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새로운 전략사고에 입각한 전쟁

by 永樂 posted Apr 09, 2003
독립신문 http://independent.co.kr 에서 퍼 왔습니다.
"과거의 쉬운 전쟁은 미래의 국제문제 해결에
군사력 사용의 문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는 지적은 정확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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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의 전쟁사적 특이성, 새로운 전략사고에 입각한 전쟁  

                                   이춘근(李春根·政博·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


제 2차 걸프 전쟁이라고도 불리고, 이라크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미-영-호주 연합군과 이라크군 간의 전쟁이 시작 된지 3주일 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전쟁이 시작된 지난 3월 20일 아침 11시 30분(한국시간) 보도된 전쟁 개시의 모습은 일반인들의 기대는 물론 전문가들의 기대와도 다른 것이었습니다.

미-영 연합국이 우세한 화력을 집중하여 대대적으로 바그다드시를 공격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첫번째 공격은 F-117 스텔스 전투기 단 2대, 크루즈 미사일 40발을 가지고 두 개의 목표물을 집중적으로 강타하는 전략이었습니다. 두 개의 목표물이란 현지 스파이가 알려준 후세인과 각료들이 회의를 하고 있던 중으로 알려진 건물이었습니다. 미국은 이를 참수공격(斬首攻擊·Decapitation Attack), 문자 그대로 목을 자르는 공격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전쟁사상 유례 없는 특이한 작전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첫번째 공격 이후 후세인이 생사여부가 아직 밝혀진 바 없습니다만 그 이후 진행된 폭격 역시 이라크의 전쟁 지휘부를 파괴하는데 집중되고 있었습니다.

서양의 전통적인 전쟁 철학은 `전쟁이란 적의 저항의지를 꺾음으로서 승리할 수 있고 적의 의지를 꺾기 위해서는 적의 군사력을 파멸시켜야 한다` 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가르친 클라우제비츠(Clausewitz)의 전쟁 철학이 철저하게 바뀌고 있는 모습을 이번 전쟁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전략이란 적국의 `힘의 중심`(Center of Gravity)을 정확히 공격하여 파괴함으로서 적의 저항 의지를 마비시키고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좋은 술책을 의미합니다. 10년 전 걸프전쟁 당시 미국 및 다국적 연합군은 후세인의 공화국 수비대를 이라크의 힘의 중심으로 설정하고 이를 철저히 파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후세인의 정권이 건재할 뿐 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력한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미국의 전략이론가들은 걸프전쟁의 전략에 대해 다시 생각했습니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독재국가의 경우 힘의 중심은 그 나라의 군사력이 아니라 그 나라의 독재자 그 자신이라고 가정하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 9월 11일의 테러리즘은 이 같은 새로운 전략 이론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9.11 테러는 국가보다 오사마 빈 라덴, 후세인 등 개인이 새로운 힘의 중심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전쟁을 할 경우, 특히 테러를 지원하는 독재국가와 전쟁 할 경우 그 나라의 군사력이 아니라 애초부터 그 나라의 지도자를 공격 표적으로 삼는다는 전략이 확립되었고 이번 이라크 전쟁은 새로운 전략이론을 사상 최초로 현실에 적용한 사례로 기록 될 것입니다. 월남전 당시 미국은 월맹의 수도 하노이 주위에 반경 수십 Km의 원을 그려 미국 전폭기들의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해 놓을 정도였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라크 전쟁의 군사 전략

이라크 지도부, 즉 사담 후세인과 사담 후세인을 지지하는 일부 세력을 대상으로 하는 전쟁이기 때문에 이번 전쟁은 기왕의 전략론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전쟁을 개시한 3월 20일 당시 이라크 현장에 전개 가능한 연합군 병력은 미군 20만, 영국군 4만, 호주군 등 합해서 30만에 미달하는 군사력이었습니다. 이처럼 적은 병력을 가지고 전쟁을 개시한 것은 바로 새로운 전략 때문입니다.

바그다드까지 진격해서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 전략 목표이기 때문에 이번 전쟁에서 점령이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전쟁 개시 며칠이 지난 후 우리나라 언론보도 중에는 미국과 영국군이 남부의 대도시 바스라 등을 장악하는데 실패했다고 보도하고 있었지만 애초에 바스라 등을 점령하는 것은 작전목표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통과(bypass)하여 바그다드 외곽에 빨리 집결하는 것이 전략 목표였습니다.

