날이다. 코리안의 옛 사돈 몽골의 독립 91주년이자 스물셋과 스물넷에 이승에서 떠나야 했던 수흐바타르와 복트칸이 떠오르는 날이다. 오늘 떠나 제헌절 하루 앞에 돌아오는 길, 저녁과 아침을 들며 갈 때 올 때 열여섯 시간을 배에 머무름을 생각하면, 실은 사나흘 밤낮을 스쳐가는 짧은 만남이다.

그럼에도 가슴이 뛴다. 비록 북진의 의무려산에 못 가지만 셋 한(三韓)의 거룩한 뫼 백두에 오르다니, 더군다나 옛 어른들처럼 바닷길로 그 길을 오르니 가슴이 더없이 벅차다. 허나 임진년 일곱 번째 남북 공동산행임에도 강철환 이사, 김흥광 대표, 도명학 시인, 림 일 작가, 이주성 대표, 한남수 대표, 백화성 아우‥ 그 어느 분도 모셔가지 못함에 가슴이 에인다. 반드시 그들을 모시리라. 탈북동포만 아니라 재중동포와 고려인을 아우른 한인들 팬코리안이 함박웃음으로 백두 천지를 물들일 날을 목숨 걸고 이뤄 내리라. 그 때문에 코리아글로브가 누리에 기꺼이 나선 바 아닌가.

(덧붙임- 코리아를 부르던 이름이 셋이 있다. 코리(句麗) 쥬신(朝鮮) 그리고 삼한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무식한 지도층 인사들은 삼한이라면 삼국시대나 그 이전으로 안다. 그러나 삼한 즉, 셋 한은 조선 때까지 수천 년 대륙에서 코리아를 부르던 이름이다. 셋 한의 뿌리는 어디일까. 그를 몸으로 알 때까지 코리아글로브는 만주는 물론 동아시아 일대를 줄곧 드나들 것이다.)

밤을 꼬박 샜다. 도무지 제법 안다고 겉멋 들었던 만주 이야기로 자료집을 만들자니 머릿속만 하얘지고 궁싯거리다 하루 앞두고 저녁나절부터 자판을 두드렸다. 하긴 했다. 매듭을 짓느라 김지호 이사도 덩달아 애를 먹고 날이 밝았다. 일기는 일었는데 제대로 불리잖아 그저 꺼끌하기만 한 설익은 밥이다. 그럼에도 맛있게 자셔주신 진월 대표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고맙습니다. 몸은 달뜨고 꺼풀은 내려앉지만 마음은 솜털인데 뭔가 서늘하다. 아뿔사. 비나리를 빠뜨렸다.

















노래로 가까이 느껴진 연안부두 제1국제여객터미널 수협. 3시에 열네 분 모두 모여 주셨다. 김세광 백두여행사 대표의 살가운 마음에 발걸음이 가볍다. 우리를 손님이 아니라 앞으로 함께 할 길동무로 보시는 듯하다. 코리아글로브 백두산 기행의 두드러진 자랑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고작 열네 사람으로 단독기획 일정을 꾸려간다. 그리고 고구려 첫 머리 고을 졸본성을 제대로 겪는다. 끝으로 환도에서 통구하에 이른 뒤 집안의 동포마을을 찾게 될 것이다.

걱정했던 바와 달리 배를 탈 만하다. 김영욱 회원이 말하듯, ‘빨리빨리 여행’을 벗어나 참으로 느긋하게 일을 내려놓는다. (모바일 업무에 찌든 이들이 아예 전화도 인터넷도 끊긴 바다 한가운데서 무얼 하랴) 갈매기 밥도 주고 저무는 바닷바람에 끝없이 잠기다가 이윽고 밥 때에 내세울 것 없는, 그러나 모자라지도 않는 저녁을 호젓이 즐긴다. 곡차 한잔은 어떤가. 돈을 세게 쓸래도 쓸 곳도 없으니 도리어 모두들 부자가 된다. 팩소주 하나에, 자판기 캔 맥주에 집에서 챙겨온 마른안주와 제각각 주전부리에 마시지 않아도 마음부터 취한다.

















