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선에 홀로 서있는 대통령>
- 그 많은 참모들은 다 어디 갔나
요즘 노무현 대통령이 적잖이 코너에 몰려 있다. 지난 대선때 그를 지지했던 개혁성향의 지지자들은 노 대통령이 '우향우'로 돌아섰다고 아우성이다. 반면 보수진영의 인사들은 '좌파대통령'이 이제 겨우 안심은 할 만하나 아직도 더 변해야 한다고 다그치고 있다.
북핵문제나 한미관계 등 대외적인 현안은 차치하더라도 최근 화물연대 파업, 한총련 합법화 논의 중에 터진 5.18시위, 교육부의 NEIS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전교조와의 갈등, 공무원노조의 단체행동권 요구를 둘러싼 대립 등 어느 하나 대통령 뜻대로 풀려가는 것이 없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청와대로 손님을 불러 차를 대접하는 자리에서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운운했겠는가. 노 대통령은 심지어 "국민들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거나 "쏟은 정성이 배신으로 돌아올 때 어떻게 이겨내야 하나" 등 인간적 호소투의 얘기까지 꺼내고 있고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대통령의 자질론까지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지금 국내외 현안의 최전선에는 대통령 혼자 서 있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대통령 혼자서 여론의 화살과 십자포를 다 맞고 있는 감이 없지 않다. 청와대 경호실에서 대통령의 신변경호를 맡는다면 정책 등 제반사항은 청와대 비서실이나 장관들의 몫이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이들이 대통령을 '육탄저지'하는 모습을 목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밤 'KBS 심야토론' 프로에서는 <대통령이 달라졌나>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회자 길종섭씨는 토론이 시작되기 전 대기실에서 토론자들에게 "5년여 이 프로를 진행했지만 이런 주제로 토론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런 주제가 시사토론프로의 토론 주제로 오른 것은 그 자체로 민주화와 탈권위주의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날 토론주제로 이같은 내용이 잡힌 것은 무엇보다도 최근 노무현 대통령을 둘러싸고 "예전의 노무현이 아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서 기인한 것이다.
사실 이날 토론자리에 당사자인 노 대통령이 참석했다면 제일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적어도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보좌관 정도는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자리에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본격토론에 앞서 사회자는 "제작진은 청와대 관계자의 토론 참석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못해 유감"이라는 이례적인 멘트를 내보냈다.
'심야토론' 제작진은 청와대 국내언론담당비서관실을 통해 이번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청와대측 인사가 참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문재인 민정수석이 토론회에 나갈 의향은 있으나 최근 이빨을 5개나 뽑는 '대공사'를 하여 어렵고, 대신 이정우 정책실장이나 박주현 국민참여수석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두 사람 가운데 아무도 토론회에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참석해야 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 했으나 서로 '당신이 적임자'라고 미루다 결국 두 사람 모두 나오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고 한다.
당초 제작진이 노 대통령의 '변호인격'으로 생각한 사람은 인수위 당시 국민참여센터 본부장을 지낸 이종오 계명대 교수와 청와대측 인사 1명, 그리고 노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 지지' 입장인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였다. 그러나 청와대측 인사가 불참하는 바람에 이종오 교수 '대타'로 고려됐던 김병준(국민대 교수,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 역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이 '엉뚱한 대타'로 참석하게 됐다.
물론 이종오 교수나 김병준 위원장이 노 대통령과 무관하거나 소위 '코드'가 맞지 않는 인사는 아니다. 이 교수는 지난 대선 당시 노후보 진영 자문교수단의 좌장격으로 활동해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이며, 김 위원장 역시 인수위를 거쳐 현 정부의 지방분권과 행정개혁 전반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핵심인사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이른바 '측근인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토론 도중 사회자가 "두 분은 노 대통령의 측근인사로서..."라고 표현하자 김 위원장은 "제가 측근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이라며 다소 어색한 투로 말을 받기도 했다. 결국 이날 두 사람은 토론회에서 '진짜 측근'들을 대신해 노 대통령에 대해 쏟아진 비판을 방어하고 때론 해명해야 했다.
26일자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새정부 출범 100일(6월 4일)을 전후해 TV·라디오 및 신문·잡지를 집중활용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활용대상에는 'KBS 심야토론'도 빠지지 않고 포함돼 있다. 결국 이번 토론회에 청와대에서 아무도 참석치 않은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사항을 이행치 않은 셈이다.
최근 대통령 참모(청와대 측근, 장관 등)들이 제몫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비단 이날 토론회 건만이 아니다. 지난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도 수행팀은 대통령에 앞서 길을 닦기는커녕 대통령을 늘 앞세워 '궂은 일'을 도맡게 했다는 지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의 경우 보좌진들이 나서서 상대편에게 '립 서비스'를 하기도 하고 또 뒤에서 비공식적인 형태로 궂은 일을 처리하는 게 보통인데 대통령이 모두 나서서 하다보니 '오버'도 하게 됐다는 것. 혹자는 대통령이 외무장관도 아닌 외무차관 역할을 했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지난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한 네티즌의 '혹평'을 소개한다.
"...사실 주재국 정부와 지도자에 대한 립서비스는 외교부장관, 해당국 대사와 여당 의원들의 몫이다. 대통령이라는 특수신분이 가지는 미묘한 지위가 있기에 함부로 립서비스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대통령의 립서비스는 해당 지도자를 개별적으로 만났을 때에 분위기를 잡기 위해 최소한도로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발언에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동안 뻔질나게 미국을 들락거렸던 윤영관, 반기문, 나종일은 물론 정대철, 이종석 등은 뭘했단 말인가..? 주미대사관은 도대체 대미외교를 어떻게 해왔단 말인가...?"