국토 면적이 44만 평방 키로가 넘어 남한의 4.5배가 되고 군사력이 40만이나 되는 나라를 점령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30만 수준의 병력으로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미국 육군 제 3 기계화 사단은 새로운 전략 아래 공격 개시 최초 40시간 동안 약 500Km를 진격했습니다. 당연히 병참선(兵站線)이 길어지게 되고 병참선의 일부에서 이라크 민병대의 산발적인 공격을 받게 됨으로써 후방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전쟁이 시작된 지 3주 째로 접어드는 지금 영국군은 바스라에 진입 후방의 병참선을 보호하는 전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폭격이 단행된 후 약 3시간 후에 후세인이 TV에 나와 대미 항전을 호소하는 방송을 했습니다. 한국의 여러 신문들은 `후세인 건재`라는 타이틀로 보도를 했습니다만 미국은 후세인의 방송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후세인은 맞지만 사전 녹화된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 후 3-4 일 간격으로 후세인이 TV에 나오고 있지만 역시 사전 녹화 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폭격 직후 후세인의 모습이 사전 녹화 된 것이라는 근거는 후세인이 최초 공격지점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데 있습니다. 사실 후세인은 자기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Body Double)을 다섯 정도 두고 있으며 특히 무개차(Open Car)에 서서 사열을 받을 때는 항상 가짜 후세인을 세운다고 합니다.

전쟁이 3주로 접어드는 4월 7일 현재 미국군은 바그다드 시가전을 전개하고 있으며 종전이 임박한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전쟁이 시작된 이래 이라크 군이 미 영 연합군에 대해 체계적인 `전쟁`을 한 적이 있었다고 보기어려울 정도입니다. 공화국 수비대, 혹은 민병대와 미-영군간의 교전이 여러 차례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중앙 최고 지휘부의 명령, 통제에 의해 체계적으로 작전을 전개하는 군사력간의 싸움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전쟁 개시 불과 3-4일 후부터 이라크 군사력은 이미 후세인 혹은 이라크 최고 군사 지휘부의 명령 통제에 의해 움직이는 군대는 아니었습니다. 전쟁 개시 4일째인 3월 24일 아침, 바그다드 중심부에 대한 대규모 폭격이 진행되었는데 당시 이라크 측의 대공포 사격도 없었고, 바그다드 시민들에게 공습을 알리는 경보 사이렌조차 없었습니다. 전쟁 지휘부가 마비되었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후세인의 생존 여부와 전쟁의 지속에 대해 밀접한 연계를 상정하고 있지만 후세인의 생존 여부는 별 전략적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미국은 이라크의 작전 지휘 체계를 거의 완벽하게 마비 시켰고 그 결과 후세인이 살이 있다 하더라도 이라크 군을 지휘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화, 통신수단이 모두 마비 된 상황에서 전투를 지휘할 수 없는 일입니다.

바그다드 시가전은 미국도 고전(苦戰)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기대 했지만 4월 5-6일 양일간 벌어진 바그다드 시가전 전황(戰況)은 이라크군 전사 2,000-3,000에 미국 측 전사는 한 명도 없었을 정도로 일방적이었습니다. 전쟁 지휘체계가 마비된 이라크 군은 미군이 직접 눈에 보이는 경우에만 교전 할 수 있을 뿐인 반면, 미군은 이라크군이 어디에 집결되어 있는지를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알고 기습 공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이 이라크의 지휘부가 와해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전장(戰場)의 현상입니다. 지휘, 통신 체계가 없는 군대는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전투에 이길 수 없습니다. 미국이 새로이 택한 전략-지휘부 우선 제거-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전쟁이 시작된 직후 1주일도 채 지나지 못한 시점에서 언론에 자주 보도된 내용의 하나는 이 전쟁이 장기화되는 징조가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쟁의 역사를 보면 6일 전쟁도 있었고(1967년 6월 5일-10일) 100년 전쟁(1337-1457)도 있었습니다. 100년 전쟁은 사실은 120년 전쟁입니다. 모든 전쟁은 빨리 끝날 것을 기대하고 시작되었지만 대개 예상보다 길어지는 것이 상식입니다. 1차 대전 당시 참전국들은 모두 신속한 승리를 확신한 나머지(8월에 전쟁 시작) 군인들에게 동복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의 평균 지속기간은 약 4년 정도입니다. 현대에 가깝다고 전쟁이 더 짧아지지도 않았습니다. 전쟁을 반대한다 하면서도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생각하다보니 1주일 된 전쟁을 장기전 아니냐고 물은 것은 아닌지? 혹은 반전론자들이 미국이 고전하는 모습을 은근히 기대하고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를 일입니다. 10년 전 전쟁의 목표를 단지 쿠웨이트 주둔 이라크 병사를 축출하는데 한정했던 걸프전쟁의 경우 43일 폭격, 그 이후 100시간의 지상전주(地上戰鬪)를 통해 끝냈으니 `7주 전쟁` 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쟁은 그보다 훨씬 큰 전역(戰域)에서 벌어지는 것이니 3개월 이내에 끝난다면 무리 없이 단기전(短期戰)이라 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4월초의 전황은 그보다 훨씬 빨리 전쟁이 종식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의 국제 정치적 의의