게다가 숨결이 척척 맞다. 김한백 누나-언니 밑으로 모인 일곱 남매, 가운데 경진년 초등 말년 두 아들과 바닥인 줄 모르는 임오년 천방지축 딸아들 네 놈. 박효정 이모와 김영욱 삼촌 말씀 따르라니 그에 앞서 벌써 벗이 되어 뒹굴고 까불며 어른들 놀이터에 올 짬이 없다. 시산제의 집사자 박기성 산악인의 뗄 수 없는 인연이라 그럴까. 전우현 교수의 바지런한 챙김에 배만큼 마음이 부르다. 모심과 한 말씀만 바라는 저잣거리 법대 교수들과 달리 다른 분 말씀만 귀 기울여 들으며 어디선가 산뜻하게 우리 입맛을 사로잡는다.

이미 간도에 가 있는 아픈 마음, 나라 밖 거센 물결에 머리 못 쓰는 우물 안 정치권을 보는 터진 속, 가고픈 대기업을 늘리고 동반성장의 그늘을 없애는 길인즉슨 경제민주화를 넘는 통찰, 북경을 살리고픈 도인들의 처방‥ 별처럼 반짝이는 고뇌에 구름너머 별도 안부를 묻는다. 모두가 잠든 밤 황해일기를 덮으니 축시로다. 음‥ 비나리 써야 하는데‥


- 7/12 [푸른 웃음 푸른 설움, 압록에 서다] 이틀 되새김

새벽부터 부산하다. 아이들은 배고프다 노래를 부르고 그 소동에 어른들도 눈을 뜬다. 전혀 눅눅하지 않은 삽상한 바닷바람에 마음이 열린다. 흐리지만 딱 좋은 날씨. 부디 내내 이러하고 천지에서는 쨍하라 모두 빈다. 기내식보다 더 좋은 아침에 다들 반색한다. 북엇국과 나물과 김치와 꼬마 소시지와 김. 아침인데도 뚝딱 잘들 드신다. 끝내 면세점에서 제주는 못 사고 김영욱 회원은 함께 마실 술을 산다. 한가로이 뱃전에 머무르는데‥

북경시각 8시. 울컥한다. 아침인데 쇠주가 그립다. 저 앞에 압록강과 의주가 부른다. 손에 잡힐 듯 뻘밭에 점점이 우두커니 이북동포들. 나룻배로 입에 풀칠하러온 이들‥ 만주로 요하로 중앙아시아로 나가는 길목 의주 벌에서 반만년 동안 그 누가 굶었던가. 하늘이 내려준 너른 벌이 텅 빈 채 죽음의 적막만 눈앞을 채우고 있다.

















동방명주호 옆구리에 예인선이 바짝 붙어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지나가는 화물선마저 작아 보이는 이 큰 배가 꼼짝 못하고 끌려간다. 바로 저거다. 코리아가 잠을 깬다면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라 돌고래가 되어 고래들을 이끌어가야 한다. 이미 우린 돌고래다. 우리 빼고 지구마을 모두가 아는 사실. 제발 정신 차리는 임진년이 되길. 우리는 무엇보다 누구인지 스스로를 제대로 깨쳐야 한다.

드디어 단동이다. 의주와 한 묶음의 땅. 그러나 지금은 이리 이승과 저승으로 갈렸고 압록강은 황천이 되어버렸다. 길잡이가 바뀌었다. 재중동포가 아닌 한족 전영령 선생. 알고 보니, 산동 출신인 그 할아버지가 팔로군으로 전쟁에 나간 뒤 친척들이 화교로 이북에 자리 잡고 단동에도 터 잡아 한국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음에도 걸리는 게 없다. 그보다 전선생의 마음씨가 곱다. 졸본성 가는 길이 무려 네 시간이라 차 안에서 점심은 도시락으로 때우기로 했는데 날이 무덥고 음식이 시원찮다 걱정하며 동포식당으로 이끌어 서두르나마 제대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예민한 역사문제‥ 우리를 배려해 당국의 견해와는 다른, KBS 역사스페셜을 틀어줘서 일행은 졸린 눈을 비비며 공부.

















천리장성의 처음인 박작산성을 호산으로 바꿔 만리장성 동단이라 우기고 아예 통화까지 엮어 명대의 장성이라 외치는 자해소동. 요즘 들어 공식화하는 2만km 만리장성은 그 웃지 못할 희극의 끝이다. 공부가 끝나자마자 모두 꿈나라. 그래도 이어지는 토론. 많이 배운다. 서간도와 요동, 요서와 동몽골의 지정학. 역사의 물줄기는 미래로 이어진다. 실용학의 꼭대기인 미래학은 누가 할 수 있을까. 세 가지 화두는 있어야 하리라. 나라의 미래 안보와 시장의 틀을 어찌 짤 것인가 생존의 절실한 화두, 그 나라가 어떤 매력으로 지구마을을 이끌 것인가 인간성을 중심으로 한 문명의 화두, 끝으로 무엇으로 파고들 것인가 인프라의 화두. 미국을 보면 셋 다 넘치고 특히 인프라는 독보다. G2 선전에 말려든 후배들을 보며 속 터질 저승의 등소평이 안타깝다. 동북을 넘어 국사수정공정까지 부끄러움을 모르고 밀어붙이는 북경을 보면, 당장이 아니라 미래학은 다시 생존의 화두다.

