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반전 시위를 바라보며...(펀글)

by 윤여진 posted Mar 31, 2003
전 우리나라 인권위원회가 전쟁을 반대하는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남의 나라 국민들의 인권에 그렇게 고민하는 인권위원회가 왜 북한난민 문제나 북한의 정치범 문제에는 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지 몹시 궁금합니다. 국익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 꼭 필요한 외교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견해를 이렇게 자신있게 발표하는 이들이, 왜 지금 유엔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북한인권 문제에는 애써 침묵을 지키는지 그것을 알고싶습니다.

그들에게는 북한 동포의 인권문제는 관심 밖이고 이라크인의 인권만이 소중한 걸까요? 이라크가 인권이 낮은 이슬람권에서도 가장 극심한 인권 탄압국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면, 인권위원회는 마땅히 미국이 수행하는 전쟁에 적극적인 지지 성명이라도 냈어야 하지 않았을까? 라는 논리도 성립합니다.

또한 참여연대가 우리나라 군대의 파병반대 이유중 하나로 미군의 열화우라늄탄 사용에 따른 우리 군인들의 방사능 노출우려를 제시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미국의 부도덕성을 드러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참여연대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며, 저는 우리나라 군인의 건강을 그토록 살피는 참여연대가 우리민족을 염화지옥으로 보낼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는 왜 그 흔한 반대성명 하나 내지 않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지난 3.1절날 시청앞 광장에서 개최된 북한의 핵무기개발을 규탄하는 "反金 反核"집회에 참여연대는 무슨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 전쟁위기의 주원인이고, 북한의 핵무장이 한민족의 재앙이 될 것임에 분명한 상황에서 700명 젊은 군인들의 건강보다 7000만 한민족의 생존을 평소에 더 걱정해야 옳지 않았을까요?

저는 북한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시민단체를 더 이상 믿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인간의 보편적 감수성을 기반으로 이라크 민간인들과 미. 영, 이라크 군인들의 사망과 부상에 눈물짓는 일반인들의 순수한 인도주의적 전쟁 반대를 지지하며, 이들을 정말 사랑합니다.

그러나, 저는 일부 친북단체들의 반전운동을 규탄합니다. 그들이 저 같은 시민들의 지지를 얻으려면, 미군의 이라크 공격으로 발생한 이라크 국민들의 피곤한 삶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대해서도 정말로 분노하고, 이를 국제 공론화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들이 지금 벌이는 반전, 파병반대 시위의 반의 반만이라도 평소에 북한주민들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애썼더라면, 제가 그들을 욕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의 구성원중 한명이라도 금강산 관광버스를 붙잡고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 없이는 북한에 돈이 되는 어떤 남북한 합작사업도 할 수 없다고 외쳤더라면 제가 그들의 순수성을 의심하지는 않았을 텐데 너무나 놀랍게도, 북한의 인권문제를 논하는 것은 진보진영으로부터 수구꼴통 소리를 듣는 보수우익단체들입니다. 이게 우리나라 현실입니다.

소위 말하는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중에 누가 정의의 편에 서있는지 저는 그런거는 관심없습니다. 지금 북한·중국 국경지대를 헤매는 북한동포들의 인권은 우리사회내 친북단체들에게는 완전히 외면되고 있습니다. 이러니 제가 그들을 곱지 않게 보는 것입니다.

저는 반전단체들이 편향성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이라크전 반대와 함께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요구하는 궐기대회에도 참여해야 할 것이고 생각합니한다. 며칠전 어떤 가수가 어떤 반전단체의 일원으로 NO BLOOD FOR U.S.A라는 피켓을 들고 국회의사당앞에서 파병반대 시위를 했습니다. 그 가수 가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그런 과감한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할 만큼 현실정치를 잘 이해하고 미래를 내다 보는 혜안이 있는지 전 의문입니다.

우리가 NO BLOOD FOR U.S.A 하면, 미국도 당연히 NO BLOOD FOR SOUTH KOREA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가수는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면, 미군철수 후, 우리 대한민국이 북한을 지금처럼 잘 막아낼 수 있을까요? 전 아주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미군철수는 어렵고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습니다. 미군은 한국사회에 있어서 필요악과 같은 존재입니다.

저는 남북한의 군사력과 상관없이, 대남 적화통일이라는 북한의 기본강령이 바뀌지 않는 한,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이라크에서는 몇천억달러의 군사비를 지출하는 나라와 10억달러의 군사비를 지출하는 나라가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전황을 보면 꼭 돈 많은 나라가 돈에 비례한 만큼의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지는 못하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북한보다 군사비 지출이 약간 더 많은 남한이 북한의 기습공격을 받아 다시 전쟁이 난다면, 우리가 미군의 도움 없이 충분히 잘 방어할 능력이 있을까요? 사실상, 우리의 군 전력은 적의 기습으로 전쟁개시와 더불어 반으로 줄어든 상태일 것입니다. 따라서,북한이 핵무기를 다량 보유할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고, 북한이 현재 보유한 재래식 군비만으로도 우리가 당해내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전쟁의 승패가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승리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보여 오판하게 하는 것 자체가 큰 재앙입니다.