이번 이라크 전쟁은 군사전략에서 특이하지만 전쟁의 파급 효과 역시 전쟁사상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큰 충격을 초래할 전쟁입니다. 역사상 전쟁 이후의 국제정치가 전쟁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지 경우들이 있습니다. 1618-1648년의 30년 전쟁은 역사상 최초로 민족국가 중심의 세속적 국제질서를 산출한 전쟁이었고, 유럽을 20년간 피로 물들인 나폴레옹 전쟁(1792-1815)은 강대국들이 세력균형을 통해 차후 100년간 유럽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게 한 국제체제를 산출했습니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 역시 전쟁 이전의 국제체제를 완전히 바꾼 대 전쟁이었습니다. 학자들은 이 같은 대 전쟁을 세계전쟁(World War), 패권전쟁(Hegemonic War) 총력전쟁(General War) 등의 용어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은 전쟁의 규모에서 위의 전쟁들과 비교가 되지 않으나 전쟁의 효과는 대단한 국제 체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예고됩니다. 사실 전쟁이 시작되는 무렵 이 전쟁은 결국 국제질서의 재편과 관련된 전쟁이라는 조짐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이미 와싱턴포스트지는 다가오는 전쟁을 `세계질서재편전쟁`(World Reordering War) 라는 용어로 표현한 바 있었습니다.(3월9일자)

미국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 유엔 안보이사회의 결의를 통한 전쟁을 추구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러시아 등 상임 이사국과 독일 등 비상임 이사국의 반대에 봉착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그래도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라크 공격에 관한 안건을 부치기로 했습니다. 프랑스, 러시아의 거부권에 의해 부결 당할 경우 미국 단독으로(혹은 영국군과 더불어) 전쟁을 개시하겠다고 으름짱을 놓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입장을 고려, 결국 새로운 결의안을 추구하지 않은 채 전쟁을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전쟁과 평화를 결정하는 정통성을 가진 국제기관으로 보고 있지만 사실 유엔 안보리는 1945년 2차 대전 직후의 국제정치 권력구조를 반영하는 기구일 뿐입니다. 2차 대전의 압도적 전승국인 미국은 앞으로 다가올 소련과의 대결에 대처해야 했고 이를 위한 조치의 하나로서 2차대전 중 힘이 거의 소진하여 미미한 수준의 국가로 전락한 영국, 프랑스, 중국(대만)을 거부권을 가지는 상임 이사국으로 선발 유엔안보리에서 4:1 구조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70년대 초반 대만을 축출하고 중국이 회원국이 되어 오늘에 이르는 안보 이사회의 최대 고민은 그것이 오늘날의 실질적인 국제 정치 권력구조를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뉴욕타임즈의 프리드맨 기자가 말했듯이 프랑스보다는 인도가 상임이사국 회원국이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고, 국력으로 보았을 경우 독일, 일본이 프랑스, 러시아보다는 더 자격이 있다고 보입니다. 게다가 냉전의 종식과 미국의 국력 팽창은 안보이사회 소속 강대국간의 세력균형 구조 그 자체를 완전히 파탄 시켰습니다.

물론 평자들마다 생각이 달라 미국의 몰락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이도 없는 바 아니지만 이번 전쟁은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재편하는 전쟁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이번 전쟁을 적극 지지하는 미, 영, 스페인, 호주, 일본과 이 전쟁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이 지정학적으로 각각 해양 세력과 대륙세력을 반영한다는 사실도 간과 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해양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자유무역, 개방성 등을 국가 발전 및 국민 생활의 원동력으로 생각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대륙국가는 어느 정도 관료적, 고립적, 폐쇄적 속성을 보입니다. 보다 개방적인 국가들이 테러위협에 더 민감할 것입니다. 물론 지구화의 시대에 이분법적 해석은 타당하지 않겠지만 이번 전쟁을 지지 혹은 반대하는 국가들이 지정학의 전통적 설명에 부합되게 나뉘어져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 전쟁이 끝나면 곧바로 한반도가 국제긴장의 초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어제(4월 6일) 미 국방차관 월포비츠씨는 북한의 경우 이라크와는 상황이 판이하고, 판이한 상황에는 다른 전략이 적용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중인 이라크 전쟁이 앞으로 미국의 국제 전략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과거의 쉬운 전쟁은 미래의 국제문제 해결에 군사력 사용의 문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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