드디어 터졌다. 꼬불꼬불 오르락내리락 이리 휘청 저리 휘청 세 시간을 질렀더니 낯빛이 희다. 한 시간 더 가는데 초주검이다. 오늘은 아이들 일찍 자겠다. 반갑다. 비류수가 나타났다. 혼강이라 이름을 덮어쓴 곳. 어즈버 이 땅을 이 가람을 내버려둔 지 즈믄 해가 넘지 않았던가. 졸본부여의 땅, 지금은 환인현. 그래도 환인은 남았다. 오녀산성이라 문패가 뒤바뀐 졸본성. 그 박물관에 갔다. 청경 김운회 선생 말씀대로 역사날조공정의 억지춘향으로 불려나간 이 곳 학자들의 깊이와 열정이 무어 있으랴. 얼기설기 어설피 흉내 낸 박물관을 보며 그들 스스로 채운 족쇄에서 벗어나길 빌어본다.

















15분을 차를 타고 돌아서 올라간다. 깎아지른 그 곳을 무엇으로 오르랴. 오녀산성은 졸본성이고 또한 홀본이다. 고추무(高朱蒙) 성왕처럼 아직 말의 뿌리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졸본은 제단이고 추무는 탱그리옹군처럼 단군이다. 먼저 그 생김새가 멀리서 봐도 한눈에 고인돌이다. 다음으로 올라가는 999계단을 보라. 처음부터 끝까지 피라미드인 듯 올곧다. 이는 단군이 하늘 굿 드리려 오르는 하늘 길(神道)이지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다. 그 제단에서 내려다본 졸본은 참으로 신묘하다. 뱀처럼 비류수가 감싸고도는, 그리 높은 곳이 그대로 펴라(平壤)다.

누구든 함부로 들어오기 어려운 곳이자 절로 우러르게 만드는 거룩함이다. 그래서 땅 이름 졸본이, 제단 이름 졸본이 9백년 고구려의 성지가 되고 추무는 태왕보다 높은 성왕이 되신 바라. 지금처럼 요새라느니 주문대로 공정의 해석은 머잖아 땅에 묻어야 한다. 오롯이 남아있는 2천년도 더 된 제단의 돌계단과 거룩한 우물 하늘 못인 천지 그리고 성벽과 신비로운 조망을 무대로 단체사진. 끝내 나타나지 않은 까마귀가 그립다. 천지에서 뵐 수 있도록 저녁 하늘 굿에서 마음을 모아야 하겠다.

















통화로 오니 여덟 시, 서울 시각으로 아홉 시다. 다들 주린 배를 늦게 달래고 서둘러 목욕재계를 한 뒤 밤 10시 객실에 모였다. 하늘 굿을 올리기 위함이다. 진월 대표께서 가사를 입으시고 제주를 맡으셨고 집사자는 김석규 이사가, 서울에서 메일을 받아 팩스로 보낸 김세광 대표와 몸소 적어서라도 돕겠다는 전영령 길잡이 그리고 제수를 함께 마련한 전우현-이강일-김지호-박효정-김영욱 님까지, 좁아터진 객실에서 웅숭그려 거듭 절한 일곱 남매까지 모두 마음을 아우른 하늘 굿이었다.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반만년 코리아 역사공동체가 이처럼 황망한 때가 있었던지, 천지 고향에 와서 어머니 아버지 목 놓아 부르지도 못하고, 정성껏 제수를 올려 마음껏 절 한번 제대로 못하는 모자란 자손입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 반드시 떳떳이 거룩한 어른들을 높이 모시는 날을 맞이하겠습니다. 하여 남면하실 어른들께 북향하여 하늘 굿을 올리겠습니다." 진월 대표께서 죽비로 때를 알리며 향을 태우고 술을 올린 뒤 열네 사람 모두 절을 올린다. 이어 아래와 같이 비나리를 바친다.


















