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非典)에 대한 단상

by 이용찬 posted Apr 23, 2003
광동성에 괴질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작년 말쯤으로 기억된다. 외신에서는 떠들썩한데 정작 중국 국내에서 잠잠한 것이 못내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다. 드디어 최근에는 후진타오가 실상의 공개를 명령하고 사스 퇴치를 위한 적극적인 수순에 돌입했으나 사실은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다.

그런데 인터넷이나 방송등으로 국내의 보도를 접하며 약간 중국에 대한 이해의 부족 아니 문화의 차이랄까 이런 것을 느껴 몇 자 두서없이 적어 보고자 한다.

첫째, 중국의 은폐를 비난하는 논조인데 사실 지구촌이라는 관점에서 중국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과연 중국이 아니 중국의 국가 중앙 영도자들이 이를 정작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어느 시점인가라는 것을 살펴보면 약간 재미있는 점이 있다.
이들이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중국에 들어오는 외국내방객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여기서 중국과 중국외의 나라 사람들(지도자들이라고 해도 되겠다)이 생각하는 방법이랄까 이런 것이 차이가 난다.

중국은 넓다. 인구는 끔찍하게 많다. 13억이라고 하는데 헤이하이즈(등록안 된 사람들)를 합칠 경우 많게는 15억이라는 사람도 있다.  과장되었다고 해도 공식적인 인구통계와 거의 2억이 차이가 난다. 이 넓은 땅에 이 많은 인구가 하루에 일으키는 사건, 사고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김영삼 정부때에 대형사고가 많이 났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 사실 여기서 별거 아니다. 신문에 한두줄 실리고 그냥 잊혀진다.
언젠가 중국 기차역에서 공개된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기차에 화재가 나서 전량 소실된 사건을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으로 판단하건대 족히 몇백명은 희생자가 났을 것이고 많으면 아나 천명도 가능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 사진 밑에 다음과 같은 경고문을 써두었을 뿐이다.
"기차에 인화물질을 가지고 타지 맙시다"
이런 정도다. 사실 광동성에 괴질환자 천명 발생하여 사망자 백몇십명이라면 아마도 강택민이나 후진타오에게 보고나 제대로 올라 갔을까하는 정도다. 자꾸 중국을 이해하자고들 하는데 한국식으로 중국을 이해하려고 하면 백년이 가도 이해가 안된다. 중국의 입장에서 이해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중국의 국가 지도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겨우 치사율이 3.5%인 사스가 아니다. 사스로 잘못되면 망칠 수 있는 이 나라의 경제를 걱정하는 것이다. 13억의 인구가 다 사스에 걸렸다 하자. 그래서 죽는 사람은 4천5백만명밖에 안된다. 등록이 안된 인구보다도 적은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경제가 잘 못되면???
문자 그대로 천하대란이 날 수도 있는 것이다.
후진타오는 지금도 속으로는 "외국놈들은 왜 겨우 이런 것 가지고 이 야단법석을 떨고 있나 그래"하고 투덜댈지도 모른다.

둘째, 중국의 비위생적인 환경을 싸잡아서 비난하는 논조인데 사실 자제해야 한다. 이웃나라에 실례되는 일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멀지도 않은 과거다. 제주도 혹은 남도에서 어땠나? 뒷간이 바로 돼지우리였다. 똥으로 뒤범벅된 퇴비를 버젓이 집안에 놓고 밥먹고 빨래했다. 그게 엊그제 같은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다. 지금 좀 살만하다고 이웃나라에서 일부사람들이 비위생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비웃거나 비난하는 것은 당치도 않으며 이것때문에 사스가 발생했다고 혐오스럽게 보는 것은 억지를 넘어 정말 비난받아 마땅한 차별주의의 시작이다.
중국인들이 더러운 음식쓰레기를 돼지나 오리에게 사료로 주는 것을 비난하는가? 도대체 유전자 변형된 옥수수나 정체불명의 육류를 사료로 주는 것이 인간이 먹던 음식을 사료로 주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누가 감히 판단할 수가 있는가? 광우병이 어디서 발생했나???

세째, 중국 너 잘됐다. 이번 기회에 한번 되게 당해봐라하는 논조및 심보들. 이런 것은 사실 여기서 논할 가치도 없는 소인잡배의 논조및 심보다.
중국이 지금 경제가 결딴난다면 우리나라는 흥할 것 같은가? 요즈음 우리나라의 대외 수출액을 국가별로 본적이 있나? 중국에 들어 온 한국 사업자들의 숫자를 알고나 있나?
백보를 양보해서  이런 것 다 상관없다고 해도 사실 지금 미국이 눈치 보는 몇 안되는 나라중의 하나다. 지금 중국을 죽이면 안된다. 중국을 잘 이용해야 한다. 중국이 우리를 도와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배아픈 사촌이 되면 안된다. 이래서는 지금의 민족사적 전환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사스 별거 아니다. 인류가 이것으로 멸종되지는 않는다.

사스라는 하나의 사건으로 이 사건을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는가하는 것으로 우리는 친구를 만들 수도 있고 적을 만들 수도 있다.
중국정부는 지금 정보의 공개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사람중 아직 진성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김치나 마늘을 많이 먹어서 그럴것이라는 이 턱없는 믿음은 또 뭔가?)
우리는 이런 경우에도 중국과 한 배를 탔다는 각오로 그들과 힘을 합쳐 이런 질병과 소동이 하루빨리 진정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너무 횡수한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히 글을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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