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일본이 북한을 선제 공격한다?

by 김현인 posted Apr 11, 2003
대한매일 미디어연구소에서 서비스하는 메일링  
도쿄통신에 이렇게 겁나는 제목의 글이 날라왔군요.
그렇지 않아도 신경쓸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일본도 지금 심상치가 않습니다. 그냥 한번 읽어보시길...


=================================================================

일본이 북한을 선제 공격한다?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이 만든 이라크 선제공격을 보고 일본 네오콘도 대북 선제공격을 꿈꿀지 모른다.”

끔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도쿄에서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는 워처들이 가볍게 하는 얘기입니다만, 우리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게 들을 수 없는 것이지요. 현실적으로 일본이 북한을 선제 공격하기는 힘듭니다. 북한을 타격할 전폭기나 미사일 같은 군사장비가 없기 때문입니다. 장비가 있더라도 지금의 헌법으로는 힘듭니다. 그렇지만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은 미국 네오콘에 의한 이라크 공격을 통해 똑똑히 보았듯 어느덧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라크문제가 마무리되면 다음은 북한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일본 방위의 책임자인 이시바 시게루 방위청 장관은 지난 달 국회에서 대북 선제공격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것도 진지하게.... 북한을 때릴 무기로 이라크 전쟁에 사용된 토마호크 미사일의 도입을 검토한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그 뒤를 따라나왔습니다. 이전 같았으면 야당은 물론 여당 내 패전을 경험한 노나카 히로무 같은 원로의원들에게 강력 경고를 받을만한 과격한 발언이었지만 이번엔 그럭저럭 넘어갔습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우려하는 한국이나 중국도 이라크 전쟁 와중이라 문제삼지 않고 지나갔습니다.

미국을 움직여 북한을 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최근 급속히 성장해 가고 있는 일본 네오콘을 간과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들은 미국의 네오콘처럼 상당히 위험해 보입니다.“당하기 전에 친다.”는 것이 미국 네오콘의 이라크 침공 논리였다면 일본 네오콘의 선제공격론도 “북한이 우리에게 미사일을 쏘기 전에 우리가 그 기지를 타격해야 한다.”는 같은 구조의 논리를 취하고 있습니다. 설혹 일본이 선제공격을 못하더라도 미국을 움직여 공격을 가할 수는 있습니다. 그것이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가장 ‘굳건하다’고 하는 미·일(美·日)동맹의 현 주소이기도 합니다.

일본 네오콘은 미국 네오콘과 비슷한 시기에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2001년의 9·11 테러입니다. 일본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분투하는 미군을 후방지원하기 위해 자위대를 사상 처음으로 파병하는‘작품’을 만들어냅니다. 명분은 테러박멸에 나선 미국과의 동맹국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지금 일본과 미국은 어느 때보다 사이가 좋습니다.‘론-야스’(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나카소네 총리)밀월은 저리 가라는 듯 부시-고이즈미 사이는 대단히 친밀합니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미국으로부터 원폭을 투하 당한 나라치고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동맹관계입니다. 그래서 일본의 어느 저널리스트는 "일본은 미국의 위성국, 속국"이라고 비꼬기도 합니다.

그런 와중에 일본 네오콘이 전면에 부상하는 사건이 생겨납니다. 2002년의 9·17 북일 정상회담입니다. 9·11이 미국인, 미국의 네오콘에 충격을 줬다면, 9·17은 일본인, 일본의 네오콘을 엄청난 충격으로 몰아넣습니다. 아마 그 충격은 북한에 대한 증오로, 증오는 한반도 혐오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어떤 이유로 납치를 시인했는지 아직도 불분명하지만 일본 네오콘들은 납치 시인을 그들이 부상하고 시대를 장악할 절호의 기회로 이용했으며, 실제로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하는 전국회의’(약칭 : 구하는 모임)는 논리의 극단성으로 과거 제대로 대접조차 받지 못하던 변방의 극우단체였으나 지금은 결코 무시 못할 힘을 가진 단체로 급성장했습니다.‘납치의원연맹’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 헨미 요(邊見庸)는 이시바 방위청장관, 아베 신조 관방부장관, 요메다 겐조 내각부 부대신 등을 대표적인 일본판 네오콘으로 부르고 있습니다만, 이들은 50대의 비교적 젊은층으로 향후 일본을 장악해 갈 중핵세대라는 점에서 언행 하나하나를 지켜보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대표적인 우익보수지 산케이신문 4월 8일자에는 메이지대학 교수인 이리에 다카노리의 ‘지금이야말로 북조선 위기를 호기로 잡아라’는 칼럼이 실렸습니다. 한 구절을 인용하겠습니다. “일본 자위대는 전투폭격기를 가지고는 있어도 근린제국에 위협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격장치를 떼 놓은 상태이고 공중급유기도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북의 미사일 발사를 예측할 수 있어도 기지를 때릴 능력이 없다. 이것은 태만이다.”