임진년 (사)코리아글로브 가족
7차 남북 공동산행
만주 서간도 백두산 <비나리>


단기 4345년 1월14일
대한민국이 사반세기
산업화를 이루고
민주화를 물꼬 튼
날로부터 사반세기

샛바람과 된바람이 어울리는
불암산 마루에서
거룩한 어른들께
오롯이 비나리의 사람으로
거듭 나고자 빌었나이다

그로부터 여섯 달이 지난 오늘
저희들은 저무는 별을 보며
통화에서 벅찬 가슴으로
다시 하늘 굿을 올립니다

영락태왕께서 가신지
열여섯 즈믄 해가 지난 임진년
셋 한이 무너지고
열세 즈믄 해가 지난 지 마흔네 해

갑오 을미의 핏물이
기쁨의 눈물로 바뀌게 하소서

한어버이의 꿈과
한스승의 뜻과
한임금의 길이
서린 터전을 내팽개친
하늘겨레가 어둠을 벗고
스스로 저를 일으키게 하소서

참으로 보잘 것 없사오나
저희들 가슴에 새긴
무등의 꿈과
홍익인간의 뜻과
공존공영의 길을
어여삐 여기시고

좌우를 무너뜨려
통일 대한민국을 열게 하시고
이북동포와 재중동포와
고려인과 이 자리에 서게 하시며
몽골 베트남 티벳 미얀마 터키
꿈과 뜻과 길을 같이 하게 하소서

해 뜨는 날 거룩한 뫼에 오를
열네 사람부터 천지에 물들어
푸른 하늘과 그윽한 바다를
아우르며 지구마을을 되살릴
비나리의 선비로 태어나게 하소서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이다



- 7/13 [푸른 웃음 푸른 설움, 압록에 서다] 사흘 되새김

아침부터 부산하다. 오늘은 드디어 천지 가는 날. 아침 5시 깨어나 5시 반 아침 들고 6시 반 차로 떠난다. 다들 피곤할 터 그래도 손발이 척척 맞다. 네 시간을 달려간다. 깔끔한 서울 입맛의 현지식. 향채만 고집하지 않아도 만한전석 청요리의 세계화 그리고 한국 공략 가능성이 무한할 것이다. 그러자면 먼저 청요리부터 인정해야 할 텐데, 쉽쟎은 또한 참된 제2 개혁개방의 길이리라. 딴판으로 한식 세계화는 제뿌리의 세계성과 역사성 그리고 보편성의 셋을 꿰어야 할 것이다. 하기야 청요리를 중국-중화요리라 부르는 무식함으로 그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드문드문하던 자작나무가 자주 보이니 높은 땅이로다. 바다 위 800m까지 와 갈아타고 50분을 달리니 바다 위 2300m.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에 반짝거리던 일곱 남매의 눈꺼풀은 다시 닫힌다. 1천년만의 백두산 대폭발이 이 세기에 일어나면 이 길을 25억 톤의 천지가 바다 되어 휩쓸고 그 뒤를 끈적끈적한 용암이 뒤덮으리라. 문득 떠오르니 극우 주사파들. 맹랑하니 백두산 밀영의 거짓으로 하늘겨레의 한쪽을 바보로 만들다니. 예전 참한 어느 대학생이 물었단다. 어찌 주체의 나라에서 수령님 노랫말 처음이 백두산이 아니고 장백산 줄기줄기냐? 세포들이 끝내 답을 못했단다. 눈먼 머저리들은 머리가 없다.

만주 지정학의 축인 서간도를 훑었으니 다음은 동간도다. 장길도로 이미 북경이 길을 이끌고 있다. 그들을 따라 가자. 장춘-길림-도문‥ 그리고 그리운 북간도로 가서 러시아와 하나 되자. 1689년 네르친스크 조약 뒤로 3백여 년 묵은 숙제를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 강택민부터 애썼으니, SCO(상하이협력기구) 그 마지막 불꽃이 될 것이다. 호랑이 없는 굴의 여우 노릇도 할 만큼 했으니‥

















만병초 피어난 고산화원을 지나 2300 고지에 이르니 뱀길 좌우로 나무는 사라지고 융단처럼 짙푸른 풀이 나즈막이 땅을 뒤덮고 세상은 고즈넉한 신비의 운무다. 5호 정계비 아래 분수령을 지나 마지막 오르막은 차도 기어간다. 1500계단이 앞에 펼쳐진다. 오를수록 는개는 이슬비로 이슬비는 가랑비로 바뀌더니만 드디어 천지에 이르자 백두는 물기를 잔뜩 머금은 채로 꿈결마냥 서 있었다.

