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학연구소의 한호석 소장의 3월7일자 글 중 북핵 관련한 부분을 옮깁니다.다음의 내용들이 들어있습니다.
- 북은 미국을 핵으로 압박하여, 남한에서의 미국통치를 종식시키려 하고 있다.
- 주한미군 철수는 남한 자주화의 핵심적이고 사활적인 조건이다.
- 북미 정치 협상의 핵심적 내용은 조미 불가침 조약이고, 조미불가침 조약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무력화할 것이다.
- 북은 핵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사일 능력 또한 가지고 있어서, 미국은 북을 심각한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
- 하지만 북의 막강한 군사력으로 인해 선공하거나 군사적으로 제압하려는 시도는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 북의 시도는 결국 관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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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노무현 정권의 등장, 불가침조약과 주한미군 철수
얼마 전 일본 도쿄에 있는 통일코리아연구소(unikorea.cool.ne.jp)는 통일학연구소 한호석 소장에게 한(조선)반도의 정세에 관련된 다섯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전자우편을 통하여 진행하는 대담을 요청하였다. 25개의 물음에 답하는 형식으로 작성된 이 글은 한호석 소장이 전자우편을 통하여 진행한 대담을 정리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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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북(조선)의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 제안과 고강도 대미압박
물음 10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대해서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그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져있습니다. 공화국 정부가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한 배경에 대해서, 그리고 그 조약의 체결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던 때가 1953년 10월 1일이었으니까, 올해 10월이면 그 조약이 체결된 때로부터 꼭 50년이 됩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정전협정을 체결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때는,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의 불길이 치솟고 있었던 1951년 5월 17일이었습니다. 그 전쟁이 1950년 6월 25일에 일어났으므로, 미국은 전쟁이 일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패배를 자인한 것입니다. 만일 미국에게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고, 전쟁승리의 자신과 능력이 있었다면, 그들은 정전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전쟁을 끝까지 밀고 나가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에게는 그러한 의지도 자신도 능력도 없었습니다.
핵무기를 휘두르면서 초강대국을 자처하는 미국은 보통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강한 존재가 아닙니다. 사생결단의 각오를 가지고 투쟁하는 상대 앞에서는 겁을 집어먹고 뒤로 물러서는 것, 바로 이것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미국의 진짜 모습입니다.
한국(조선)전쟁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였기 때문에 전쟁을 중지하자고 제안한 쪽은 미국이었습니다. 반면에 북(조선)은 미국을 남(한국)에서 몰아낼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한국(조선)전쟁에서 정치적 승패를 가르는 중대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1951년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정전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결정을 내렸으나 정전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회담은 쉽게 결말을 내지 못했습니다. 정전협상이 시작된 때가 1951년 7월 10일이었고 정전협정이 체결된 때가 1953년 7월 27일이었으므로, 정전협상은 무려 2년 동안이나 계속되었습니다. 이것은 오늘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조·미 정치협상이 간단하게 결말을 내지 못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정전협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던 1953년 6월 6일 미국은 남(한국)에게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겠다는 사실을 통보하였습니다. 그로부터 몇 일 뒤인 7월 12일에 미국은 정전협정을 체결하는 것과 더불어 한·미 상호방위조약도 체결하겠다는 사실을 발표하였습니다. 7월 27에 정전협정을 체결하였던 미국은 10월 1일에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것은 정전협정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뗄 수 없는 관계로 결부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만일 정전협정이 없었다면 한·미 상호방위조약도 없었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되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북(조선)이 대미관계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전략목표는 한(조선)민족과 미국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 다시 말해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폐기입니다. 북(조선)이 그 조약을 폐기하려는 까닭은, 한·미 동맹이라는 말로 위장되어 있는 남(한국)과 미국의 지배·예속관계가 바로 그 조약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3년 2월 11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나온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국장 조지 테닛(George J. Tenet)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정치수단으로 확대하려는 김정일의 시도는 그가 협상을 통해 미국과 근본적으로 다른 관계를 맺고자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발언하였습니다. 그는 발언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관계라는 것은 미국이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러한 분석은 의도적인 왜곡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추구하고 있는 조·미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는, 핵무기 보유의 용인이 아니라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함으로써 한(조선)민족과 미국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다시 말해서 미국의 대남 지배구도와 대북 대결구도를 한꺼번에 제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려면 주한미군을 철수하여야 합니다. 주한미군을 그대로 두고 그 조약을 폐기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북(조선)의 당면목표는 우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으로 집중됩니다.
북(조선)이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법적 근거인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조치는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입니다. 조·미 두 나라가 상호불가침을 법적으로 확정하게 되면, 조·미 사이의 전쟁중지상태에 의하여 체결된 정전협정도 자동적으로 존재이유를 상실하게 되며, 미국이 북(조선)의 무력침공을 상정하여 남(한국)과 체결한 한·미 상호방위조약도 자동적으로 존재이유를 상실하게 됩니다.
북(조선)은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 제안을 회피하고 있는 미국을 끌어내기 위하여 정전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차츰 높아지고 있습니다. 만일 북(조선)이 정전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미국은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여야 하는 압박을 더 강하게 받게 됩니다.
2003년 2월 17일 북(조선)은 정전협정을 준수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특파원이 평양을 방문하여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북(조선) 외무성 관리와 진행한 2월 27일의 대담에서 그 익명의 관리는 미국이 계속 북(조선)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북(조선)은 정전협정의 구속에서 완전히 탈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조·미 불가침조약의 체결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고, 주한미군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키며, 궁극적으로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북(조선)은 올해 들어오면서 미국에게 정치협상에 나오라는 강한 요구를 계속하여 들이대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화는 하겠지만 협상은 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북(조선)의 요구를 회피하다가, 지금은 다자간 회담을 개최하자는 억지주장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만일 미국의 억지주장대로 다자간 회담을 개최하려면 그 회담에 참가할 당사자들을 누구로 정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하며, 그 회담에서 다룰 의제의 범위를 정하여야 하며, 그 회담의 정치적 지위를 규정하여야 합니다. 이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를 불러일으킵니다. 미국의 속셈은 조·미 정치협상의 과제를 다자간 회담을 추진하는 복잡한 과정 속에 몰아넣고 시간을 질질 끌다가 적당히 넘어가려는 것입니다. 미국의 다자간 회담 제안은 조·미 정치협상을 회피해보겠다는 궁여지책입니다. 클린턴 정권 시기에 북(조선)이 조·미 정치협상을 하자고 강하게 요구하였을 때, 그에 대한 대응으로 4자 회담이라는 것을 역제안하였던 상황과 흡사합니다.
그러나 4자 회담이 몇 차례 열리다가 슬그머니 중단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자간 회담이라는 것은 성사될 수도 없지만, 설사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소득이 없을 것이며 결국 중단되고 말 것입니다.
전세계가 반대하는 이라크 침략전쟁을 미국 단독으로라도 기어이 감행하겠다고 하는 '강한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을 재개하자는 북(조선)의 요구를 회피하면서 쩔쩔매는 '나약한 미국'으로 변해버린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조·미 정치협상을 두려워하고 있을까요? 그 까닭은,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에 다시 끌려나가면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에 나가서도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지만, 조·미 관계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북(조선)은 미국을 조·미 정치협상에 다시 끌어내면 이번에는 반드시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말겠다고 단단히 벼르면서 철저한 준비를 갖추어 놓았습니다. 북(조선)이 사전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서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는 제안을 내놓지 않으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북(조선)은 요리조리 피하고 있는 미국을 꽉 붙들어서 조·미 정치협상에 다시 끌어내면, 미국이 불가침조약 체결에 순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결정적인 조치들을 준비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미국은 초강대국의 체면이 남김없이 구겨지는 외교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북(조선)의 정치협상 재개 제안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고 있습니다.
물음 11 - 그렇다면 조·미 불가침조약이 체결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아야 하겠습니까?
올해 6월은 조·미 두 나라가 역사상 처음으로 합의한 외교문서인 뉴욕 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10년이 되는 때이며, 7월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50년이 되는 때이며, 10월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지 50년이 되는 때입니다.
나의 판단으로는, 이처럼 중대한 정치적 계기가 연속적으로 다가오는 올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대미관계에서 어떠한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려고 결심하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미 뉴욕 공동성명의 이행이 미국에 의해 지연되고 있는 사태를 10년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한(조선)반도의 정전상태를 50년 이상 유지할 수 없으며, 남(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배를 50년 이상 지속되게 할 수 없다는 것, 바로 이것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단호한 결심을 세우게 된 동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심은 단호하고, 목적은 분명하며, 그 목적을 달성할 수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세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라크 침략전쟁의 불을 지르고 있는 부시 정부는 미국 내부에서, 동맹국들과의 관계에서, 국제사회에서 터져 나오는 강한 저항과 반발에 부딪히면서 휘청거리고 있고, 이라크 침략전쟁을 계기로 하여 치솟고 있는 반미·반전투쟁은 전세계적 범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조선)반도에서는 노무현 정권이 등장하여 남북관계의 악화를 방지하면서, 북(조선)의 핵무장도 반대하고 한(조선)반도의 전쟁도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의사표명은 노무현 정권이 조·미 대결관계에서 마치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을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조선)반도의 전쟁을 반대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시 정부는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을 자행하고 있으면서도,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조선)반도의 전쟁을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전쟁책동을 은폐하려는 부시 정부의 선동에 휩쓸리는 꼴이 됩니다.
민중의 반전평화운동이 내거는 투쟁구호는 전쟁을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을 반대한다는 것으로 되어야 합니다.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을 반대하는 것은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조·미 정치협상에 미국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되는 것입니다.
이제 대담의 주제로 되돌아가겠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단은 무엇일까요? 내가 보기에, 그 수단은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입니다. 북(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미국의 전략거점들을 초토화하는 가공할 무력수단이기 전에, 미국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정치수단입니다.
북(조선)이 핵탄두를 장착한 온갖 종류의 미사일로 위협하고 있는 미국에 맞서 싸우려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여야 하였고, 또 실제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미 오래 전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강국이라는 사실을 논증한 바 있습니다. 그 논증을 여기서 되풀이할 생각은 없고, 다만 최근에 파악한 보완적인 정보를 세 가지만 더 첨부하겠습니다.
첫째, 2003년 2월 12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나온 미국 중앙정보국 국장 조지 테닛은 북(조선)이 미국 서부해안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자기의 보좌관들과 상의한 뒤 "비밀해제된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북(조선)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변하였습니다.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보유문제는 미국의 정치권에서 매우 예민한 문제이므로, 중앙정보국 국장도 쉽게 답변하지 못하고 보좌관과 상의를 하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답변하였습니다. 이로써 북(조선)이 미국 서부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비밀은, 공개석상에서 중앙정보국 국장에 의해서 해제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북(조선)이 지구 위의 어느 곳이라도 타격할 수 있는 중량급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지 테닛은 이 사실은 아직 비밀해제할 수 없으므로 공개하지 못하였습니다.
둘째, 2003년 3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대표단회의에 제출된 방일 대표단의 보고서는, 나카야마 타로(전 일본외상)의 말을 인용하면서, 미국의 보고서에 의하면 1998년 8월에 시험발사된 우주발사체의 제3단계 잔해가 알래스카에서 발견되었으며 그에 따라 미국은 한·미·일 모두 북(조선)의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있다고 인식하고 삼자 공조를 강화하게 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북(조선)은 우주발사체 겸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자체적으로 개발·완성하였음을 이미 5년 전에 입증하였습니다. 나의 판단으로는, 북(조선)이 지구 위의 어느 곳이라도 타격할 수 있는 중량급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주한미군사령부가 해마다 펴내는 2003년판 『사실편람(Fact Book)』은 "제2의 한국(조선)전쟁이 일어날 경우, 1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특수전 병력, 로켓포, 미사일, 대량살상무기가 결합하면 안전한 곳은 아무 데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주한미군사령부도 북(조선)의 전략적 타격력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만일 북(조선)이 미국의 핵공격위협에 핵공격위협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북(조선)은 미국에게 정치협상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였을 것이며, 자신을 보위하지 못하는 이라크의 비참한 운명을 면할 길이 없었을 것입니다. 북(조선)은 핵탄두를 장착한 온갖 종류의 미사일로 위협하고 있는 미국에 맞서서 핵무기와 전략미사일로 대항하면서 정치협상을 기어이 재개하고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려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북(조선)이 미국을 어떻게 정치협상으로 다시 끌어내겠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정치협상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상대를 협상자리에 끌어내려면 압박을 가하는 수밖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상대가 워낙 강대한 미국이므로 웬만한 압박은 통하지 않고 매우 강한 압박을 가하여야 합니다.
북(조선)이 미국에 대해서 가하고 있는 압박은 입체적 압박입니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정교하게 짜여진 예술적 입체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물음 12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미국에 대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이해됩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좀더 설명이 요구됩니다. 소장님께서 파악하신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조선의 입체적인 대미압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최근에 북(조선)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압박조치는, 내가 보기에는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첫째, 영변의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고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함으로써 핵무기를 꽝꽝 만들어내는 능력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H. Rumsfeld)는 2003년 2월 3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안보정책회의에서 연설하면서 북(조선)이 영변의 플루토늄 재처리시설을 재가동할 경우 5월이나 6월께 추가로 6-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얻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나의 판단으로는, 지금까지 북(조선)은 매우 은밀하게 핵탄두를 만들어냈고, 미국은 그 사실을 대충 알면서도 전혀 모르는 척하면서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북(조선)은 무게 1천 킬로그램의 핵폭탄을 개발한 뒤에 그것을 2백 킬로그램 이하의 핵탄두로 소형화하기 위한 기폭실험을 수없이 진행하였으며, 마침내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장착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북(조선)이 1천 킬로그램 이하로 소형화된 핵탄두를 개발하였다는 것은, 나만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저명한 전문가들도 대체로 공인하고 있는 바입니다. 이를테면 비확산정책 교육센터(Nonproliferation Policy Education Center)의 실무책임자 헨리 소콜스키(Henry D. Sokolski), 미국과학자협회(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의 전략안보담당 책임자 마이클 레비(Michael Levi), 안보전문 웹 싸이트로 이름난 세계안보(Global Security)의 책임자 존 파이크(John Pike), 과학 및 국제안보 연구원(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의 원장 데이빗 올브라이트(David Albright)같은 비중 있는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북(조선)이 공개하지 않는 핵탄두는 핵확산금지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지금까지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사실을 모르는 척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을 달라졌습니다. 북(조선)은 미국으로 하여금 핵확산금지체제 유지와 주한미군 철수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하도록 몰아가고 있기 때문에, 북(조선)은 이전처럼 핵무기 보유사실을 감추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고, 미국도 이전처럼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사실을 모른 척하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북(조선)은 핵무기 보유사실을 입증함으로써 핵확산금지체제를 위협하고, 그로써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결정을 이끌어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북(조선)이 핵무기 보유사실을 입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핵무장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방법도 있고,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은 북(조선)이 핵무장을 공식으로 선언하는 것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03년 3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대표단회의에서 발표된 방미 국회대표단의 보고서는, 워싱턴 정치권 일각에서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지만 나의 판단으로는, 현단계에서 북(조선)은 핵무장을 선언하는 방법이 아니라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조선)이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려면 중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북(조선)은 핵탄두를 만들었으면서도 대외적인 정치관계를 고려하여 핵실험을 자제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정치적 관계를 고려할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만일 미국이 끝내 북(조선)과의 정치협상을 회피하면서 정세를 악화시킨다면, 북(조선)의 압박조치는 최후단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하핵실험은 북(조선)이 미국에게 가할 수 있는 최후의 압박조치입니다.