"핵무장으로 평형 맞추자" 주장도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일본으로서는 납치사건도 해결되지 않고 있고 북의 핵 개발이 이대로 진행되면 장래에 심각한 위협이므로 한국처럼 유화책은 어렵다. 일본도 핵무장을 해서 평형을 맞출 수밖에 없다.” 섬뜩합니다. 이런 일부 극우주의자, 네오콘 뿐 아닙니다. 일본인들이 한반도를 보는 눈초리가 과거와 많이 다릅니다. 상당부분 북한의 납치시인 이후의 변화입니다. 시청률 지상주의의 일본 민방과, 판매에 민감한 주간지 등은 북한을 소재로 한반도 혐오증을 확대재생산하는 손발입니다.

아사히신문사가 발행하는 ‘아에라’라는 주간지(4월14일자)에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한 한반도 전문가는‘지금까지 억눌러왔던 일본인의 DNA가 분출한 것 같다’고 말한다. 1910년 한일 병합이래 일본은 종전 때까지 한반도를 지배 하에 두었다. 전후에도 재일 한국·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계속됐다.‘전후 민주주의라는 명분 하에 입밖에 내지 못하던 것이 납치문제로 북한이 사과하면서 뚜껑이 열리고서 속내가 나온 것이다’” 아에라는 속시원한 단어를 쓰지 않고 있으나 ‘속내’라는 것이 일본인의 한민족 혐오, 아시아 멸시라는 DNA를 가리키는 것은 자명합니다.

일본 네오콘의 성장, 일본인의 혐오DNA 표출 같은 요인들이 북한의 위협이라는 현실을 앞에 두고 어떻게 결합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 지는 단언키 어렵지만 대단히 걱정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들이 대북 선제공격까지는 아니더라도 헌법을 개정하고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북의 위협을 찬스로 이용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네오콘은 물론 일본 네오콘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명분을 결코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참혹하게 파괴된 이라크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을 평양 당국은 되새겼으면 합니다.

media@kdaily.com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26 유비쿼터스 관련 소식 永樂 2003.04.16 1537
» [펌]일본이 북한을 선제 공격한다? 김현인 2003.04.11 1685
24 오마에 겐이치의 생각 永樂 2003.04.10 1805
23 (펌)새로운 전략사고에 입각한 전쟁 永樂 2003.04.09 1526
22 (펌)湖南, 湖南人이여! 永樂 2003.04.07 1457
21 [옮김]평화의 근원적 의미를 생각한다-이반 일리치 이왕재 2003.04.04 1668
20 "이라크전, 2차대전후 최대위기 부를 수도" 永樂 2003.04.04 1575
19 [옮김]우울한 귀가-구정은 이왕재 2003.04.03 1662
18 작금의 대구정서를 꿰뚠 글... 永樂 2003.04.03 1808
17 순수한 반전시위를 위하여...(펀글) 윤여진 2003.04.01 1568
16 반미, 반전 시위를 바라보며...(펀글) 윤여진 2003.03.31 1617
15 이라크 전쟁에 대한 생각...(펀글) 윤여진 2003.03.31 1657
14 (펌) 美 수퍼무기 對 테러·게릴라 永樂 2003.03.28 1629
13 (펌) “UN은 후세인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永樂 2003.03.26 1653
12 정론에 대하여 이왕재 2003.03.22 144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Next
/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