모두 비옷을 입었건만 가랑비에 젖듯이 다들 오줌 싼 꼬맹이마냥 바지가 흠뻑 젖었다. 공안들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하기야 그들이 하늘 굿 올리라 꾄들 그 누가 무논에 엎드려 보이지도 않는 어디로 절을 올린 것인가. 백두는 코리아의 아기집이고 천지는 그 양수다. 코리아글로브 첫 발자국 임오년부터 얼마나 기다려온 순간인가. 그러나 아직 우리 공부는 모자랐다. 십년공부 도로아미타불‥ 허나 하늘이 조짐을 보임은 다 그 까닭이 있다. 당장의 감격보다 곧 닥칠 날의 화급한 바를 깨우침이러니.

















그리 코리아글로브는 천지를 눈이 아닌 마음에 담았다. “통일 대한민국의 길을 열어주소서 하옵고 지구마을의 공존공영을 비옵니다.” 모두를 대신해 진월 대표의 간곡한 비나리를 천지에 띄운다. 단기 4345년 임진년까지 그 아기집과 양수를 지켜주신 거룩한 어른들과 하늘겨레의 선비들 그 마음을 나눠 갖고 이어받을 모두를 위해 다 함께 묵념! 그리고 사진 찍는 시간‥ 물안개로 뒤덮여 아무 것도 뵈지 않고 후줄근하게 젖었음에도 아쉬움이 커 다들 주저주저 발을 떼지 못한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은 우릴 이름이라. 춥고 배고픈 일곱 남매와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른 사이에서 때마다 먹을 걸 챙기는 김영욱 회원과 자신도 추울 텐데 외투를 벗어 강준구를 알뜰히 거두는 전영령 선생이 돋보인다. 애들은 오들오들 빗줄기는 주룩주룩. 풍광이 빼어난 금강대협곡도 수박 겉핥기다. 바다 위 2300고지 서파 주차장에 이르니 이게 웬 조화인가.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비친다. 너무도 아쉬워 아이들 먼저 보내고 지원자들 다시 가자했건만 천지 쪽 통화 끝에 이윽고 접네. 다시 네 시간 통화로 가는 길은 졸리고 눅눅하다.

















비를 맞으며 나누니, 피어오르는 역사의 통찰. 유목과 농경사회는 왜 반목했던가. 아우르는 칸(단군)이 없었기 때문에. 한곳에 뿌리내려 땅만 쳐다보며 금 그어놓고 사는 이들과 풀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다니며 하늘 아래 내 땅 니 땅 구분이 없던 이들. 그래서 부여나 고구려 같은 반농반목의, 그 둘을 아울렸던 제국은 동아시아만 아니라 유라시아의 소중한 자산이었다. 코리아글로브가 되살리려는 삼한은, 역사 속 실재의 재현보다 공존공영의 전통을 잇고자 함이다. 부여가 고구려가 신라가 그러했고 아예 코리아가 통째 삼한으로 불린 까닭은 그 원융화쟁에 있다.

한족들은 '자해의 비극'과 '영광의 재현' 그 두 가지 점에서 깨어야 한다. 盛唐은 결코 아니다. 수당이 고구려와 백년전쟁을 거치며 얻은 건 고작 상처뿐인 영광. 인구가 3500만에서 절반이 줄어들었다. 그리 무너뜨린 고구려는 금세 후고구려 발해로 되살아났다. 당태종의 허명 말고 도대체 무엇이 남았던가. 그러고도 현종 때 안록산의 난을 거치며 제자리로 돌아간 인구가 다시 반 토막이 났다. 제 가족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데 동네 골목길에서 주먹 자랑함이 그토록 그리운가. 영광의 재현이란, 차이나가 제대로 G2가 되란 덕담이다.

