북(조선)이 미국에 대해서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핵실험까지야 강행하겠는가 하고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의문은 북(조선)의 대미압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도 북(조선)이 핵실험이라는 최후의 압박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심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2003년 2월 12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나온 미국 국방정보국(DIA) 국장 로웰 재커비(Lowell Jacobi)는 북(조선)이 핵실험을 단행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여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북(조선)이 공개적으로 핵무기 추가확보에 나선 것은 최근 30년래 미국의 지역이익에 반하는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고 발언하였습니다. 클린턴 정부시절에서 대통령의 핵안보 및 군축특사로 러·미 정치협상에 참여했던 제임스 굿바이(James Goodby)는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 2003년 3월 6일자에 발표한 공동기고문에서 북(조선)의 핵실험 가능성을 예견하면서 부시 정부는 대미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조선)이 이처럼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핵무장을 선언하는 것은 한 차례의 공식발표로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지만,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는 것은 미국의 대응을 보아가면서 점차적으로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더 유리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북(조선)은 영변의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고,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하여 무기급 플루토늄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공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미국에 대한 압박강도를 자꾸 높여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북(조선)은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하는 단계에까지 나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조선)으로서는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 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실한 과제이므로 최후의 단계로 한 걸음씩 접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에게 핵확산금지체제 유지냐 주한미군 철수냐를 선택하라는 최후의 통첩을 던져준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북(조선)이 플루토늄 재처리 공정에 한 걸음씩 접근할 때마다 미국은 마치 자신의 숨통이 조여드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면서 쩔쩔매고 있습니다.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공포의 벼랑끝으로 밀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물음 13 - 최근 미국 언론들은 미국이 영변 핵시설을 정밀타격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비밀공격계획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만일 미국이 그러한 무모한 공격계획을 정말 추진한다면, 오늘 조·미 관계의 교착상태는 협상이 아니라 전쟁으로 될 것입니다. 소장님께서는 미국의 영변 핵시설 공격계획설을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 2월 28일 미국 NBC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한 미국 합참의장이며 공군대장인 리처드 마이어스(Richard B. Myers)는 대북 선제공격설에 관한 방송진행자의 물음에 답하면서 대북 선제공격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였고, 같은 날 『뉴욕타임스』의 저명한 기고가 니컬러스 크리스토프(Nicholas D. Kristof)는 기고문에서 미국 군부 일각에서 북(조선)의 핵시설에 순항미사일을 발사하여 외과수술식으로 파괴하거나 맹렬한 폭격으로 파괴하는 문제, 그리고 북(조선)의 견고한 포진지를 전술핵무기로 파괴하는 문제가 검토되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3월 2일 남(한국) 정부당국자가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 합참의장 마이어스의 발언에 관하여 미국 정부당국자에게 물어보았더니, 미국 정부당국자가 마이어스의 발언은 북(조선)의 핵시설을 공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의미에서 미군의 선제공격력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는 것입니다.
미국 합참의장이 북(조선)에 대한 선제공격설을 언급했는가 하는 문제와 상관없이, 그리고 『뉴욕타임스』의 기고가가 주장한대로 미국 군부 일각에서 대북 선제공격계획을 검토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와 상관없이,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계획이 공공연한 비밀로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입니다. 비밀공격계획이 언론에 공개된다는 것은 비밀기능을 이미 상실하였음을 뜻합니다.
주목해야 할 문제는, 미국 국방부가 왜 이 시점에 이미 비밀기능을 상실한 대북 선제공격계획설을 유포하고 있는가 하는 데 있습니다. 나의 판단으로는, 북(조선)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이 전쟁이냐 협상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숨막히는 상황에서 취하고 있는 반발심리가 대북 선제공격계획설을 유포하는 행동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영변 핵시설을 이른바 외과수술식 정밀타격으로 파괴하겠다는 미국의 공격계획은 1993년과 1994년에 '핵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미 나왔던 것입니다. 그 때 미국은 그 계획을 언론에 흘려보내기만 하였고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에나 군사전술적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이 영변 핵시설을 정밀타격으로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심각성은 영변 핵시설 공격이 전술적으로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격이 미국이라는 국가 전체의 존망문제가 달려있는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최대의 문제라는 데 있습니다. 영변 핵시설을 파괴하여 핵확산금지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에게 더 할 나위 없이 중대한 문제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미국 자체의 존망문제가 달려있는 전면전을 일으키는 문제보다 더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2003년 3월 3일자 『뉴욕타임스』는 영국의 BBC 방송이 청취한 북(조선)의 라디오방송을 인용하면서, 만일 미국이 북(조선)의 핵시설을 공격하면 핵전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천명하였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 보도는 사실입니다. 영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분명히 조·미 전면전을 일으킬 것입니다.
조·미 전쟁은 이라크 전쟁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은 그 전쟁에 동원되는 전쟁수행력의 규모를 따져보면 전면전이라고 할 수 있으나, 미국 자체의 존망문제가 달려있는 전면전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이라크 침략전쟁은 미국이 이라크와 견줄 바 없이 우세한 전쟁수행력을 동원하여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는 이라크를 일방적으로 침공·제압하는 전쟁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영변 핵시설 공격에 의해서 일어나는 조·미 전쟁은 판이하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미국이 영변 핵시설을 이른바 외과수술식 정밀타격으로 파괴하려면 전면전을 각오해야 하는데, 현재 남(한국)과 동북아시아에 배치한 전투력으로는 전면전을 수행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미국은 영변 핵시설을 공격하기 직전에 동해에 많은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하면서 전면전 태세에 돌입하여야 합니다.
전면적 태세에 들어간 미국이 정밀유도무기를 발사하여 영변 핵시설을 파괴하는 순간, 북(조선)은 동해에 배치된 항공모함들을 순항미사일로 공격하면서 남(한국), 일본, 서태평양에 널려있는 미군기지들을 대량파괴무기를 장착한 전략미사일로 파괴하는 무시무시한 대량보복을 가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주한미군 3만7천명은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날아오는 시간당 약 50만 발의 대구경 포탄의 불바다 속에서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며, 남(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약 5만 명의 미국 민간인들은 대피하려고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서울을 순식간에 포위한 조선인민군에게 전원 생포될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2003년 2월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남(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미국 민간인들을 남(한국) 밖으로 소개하는 데는 적어도 21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 정도의 기간이면 조·미 전쟁은 이미 종결국면에 들어간 이후가 될 것입니다.
지정학적인 측면에서나 군사전략적인 측면에서 따져보면, 북(조선)이 전략적 대량보복으로 파괴할 일차적 목표는 장거리 전략폭격기들이 출격하는 괌, 알래스카의 미군기지들과 태평양군사령부가 있는 하와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후의 전쟁시나리오는 조·미 두 나라가 서로 상대의 전략거점들을 대량파괴무기로 공격하는 미증유의 전면전이 일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북(조선)의 전략적 대량보복을 막아낼 수 있는 방어능력이 미국에게 없다는 데 있으며, 그러한 방어능력 부재는 곧 미국이라는 국가의 멸망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영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미국에게 있어서 조·미 전면전 시나리오의 서막이 아니라 미국 멸망 시나리오의 서막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말문이 막히고 맙니다.
둘째, 북(조선)이 미국과의 전면전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 능력은 미사일능력을 뜻합니다. 미사일능력에 관하여 말한다면, 북(조선)은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자체의 힘으로 꽝꽝 만들어내는 미사일강국입니다. 북(조선)이 얼마나 많은 종류의 미사일을 만들어냈으며, 얼마나 많이 실전배치하였는지는 미국의 국가정보기관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조선)은 지난 2월 24일 순항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하였습니다. 미국 국무차관 리처드 아미티지(Richard L. Armitage)는 2003년 2월 4일 연방상원 외교위원회의 청문회를 마친 뒤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조선)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는데, 그로부터 열흘 뒤에 북(조선)은 정말로 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하였던 것입니다.
『워싱턴 타임스』 2003년 2월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북(조선)이 시험발사한 미사일은 1950년대 식 단거리미사일이 아니라 최신형 장거리 지대함 순항미사일이었습니다. 북(조선)이 자체로 개발한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처음으로 시험발사했던 때는 1997년 5월 23일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그 순항미사일을 에이쥐(AG)-1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미국의 국가정보기관들은 북(조선)이 이번에 발사한 최신형 순항미사일의 사거리가 약 160킬로미터 정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사거리가 약 60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 지대함 미사일 실크웜을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하여, 북(조선)은 성능을 월등히 개량한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조선)의 신형 순항미사일은 동해의 수평선 너머 먼바다에서 움직이는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을 공격하기 위한 위력적인 지대함 미사일입니다.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북(조선)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더욱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것은, 우주발사체 겸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또다시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북(조선)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 단행하면 할수록 곤경에 더 깊이 빠지는 것은 미국입니다. 전쟁이냐 협상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미국은 북(조선)이 미사일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의 공격의지를 무력화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협상의 길로 끌려나가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셋째, 북(조선)은 미국의 저항을 누르면서 조·미 정치협상을 진행할 것입니다.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의 자리에 끌려 나왔다고 해서 북(조선)의 대미압박이 그것으로 끝나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북(조선)의 대미압박은 조·미 정치협상 진행과정에서도 가해질 것입니다.
제1단계는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정치협상이 될 것입니다. 미국이 북(조선)의 강한 압박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정치협상에 끌려나오면, 북(조선)은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 한편, 미국의 요구인 핵확산금지체제를 유지하는 조치를 취하게 될 것입니다.
조·미 사이의 당면문제는, 영변 핵시설을 동결하느냐 마느냐, 동결의 대가로 신포 경수로를 건설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느냐 못하느냐, 체결의 대가로 핵확산금지체제를 유지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문제로 변화되었습니다.
물음 14 - 그런데 사람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그렇다면 미국은 언제 조·미 정치협상에 응하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민족으로서는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조·미 정치협상이 재개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도 그렇게 희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부시 정부만이 우리 민족의 요구와 국제사회의 희망을 거스르고 있습니다.
지금 워싱턴의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언론들, 미국 사회의 여론주도층에서 조·미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습니다. 부시 정부만 비겁하게도 조·미 정치협상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최근 부시 정부가 조·미 정치협상을 회피하기 위해서 꾸며낸 궤변은 '선 핵포기, 후 대화'→'대화 가능, 협상 불가능'→ '다자대화 가능, 양자대화 불가능'으로 뒤바뀌면서 혼란을 일으키고 자가당착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부시 정부의 그 따위 궤변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사람은 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부시 정부가 제아무리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조·미 정치협상을 피해보려고 해도 뜻대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들의 회피책동은 자가당착에 빠져 제풀에 꺾일 것이며, 결국 조·미 정치협상은 재개될 것입니다.
2003년 3월 6일 워싱턴 발 『아사히신붕』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20일과 21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북(조선) 대사관에서 북(조선) 정부 관리들과 미국의 전직 정부관리 및 민간전문가들이 회담을 하였는데, 북(조선)이 우라늄 농축 계획을 포기할 경우 이를 검증하는 방법을 협의했다는 것입니다. 2월 21일 서울, 베이징, 도쿄를 차례로 방문하고 있었던 미국 국무장관 콜린 파월(Colin L. Powell)은 베를린의 조·미 비공식 접촉을 보고 받자마자,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할 것임을 발표하겠다고 말했으며, 25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미국이 올해 10만 톤의 식량을 북(조선)에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이러한 태도변화의 조짐은 벼랑끝으로 밀려간 미국이 대북협상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처럼 조·미 정치협상이 재개되는 것은 명백한데, 그 시기를 몇 월 몇 일이라고 꼭 집어서 예언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조·미 정치협상이 재개될 시점을 예상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계기들을 짚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하여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시점은 오는 5월이 될 것입니다.
둘째, 부시 정부는 북(조선)이 영변의 재처리시설을 가동하여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시점을 오는 6월쯤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실제로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겠지만, 한·미 사이의 협의형식을 빌어서 주한미군 감축안을 공개하는 시점이 올해 9월이나 10월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위의 세 가지 계기를 생각한다면, 부시 정부가 조·미 정치협상에 마지못해 끌려나오는 때는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5월 이후부터 주한미군 감축안이 공개되는 시점인 10월 이전의 어느 시점이 될 것입니다. 특별히 북(조선)이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시작하는 시점인 6월부터 10월 사이의 기간이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순전히 나의 추정입니다. 조·미 관계의 변화과정에는 예상하지 못하는 돌발변수가 많고, 매우 풀기 힘든 민감한 사안들이 얽혀있으므로 그 시점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3. 주한미군 철수문제와 한·미 상호방위조약 폐기문제
물음 15 - 요즈음 내외언론들은 미국이 주한미군을 후방으로 재배치하고 감축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에 관한 문제는 한(조선)반도의 전략균형에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매우 예민하고 중요한 것인데, 최근의 감축보도와 관련하여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조·미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의 본질이 민족자주를 실현하는 문제고, 민족자주를 실현하는 길은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이라는 점을 되풀이하여 주장하여 오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주한미군 철수의 불가피성도 논증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시기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과연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인가 하는 의문을 앞세우면서 주한미군 철수는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미국이 북(조선)의 압박에 밀려 결국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라는 나의 견해에 귀를 기울인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어떤 압박이 가해져도 끄덕도 하지 않을 만큼 견고하게만 보였던 미국의 주한미군 전략에는 지금 커다란 변화의 파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철수의 불가피성을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사건이 우리의 눈앞에서 전개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미국의 주한미군 전략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파동은 현재로서는 일단 주한미군의 전면철수가 아니라 감축입니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하기는 하겠지만, 절대로 완전히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그러한 주장은 정세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보지 못하는 착오입니다.
혹시 미국이 주한미군을 완전히 철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고 해도, 그 계획을 섣불리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국은 앞으로 대북 정치협상에 끌려나가는 경우, 그 협상에서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하나의 책략으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으므로 매우 예민하게 처리할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주한미군을 완전히 철수하는 문제는 조·미 정치협상에서 은밀히 결정될 사안입니다. 조·미 정치협상에서 주한미군의 전면철수가 결정되더라도 그것은 매우 예민하고 중대한 사안이므로 결정사실 자체가 '밀약' 형식으로 처리되면서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에 중·미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정치협상에서 결정되었던 대만주둔 미군을 철수하는 문제도 역시 중·미 두 나라가 밀약 형식으로 처리한 바 있습니다.
