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헤지펀드들의 놀이터~ 한국

by 永樂 posted Apr 24, 2003
전세계 7천여개 활동 중대형 펀드 대부분 한국 투자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와 비대한 파생상품 시장에 매력

                     글 이상건 기자 (sglee@econopia.com)


소버린자산운용의 SK주식 매입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서 활동 중인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철저한 소수정예주의와 비밀주의 그리고 조세회피 지역을 통한 투자관행 때문에 이들의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타이거 펀드와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 등만 알려져 있을 뿐 나머지 헤지펀드들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헤지펀드들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투자한 것은 IMF 이후 국내 증시가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1백% 개방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조세회피 지역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놓고 투자를 하는 헤지펀드들은 금융감독원에 ‘단순 투자’라고만 신고하면 국내 시장에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권거래법상 5% 이상 지분을 획득하면 지분 변동을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 외에 헤지펀드들의 동향을 알 수 있는 데이터는 전혀 없다”고 말한다. 1997년 이전까진 외국인 투자 한도 제한이 있어 지난 92년 SK텔레콤 주식을 매입했던 타이거 펀드를 제외하곤 국내에 알려진 헤지펀드들은 거의 없었다.

헤지펀드 전문가들은 “정확한 추산은 불가능하지만 전세계 7천여개의 헤지펀드 중 규모가 큰 곳들은 대부분 한국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 홍콩계 헤지펀드 매니저는 “헤지펀드 자금의 이동 속도가 원체 빨라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1천5백억∼2천억원 정도의 대형 헤지펀드들은 어떤 식으로든 한국에 투자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이 매니저는 한국 시장이 주요 헤지펀드들의 표적이 되는 이유로 세계 최대 규모의 파생상품 시장과 기업들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꼽았다.

현물 주식시장에 비해 기형적으로 발달한 파생상품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 헤지펀드들의 단기 표적으로 적합하다는 것. 그리고 이번 소버린자산운용의 SK주식 매입 건처럼 기업들의 취약한 지배구조도 헤지펀드들의 먹이감으로 적당하다는 것이다.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로 헤지펀드들의 공격을 받은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타이거 펀드는 지난 92년부터 SK텔레콤 주식 매입에 나선 후 99년 SK텔레콤이 설비투자를 위해 30% 증자 계획을 발표하자 참여연대와 손잡고 가처분 소송을 낸 후 임시주총을 요구했다.

타이거 펀드는 임시주총 요구 후 물량 털기에 나서 6천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98년 1월부터 효성T&C 주식을 사들여 17.8%까지 보유율을 높였던 미국계 아팔루사 펀드는 그 해 7월10일 단 하루 만에 주식을 몽땅 팔고 한국을 떠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에 실제 투자하는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미국에서 10년간 헤지펀드를 운용했던 삼성투신운용의 엄태종 글로벌사업본부장은 “아시아권에서는 한국보다는 일본·호주·홍콩·싱가포르에 투자하는 규모가 크다”며 “한국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아시아 지역 전체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투자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한국 시장에만 투자하는 펀드들의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엄본부장은 “가격 변동성만 놓고 보면 한국 시장이 일본 시장보다 매력적이지만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데 걸림돌이 많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그는 ‘공매도’ 문제를 꺼냈다. 주식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매각하고 나중에 이를 되사 갚는 투자방식인 공매도는 헤지펀드의 주된 투자방법 중 하나. 헤지펀드들은 돌발적인 악재로 주가가 하락하면 공매도를 주로 활용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빌린 주식인 대주(貸株)의 가격이 비싸 헤지펀드들이 공격적으로 공매도 전략을 쓰기 어렵다는 것이다.

헤지펀드는 ‘국경없는 자본’을 대표한다. 헤지펀드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헤지펀드였던 롱텀캐피털이 지난 98년 파산한 이후 미국 의회는 헤지펀드 산업에 더 많은 통제와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아직까지 어떤 조치도 나오지 않고 있다.

때문에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기업들이 벗어날 수 있는 길은 투명한 기업 경영과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 외에 달리 길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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