암 덩어리는 역사의 해석과 독점욕이다. 이 누리에 씨도 제가 뿌리고 꽃도 제가 피우고 열매도 제가 맺었다면, 그래서 나머진 모두 들러리라면 그 문명은 지속가능할까. 차이나는 그 불가능한 망상에 그만 매달리고 유라시아에서 해 뜨는 동쪽으로 이어져갔던 대륙의 길과 바다의 길 즉, 1만여 년 앞선 태양의 길을 인정해야 한다. 그 길에서 자신들도 꽃이나 열매의 몫을 했음을 떳떳이 자랑스레 말해야 제대로 존경받는 나라가 된다. 아울러 그 길에서 코리아 또한 같은 몫으로 받아들여야 동중서 이래 어긋났던 관계가 아름다운 인연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 7/14 [푸른 웃음 푸른 설움, 압록에 서다] 나흘 되새김

5시 깨어나 아침 들고 7시 출발. 그런데 20분 늦어졌네. 다 상쇠 永樂의 잘못이다. 설사 낮에 역사문화 공부하더라도 밤에는 날을 밝히며 논다.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 제때 일어나 서두르지 못한 탓이다. 졸본의 오녀봉이 또 보인다. 고구려 초기 다섯 부족의 상징이다. 코리아는 3과 7을 거룩히 여긴다. 셋 천부인은 곧 신성이며 그 멍석 마당이 죽고 사는 칠성판이다. 그러나 장수태왕은 스카이라운지 7층이 아닌 5층에 묻혔다. 5부를 나라의 틀로 완연히 녹여내었음이라.

















다시 또 울컥한다. 집안이다. 나라가 곧 집안이던 때. 돼지 잡아 가둬둔 집 가 글자의 유래가 설화에 남아있다. 국강상 광개토경 호태왕비. 탑돌이를 한다. 농부가 불태워 박락했음은 천년의 내팽개침보다 더 욕먹을 일은 아니리라. 태왕릉을 보지 못함이 天池 못잖은 여한이다. 빌고 또 빌고 모형을 다들 산다. 어린이 가운데 그에 눈독 들이는 놈은 강준구다. 대단한 놈이다. 장군총에 왔다. 7층 석탑이다. 홈을 파서 돌을 짜 맞추고 네 면을 둘러 고임돌을 열둘 놓았는데 과학이다. 1천6백 년을 흐트러짐 없이 버티고선 저 정방형의 제단 앞에 옷깃을 여밀 수밖에 없다. 누가 고임돌 하나를 훔쳐갔는데 바로 그 자리만 아랫돌이 갈라져 상단이 서서히 무너져 내려 덧댐 공사 중이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제 비바람에 젖어 오들오들 떤 천지와 달리 집안은 참으로 맑다. 뭉게구름 기분 좋게 뜬 파란 하늘 아래 햇살이 따갑다. 이 너른 벌에 네 철 모두 날씨가 이러하니 천년 도읍이로다. 언젠가 다시 와야 할 서울 서라벌이다. 환도산성에 접어든다. 집안 즉 국내성과 짝을 이루고 통구하가 다리를 이어주는 거룩한 곳이자 천험의 요새다. 하여 그 앞에 산성하 고분 즉 왕족의 묘 134기가 놓여있다. 남문만 길이 있는데 그를 들어서니 지금 틈입해도 독 안의 쥐다. 앞으로 절벽이고 그 아래 해자로 통구하가 흐른다. 환도산성의 동서북은 깎아지른 벼랑이다. 오직 하나의 길, 움푹 들어간 남문에 들어서자 세 곳에서 쏟아질 화살 비를 생각하니 아찔하다. 점장대를 지나 진월 대표께서 사진 찍기에 빠져드신다. 흰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불가에서 본성에 빗대는 상서로운 흰 소는 환도산성에 신비로움을 더한다.

















길잡이도 처음인 왕궁 터로 간다. 꽤 크다. 저 멀리 아파트가 외람되이 짓누르는 국내성이 훤히 보인다. 관구검 이래 처음인 치욕이리라. 다시 남문으로 나와 산성하 고분군을 한 바퀴 훑어본다. 거룩한 곳 거룩한 물 들머리에 빼곡 들어선 떼무덤은 집안 일대 내버려진 8천기 가운데 간신히 살아남은 분들이다. 이들의 혼을 달래지 못한다면 코리아 역사공동체에 다시 재앙이 내리리라 서늘한 깨달음을 얻는다. 점심을 들고 묘향산 간판을 내건 평양의 외화벌이 상점에 들렀다. 괜찮은 물건은 제법 있다. 그러나 정치범수용소에 갇힌 동포들의 피와 살과 뼈로 만들어진 흉물 앞에 불 지르고픈 마음이 굴뚝같다. 다들 알아서 지갑을 닫는다. 점심 때 외친 건배사처럼 "코리아! 글로브!!"다.(선창과 후렴)

















아파트에 짓눌린 국내성 성벽을 보며 울분을 더 크게 삭인다. 곧바로 통구하 자락의 마을로 간다. 50대 아주머니는 후덕하시다. 할아버지 때부터 이곳에 계셨으니 서간도의 조선 사람이다. 대신 뿌리를 잊어버려 호태왕 물음에 막연하여 웃기만 하신다. 그들을 재중동포로 제 뿌리를 찾게 이끄는 것은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이한 우리의 과제요 소명이다. 하나뿐인 딸이 잘 자리 잡기를 그리고 정정하시다 중풍으로 몸져누우신 어른의 쾌유를 빈다.

