주한미군을 전면철수하느냐 일부감축하느냐 하는 문제를 따져보려 할 때, 우선 정확히 인식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 왜 하필 이 시점에 주한미군을 감축하려고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조·미 관계의 긴장국면이 날카로워지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은 마땅히 주한미군을 증강하여야 하는데, 증강하기는커녕 감축하겠다니, 일반상식으로는 미국의 속셈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특히 남(한국)의 대미예속적인 정치권과 친미우익세력들은 미국이 조·미 관계의 첨예한 긴장국면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하려는 것을 보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허둥대고 있습니다.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그들은 주한미군의 전쟁억지력과 인계철선 역할이 감퇴되어서는 안 된다고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일반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주한미군의 감축문제는 정세의 본질에 대한 인식으로만 해명된다는 것, 문제의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정세의 긴장이 감축의 원인이라는 것,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북(조선)의 대미압박이 미국으로 하여금 주한미군을 감축하도록 강제하는 원인이라는 것, 우리는 바로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북(조선)의 대미압박이 엄청난 중력으로 작용하면서 미국의 숨통을 조여갈수록 미국은 주한미군을 더 신속하게 감축하게 될 것이며, 종국적으로는 완전히 철수하고 말 것입니다. 이것이 주한미군의 단계적 전면철수에 관한 나의 전망입니다.
물음 16 - 그러나 지금 부시 정부는 영 딴전을 피우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의 감축은 해외주둔미군 감축의 일환이라고 하면서,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이 북(조선)의 압박을 원인으로 하여 생겨난 불가피한 결과라는 사실을 애써 감추려 하고 있습니다. 부시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계획에 관하여 좀더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미국과 남(한국)의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최근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주한미군 지상군을 감축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2003년 2월 4일자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주한미군의 역할, 임무, 구조, 규모, 지휘관계를 포함하는 총체적인 변화를 본격적으로 검토하여 앞으로 2년 안에 청사진을 마련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 2월 9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장관의 고위 보좌관들은 미국 해군과 공군이 보유한 장거리 타격력의 비중을 높이고 주한미군 지상군을 철수함으로써 '5027 작전계획(CINCUNC/CFC OPLAN 5027)'을 재정비하고, 남(한국)군에 대한 주한미군사령관의 지휘구조를 변경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2003년 2월 14일에 나온 『워싱턴 포스트』 보도와 워싱턴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13일 미국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나온 국방장관 럼스펠드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발언했다고 합니다. 그의 발언은 중요하므로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럼스펠드는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후방에 재배치(repositioning)하는 문제와 주한미군에 대한 전반적인 감축(overall reduction)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럼스펠드는 2003년 3월 6일 미국 국방부 기자단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서울 용산에 있는 미군기지를 후방으로 재배치하여도 주한미군사령부는 용산에 계속 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주한미군을 재배치하는 사업과 감축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서 불가피하게 상당한 시차가 생긴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주한미군 지상군인 제2사단을 한강이남으로 재배치하는 것은 한강이남에 새로운 미군기지를 설치하고 이전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함으로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장기사업입니다. 반면에 제2사단을 미국 본토로 철수하는 것은, 매우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속결사업입니다.
둘째, 럼스펠드는 주한미군을 전반적으로 감축하는 문제는, 주한미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주독미군의 감축과 더불어 해외주둔 미군에 대한 광범위한 재조정작업의 일환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문제가 해외주둔 미군을 감축하는 포괄적 과제의 일환이라는 사실은, 2003년 2월 19일 백악관 대변인 애리 플라이셔(Ari Fleisher)의 정례적인 언론설명회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참고로 살펴보면, 미국은 남(한국)에 3만7천명, 일본에 4만명, 독일에 7만1천명, 이탈리아에 1만1천명, 영국에 1만1천명, 그 밖의 유럽지역에 2만5천명 등 7백52개의 해외기지에 총 24만7천명을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그만하면 전세계를 군사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큰 소리를 칠만도 합니다. 부시 정부가 24만7천명 가운데서 얼마나 많은 병력을 감축할지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지만, 이번의 감축규모는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셋째, 럼스펠드는 주한미군사령관 리언 라포트(Leon J. LaPorte)가 벌써 몇 달째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축에 관한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03년 2월 24일에 발행된 미국의 군사전문 주간지 『디펜스 뉴스』의 기사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계획을 입안한 지는 벌써 몇 달이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문제를 노무현 정부의 제안과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검토해오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감축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입니다. 2003년 2월 20일에 나온 남(한국)의 주간지 『시사저널』 제695호의 기사에 따르면, 2000년 6월 남북 최고위급회담 이후 서울을 방문했던 미국 군사관계자들은 『시사저널』 기자에게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지상군 감축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한 바 있다고 합니다.
그것보다 더 신빙성 있는 정보는, 2003년 3월 4일 국회대표단회의에 참석한 남(한국) 국방부 정책실장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김대중 정부가 2000년과 2001년에 주한미군 문제에 관하여 굉장히 열심히 논의했으며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과 협의하기로 하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남(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주한미군 문제를 논의한 것처럼 밝혔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한미군 문제는 남(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논의할 수 없는 문제고, 설사 단독으로 논의했다고 해도 그것은 무의미합니다.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축은 전적으로 미국의 손에 달려 있는 문제입니다.
또한 남(한국) 국방부 정책실장은 주한미군 문제에 관해서 올해부터 미국과 본격적으로 협의할 것처럼 밝혔지만, 미국은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세부적인 추진계획까지도 이미 수립해놓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의 발언에는 이처럼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들어있지만, 미국이 주한미군의 감축문제를 검토한 시점이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발언내용만큼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판단으로는, 미국은 남(한국)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주한미군의 감축에 관련한 내부논의를 이미 마무리했고, 정치적인 고려에 따라서 실무적으로 처리하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봅니다.
1990년에 선행 부시 정부가 작성했던 주한미군 3단계 감축안은 10년 동안이라는 기간을 거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주한미군 7천명을 감축하는 제1단계가 시행되던 중인 1991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제23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당시 국방장관 딕 체니(Dick Cheney)는 북(조선)의 '핵문제'가 제기되었으므로 감축을 중단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감축안이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선행 부시 정권이 추진하다가 중단하였던 주한미군 3단계 감축안을 오늘의 부시 정권이 계승하여 다시 추진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당시 주한미군 3단계 감축안을 작성하고 추진을 지휘하였던 총책임자는 당시 국방장관이었고 오늘은 부통령이 된 딕 체니인데, 바로 그가 오는 4월 중순 남(한국)을 방문할 것입니다. 딕 체니는 지난날 자기의 지휘에 의하여 작성되고 추진되다가 자기의 명령에 의하여 중단되었던 주한미군 감축안을 다시 꺼내들고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러 서울에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요?
주한미군의 감축에 관한 문제는 미국이 남(한국)과 협의하여 결정하는 사안이 아니고, 미국이 자기의 요구와 이익에 따라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넷째, 럼스펠드는 남(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주한미군을 재배치하고 일부 병력을 철수하는 방안에 관하여 공식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논의는 오는 4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공식적으로 논의하겠다고 표현하였지만 사실상 공식적으로 통보하겠다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은 남(한국)을 대등한 협의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다음과 같은 경험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1990년 4월 19일 딕 체니가 이끌고 있었던 미국 국방부는 「아시아·태평양 연안에 대한 전략구조ː21세기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였는데, 그 보고서에는 앞으로 10년 동안 주한미군을 3단계로 감축한다는 감축안이 들어있었습니다. 미국은 이처럼 주한미군 감축안을 일방적으로 작성해놓고 연방의회에 보고까지 마치고 나서 6개월 뒤인 1990년 11월 17일에 가서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안을 공식적으로 통보하였습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도 마치 남(한국)과 협의하여 결정하는 것처럼 촌극을 연출하였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오는 5월께로 예상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과 한·미 정상회담입니다. 미국은 5월의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주한미군의 감축 문제를 자체적으로 이미 정해놓았겠지만, 그 정상회담에서 마치 주한미군의 감축 문제를 협의하여 결정하는 것처럼 한 편의 어설픈 정치촌극을 연출할 것입니다.
물음 17 - 그러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언제쯤 감축할 것으로 보십니까? 올해 안에 감축할 수 있겠는지, 또는 앞으로 몇 해 동안의 기간을 두고 조·미 관계의 변화에 따라서 감축계획을 조절하면서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문제를 매우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근거들 가운데 하나는, 2003년 3월 4일 국회대표단회의에 참석한 남(한국) 국방부 정책실장의 발언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는 "미국이 변화속도를 한국보다 빠르게 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미국이 남(한국)보다 더 빠르게 추진하려는 변화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두 말할 것 없이 주한미군을 신속하게 감축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처럼 아주 속도감 있게 추진된다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주독미군보다 더 신속하게 감축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2003년 2월 24일에 발행된 미국의 군사전문 주간지 『디펜스 뉴스』의 기사에 따르면, 유럽주둔미군을 감축하는 문제는 아직 구상단계에 있지만,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문제는 훨씬 더 진척되어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독일의 언론 『디 벨트』의 2003년 3월 3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침략전쟁에 동원된 주독미군은 전쟁이 끝난 뒤에 독일의 미군기지로 돌아가지 않게 되므로 주독미군의 철수는 사실상 시작되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1991년 제1차 이라크 침략전쟁 때에도 미국은 그와 같은 방식으로 주독미군을 철수하였는데, 당시 10만명이었던 주독미군이 7만명으로 감축되었습니다.
주한미군의 감축을 서두르고 있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주독미군보다 신속하게 감축한다면 올해 안에 주한미군의 전반적인 감축이 시행된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어쩐지 올해 초부터 부시 정부의 고위관리들이 워싱턴과 서울을 분주하게 들락날락한다 했더니,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자기들이 작성한 주한미군의 감축안에 대한 남(한국)의 반응을 떠보려는 데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언론에 드러난 그들의 분주한 동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한미군사령관 리언 라포트는 2003년 1월 6일부터 17일까지 워싱턴, 괌과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를 방문하였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1월 18일부터 22일까지 정보조사담당 차관보 칼 포드(Carl Ford)를 남(한국)에 비공개로 파견하여 노무현 당선자 측의 핵심인사들과 만났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리처드 롤리스를 남(한국)에 파견하여 주한미군사령부, 남(한국) 국방부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문제, 남(한국)에 작전통제권을 반환하는 문제 등을 논의하였습니다.
부시 정부가 이처럼 주한미군의 감축을 매우 서두르고 있는 데는 어떤 곡절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미국이 서두르는 까닭은 북(조선)의 강한 압박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마지막 단계에 밀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음 18 - 민족자주성의 관점에서 보면, 부시 정부가 주한미군을 많이 감축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고, 우리 민족은 힘을 합하여 이번 기회에 완전히 철수하도록 부시 정부의 감축을 전면철수로 강제하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장님께서는 주한미군의 감축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유럽주둔미군총사령부가 설치되어 있고, 미군 7만명이 배치되어 있는 독일에서도 미군을 크게 감축할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독일에 4만명 규모의 제5군단, 제1보병사단, 제1기갑사단 등 모두 7만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 1개 기갑여단만 잔류시켜 주둔병력 규모를 1만명 이하로 감축하면서 나머지 병력은 철수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주독미군 병력의 85%를 감축하는 규모에 견주어 주한미군의 감축규모를 예상한다면, 주한미군도 6천명만 남기고 3만1천명이 철수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1990년에 선행 부시 정부가 작성했던 주한미군 3단계 감축안에 따르면, 감축 제3단계인 1996년부터 2000년까지의 기간에는 주한미군이 극소수만 남고 모두 철수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극소수라는 표현은 6천명 이하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문제는 과연 미국이 주한미군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다가 전면철수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은 주한미군을 완전히 철수하라는 북(조선)의 강한 압박의 예봉을 피해보려는 일종의 대응조치이므로 북(조선)의 요구대로 전면철수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시각에서 보면, 주한미군의 감축은 주한미군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다가 전면철수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이해됩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북(조선)의 대미압박이 단계적으로 강화되고 있고, 더욱이 주한미군의 전면철수를 목표로 하여 강화되고 있으며, 그와 더불어 남(한국)의 민족민주운동세력을 중심으로 힘있게 전개되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운동이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워싱턴 일각에서도 주한미군 철수여론이 조성되고 있으므로, 주한미군의 감축은 앞으로 약 5년 안에 전면철수로 결말을 짓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주한미군의 전면철수에 대한 나의 낙관적 전망입니다.
만일 북(조선)이 미국에 대해서 고강도 압박을 가하지 않고 있고, 남(한국)의 민족민주운동세력과 그 세력을 지지하는 대중들이 주한미군 철수운동을 전개하지 않고 있는 조건이라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자기의 전략적 이익에 따라 일부만 감축하고 그것으로 끝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사정은 완전히 다릅니다.
주독미군의 감축은 미국의 내적 요구에 의하여 추진되고 있지만, 주한미군의 감축은 북(조선)의 고강도 압박과 남(한국) 민중의 미군철수운동이라는 미국의 외적 요인에 의하여 강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주독미군의 감축과 주한미군의 감축은 외형상 동일하게 보이지만, 그 발생원인과 결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물음 19 - 소장님의 낙관적 전망을 들으니 희망이 보입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민족이 미국의 지배 아래서 억울하게 고통을 받으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 지배에서 벗어나 민족자주를 성취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신심이 생깁니다. 그런데 주한미군 철수문제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폐기문제와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양자의 연관성을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개정 가능성을 예고하였는데, 내가 보기에 그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입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개정 가능성은 그가 발언하기 오래 전에 이미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 사이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2002년 12월 5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미국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장래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안하였고 남(한국)은 이를 받아들인 바 있습니다.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노무현 정권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려는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 조약을 미국의 이익과 요구에 맞게 개정할 것입니다.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한·미 사이의 정치적 합의가 아니라 미국의 일방적인 이익과 요구에 의해서 체결된 매우 특수한 조약이므로, 그 조약을 개정하는 것도 역시 미국의 일방적인 이익과 요구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하지 한·미 사이의 정치적 합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자기들의 이익과 요구에 따라 개정할 때, 노무현 정부와 합의하는 형식을 취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미국이 한(조선)민족과 국제사회를 기만하려는 목적에서 연출하는 일종의 가식행위에 지나지 않으며, 내적으로는 미국의 이익과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이 명확합니다. 그러므로 대미예속성에 얽매어 있는 노무현 정권은 미국의 강력한 지배력에 순응·복종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의 이익과 요구에 따라서 개정될 것입니다.
4. 일본의 군국주의 야욕과 대북 적대정책, 그리고 재일조선인에
2. 북(조선)의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 제안과 고강도 대미압박
물음 10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대해서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그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져있습니다. 공화국 정부가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한 배경에 대해서, 그리고 그 조약의 체결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던 때가 1953년 10월 1일이었으니까, 올해 10월이면 그 조약이 체결된 때로부터 꼭 50년이 됩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정전협정을 체결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때는,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의 불길이 치솟고 있었던 1951년 5월 17일이었습니다. 그 전쟁이 1950년 6월 25일에 일어났으므로, 미국은 전쟁이 일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패배를 자인한 것입니다. 만일 미국에게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고, 전쟁승리의 자신과 능력이 있었다면, 그들은 정전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전쟁을 끝까지 밀고 나가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에게는 그러한 의지도 자신도 능력도 없었습니다.
핵무기를 휘두르면서 초강대국을 자처하는 미국은 보통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강한 존재가 아닙니다. 사생결단의 각오를 가지고 투쟁하는 상대 앞에서는 겁을 집어먹고 뒤로 물러서는 것, 바로 이것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미국의 진짜 모습입니다.