왜 북한이 남한을 치겠냐고 당신이 묻는다면, 전 왜 북한이 남한처럼 안보를 소홀히 하는 나라를 공격하지 않고 내버려 두겠느냐고 묻겠습니다. 그리고, 왜 월드컵 4강에 올라 남한의 온 국민들이 흥에 겨워 행복해 했던 순간에 북한은 우리 해군병사들에게 총격을 가했을까요? 하고 묻고 싶습니다. 물론 나도 미국을 싫어하고 미군주둔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냉혹합니다. 모든 정치적 일들을 미국 음모론으로 돌리는 단체는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것은 엄연한 국제 정치의 현실속에서 움직입니다.

그 현실속에서 얼마든지 김정일을 미국 CIA의 첩자라고도 만들 수 있는 것이 미국의 힘입니다. 과거에 박헌영이 같은 조선 공산당의 원로도 김일성이에 의해 미국 CIA의 첩자로 판명됐음을 상기하자구요. 북한 정권은 북한주민을 철저히 통제하고 기만하는 가운데 유지돼 왔습니다. 남한이 원하는 어떤 평화적이고 합리적인 방법도 사실 그들에게는 선택이 불가능합니다. 통일을 위해 꼭 필요한 자유로운 남북교류협력이 그들에게는 정권의 위협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그들이 남한을 진정한 대화의 상대로 삼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남한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선택방법이 북한지도부에는 없어 보입니다.사실 어쩌면 제 생각이 기우일 수도 있고 그러길 바라며, 지나치게 북한정권을 나쁘게만 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화재를 막기 위해 소화기를 갖다 놓을 때, 화재가 날 확률이 100%이기 때문에 소화기를 준비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재앙을 막기 위해 1%의 작은 확률에도 방비해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나 높은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방향으로 국론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난 50년간의 평화가 평화를 사랑하는 반전·평화주의자들 때문에 지켜졌다기 보다는 부시 주위의 백악관 매파들처럼 상대를 의심하고,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는 현실주의 정치가들에 의해 지켜진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지금 이나라에서 반전시위하는 사람들, 그 중에도 반전보다 반미에 더 비중을 두어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은, 그들이 의식을 하든 안 하든 한반도의 전쟁을 갈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모험주의를 실행에 옮겨 전쟁을 발생시키는 것도 반대하지만, 우리사회 일각의 반미시위가 자칫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져,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 전략이 성공을 거두는 것도 단연 반대합니다.

미국이 어려움에 처한 현 상황에서, 우리가 동맹의 의리를 지켜, 공병부대라도 파병한다면, 미국은 우리에게 호의로 보답할 것입니다. 우선 미국은 한반도 핵 위기 문제에 있어 우리나라의 입장을 존중할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바라는 바가 아닌가요? 인도주의적 입장에서는 당연히 파병을 반대하지만 이리 내몰린 국제정치의 현실이 서러울 뿐입니다. 우리는 현재까지 자주적으로 국가의 안보를 지킬 힘이 없지 않은가요? 이건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자 현실입니다.

6.25전쟁중 한국전쟁에 참여한 16개국. 미군이 참전했고, 미국을 지지했던 국가들이 참전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현실이 냉혹합니다. 하지만 이라크 파병으로 중동국가들이 오래동안 한국을 미워할 것이라는 논리는 정말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미국과 우리의 관계를 아는 나라중에서, 한국이 비전투공병 및 의무부대 700명을 파병했다고 욕할 나라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자국을 위해 피흘린 우방을 위해 이 정도의 지원에도 인색한 나라로 인식되면, 국제사회에서 더 외톨이가 될 수 도 있는 것이 현실의 국제정세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어쨌든 전후 복구를 위해서 온 한국의 군대를 욕하는 이라크인들은 없을 것입니다. 이라크의 보통 사람들은 한국의 공병대가 다리를 지어주고, 환자들을 치료해준다면 그들의 현실에서 욕할 사람은 없습니다. 전 전쟁의 참혹함과 전후의 복구문제를 직접 눈으로 보았습니다. 이념과 정당성보다 대다수 전쟁과 복구에 노출된 이라크인의 현실이 그들에게는 더 중요합니다.

우리가 상징적인 파병도 하지 않고, 계속 반미시위만 한다면, 미국인들은 한국의 배신에 분노하고, 한반도 정책 결정시 더 이상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에 큰 불행이다. 물론 더 큰 불행은 우리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말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지금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어떤 여파를 미치는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국가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현 상황에서, 사실상 전혀 믿을 수 없는 북한과의 민족공조나 외치는 어리석은 몽상가들에 의해 나라가 망해야 할 것인가요 ? 그들이 꿈꾸는 것 자체는 민주국가, 언론자유국가에서 불가피하다 해도 합리적 이성이 있는 일반 시민들까지 휩쓸려 버린 현실이 당혹스럽습니다.

우리가 어리석은 몽상에 빠져 우리가 처한 안보현실을 잊는다면, 우리는 대구지하철 참사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엄청난 대형비극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안보문제에 있어 보다 더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전, 반미시위에 나서는 사람들과 이들을 심증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주장하고, 지지하는 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생각할 것을 요청합니다. 대의명분을 위해 광해군을 폐위시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야기하여 백성들을 곤경에 처한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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