이제 백두산 기행의 큰 네 꼭지를 (졸본성과 천지 및 집안과 동포 집) 마무리 짓고 다시 단동으로 간다. 길림성과 요녕성의 경계 혼강대교에서 얼음과자로 무더위를 달랜다. 이미 김민정은 더위를 먹어 점심도 못 먹고 처져있다. 게다가 격한 운전(여기선 빠른 운전)으로 다들 진이 빠져있다. 안전띠도 손잡이도 없는 전용차량에서 굴러다니는 물통들을 속절없이 바라보며 미끄러지는 엉덩이를 추스르기 바쁘다. 아이들은 졸다가 굴러 떨어진다. 강준구 김민정 이승협 서로 저요저요 하며 얼마나 애먹었는지 할 얘기가 많다. 참 그러고 보니 나라 안에서 가는 곳마다 까마귀의 마중을 받고 가끔 신묘한 일도 겪었던 코리아글로브 기행단이 이번에는 크게 네 꼭지를 겪고도 단 한 번도 못 만났다. 어찌 그럴까. 궁금증만 커진다.

















태평의 장수천에 내려 대륙에 넘치는 장수의 갈망을 마신다. 위로 무슨 제단같이 지어진 게 있어 올라가니 공사 중이다. 한 쪽에 '영결동심'은 부부를 뜻한 듯, 또 한 쪽에 '여자해로, 집자지수'는 부모자식을 뜻한 듯. 설마 중화대가정 얘기는 아니겠지.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다. 차가 오르막에서 힘들어 잠시 에어컨을 껐다. 모두 낯빛이 순간에 지쳐간다. 지구마을을 생각하면 지난 세기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에어컨을 꼽고 싶다. 식생활의 혁명은 물론이거니와 에어컨이 없었다면 사하라 이남은 당연하고 누가 인디아나 동남아로 늘 들락거릴 생각이나 하겠는가. 5백여 년에 걸쳐 북인도의 8천만을 학살한 서남아의 무슬림들도 지금이었다면 그리 했을까. 무덥고 먼지 풀풀 날려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이라 다 죽여서라도 숟가락 하나까지 약탈했겠지. 해골탑의 광기 또한 기후에 지친 게 한 요인이 될 터. 문명의 편의를 줄여서라도 '다시 자연 속으로' 이야기는, 자비심이 통하지 않는 역사의 현장에서는 꿈같은 낭만일 뿐이다.

















압록강 단교 따라 단동에서 삭주를 보며 유람선을 탔다. 15$. 그 가운데 얼마나 이북 군부의 외화벌이에 커미션으로 들어갈까. 애초 이마저 취소하려다 길잡이 전선생 생각해 한 것이다. '트루먼쇼'란 영화를 기억하는가. 밭 갈고 농약 치고 빨래하고 자전거 타고 왔다갔다… 가끔 자가용도 다니고 물가에서 소는 엉덩이에 똥도 묻지 않은 깔끔한 모습으로 모델처럼 서있고 나무는 산등성이에 서둘러 심어 숱 적은 머리마냥 민둥산을 면했다. 그 철저히 연출된 모습을 보며 입맛이 쓰다. 언제까지 조롱거리로 전락해 저리 푼돈 앵벌이에 목숨 걸며 김씨 왕조를 지키는 꼭두각시로 동포들이 살아야 하는가. 하루빨리 통일 대한민국을 세울, 절실한 각오를 다진 유람선의 곤욕이었다.

진월 대표께서 다음 해에 다시 백두산에 오르자신다. 당연히 동간도다. 장길도 즉, 장춘-길림-도문이 되겠지. 언제나 천지가 훤히 열린다는 815 때가 좋겠지만 그땐 너무 비싸 어렵고 이맘 때가 될 것이다. 저녁을 들고 어른들끼리 단동의 꼬치집에 갔다. 뒤 도로에 식탁 펴놓고 동네사람들 애들 데리고 나와 밤참 먹는 곳이다. 분위기 살갑다. 주인장은 손님이 오는지 마는지 다른 벗들과 마시느라 정신없고 아줌마 점원은 계산이 서툴러 꼼꼼한 전선생이 애먹고 있다. 밤바람 시원한데 오고가는 이야기도 은근하다. 전선생의 유학을 권하며 단동의 밤이 풋풋이 저문다.