한국(조선)전쟁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였기 때문에 전쟁을 중지하자고 제안한 쪽은 미국이었습니다. 반면에 북(조선)은 미국을 남(한국)에서 몰아낼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한국(조선)전쟁에서 정치적 승패를 가르는 중대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1951년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정전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결정을 내렸으나 정전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회담은 쉽게 결말을 내지 못했습니다. 정전협상이 시작된 때가 1951년 7월 10일이었고 정전협정이 체결된 때가 1953년 7월 27일이었으므로, 정전협상은 무려 2년 동안이나 계속되었습니다. 이것은 오늘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조·미 정치협상이 간단하게 결말을 내지 못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정전협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던 1953년 6월 6일 미국은 남(한국)에게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겠다는 사실을 통보하였습니다. 그로부터 몇 일 뒤인 7월 12일에 미국은 정전협정을 체결하는 것과 더불어 한·미 상호방위조약도 체결하겠다는 사실을 발표하였습니다. 7월 27에 정전협정을 체결하였던 미국은 10월 1일에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것은 정전협정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뗄 수 없는 관계로 결부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만일 정전협정이 없었다면 한·미 상호방위조약도 없었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되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북(조선)이 대미관계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전략목표는 한(조선)민족과 미국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 다시 말해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폐기입니다. 북(조선)이 그 조약을 폐기하려는 까닭은, 한·미 동맹이라는 말로 위장되어 있는 남(한국)과 미국의 지배·예속관계가 바로 그 조약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3년 2월 11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나온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국장 조지 테닛(George J. Tenet)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정치수단으로 확대하려는 김정일의 시도는 그가 협상을 통해 미국과 근본적으로 다른 관계를 맺고자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발언하였습니다. 그는 발언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관계라는 것은 미국이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러한 분석은 의도적인 왜곡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추구하고 있는 조·미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는, 핵무기 보유의 용인이 아니라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함으로써 한(조선)민족과 미국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다시 말해서 미국의 대남 지배구도와 대북 대결구도를 한꺼번에 제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려면 주한미군을 철수하여야 합니다. 주한미군을 그대로 두고 그 조약을 폐기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북(조선)의 당면목표는 우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으로 집중됩니다.
북(조선)이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법적 근거인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조치는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입니다. 조·미 두 나라가 상호불가침을 법적으로 확정하게 되면, 조·미 사이의 전쟁중지상태에 의하여 체결된 정전협정도 자동적으로 존재이유를 상실하게 되며, 미국이 북(조선)의 무력침공을 상정하여 남(한국)과 체결한 한·미 상호방위조약도 자동적으로 존재이유를 상실하게 됩니다.
북(조선)은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 제안을 회피하고 있는 미국을 끌어내기 위하여 정전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차츰 높아지고 있습니다. 만일 북(조선)이 정전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미국은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여야 하는 압박을 더 강하게 받게 됩니다.
2003년 2월 17일 북(조선)은 정전협정을 준수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특파원이 평양을 방문하여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북(조선) 외무성 관리와 진행한 2월 27일의 대담에서 그 익명의 관리는 미국이 계속 북(조선)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북(조선)은 정전협정의 구속에서 완전히 탈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조·미 불가침조약의 체결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고, 주한미군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키며, 궁극적으로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북(조선)은 올해 들어오면서 미국에게 정치협상에 나오라는 강한 요구를 계속하여 들이대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화는 하겠지만 협상은 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북(조선)의 요구를 회피하다가, 지금은 다자간 회담을 개최하자는 억지주장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만일 미국의 억지주장대로 다자간 회담을 개최하려면 그 회담에 참가할 당사자들을 누구로 정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하며, 그 회담에서 다룰 의제의 범위를 정하여야 하며, 그 회담의 정치적 지위를 규정하여야 합니다. 이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를 불러일으킵니다. 미국의 속셈은 조·미 정치협상의 과제를 다자간 회담을 추진하는 복잡한 과정 속에 몰아넣고 시간을 질질 끌다가 적당히 넘어가려는 것입니다. 미국의 다자간 회담 제안은 조·미 정치협상을 회피해보겠다는 궁여지책입니다. 클린턴 정권 시기에 북(조선)이 조·미 정치협상을 하자고 강하게 요구하였을 때, 그에 대한 대응으로 4자 회담이라는 것을 역제안하였던 상황과 흡사합니다.
그러나 4자 회담이 몇 차례 열리다가 슬그머니 중단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자간 회담이라는 것은 성사될 수도 없지만, 설사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소득이 없을 것이며 결국 중단되고 말 것입니다.
전세계가 반대하는 이라크 침략전쟁을 미국 단독으로라도 기어이 감행하겠다고 하는 '강한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을 재개하자는 북(조선)의 요구를 회피하면서 쩔쩔매는 '나약한 미국'으로 변해버린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조·미 정치협상을 두려워하고 있을까요? 그 까닭은,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에 다시 끌려나가면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에 나가서도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지만, 조·미 관계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북(조선)은 미국을 조·미 정치협상에 다시 끌어내면 이번에는 반드시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말겠다고 단단히 벼르면서 철저한 준비를 갖추어 놓았습니다. 북(조선)이 사전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서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는 제안을 내놓지 않으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북(조선)은 요리조리 피하고 있는 미국을 꽉 붙들어서 조·미 정치협상에 다시 끌어내면, 미국이 불가침조약 체결에 순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결정적인 조치들을 준비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미국은 초강대국의 체면이 남김없이 구겨지는 외교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북(조선)의 정치협상 재개 제안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고 있습니다.
물음 11 - 그렇다면 조·미 불가침조약이 체결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아야 하겠습니까?
올해 6월은 조·미 두 나라가 역사상 처음으로 합의한 외교문서인 뉴욕 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10년이 되는 때이며, 7월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50년이 되는 때이며, 10월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지 50년이 되는 때입니다.
나의 판단으로는, 이처럼 중대한 정치적 계기가 연속적으로 다가오는 올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대미관계에서 어떠한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려고 결심하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미 뉴욕 공동성명의 이행이 미국에 의해 지연되고 있는 사태를 10년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한(조선)반도의 정전상태를 50년 이상 유지할 수 없으며, 남(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배를 50년 이상 지속되게 할 수 없다는 것, 바로 이것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단호한 결심을 세우게 된 동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심은 단호하고, 목적은 분명하며, 그 목적을 달성할 수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세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라크 침략전쟁의 불을 지르고 있는 부시 정부는 미국 내부에서, 동맹국들과의 관계에서, 국제사회에서 터져 나오는 강한 저항과 반발에 부딪히면서 휘청거리고 있고, 이라크 침략전쟁을 계기로 하여 치솟고 있는 반미·반전투쟁은 전세계적 범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조선)반도에서는 노무현 정권이 등장하여 남북관계의 악화를 방지하면서, 북(조선)의 핵무장도 반대하고 한(조선)반도의 전쟁도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의사표명은 노무현 정권이 조·미 대결관계에서 마치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을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조선)반도의 전쟁을 반대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시 정부는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을 자행하고 있으면서도,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조선)반도의 전쟁을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전쟁책동을 은폐하려는 부시 정부의 선동에 휩쓸리는 꼴이 됩니다.
민중의 반전평화운동이 내거는 투쟁구호는 전쟁을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을 반대한다는 것으로 되어야 합니다.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을 반대하는 것은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조·미 정치협상에 미국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되는 것입니다.
이제 대담의 주제로 되돌아가겠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단은 무엇일까요? 내가 보기에, 그 수단은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입니다. 북(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미국의 전략거점들을 초토화하는 가공할 무력수단이기 전에, 미국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정치수단입니다.
북(조선)이 핵탄두를 장착한 온갖 종류의 미사일로 위협하고 있는 미국에 맞서 싸우려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여야 하였고, 또 실제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미 오래 전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강국이라는 사실을 논증한 바 있습니다. 그 논증을 여기서 되풀이할 생각은 없고, 다만 최근에 파악한 보완적인 정보를 세 가지만 더 첨부하겠습니다.
첫째, 2003년 2월 12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나온 미국 중앙정보국 국장 조지 테닛은 북(조선)이 미국 서부해안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자기의 보좌관들과 상의한 뒤 "비밀해제된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북(조선)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변하였습니다.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보유문제는 미국의 정치권에서 매우 예민한 문제이므로, 중앙정보국 국장도 쉽게 답변하지 못하고 보좌관과 상의를 하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답변하였습니다. 이로써 북(조선)이 미국 서부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비밀은, 공개석상에서 중앙정보국 국장에 의해서 해제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북(조선)이 지구 위의 어느 곳이라도 타격할 수 있는 중량급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지 테닛은 이 사실은 아직 비밀해제할 수 없으므로 공개하지 못하였습니다.
둘째, 2003년 3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대표단회의에 제출된 방일 대표단의 보고서는, 나카야마 타로(전 일본외상)의 말을 인용하면서, 미국의 보고서에 의하면 1998년 8월에 시험발사된 우주발사체의 제3단계 잔해가 알래스카에서 발견되었으며 그에 따라 미국은 한·미·일 모두 북(조선)의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있다고 인식하고 삼자 공조를 강화하게 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북(조선)은 우주발사체 겸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자체적으로 개발·완성하였음을 이미 5년 전에 입증하였습니다. 나의 판단으로는, 북(조선)이 지구 위의 어느 곳이라도 타격할 수 있는 중량급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주한미군사령부가 해마다 펴내는 2003년판 『사실편람(Fact Book)』은 "제2의 한국(조선)전쟁이 일어날 경우, 1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특수전 병력, 로켓포, 미사일, 대량살상무기가 결합하면 안전한 곳은 아무 데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주한미군사령부도 북(조선)의 전략적 타격력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만일 북(조선)이 미국의 핵공격위협에 핵공격위협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북(조선)은 미국에게 정치협상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였을 것이며, 자신을 보위하지 못하는 이라크의 비참한 운명을 면할 길이 없었을 것입니다. 북(조선)은 핵탄두를 장착한 온갖 종류의 미사일로 위협하고 있는 미국에 맞서서 핵무기와 전략미사일로 대항하면서 정치협상을 기어이 재개하고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려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북(조선)이 미국을 어떻게 정치협상으로 다시 끌어내겠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정치협상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상대를 협상자리에 끌어내려면 압박을 가하는 수밖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상대가 워낙 강대한 미국이므로 웬만한 압박은 통하지 않고 매우 강한 압박을 가하여야 합니다.
북(조선)이 미국에 대해서 가하고 있는 압박은 입체적 압박입니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정교하게 짜여진 예술적 입체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물음 12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미국에 대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이해됩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좀더 설명이 요구됩니다. 소장님께서 파악하신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조선의 입체적인 대미압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최근에 북(조선)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압박조치는, 내가 보기에는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첫째, 영변의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고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함으로써 핵무기를 꽝꽝 만들어내는 능력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H. Rumsfeld)는 2003년 2월 3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안보정책회의에서 연설하면서 북(조선)이 영변의 플루토늄 재처리시설을 재가동할 경우 5월이나 6월께 추가로 6-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얻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나의 판단으로는, 지금까지 북(조선)은 매우 은밀하게 핵탄두를 만들어냈고, 미국은 그 사실을 대충 알면서도 전혀 모르는 척하면서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북(조선)은 무게 1천 킬로그램의 핵폭탄을 개발한 뒤에 그것을 2백 킬로그램 이하의 핵탄두로 소형화하기 위한 기폭실험을 수없이 진행하였으며, 마침내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장착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북(조선)이 1천 킬로그램 이하로 소형화된 핵탄두를 개발하였다는 것은, 나만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저명한 전문가들도 대체로 공인하고 있는 바입니다. 이를테면 비확산정책 교육센터(Nonproliferation Policy Education Center)의 실무책임자 헨리 소콜스키(Henry D. Sokolski), 미국과학자협회(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의 전략안보담당 책임자 마이클 레비(Michael Levi), 안보전문 웹 싸이트로 이름난 세계안보(Global Security)의 책임자 존 파이크(John Pike), 과학 및 국제안보 연구원(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의 원장 데이빗 올브라이트(David Albright)같은 비중 있는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북(조선)이 공개하지 않는 핵탄두는 핵확산금지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지금까지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사실을 모르는 척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을 달라졌습니다. 북(조선)은 미국으로 하여금 핵확산금지체제 유지와 주한미군 철수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하도록 몰아가고 있기 때문에, 북(조선)은 이전처럼 핵무기 보유사실을 감추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고, 미국도 이전처럼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사실을 모른 척하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북(조선)은 핵무기 보유사실을 입증함으로써 핵확산금지체제를 위협하고, 그로써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결정을 이끌어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북(조선)이 핵무기 보유사실을 입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핵무장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방법도 있고,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은 북(조선)이 핵무장을 공식으로 선언하는 것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03년 3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대표단회의에서 발표된 방미 국회대표단의 보고서는, 워싱턴 정치권 일각에서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지만 나의 판단으로는, 현단계에서 북(조선)은 핵무장을 선언하는 방법이 아니라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조선)이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려면 중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북(조선)은 핵탄두를 만들었으면서도 대외적인 정치관계를 고려하여 핵실험을 자제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정치적 관계를 고려할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만일 미국이 끝내 북(조선)과의 정치협상을 회피하면서 정세를 악화시킨다면, 북(조선)의 압박조치는 최후단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하핵실험은 북(조선)이 미국에게 가할 수 있는 최후의 압박조치입니다.
북(조선)이 미국에 대해서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핵실험까지야 강행하겠는가 하고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의문은 북(조선)의 대미압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도 북(조선)이 핵실험이라는 최후의 압박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심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2003년 2월 12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나온 미국 국방정보국(DIA) 국장 로웰 재커비(Lowell Jacobi)는 북(조선)이 핵실험을 단행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여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북(조선)이 공개적으로 핵무기 추가확보에 나선 것은 최근 30년래 미국의 지역이익에 반하는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고 발언하였습니다. 클린턴 정부시절에서 대통령의 핵안보 및 군축특사로 러·미 정치협상에 참여했던 제임스 굿바이(James Goodby)는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 2003년 3월 6일자에 발표한 공동기고문에서 북(조선)의 핵실험 가능성을 예견하면서 부시 정부는 대미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조선)이 이처럼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핵무장을 선언하는 것은 한 차례의 공식발표로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지만,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는 것은 미국의 대응을 보아가면서 점차적으로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더 유리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북(조선)은 영변의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고,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하여 무기급 플루토늄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공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미국에 대한 압박강도를 자꾸 높여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북(조선)은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하는 단계에까지 나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조선)으로서는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 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실한 과제이므로 최후의 단계로 한 걸음씩 접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에게 핵확산금지체제 유지냐 주한미군 철수냐를 선택하라는 최후의 통첩을 던져준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북(조선)이 플루토늄 재처리 공정에 한 걸음씩 접근할 때마다 미국은 마치 자신의 숨통이 조여드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면서 쩔쩔매고 있습니다.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공포의 벼랑끝으로 밀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물음 13 - 최근 미국 언론들은 미국이 영변 핵시설을 정밀타격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비밀공격계획을 보도한
- 북은 미국을 핵으로 압박하여, 남한에서의 미국통치를 종식시키려 하고 있다.
- 주한미군 철수는 남한 자주화의 핵심적이고 사활적인 조건이다.
- 북미 정치 협상의 핵심적 내용은 조미 불가침 조약이고, 조미불가침 조약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무력화할 것이다.
- 북은 핵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사일 능력 또한 가지고 있어서, 미국은 북을 심각한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
- 하지만 북의 막강한 군사력으로 인해 선공하거나 군사적으로 제압하려는 시도는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 북의 시도는 결국 관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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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노무현 정권의 등장, 불가침조약과 주한미군 철수
얼마 전 일본 도쿄에 있는 통일코리아연구소(unikorea.cool.ne.jp)는 통일학연구소 한호석 소장에게 한(조선)반도의 정세에 관련된 다섯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전자우편을 통하여 진행하는 대담을 요청하였다. 25개의 물음에 답하는 형식으로 작성된 이 글은 한호석 소장이 전자우편을 통하여 진행한 대담을 정리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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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북(조선)의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 제안과 고강도 대미압박
물음 10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대해서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그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져있습니다. 공화국 정부가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한 배경에 대해서, 그리고 그 조약의 체결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던 때가 1953년 10월 1일이었으니까, 올해 10월이면 그 조약이 체결된 때로부터 꼭 50년이 됩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정전협정을 체결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때는,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의 불길이 치솟고 있었던 1951년 5월 17일이었습니다. 그 전쟁이 1950년 6월 25일에 일어났으므로, 미국은 전쟁이 일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패배를 자인한 것입니다. 만일 미국에게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고, 전쟁승리의 자신과 능력이 있었다면, 그들은 정전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전쟁을 끝까지 밀고 나가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에게는 그러한 의지도 자신도 능력도 없었습니다.
핵무기를 휘두르면서 초강대국을 자처하는 미국은 보통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강한 존재가 아닙니다. 사생결단의 각오를 가지고 투쟁하는 상대 앞에서는 겁을 집어먹고 뒤로 물러서는 것, 바로 이것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미국의 진짜 모습입니다.
한국(조선)전쟁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였기 때문에 전쟁을 중지하자고 제안한 쪽은 미국이었습니다. 반면에 북(조선)은 미국을 남(한국)에서 몰아낼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한국(조선)전쟁에서 정치적 승패를 가르는 중대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1951년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정전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결정을 내렸으나 정전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회담은 쉽게 결말을 내지 못했습니다. 정전협상이 시작된 때가 1951년 7월 10일이었고 정전협정이 체결된 때가 1953년 7월 27일이었으므로, 정전협상은 무려 2년 동안이나 계속되었습니다. 이것은 오늘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조·미 정치협상이 간단하게 결말을 내지 못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정전협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던 1953년 6월 6일 미국은 남(한국)에게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겠다는 사실을 통보하였습니다. 그로부터 몇 일 뒤인 7월 12일에 미국은 정전협정을 체결하는 것과 더불어 한·미 상호방위조약도 체결하겠다는 사실을 발표하였습니다. 7월 27에 정전협정을 체결하였던 미국은 10월 1일에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것은 정전협정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뗄 수 없는 관계로 결부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만일 정전협정이 없었다면 한·미 상호방위조약도 없었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되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북(조선)이 대미관계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전략목표는 한(조선)민족과 미국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 다시 말해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폐기입니다. 북(조선)이 그 조약을 폐기하려는 까닭은, 한·미 동맹이라는 말로 위장되어 있는 남(한국)과 미국의 지배·예속관계가 바로 그 조약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3년 2월 11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나온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국장 조지 테닛(George J. Tenet)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정치수단으로 확대하려는 김정일의 시도는 그가 협상을 통해 미국과 근본적으로 다른 관계를 맺고자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발언하였습니다. 그는 발언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관계라는 것은 미국이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러한 분석은 의도적인 왜곡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추구하고 있는 조·미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는, 핵무기 보유의 용인이 아니라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함으로써 한(조선)민족과 미국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다시 말해서 미국의 대남 지배구도와 대북 대결구도를 한꺼번에 제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려면 주한미군을 철수하여야 합니다. 주한미군을 그대로 두고 그 조약을 폐기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북(조선)의 당면목표는 우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으로 집중됩니다.
북(조선)이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법적 근거인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조치는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입니다. 조·미 두 나라가 상호불가침을 법적으로 확정하게 되면, 조·미 사이의 전쟁중지상태에 의하여 체결된 정전협정도 자동적으로 존재이유를 상실하게 되며, 미국이 북(조선)의 무력침공을 상정하여 남(한국)과 체결한 한·미 상호방위조약도 자동적으로 존재이유를 상실하게 됩니다.
북(조선)은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 제안을 회피하고 있는 미국을 끌어내기 위하여 정전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차츰 높아지고 있습니다. 만일 북(조선)이 정전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미국은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여야 하는 압박을 더 강하게 받게 됩니다.
2003년 2월 17일 북(조선)은 정전협정을 준수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특파원이 평양을 방문하여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북(조선) 외무성 관리와 진행한 2월 27일의 대담에서 그 익명의 관리는 미국이 계속 북(조선)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북(조선)은 정전협정의 구속에서 완전히 탈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조·미 불가침조약의 체결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고, 주한미군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키며, 궁극적으로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북(조선)은 올해 들어오면서 미국에게 정치협상에 나오라는 강한 요구를 계속하여 들이대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화는 하겠지만 협상은 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북(조선)의 요구를 회피하다가, 지금은 다자간 회담을 개최하자는 억지주장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만일 미국의 억지주장대로 다자간 회담을 개최하려면 그 회담에 참가할 당사자들을 누구로 정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하며, 그 회담에서 다룰 의제의 범위를 정하여야 하며, 그 회담의 정치적 지위를 규정하여야 합니다. 이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를 불러일으킵니다. 미국의 속셈은 조·미 정치협상의 과제를 다자간 회담을 추진하는 복잡한 과정 속에 몰아넣고 시간을 질질 끌다가 적당히 넘어가려는 것입니다. 미국의 다자간 회담 제안은 조·미 정치협상을 회피해보겠다는 궁여지책입니다. 클린턴 정권 시기에 북(조선)이 조·미 정치협상을 하자고 강하게 요구하였을 때, 그에 대한 대응으로 4자 회담이라는 것을 역제안하였던 상황과 흡사합니다.
그러나 4자 회담이 몇 차례 열리다가 슬그머니 중단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자간 회담이라는 것은 성사될 수도 없지만, 설사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소득이 없을 것이며 결국 중단되고 말 것입니다.
전세계가 반대하는 이라크 침략전쟁을 미국 단독으로라도 기어이 감행하겠다고 하는 '강한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을 재개하자는 북(조선)의 요구를 회피하면서 쩔쩔매는 '나약한 미국'으로 변해버린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조·미 정치협상을 두려워하고 있을까요? 그 까닭은,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에 다시 끌려나가면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에 나가서도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지만, 조·미 관계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북(조선)은 미국을 조·미 정치협상에 다시 끌어내면 이번에는 반드시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말겠다고 단단히 벼르면서 철저한 준비를 갖추어 놓았습니다. 북(조선)이 사전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서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는 제안을 내놓지 않으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북(조선)은 요리조리 피하고 있는 미국을 꽉 붙들어서 조·미 정치협상에 다시 끌어내면, 미국이 불가침조약 체결에 순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결정적인 조치들을 준비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미국은 초강대국의 체면이 남김없이 구겨지는 외교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북(조선)의 정치협상 재개 제안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고 있습니다.
물음 11 - 그렇다면 조·미 불가침조약이 체결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아야 하겠습니까?
올해 6월은 조·미 두 나라가 역사상 처음으로 합의한 외교문서인 뉴욕 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10년이 되는 때이며, 7월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50년이 되는 때이며, 10월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지 50년이 되는 때입니다.
나의 판단으로는, 이처럼 중대한 정치적 계기가 연속적으로 다가오는 올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대미관계에서 어떠한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려고 결심하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미 뉴욕 공동성명의 이행이 미국에 의해 지연되고 있는 사태를 10년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한(조선)반도의 정전상태를 50년 이상 유지할 수 없으며, 남(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배를 50년 이상 지속되게 할 수 없다는 것, 바로 이것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단호한 결심을 세우게 된 동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심은 단호하고, 목적은 분명하며, 그 목적을 달성할 수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세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라크 침략전쟁의 불을 지르고 있는 부시 정부는 미국 내부에서, 동맹국들과의 관계에서, 국제사회에서 터져 나오는 강한 저항과 반발에 부딪히면서 휘청거리고 있고, 이라크 침략전쟁을 계기로 하여 치솟고 있는 반미·반전투쟁은 전세계적 범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조선)반도에서는 노무현 정권이 등장하여 남북관계의 악화를 방지하면서, 북(조선)의 핵무장도 반대하고 한(조선)반도의 전쟁도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의사표명은 노무현 정권이 조·미 대결관계에서 마치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을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조선)반도의 전쟁을 반대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시 정부는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을 자행하고 있으면서도,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조선)반도의 전쟁을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전쟁책동을 은폐하려는 부시 정부의 선동에 휩쓸리는 꼴이 됩니다.
민중의 반전평화운동이 내거는 투쟁구호는 전쟁을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을 반대한다는 것으로 되어야 합니다.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을 반대하는 것은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조·미 정치협상에 미국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되는 것입니다.
이제 대담의 주제로 되돌아가겠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단은 무엇일까요? 내가 보기에, 그 수단은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입니다. 북(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미국의 전략거점들을 초토화하는 가공할 무력수단이기 전에, 미국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정치수단입니다.
북(조선)이 핵탄두를 장착한 온갖 종류의 미사일로 위협하고 있는 미국에 맞서 싸우려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여야 하였고, 또 실제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미 오래 전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강국이라는 사실을 논증한 바 있습니다. 그 논증을 여기서 되풀이할 생각은 없고, 다만 최근에 파악한 보완적인 정보를 세 가지만 더 첨부하겠습니다.
첫째, 2003년 2월 12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나온 미국 중앙정보국 국장 조지 테닛은 북(조선)이 미국 서부해안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자기의 보좌관들과 상의한 뒤 "비밀해제된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북(조선)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변하였습니다.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보유문제는 미국의 정치권에서 매우 예민한 문제이므로, 중앙정보국 국장도 쉽게 답변하지 못하고 보좌관과 상의를 하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답변하였습니다. 이로써 북(조선)이 미국 서부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비밀은, 공개석상에서 중앙정보국 국장에 의해서 해제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북(조선)이 지구 위의 어느 곳이라도 타격할 수 있는 중량급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지 테닛은 이 사실은 아직 비밀해제할 수 없으므로 공개하지 못하였습니다.
둘째, 2003년 3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대표단회의에 제출된 방일 대표단의 보고서는, 나카야마 타로(전 일본외상)의 말을 인용하면서, 미국의 보고서에 의하면 1998년 8월에 시험발사된 우주발사체의 제3단계 잔해가 알래스카에서 발견되었으며 그에 따라 미국은 한·미·일 모두 북(조선)의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있다고 인식하고 삼자 공조를 강화하게 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북(조선)은 우주발사체 겸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자체적으로 개발·완성하였음을 이미 5년 전에 입증하였습니다. 나의 판단으로는, 북(조선)이 지구 위의 어느 곳이라도 타격할 수 있는 중량급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주한미군사령부가 해마다 펴내는 2003년판 『사실편람(Fact Book)』은 "제2의 한국(조선)전쟁이 일어날 경우, 1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특수전 병력, 로켓포, 미사일, 대량살상무기가 결합하면 안전한 곳은 아무 데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주한미군사령부도 북(조선)의 전략적 타격력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만일 북(조선)이 미국의 핵공격위협에 핵공격위협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북(조선)은 미국에게 정치협상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였을 것이며, 자신을 보위하지 못하는 이라크의 비참한 운명을 면할 길이 없었을 것입니다. 북(조선)은 핵탄두를 장착한 온갖 종류의 미사일로 위협하고 있는 미국에 맞서서 핵무기와 전략미사일로 대항하면서 정치협상을 기어이 재개하고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려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북(조선)이 미국을 어떻게 정치협상으로 다시 끌어내겠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정치협상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상대를 협상자리에 끌어내려면 압박을 가하는 수밖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상대가 워낙 강대한 미국이므로 웬만한 압박은 통하지 않고 매우 강한 압박을 가하여야 합니다.
북(조선)이 미국에 대해서 가하고 있는 압박은 입체적 압박입니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정교하게 짜여진 예술적 입체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물음 12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미국에 대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이해됩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좀더 설명이 요구됩니다. 소장님께서 파악하신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조선의 입체적인 대미압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최근에 북(조선)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압박조치는, 내가 보기에는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첫째, 영변의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고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함으로써 핵무기를 꽝꽝 만들어내는 능력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H. Rumsfeld)는 2003년 2월 3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안보정책회의에서 연설하면서 북(조선)이 영변의 플루토늄 재처리시설을 재가동할 경우 5월이나 6월께 추가로 6-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얻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나의 판단으로는, 지금까지 북(조선)은 매우 은밀하게 핵탄두를 만들어냈고, 미국은 그 사실을 대충 알면서도 전혀 모르는 척하면서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북(조선)은 무게 1천 킬로그램의 핵폭탄을 개발한 뒤에 그것을 2백 킬로그램 이하의 핵탄두로 소형화하기 위한 기폭실험을 수없이 진행하였으며, 마침내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장착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북(조선)이 1천 킬로그램 이하로 소형화된 핵탄두를 개발하였다는 것은, 나만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저명한 전문가들도 대체로 공인하고 있는 바입니다. 이를테면 비확산정책 교육센터(Nonproliferation Policy Education Center)의 실무책임자 헨리 소콜스키(Henry D. Sokolski), 미국과학자협회(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의 전략안보담당 책임자 마이클 레비(Michael Levi), 안보전문 웹 싸이트로 이름난 세계안보(Global Security)의 책임자 존 파이크(John Pike), 과학 및 국제안보 연구원(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의 원장 데이빗 올브라이트(David Albright)같은 비중 있는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북(조선)이 공개하지 않는 핵탄두는 핵확산금지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지금까지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사실을 모르는 척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을 달라졌습니다. 북(조선)은 미국으로 하여금 핵확산금지체제 유지와 주한미군 철수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하도록 몰아가고 있기 때문에, 북(조선)은 이전처럼 핵무기 보유사실을 감추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고, 미국도 이전처럼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사실을 모른 척하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북(조선)은 핵무기 보유사실을 입증함으로써 핵확산금지체제를 위협하고, 그로써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결정을 이끌어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북(조선)이 핵무기 보유사실을 입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핵무장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방법도 있고,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은 북(조선)이 핵무장을 공식으로 선언하는 것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03년 3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대표단회의에서 발표된 방미 국회대표단의 보고서는, 워싱턴 정치권 일각에서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지만 나의 판단으로는, 현단계에서 북(조선)은 핵무장을 선언하는 방법이 아니라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조선)이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려면 중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북(조선)은 핵탄두를 만들었으면서도 대외적인 정치관계를 고려하여 핵실험을 자제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정치적 관계를 고려할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만일 미국이 끝내 북(조선)과의 정치협상을 회피하면서 정세를 악화시킨다면, 북(조선)의 압박조치는 최후단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하핵실험은 북(조선)이 미국에게 가할 수 있는 최후의 압박조치입니다.