- 7/15 [푸른 웃음 푸른 설움, 압록에 서다] 닷새 되새김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서간도에서 사흘 아침이 늘 새벽5시 깨어남인데 오늘은 아침 7시다. 마지막 날의 여유다. 이틀 밤 내내 새벽까지 놀다가 어젯밤 서둘러 접은(그래도 1시다.)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 판을 벌인다. 도박은 본능이란 누구의 말이 맞다. 23층 스카이라운지에서 아침을 먹는다. 예전 코리아처럼 마무리가 시원찮거나 그 개념이 아예 없어 좋은 인프라에도 제값을 못 받는 호텔 그리고 나라다.

















압록강단교에 갔다. 울컥이 아니라 눈에 불이 난다. 총검을 꼬나들고 밀려드는 군인들의 부조가 상징으로 들머리를 채우고 있다. 이웃나라를 침략하고도 부끄럼 없이 '평화를 위하여' 새겼다. 그 옆에는 자랑스럽게 1950년 10월19일이라 달력까지 펼쳐놓았다. 괘씸하여 사진 찍지 마라 했다가 생각을 바꾸어 단체사진을 찍었다. 대신 모두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찍었다.

















원보산 공원에 갔다. 한가로움을 즐긴다. 이게 여행이다. 주말 공원에 나온 어린아이의 재롱을 보고 갓난 강아지와 놀아주며 아이들은 공원마당을 한껏 내딛는다. 전우현 교수와 이강일 위원은 좌우를 깨뜨리어 통합의 지도력을 세우는 길을 고뇌하며 그 핑계로 오전 해장 청도맥주를 맛보고 일행들은 기꺼이 돕는다. 진월 대표께서 일행을 대신하여 원보산 타워 답사를 다녀오시고 그 사이 어린이집을 맡은 전영령 원장은 일곱 남매 원생들을 살뜰히 챙긴다. 이곳은 단동의 강남 같은 곳. 그래도 서울의 80년대처럼 따스하다. 길가로 풍선을 매단 혼례 하객들 자가용이 달리고 (신혼부부는 꽃을 매단다) 원보산 타워는 옛 남산타워처럼 선남선녀들을 한 바퀴 도는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으로 부른다.

















전우현 교수의 두 번째 얼음과자 선물과 코리아글로브 유치원의 단체사진으로 윈보산 공원의 한가로운 만남을 마무리한다. 마지막 점심이다. 삼겹살 잔치. 추가는 값이 세다. 그러든 말든 막판이라 다들 웃음꽃. 장사든 외교든 전쟁이든 마음읽기다. 그리고 마지막 가게 잡화점. 금강산공원 옆이다. 우리 아는 금강산 말고 금강이다. 80년대 과천 서울대공원이다. 일곱 남매의 사진으로 갈음하다.


- 7/16 [푸른 웃음 푸른 설움, 압록에 서다] 끝날 되새김

아쉽다. 이제 만주-서간도-백두, 살포시 느낌이 올 듯도 한데
배에서 내리란다. 어린이들은 겨우 몸 풀었는데 인천 연안부두가 코앞이다.
다들 짐 챙기고 모였다. 30분 남짓 돌아가며 마무리 한마디씩 황해에 담는다.

박재범-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겨우 맛을 봤다.
김민정- 무척 재미있었다. 일곱 남매 앞으로도 봐야지.
강준구- 백두산이 가장 기억에 남고 우리 땅이란 사실이 자랑스럽다.
김한울- 처음 나라밖 여행이다. 광개토태왕비를 봐서 아주 좋았다.
이승협- 집안의 고구려 유적을 둘러보고 북한 모습도 살짝 봤다.
이하정- 백두산 올라갈 때 힘들었지만 뿌듯했고 천지 못 봐서 아쉬웠다.
        환도산성에서 벼가 많이 자라는 걸 보며 신비로웠다.
이강일- 울컥 했다. 나라 안에서 잊고 살았는데 와서 살갗으로 느끼니
        소름이 돋는다. 때가 올 터이니 이 땅을 위해 제 몫을 하고 싶다.

전우현- 설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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