북(조선)이 미국에 대해서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핵실험까지야 강행하겠는가 하고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의문은 북(조선)의 대미압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도 북(조선)이 핵실험이라는 최후의 압박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심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2003년 2월 12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나온 미국 국방정보국(DIA) 국장 로웰 재커비(Lowell Jacobi)는 북(조선)이 핵실험을 단행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여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북(조선)이 공개적으로 핵무기 추가확보에 나선 것은 최근 30년래 미국의 지역이익에 반하는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고 발언하였습니다. 클린턴 정부시절에서 대통령의 핵안보 및 군축특사로 러·미 정치협상에 참여했던 제임스 굿바이(James Goodby)는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 2003년 3월 6일자에 발표한 공동기고문에서 북(조선)의 핵실험 가능성을 예견하면서 부시 정부는 대미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조선)이 이처럼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핵무장을 선언하는 것은 한 차례의 공식발표로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지만,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는 것은 미국의 대응을 보아가면서 점차적으로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더 유리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북(조선)은 영변의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고,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하여 무기급 플루토늄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공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미국에 대한 압박강도를 자꾸 높여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북(조선)은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하는 단계에까지 나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조선)으로서는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 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실한 과제이므로 최후의 단계로 한 걸음씩 접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에게 핵확산금지체제 유지냐 주한미군 철수냐를 선택하라는 최후의 통첩을 던져준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북(조선)이 플루토늄 재처리 공정에 한 걸음씩 접근할 때마다 미국은 마치 자신의 숨통이 조여드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면서 쩔쩔매고 있습니다.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공포의 벼랑끝으로 밀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물음 13 - 최근 미국 언론들은 미국이 영변 핵시설을 정밀타격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비밀공격계획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만일 미국이 그러한 무모한 공격계획을 정말 추진한다면, 오늘 조·미 관계의 교착상태는 협상이 아니라 전쟁으로 될 것입니다. 소장님께서는 미국의 영변 핵시설 공격계획설을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 2월 28일 미국 NBC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한 미국 합참의장이며 공군대장인 리처드 마이어스(Richard B. Myers)는 대북 선제공격설에 관한 방송진행자의 물음에 답하면서 대북 선제공격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였고, 같은 날 『뉴욕타임스』의 저명한 기고가 니컬러스 크리스토프(Nicholas D. Kristof)는 기고문에서 미국 군부 일각에서 북(조선)의 핵시설에 순항미사일을 발사하여 외과수술식으로 파괴하거나 맹렬한 폭격으로 파괴하는 문제, 그리고 북(조선)의 견고한 포진지를 전술핵무기로 파괴하는 문제가 검토되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3월 2일 남(한국) 정부당국자가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 합참의장 마이어스의 발언에 관하여 미국 정부당국자에게 물어보았더니, 미국 정부당국자가 마이어스의 발언은 북(조선)의 핵시설을 공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의미에서 미군의 선제공격력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는 것입니다.
미국 합참의장이 북(조선)에 대한 선제공격설을 언급했는가 하는 문제와 상관없이, 그리고 『뉴욕타임스』의 기고가가 주장한대로 미국 군부 일각에서 대북 선제공격계획을 검토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와 상관없이,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계획이 공공연한 비밀로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입니다. 비밀공격계획이 언론에 공개된다는 것은 비밀기능을 이미 상실하였음을 뜻합니다.
주목해야 할 문제는, 미국 국방부가 왜 이 시점에 이미 비밀기능을 상실한 대북 선제공격계획설을 유포하고 있는가 하는 데 있습니다. 나의 판단으로는, 북(조선)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이 전쟁이냐 협상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숨막히는 상황에서 취하고 있는 반발심리가 대북 선제공격계획설을 유포하는 행동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영변 핵시설을 이른바 외과수술식 정밀타격으로 파괴하겠다는 미국의 공격계획은 1993년과 1994년에 '핵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미 나왔던 것입니다. 그 때 미국은 그 계획을 언론에 흘려보내기만 하였고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에나 군사전술적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이 영변 핵시설을 정밀타격으로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심각성은 영변 핵시설 공격이 전술적으로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격이 미국이라는 국가 전체의 존망문제가 달려있는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최대의 문제라는 데 있습니다. 영변 핵시설을 파괴하여 핵확산금지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에게 더 할 나위 없이 중대한 문제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미국 자체의 존망문제가 달려있는 전면전을 일으키는 문제보다 더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2003년 3월 3일자 『뉴욕타임스』는 영국의 BBC 방송이 청취한 북(조선)의 라디오방송을 인용하면서, 만일 미국이 북(조선)의 핵시설을 공격하면 핵전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천명하였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 보도는 사실입니다. 영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분명히 조·미 전면전을 일으킬 것입니다.
조·미 전쟁은 이라크 전쟁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은 그 전쟁에 동원되는 전쟁수행력의 규모를 따져보면 전면전이라고 할 수 있으나, 미국 자체의 존망문제가 달려있는 전면전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이라크 침략전쟁은 미국이 이라크와 견줄 바 없이 우세한 전쟁수행력을 동원하여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는 이라크를 일방적으로 침공·제압하는 전쟁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영변 핵시설 공격에 의해서 일어나는 조·미 전쟁은 판이하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미국이 영변 핵시설을 이른바 외과수술식 정밀타격으로 파괴하려면 전면전을 각오해야 하는데, 현재 남(한국)과 동북아시아에 배치한 전투력으로는 전면전을 수행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미국은 영변 핵시설을 공격하기 직전에 동해에 많은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하면서 전면전 태세에 돌입하여야 합니다.
전면적 태세에 들어간 미국이 정밀유도무기를 발사하여 영변 핵시설을 파괴하는 순간, 북(조선)은 동해에 배치된 항공모함들을 순항미사일로 공격하면서 남(한국), 일본, 서태평양에 널려있는 미군기지들을 대량파괴무기를 장착한 전략미사일로 파괴하는 무시무시한 대량보복을 가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주한미군 3만7천명은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날아오는 시간당 약 50만 발의 대구경 포탄의 불바다 속에서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며, 남(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약 5만 명의 미국 민간인들은 대피하려고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서울을 순식간에 포위한 조선인민군에게 전원 생포될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2003년 2월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남(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미국 민간인들을 남(한국) 밖으로 소개하는 데는 적어도 21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 정도의 기간이면 조·미 전쟁은 이미 종결국면에 들어간 이후가 될 것입니다.
지정학적인 측면에서나 군사전략적인 측면에서 따져보면, 북(조선)이 전략적 대량보복으로 파괴할 일차적 목표는 장거리 전략폭격기들이 출격하는 괌, 알래스카의 미군기지들과 태평양군사령부가 있는 하와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후의 전쟁시나리오는 조·미 두 나라가 서로 상대의 전략거점들을 대량파괴무기로 공격하는 미증유의 전면전이 일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북(조선)의 전략적 대량보복을 막아낼 수 있는 방어능력이 미국에게 없다는 데 있으며, 그러한 방어능력 부재는 곧 미국이라는 국가의 멸망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영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미국에게 있어서 조·미 전면전 시나리오의 서막이 아니라 미국 멸망 시나리오의 서막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말문이 막히고 맙니다.
둘째, 북(조선)이 미국과의 전면전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 능력은 미사일능력을 뜻합니다. 미사일능력에 관하여 말한다면, 북(조선)은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자체의 힘으로 꽝꽝 만들어내는 미사일강국입니다. 북(조선)이 얼마나 많은 종류의 미사일을 만들어냈으며, 얼마나 많이 실전배치하였는지는 미국의 국가정보기관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조선)은 지난 2월 24일 순항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하였습니다. 미국 국무차관 리처드 아미티지(Richard L. Armitage)는 2003년 2월 4일 연방상원 외교위원회의 청문회를 마친 뒤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조선)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는데, 그로부터 열흘 뒤에 북(조선)은 정말로 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하였던 것입니다.
『워싱턴 타임스』 2003년 2월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북(조선)이 시험발사한 미사일은 1950년대 식 단거리미사일이 아니라 최신형 장거리 지대함 순항미사일이었습니다. 북(조선)이 자체로 개발한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처음으로 시험발사했던 때는 1997년 5월 23일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그 순항미사일을 에이쥐(AG)-1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미국의 국가정보기관들은 북(조선)이 이번에 발사한 최신형 순항미사일의 사거리가 약 160킬로미터 정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사거리가 약 60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 지대함 미사일 실크웜을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하여, 북(조선)은 성능을 월등히 개량한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조선)의 신형 순항미사일은 동해의 수평선 너머 먼바다에서 움직이는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을 공격하기 위한 위력적인 지대함 미사일입니다.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북(조선)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더욱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것은, 우주발사체 겸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또다시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북(조선)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 단행하면 할수록 곤경에 더 깊이 빠지는 것은 미국입니다. 전쟁이냐 협상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미국은 북(조선)이 미사일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의 공격의지를 무력화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협상의 길로 끌려나가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셋째, 북(조선)은 미국의 저항을 누르면서 조·미 정치협상을 진행할 것입니다.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의 자리에 끌려 나왔다고 해서 북(조선)의 대미압박이 그것으로 끝나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북(조선)의 대미압박은 조·미 정치협상 진행과정에서도 가해질 것입니다.
제1단계는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정치협상이 될 것입니다. 미국이 북(조선)의 강한 압박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정치협상에 끌려나오면, 북(조선)은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 한편, 미국의 요구인 핵확산금지체제를 유지하는 조치를 취하게 될 것입니다.
조·미 사이의 당면문제는, 영변 핵시설을 동결하느냐 마느냐, 동결의 대가로 신포 경수로를 건설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느냐 못하느냐, 체결의 대가로 핵확산금지체제를 유지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문제로 변화되었습니다.
물음 14 - 그런데 사람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그렇다면 미국은 언제 조·미 정치협상에 응하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민족으로서는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조·미 정치협상이 재개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도 그렇게 희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부시 정부만이 우리 민족의 요구와 국제사회의 희망을 거스르고 있습니다.
지금 워싱턴의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언론들, 미국 사회의 여론주도층에서 조·미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습니다. 부시 정부만 비겁하게도 조·미 정치협상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최근 부시 정부가 조·미 정치협상을 회피하기 위해서 꾸며낸 궤변은 '선 핵포기, 후 대화'→'대화 가능, 협상 불가능'→ '다자대화 가능, 양자대화 불가능'으로 뒤바뀌면서 혼란을 일으키고 자가당착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부시 정부의 그 따위 궤변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사람은 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부시 정부가 제아무리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조·미 정치협상을 피해보려고 해도 뜻대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들의 회피책동은 자가당착에 빠져 제풀에 꺾일 것이며, 결국 조·미 정치협상은 재개될 것입니다.
2003년 3월 6일 워싱턴 발 『아사히신붕』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20일과 21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북(조선) 대사관에서 북(조선) 정부 관리들과 미국의 전직 정부관리 및 민간전문가들이 회담을 하였는데, 북(조선)이 우라늄 농축 계획을 포기할 경우 이를 검증하는 방법을 협의했다는 것입니다. 2월 21일 서울, 베이징, 도쿄를 차례로 방문하고 있었던 미국 국무장관 콜린 파월(Colin L. Powell)은 베를린의 조·미 비공식 접촉을 보고 받자마자,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할 것임을 발표하겠다고 말했으며, 25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미국이 올해 10만 톤의 식량을 북(조선)에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이러한 태도변화의 조짐은 벼랑끝으로 밀려간 미국이 대북협상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처럼 조·미 정치협상이 재개되는 것은 명백한데, 그 시기를 몇 월 몇 일이라고 꼭 집어서 예언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조·미 정치협상이 재개될 시점을 예상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계기들을 짚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하여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시점은 오는 5월이 될 것입니다.
둘째, 부시 정부는 북(조선)이 영변의 재처리시설을 가동하여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시점을 오는 6월쯤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실제로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겠지만, 한·미 사이의 협의형식을 빌어서 주한미군 감축안을 공개하는 시점이 올해 9월이나 10월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위의 세 가지 계기를 생각한다면, 부시 정부가 조·미 정치협상에 마지못해 끌려나오는 때는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5월 이후부터 주한미군 감축안이 공개되는 시점인 10월 이전의 어느 시점이 될 것입니다. 특별히 북(조선)이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시작하는 시점인 6월부터 10월 사이의 기간이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순전히 나의 추정입니다. 조·미 관계의 변화과정에는 예상하지 못하는 돌발변수가 많고, 매우 풀기 힘든 민감한 사안들이 얽혀있으므로 그 시점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3. 주한미군 철수문제와 한·미 상호방위조약 폐기문제
물음 15 - 요즈음 내외언론들은 미국이 주한미군을 후방으로 재배치하고 감축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에 관한 문제는 한(조선)반도의 전략균형에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매우 예민하고 중요한 것인데, 최근의 감축보도와 관련하여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조·미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의 본질이 민족자주를 실현하는 문제고, 민족자주를 실현하는 길은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이라는 점을 되풀이하여 주장하여 오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주한미군 철수의 불가피성도 논증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시기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과연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인가 하는 의문을 앞세우면서 주한미군 철수는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미국이 북(조선)의 압박에 밀려 결국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라는 나의 견해에 귀를 기울인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어떤 압박이 가해져도 끄덕도 하지 않을 만큼 견고하게만 보였던 미국의 주한미군 전략에는 지금 커다란 변화의 파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철수의 불가피성을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사건이 우리의 눈앞에서 전개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미국의 주한미군 전략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파동은 현재로서는 일단 주한미군의 전면철수가 아니라 감축입니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하기는 하겠지만, 절대로 완전히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그러한 주장은 정세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보지 못하는 착오입니다.
혹시 미국이 주한미군을 완전히 철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고 해도, 그 계획을 섣불리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국은 앞으로 대북 정치협상에 끌려나가는 경우, 그 협상에서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하나의 책략으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으므로 매우 예민하게 처리할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주한미군을 완전히 철수하는 문제는 조·미 정치협상에서 은밀히 결정될 사안입니다. 조·미 정치협상에서 주한미군의 전면철수가 결정되더라도 그것은 매우 예민하고 중대한 사안이므로 결정사실 자체가 '밀약' 형식으로 처리되면서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에 중·미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정치협상에서 결정되었던 대만주둔 미군을 철수하는 문제도 역시 중·미 두 나라가 밀약 형식으로 처리한 바 있습니다.
주한미군을 전면철수하느냐 일부감축하느냐 하는 문제를 따져보려 할 때, 우선 정확히 인식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 왜 하필 이 시점에 주한미군을 감축하려고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조·미 관계의 긴장국면이 날카로워지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은 마땅히 주한미군을 증강하여야 하는데, 증강하기는커녕 감축하겠다니, 일반상식으로는 미국의 속셈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특히 남(한국)의 대미예속적인 정치권과 친미우익세력들은 미국이 조·미 관계의 첨예한 긴장국면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하려는 것을 보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허둥대고 있습니다.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그들은 주한미군의 전쟁억지력과 인계철선 역할이 감퇴되어서는 안 된다고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일반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주한미군의 감축문제는 정세의 본질에 대한 인식으로만 해명된다는 것, 문제의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정세의 긴장이 감축의 원인이라는 것,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북(조선)의 대미압박이 미국으로 하여금 주한미군을 감축하도록 강제하는 원인이라는 것, 우리는 바로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북(조선)의 대미압박이 엄청난 중력으로 작용하면서 미국의 숨통을 조여갈수록 미국은 주한미군을 더 신속하게 감축하게 될 것이며, 종국적으로는 완전히 철수하고 말 것입니다. 이것이 주한미군의 단계적 전면철수에 관한 나의 전망입니다.
물음 16 - 그러나 지금 부시 정부는 영 딴전을 피우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의 감축은 해외주둔미군 감축의 일환이라고 하면서,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이 북(조선)의 압박을 원인으로 하여 생겨난 불가피한 결과라는 사실을 애써 감추려 하고 있습니다. 부시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계획에 관하여 좀더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미국과 남(한국)의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최근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주한미군 지상군을 감축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2003년 2월 4일자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주한미군의 역할, 임무, 구조, 규모, 지휘관계를 포함하는 총체적인 변화를 본격적으로 검토하여 앞으로 2년 안에 청사진을 마련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 2월 9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장관의 고위 보좌관들은 미국 해군과 공군이 보유한 장거리 타격력의 비중을 높이고 주한미군 지상군을 철수함으로써 '5027 작전계획(CINCUNC/CFC OPLAN 5027)'을 재정비하고, 남(한국)군에 대한 주한미군사령관의 지휘구조를 변경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2003년 2월 14일에 나온 『워싱턴 포스트』 보도와 워싱턴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13일 미국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나온 국방장관 럼스펠드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발언했다고 합니다. 그의 발언은 중요하므로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럼스펠드는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후방에 재배치(repositioning)하는 문제와 주한미군에 대한 전반적인 감축(overall reduction)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럼스펠드는 2003년 3월 6일 미국 국방부 기자단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서울 용산에 있는 미군기지를 후방으로 재배치하여도 주한미군사령부는 용산에 계속 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주한미군을 재배치하는 사업과 감축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서 불가피하게 상당한 시차가 생긴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주한미군 지상군인 제2사단을 한강이남으로 재배치하는 것은 한강이남에 새로운 미군기지를 설치하고 이전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함으로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장기사업입니다. 반면에 제2사단을 미국 본토로 철수하는 것은, 매우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속결사업입니다.
둘째, 럼스펠드는 주한미군을 전반적으로 감축하는 문제는, 주한미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주독미군의 감축과 더불어 해외주둔 미군에 대한 광범위한 재조정작업의 일환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문제가 해외주둔 미군을 감축하는 포괄적 과제의 일환이라는 사실은, 2003년 2월 19일 백악관 대변인 애리 플라이셔(Ari Fleisher)의 정례적인 언론설명회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참고로 살펴보면, 미국은 남(한국)에 3만7천명, 일본에 4만명, 독일에 7만1천명, 이탈리아에 1만1천명, 영국에 1만1천명, 그 밖의 유럽지역에 2만5천명 등 7백52개의 해외기지에 총 24만7천명을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그만하면 전세계를 군사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큰 소리를 칠만도 합니다. 부시 정부가 24만7천명 가운데서 얼마나 많은 병력을 감축할지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지만, 이번의 감축규모는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셋째, 럼스펠드는 주한미군사령관 리언 라포트(Leon J. LaPorte)가 벌써 몇 달째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축에 관한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03년 2월 24일에 발행된 미국의 군사전문 주간지 『디펜스 뉴스』의 기사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계획을 입안한 지는 벌써 몇 달이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문제를 노무현 정부의 제안과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검토해오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감축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입니다. 2003년 2월 20일에 나온 남(한국)의 주간지 『시사저널』 제695호의 기사에 따르면, 2000년 6월 남북 최고위급회담 이후 서울을 방문했던 미국 군사관계자들은 『시사저널』 기자에게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지상군 감축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한 바 있다고 합니다.
그것보다 더 신빙성 있는 정보는, 2003년 3월 4일 국회대표단회의에 참석한 남(한국) 국방부 정책실장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김대중 정부가 2000년과 2001년에 주한미군 문제에 관하여 굉장히 열심히 논의했으며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과 협의하기로 하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남(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주한미군 문제를 논의한 것처럼 밝혔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한미군 문제는 남(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논의할 수 없는 문제고, 설사 단독으로 논의했다고 해도 그것은 무의미합니다.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축은 전적으로 미국의 손에 달려 있는 문제입니다.
또한 남(한국) 국방부 정책실장은 주한미군 문제에 관해서 올해부터 미국과 본격적으로 협의할 것처럼 밝혔지만, 미국은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세부적인 추진계획까지도 이미 수립해놓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의 발언에는 이처럼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들어있지만, 미국이 주한미군의 감축문제를 검토한 시점이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발언내용만큼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판단으로는, 미국은 남(한국)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주한미군의 감축에 관련한 내부논의를 이미 마무리했고, 정치적인 고려에 따라서 실무적으로 처리하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봅니다.
1990년에 선행 부시 정부가 작성했던 주한미군 3단계 감축안은 10년 동안이라는 기간을 거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주한미군 7천명을 감축하는 제1단계가 시행되던 중인 1991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제23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당시 국방장관 딕 체니(Dick Cheney)는 북(조선)의 '핵문제'가 제기되었으므로 감축을 중단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감축안이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선행 부시 정권이 추진하다가 중단하였던 주한미군 3단계 감축안을 오늘의 부시 정권이 계승하여 다시 추진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당시 주한미군 3단계 감축안을 작성하고 추진을 지휘하였던 총책임자는 당시 국방장관이었고 오늘은 부통령이 된 딕 체니인데, 바로 그가 오는 4월 중순 남(한국)을 방문할 것입니다. 딕 체니는 지난날 자기의 지휘에 의하여 작성되고 추진되다가 자기의 명령에 의하여 중단되었던 주한미군 감축안을 다시 꺼내들고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러 서울에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요?
주한미군의 감축에 관한 문제는 미국이 남(한국)과 협의하여 결정하는 사안이 아니고, 미국이 자기의 요구와 이익에 따라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넷째, 럼스펠드는 남(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주한미군을 재배치하고 일부 병력을 철수하는 방안에 관하여 공식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논의는 오는 4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공식적으로 논의하겠다고 표현하였지만 사실상 공식적으로 통보하겠다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은 남(한국)을 대등한 협의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다음과 같은 경험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1990년 4월 19일 딕 체니가 이끌고 있었던 미국 국방부는 「아시아·태평양 연안에 대한 전략구조ː21세기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였는데, 그 보고서에는 앞으로 10년 동안 주한미군을 3단계로 감축한다는 감축안이 들어있었습니다. 미국은 이처럼 주한미군 감축안을 일방적으로 작성해놓고 연방의회에 보고까지 마치고 나서 6개월 뒤인 1990년 11월 17일에 가서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안을 공식적으로 통보하였습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도 마치 남(한국)과 협의하여 결정하는 것처럼 촌극을 연출하였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오는 5월께로 예상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과 한·미 정상회담입니다. 미국은 5월의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주한미군의 감축 문제를 자체적으로 이미 정해놓았겠지만, 그 정상회담에서 마치 주한미군의 감축 문제를 협의하여 결정하는 것처럼 한 편의 어설픈 정치촌극을 연출할 것입니다.
물음 17 - 그러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언제쯤 감축할 것으로 보십니까? 올해 안에 감축할 수 있겠는지, 또는 앞으로 몇 해 동안의 기간을 두고 조·미 관계의 변화에 따라서 감축계획을 조절하면서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문제를 매우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근거들 가운데 하나는, 2003년 3월 4일 국회대표단회의에 참석한 남(한국) 국방부 정책실장의 발언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는 "미국이 변화속도를 한국보다 빠르게 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미국이 남(한국)보다 더 빠르게 추진하려는 변화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두 말할 것 없이 주한미군을 신속하게 감축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처럼 아주 속도감 있게 추진된다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주독미군보다 더 신속하게 감축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2003년 2월 24일에 발행된 미국의 군사전문 주간지 『디펜스 뉴스』의 기사에 따르면, 유럽주둔미군을 감축하는 문제는 아직 구상단계에 있지만,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문제는 훨씬 더 진척되어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독일의 언론 『디 벨트』의 2003년 3월 3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침략전쟁에 동원된 주독미군은 전쟁이 끝난 뒤에 독일의 미군기지로 돌아가지 않게 되므로 주독미군의 철수는 사실상 시작되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1991년 제1차 이라크 침략전쟁 때에도 미국은 그와 같은 방식으로 주독미군을 철수하였는데, 당시 10만명이었던 주독미군이 7만명으로 감축되었습니다.
주한미군의 감축을 서두르고 있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주독미군보다 신속하게 감축한다면 올해 안에 주한미군의 전반적인 감축이 시행된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어쩐지 올해 초부터 부시 정부의 고위관리들이 워싱턴과 서울을 분주하게 들락날락한다 했더니,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자기들이 작성한 주한미군의 감축안에 대한 남(한국)의 반응을 떠보려는 데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언론에 드러난 그들의 분주한 동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한미군사령관 리언 라포트는 2003년 1월 6일부터 17일까지 워싱턴, 괌과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를 방문하였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1월 18일부터 22일까지 정보조사담당 차관보 칼 포드(Carl Ford)를 남(한국)에 비공개로 파견하여 노무현 당선자 측의 핵심인사들과 만났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리처드 롤리스를 남(한국)에 파견하여 주한미군사령부, 남(한국) 국방부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문제, 남(한국)에 작전통제권을 반환하는 문제 등을 논의하였습니다.
부시 정부가 이처럼 주한미군의 감축을 매우 서두르고 있는 데는 어떤 곡절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미국이 서두르는 까닭은 북(조선)의 강한 압박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마지막 단계에 밀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음 18 - 민족자주성의 관점에서 보면, 부시 정부가 주한미군을 많이 감축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고, 우리 민족은 힘을 합하여 이번 기회에 완전히 철수하도록 부시 정부의 감축을 전면철수로 강제하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장님께서는 주한미군의 감축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유럽주둔미군총사령부가 설치되어 있고, 미군 7만명이 배치되어 있는 독일에서도 미군을 크게 감축할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독일에 4만명 규모의 제5군단, 제1보병사단, 제1기갑사단 등 모두 7만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 1개 기갑여단만 잔류시켜 주둔병력 규모를 1만명 이하로 감축하면서 나머지 병력은 철수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주독미군 병력의 85%를 감축하는 규모에 견주어 주한미군의 감축규모를 예상한다면, 주한미군도 6천명만 남기고 3만1천명이 철수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1990년에 선행 부시 정부가 작성했던 주한미군 3단계 감축안에 따르면, 감축 제3단계인 1996년부터 2000년까지의 기간에는 주한미군이 극소수만 남고 모두 철수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극소수라는 표현은 6천명 이하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문제는 과연 미국이 주한미군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다가 전면철수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은 주한미군을 완전히 철수하라는 북(조선)의 강한 압박의 예봉을 피해보려는 일종의 대응조치이므로 북(조선)의 요구대로 전면철수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시각에서 보면, 주한미군의 감축은 주한미군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다가 전면철수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이해됩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북(조선)의 대미압박이 단계적으로 강화되고 있고, 더욱이 주한미군의 전면철수를 목표로 하여 강화되고 있으며, 그와 더불어 남(한국)의 민족민주운동세력을 중심으로 힘있게 전개되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운동이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워싱턴 일각에서도 주한미군 철수여론이 조성되고 있으므로, 주한미군의 감축은 앞으로 약 5년 안에 전면철수로 결말을 짓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주한미군의 전면철수에 대한 나의 낙관적 전망입니다.
만일 북(조선)이 미국에 대해서 고강도 압박을 가하지 않고 있고, 남(한국)의 민족민주운동세력과 그 세력을 지지하는 대중들이 주한미군 철수운동을 전개하지 않고 있는 조건이라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자기의 전략적 이익에 따라 일부만 감축하고 그것으로 끝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사정은 완전히 다릅니다.
주독미군의 감축은 미국의 내적 요구에 의하여 추진되고 있지만, 주한미군의 감축은 북(조선)의 고강도 압박과 남(한국) 민중의 미군철수운동이라는 미국의 외적 요인에 의하여 강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주독미군의 감축과 주한미군의 감축은 외형상 동일하게 보이지만, 그 발생원인과 결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물음 19 - 소장님의 낙관적 전망을 들으니 희망이 보입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민족이 미국의 지배 아래서 억울하게 고통을 받으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 지배에서 벗어나 민족자주를 성취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신심이 생깁니다. 그런데 주한미군 철수문제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폐기문제와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양자의 연관성을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개정 가능성을 예고하였는데, 내가 보기에 그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입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개정 가능성은 그가 발언하기 오래 전에 이미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 사이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2002년 12월 5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미국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장래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안하였고 남(한국)은 이를 받아들인 바 있습니다.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노무현 정권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려는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 조약을 미국의 이익과 요구에 맞게 개정할 것입니다.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한·미 사이의 정치적 합의가 아니라 미국의 일방적인 이익과 요구에 의해서 체결된 매우 특수한 조약이므로, 그 조약을 개정하는 것도 역시 미국의 일방적인 이익과 요구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하지 한·미 사이의 정치적 합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자기들의 이익과 요구에 따라 개정할 때, 노무현 정부와 합의하는 형식을 취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미국이 한(조선)민족과 국제사회를 기만하려는 목적에서 연출하는 일종의 가식행위에 지나지 않으며, 내적으로는 미국의 이익과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이 명확합니다. 그러므로 대미예속성에 얽매어 있는 노무현 정권은 미국의 강력한 지배력에 순응·복종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의 이익과 요구에 따라서 개정될 것입니다.
4. 일본의 군국주의 야욕과 대북 적대정책, 그리고 재일조선인에
2. 북(조선)의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 제안과 고강도 대미압박
물음 10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대해서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그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져있습니다. 공화국 정부가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한 배경에 대해서, 그리고 그 조약의 체결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던 때가 1953년 10월 1일이었으니까, 올해 10월이면 그 조약이 체결된 때로부터 꼭 50년이 됩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정전협정을 체결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때는,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의 불길이 치솟고 있었던 1951년 5월 17일이었습니다. 그 전쟁이 1950년 6월 25일에 일어났으므로, 미국은 전쟁이 일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패배를 자인한 것입니다. 만일 미국에게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고, 전쟁승리의 자신과 능력이 있었다면, 그들은 정전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전쟁을 끝까지 밀고 나가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에게는 그러한 의지도 자신도 능력도 없었습니다.
핵무기를 휘두르면서 초강대국을 자처하는 미국은 보통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강한 존재가 아닙니다. 사생결단의 각오를 가지고 투쟁하는 상대 앞에서는 겁을 집어먹고 뒤로 물러서는 것, 바로 이것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미국의 진짜 모습입니다.
한국(조선)전쟁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였기 때문에 전쟁을 중지하자고 제안한 쪽은 미국이었습니다. 반면에 북(조선)은 미국을 남(한국)에서 몰아낼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한국(조선)전쟁에서 정치적 승패를 가르는 중대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1951년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정전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결정을 내렸으나 정전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회담은 쉽게 결말을 내지 못했습니다. 정전협상이 시작된 때가 1951년 7월 10일이었고 정전협정이 체결된 때가 1953년 7월 27일이었으므로, 정전협상은 무려 2년 동안이나 계속되었습니다. 이것은 오늘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조·미 정치협상이 간단하게 결말을 내지 못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정전협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던 1953년 6월 6일 미국은 남(한국)에게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겠다는 사실을 통보하였습니다. 그로부터 몇 일 뒤인 7월 12일에 미국은 정전협정을 체결하는 것과 더불어 한·미 상호방위조약도 체결하겠다는 사실을 발표하였습니다. 7월 27에 정전협정을 체결하였던 미국은 10월 1일에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것은 정전협정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뗄 수 없는 관계로 결부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만일 정전협정이 없었다면 한·미 상호방위조약도 없었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되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북(조선)이 대미관계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전략목표는 한(조선)민족과 미국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 다시 말해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폐기입니다. 북(조선)이 그 조약을 폐기하려는 까닭은, 한·미 동맹이라는 말로 위장되어 있는 남(한국)과 미국의 지배·예속관계가 바로 그 조약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3년 2월 11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나온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국장 조지 테닛(George J. Tenet)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정치수단으로 확대하려는 김정일의 시도는 그가 협상을 통해 미국과 근본적으로 다른 관계를 맺고자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발언하였습니다. 그는 발언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관계라는 것은 미국이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러한 분석은 의도적인 왜곡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추구하고 있는 조·미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는, 핵무기 보유의 용인이 아니라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함으로써 한(조선)민족과 미국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다시 말해서 미국의 대남 지배구도와 대북 대결구도를 한꺼번에 제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려면 주한미군을 철수하여야 합니다. 주한미군을 그대로 두고 그 조약을 폐기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북(조선)의 당면목표는 우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으로 집중됩니다.
북(조선)이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법적 근거인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조치는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입니다. 조·미 두 나라가 상호불가침을 법적으로 확정하게 되면, 조·미 사이의 전쟁중지상태에 의하여 체결된 정전협정도 자동적으로 존재이유를 상실하게 되며, 미국이 북(조선)의 무력침공을 상정하여 남(한국)과 체결한 한·미 상호방위조약도 자동적으로 존재이유를 상실하게 됩니다.
북(조선)은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 제안을 회피하고 있는 미국을 끌어내기 위하여 정전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차츰 높아지고 있습니다. 만일 북(조선)이 정전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미국은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여야 하는 압박을 더 강하게 받게 됩니다.
2003년 2월 17일 북(조선)은 정전협정을 준수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특파원이 평양을 방문하여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북(조선) 외무성 관리와 진행한 2월 27일의 대담에서 그 익명의 관리는 미국이 계속 북(조선)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북(조선)은 정전협정의 구속에서 완전히 탈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조·미 불가침조약의 체결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고, 주한미군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키며, 궁극적으로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북(조선)은 올해 들어오면서 미국에게 정치협상에 나오라는 강한 요구를 계속하여 들이대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화는 하겠지만 협상은 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북(조선)의 요구를 회피하다가, 지금은 다자간 회담을 개최하자는 억지주장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만일 미국의 억지주장대로 다자간 회담을 개최하려면 그 회담에 참가할 당사자들을 누구로 정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하며, 그 회담에서 다룰 의제의 범위를 정하여야 하며, 그 회담의 정치적 지위를 규정하여야 합니다. 이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를 불러일으킵니다. 미국의 속셈은 조·미 정치협상의 과제를 다자간 회담을 추진하는 복잡한 과정 속에 몰아넣고 시간을 질질 끌다가 적당히 넘어가려는 것입니다. 미국의 다자간 회담 제안은 조·미 정치협상을 회피해보겠다는 궁여지책입니다. 클린턴 정권 시기에 북(조선)이 조·미 정치협상을 하자고 강하게 요구하였을 때, 그에 대한 대응으로 4자 회담이라는 것을 역제안하였던 상황과 흡사합니다.
그러나 4자 회담이 몇 차례 열리다가 슬그머니 중단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자간 회담이라는 것은 성사될 수도 없지만, 설사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소득이 없을 것이며 결국 중단되고 말 것입니다.
전세계가 반대하는 이라크 침략전쟁을 미국 단독으로라도 기어이 감행하겠다고 하는 '강한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을 재개하자는 북(조선)의 요구를 회피하면서 쩔쩔매는 '나약한 미국'으로 변해버린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조·미 정치협상을 두려워하고 있을까요? 그 까닭은,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에 다시 끌려나가면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이 조·미 정치협상에 나가서도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지만, 조·미 관계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북(조선)은 미국을 조·미 정치협상에 다시 끌어내면 이번에는 반드시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말겠다고 단단히 벼르면서 철저한 준비를 갖추어 놓았습니다. 북(조선)이 사전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서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자는 제안을 내놓지 않으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북(조선)은 요리조리 피하고 있는 미국을 꽉 붙들어서 조·미 정치협상에 다시 끌어내면, 미국이 불가침조약 체결에 순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결정적인 조치들을 준비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미국은 초강대국의 체면이 남김없이 구겨지는 외교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북(조선)의 정치협상 재개 제안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고 있습니다.
물음 11 - 그렇다면 조·미 불가침조약이 체결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아야 하겠습니까?
올해 6월은 조·미 두 나라가 역사상 처음으로 합의한 외교문서인 뉴욕 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10년이 되는 때이며, 7월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50년이 되는 때이며, 10월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지 50년이 되는 때입니다.
나의 판단으로는, 이처럼 중대한 정치적 계기가 연속적으로 다가오는 올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대미관계에서 어떠한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려고 결심하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미 뉴욕 공동성명의 이행이 미국에 의해 지연되고 있는 사태를 10년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한(조선)반도의 정전상태를 50년 이상 유지할 수 없으며, 남(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배를 50년 이상 지속되게 할 수 없다는 것, 바로 이것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단호한 결심을 세우게 된 동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심은 단호하고, 목적은 분명하며, 그 목적을 달성할 수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세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라크 침략전쟁의 불을 지르고 있는 부시 정부는 미국 내부에서, 동맹국들과의 관계에서, 국제사회에서 터져 나오는 강한 저항과 반발에 부딪히면서 휘청거리고 있고, 이라크 침략전쟁을 계기로 하여 치솟고 있는 반미·반전투쟁은 전세계적 범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조선)반도에서는 노무현 정권이 등장하여 남북관계의 악화를 방지하면서, 북(조선)의 핵무장도 반대하고 한(조선)반도의 전쟁도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의사표명은 노무현 정권이 조·미 대결관계에서 마치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을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조선)반도의 전쟁을 반대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시 정부는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을 자행하고 있으면서도,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조선)반도의 전쟁을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전쟁책동을 은폐하려는 부시 정부의 선동에 휩쓸리는 꼴이 됩니다.
민중의 반전평화운동이 내거는 투쟁구호는 전쟁을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을 반대한다는 것으로 되어야 합니다.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을 반대하는 것은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조·미 정치협상에 미국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되는 것입니다.
이제 대담의 주제로 되돌아가겠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단은 무엇일까요? 내가 보기에, 그 수단은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입니다. 북(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미국의 전략거점들을 초토화하는 가공할 무력수단이기 전에, 미국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정치수단입니다.
북(조선)이 핵탄두를 장착한 온갖 종류의 미사일로 위협하고 있는 미국에 맞서 싸우려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여야 하였고, 또 실제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미 오래 전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조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강국이라는 사실을 논증한 바 있습니다. 그 논증을 여기서 되풀이할 생각은 없고, 다만 최근에 파악한 보완적인 정보를 세 가지만 더 첨부하겠습니다.
첫째, 2003년 2월 12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나온 미국 중앙정보국 국장 조지 테닛은 북(조선)이 미국 서부해안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자기의 보좌관들과 상의한 뒤 "비밀해제된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북(조선)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변하였습니다. 북(조선)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보유문제는 미국의 정치권에서 매우 예민한 문제이므로, 중앙정보국 국장도 쉽게 답변하지 못하고 보좌관과 상의를 하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답변하였습니다. 이로써 북(조선)이 미국 서부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비밀은, 공개석상에서 중앙정보국 국장에 의해서 해제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북(조선)이 지구 위의 어느 곳이라도 타격할 수 있는 중량급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지 테닛은 이 사실은 아직 비밀해제할 수 없으므로 공개하지 못하였습니다.
둘째, 2003년 3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대표단회의에 제출된 방일 대표단의 보고서는, 나카야마 타로(전 일본외상)의 말을 인용하면서, 미국의 보고서에 의하면 1998년 8월에 시험발사된 우주발사체의 제3단계 잔해가 알래스카에서 발견되었으며 그에 따라 미국은 한·미·일 모두 북(조선)의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있다고 인식하고 삼자 공조를 강화하게 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북(조선)은 우주발사체 겸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자체적으로 개발·완성하였음을 이미 5년 전에 입증하였습니다. 나의 판단으로는, 북(조선)이 지구 위의 어느 곳이라도 타격할 수 있는 중량급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주한미군사령부가 해마다 펴내는 2003년판 『사실편람(Fact Book)』은 "제2의 한국(조선)전쟁이 일어날 경우, 1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특수전 병력, 로켓포, 미사일, 대량살상무기가 결합하면 안전한 곳은 아무 데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주한미군사령부도 북(조선)의 전략적 타격력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만일 북(조선)이 미국의 핵공격위협에 핵공격위협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북(조선)은 미국에게 정치협상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였을 것이며, 자신을 보위하지 못하는 이라크의 비참한 운명을 면할 길이 없었을 것입니다. 북(조선)은 핵탄두를 장착한 온갖 종류의 미사일로 위협하고 있는 미국에 맞서서 핵무기와 전략미사일로 대항하면서 정치협상을 기어이 재개하고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려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북(조선)이 미국을 어떻게 정치협상으로 다시 끌어내겠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정치협상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상대를 협상자리에 끌어내려면 압박을 가하는 수밖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상대가 워낙 강대한 미국이므로 웬만한 압박은 통하지 않고 매우 강한 압박을 가하여야 합니다.
북(조선)이 미국에 대해서 가하고 있는 압박은 입체적 압박입니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정교하게 짜여진 예술적 입체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물음 12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미국에 대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이해됩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좀더 설명이 요구됩니다. 소장님께서 파악하신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조선의 입체적인 대미압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최근에 북(조선)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압박조치는, 내가 보기에는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첫째, 영변의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고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함으로써 핵무기를 꽝꽝 만들어내는 능력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H. Rumsfeld)는 2003년 2월 3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안보정책회의에서 연설하면서 북(조선)이 영변의 플루토늄 재처리시설을 재가동할 경우 5월이나 6월께 추가로 6-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얻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나의 판단으로는, 지금까지 북(조선)은 매우 은밀하게 핵탄두를 만들어냈고, 미국은 그 사실을 대충 알면서도 전혀 모르는 척하면서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북(조선)은 무게 1천 킬로그램의 핵폭탄을 개발한 뒤에 그것을 2백 킬로그램 이하의 핵탄두로 소형화하기 위한 기폭실험을 수없이 진행하였으며, 마침내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장착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북(조선)이 1천 킬로그램 이하로 소형화된 핵탄두를 개발하였다는 것은, 나만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저명한 전문가들도 대체로 공인하고 있는 바입니다. 이를테면 비확산정책 교육센터(Nonproliferation Policy Education Center)의 실무책임자 헨리 소콜스키(Henry D. Sokolski), 미국과학자협회(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의 전략안보담당 책임자 마이클 레비(Michael Levi), 안보전문 웹 싸이트로 이름난 세계안보(Global Security)의 책임자 존 파이크(John Pike), 과학 및 국제안보 연구원(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의 원장 데이빗 올브라이트(David Albright)같은 비중 있는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북(조선)이 공개하지 않는 핵탄두는 핵확산금지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지금까지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사실을 모르는 척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을 달라졌습니다. 북(조선)은 미국으로 하여금 핵확산금지체제 유지와 주한미군 철수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하도록 몰아가고 있기 때문에, 북(조선)은 이전처럼 핵무기 보유사실을 감추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고, 미국도 이전처럼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사실을 모른 척하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북(조선)은 핵무기 보유사실을 입증함으로써 핵확산금지체제를 위협하고, 그로써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결정을 이끌어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북(조선)이 핵무기 보유사실을 입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핵무장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방법도 있고,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은 북(조선)이 핵무장을 공식으로 선언하는 것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03년 3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대표단회의에서 발표된 방미 국회대표단의 보고서는, 워싱턴 정치권 일각에서 북(조선)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지만 나의 판단으로는, 현단계에서 북(조선)은 핵무장을 선언하는 방법이 아니라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조선)이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려면 중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북(조선)은 핵탄두를 만들었으면서도 대외적인 정치관계를 고려하여 핵실험을 자제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정치적 관계를 고려할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만일 미국이 끝내 북(조선)과의 정치협상을 회피하면서 정세를 악화시킨다면, 북(조선)의 압박조치는 최후단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하핵실험은 북(조선)이 미국에게 가할 수 있는 최후의 압박조치입니다.
북(조선)이 미국에 대해서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핵실험까지야 강행하겠는가 하고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의문은 북(조선)의 대미압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도 북(조선)이 핵실험이라는 최후의 압박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심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2003년 2월 12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나온 미국 국방정보국(DIA) 국장 로웰 재커비(Lowell Jacobi)는 북(조선)이 핵실험을 단행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여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북(조선)이 공개적으로 핵무기 추가확보에 나선 것은 최근 30년래 미국의 지역이익에 반하는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고 발언하였습니다. 클린턴 정부시절에서 대통령의 핵안보 및 군축특사로 러·미 정치협상에 참여했던 제임스 굿바이(James Goodby)는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 2003년 3월 6일자에 발표한 공동기고문에서 북(조선)의 핵실험 가능성을 예견하면서 부시 정부는 대미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조선)이 이처럼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핵무장을 선언하는 것은 한 차례의 공식발표로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지만,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는 것은 미국의 대응을 보아가면서 점차적으로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더 유리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북(조선)은 영변의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고,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하여 무기급 플루토늄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공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미국에 대한 압박강도를 자꾸 높여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북(조선)은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하는 단계에까지 나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조선)으로서는 조·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 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실한 과제이므로 최후의 단계로 한 걸음씩 접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에게 핵확산금지체제 유지냐 주한미군 철수냐를 선택하라는 최후의 통첩을 던져준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북(조선)이 플루토늄 재처리 공정에 한 걸음씩 접근할 때마다 미국은 마치 자신의 숨통이 조여드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면서 쩔쩔매고 있습니다.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공포의 벼랑끝으로 밀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물음 13 - 최근 미국 언론들은 미국이 영변 핵시설을 정밀타격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비밀공격계획을 보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