노 대통령의 방미 후 지지자들의 쏟아낸 비판 가운데 하나는 대통령의 '노선 변화'에 대해 해명이 없다는 것이다. 실지로 대통령은 17일 '귀국성명', 18일 전남대 강연 이후 한번도 제대로 된 해명을 한 적이 없다. 문제는 대통령도 대통령이지만 외교, 안보 분야의 측근 가운데 그 누구도 돌맞을 각오로 대통령을 대신해 해명하려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최근 필자는 노 대통령의 방미 이후 대북정책의 노선변화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현정부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그 당국자는 회의, 보고 등을 이유로 만남을 꺼려 단 한 차례도 면대면 대화 기회를 갖지 못했다. 실지로 그 관계자가 짬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바빴을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사태에 대한 안일한 자세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같은 경험은 비단 필자만이 아니다. 중앙일간지의 한 국장급 기자는 "꼭 기사를 봐달라는 게 아니라도 예전엔 이런 일이 터지면 청와대서 찾아와 해명도 하고 더러 설전을 벌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통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며 "권언유착을 끊겠다고 기자들을 만나는 것을 자제하는 것하고 이런거 하고는 차원이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문제는 청와대 참모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장관은 취임 3개월만에 벌써 내년 총선에만 온통 신경을 쏟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얼마 전 고건 총리가 한 장관을 긴급히 수배했는데 서울 사무실에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할 그 장관이 총선 출마예상 지역에 내려가 있는 사실이 들통나 혼쭐이 났다는 것.
최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경우 대통령이 인터뷰를 안하겠다고 공개천명한 <조선일보>의 인터넷판인 <조선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인터뷰에 응하게 됐느냐"는 식의 질문에 대해 "대통령은 대통령이고 나는 나다"는 투로 발언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이에 대해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는 한겨레 '기고'를 통해 따끔하게 질타한 바 있다.
"...설령 대통령이 (조중동에 대해/필자)유화적인 발언을 하더라도 '리틀 노무현'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는 김 장관은 야전에서 총대를 메야 한다. 그런데 지금 형국은 거꾸로다. 총대는 대통령이 메도록 해놓고 어떤 수석은 친구라며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폭탄주를 마시고 다니며, 행자부 장관은 향후 정치적 입지를 생각하며 벌써부터 기자들 관리를 하고 있다. 대통령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다. 이럴 때 딱 어울리는 말이 있지만 참겠다..."
'KBS 심야토론' 제작진의 일원인 김찬규 차장은 "이런 토론회 자리에 대통령 참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와서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해명하고 또 비판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는데 아쉬웠다"며 "최전선에 대통령 혼자 서 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마치고 패널들이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서로 헤어질 무렵 '청와대측 인사'로 참석한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필자에게 다가와 "오늘 토론회에서 대통령 참모들을 질타해줘서 고맙다"는 한마디를 건네고는 서둘러 차에 올랐다.
정운현 기자 (jwh59@ohmynews.com)
- 그 많은 참모들은 다 어디 갔나
요즘 노무현 대통령이 적잖이 코너에 몰려 있다. 지난 대선때 그를 지지했던 개혁성향의 지지자들은 노 대통령이 '우향우'로 돌아섰다고 아우성이다. 반면 보수진영의 인사들은 '좌파대통령'이 이제 겨우 안심은 할 만하나 아직도 더 변해야 한다고 다그치고 있다.
북핵문제나 한미관계 등 대외적인 현안은 차치하더라도 최근 화물연대 파업, 한총련 합법화 논의 중에 터진 5.18시위, 교육부의 NEIS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전교조와의 갈등, 공무원노조의 단체행동권 요구를 둘러싼 대립 등 어느 하나 대통령 뜻대로 풀려가는 것이 없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청와대로 손님을 불러 차를 대접하는 자리에서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운운했겠는가. 노 대통령은 심지어 "국민들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거나 "쏟은 정성이 배신으로 돌아올 때 어떻게 이겨내야 하나" 등 인간적 호소투의 얘기까지 꺼내고 있고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대통령의 자질론까지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지금 국내외 현안의 최전선에는 대통령 혼자 서 있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대통령 혼자서 여론의 화살과 십자포를 다 맞고 있는 감이 없지 않다. 청와대 경호실에서 대통령의 신변경호를 맡는다면 정책 등 제반사항은 청와대 비서실이나 장관들의 몫이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이들이 대통령을 '육탄저지'하는 모습을 목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밤 'KBS 심야토론' 프로에서는 <대통령이 달라졌나>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회자 길종섭씨는 토론이 시작되기 전 대기실에서 토론자들에게 "5년여 이 프로를 진행했지만 이런 주제로 토론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런 주제가 시사토론프로의 토론 주제로 오른 것은 그 자체로 민주화와 탈권위주의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날 토론주제로 이같은 내용이 잡힌 것은 무엇보다도 최근 노무현 대통령을 둘러싸고 "예전의 노무현이 아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서 기인한 것이다.
사실 이날 토론자리에 당사자인 노 대통령이 참석했다면 제일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적어도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보좌관 정도는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자리에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본격토론에 앞서 사회자는 "제작진은 청와대 관계자의 토론 참석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못해 유감"이라는 이례적인 멘트를 내보냈다.
'심야토론' 제작진은 청와대 국내언론담당비서관실을 통해 이번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청와대측 인사가 참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문재인 민정수석이 토론회에 나갈 의향은 있으나 최근 이빨을 5개나 뽑는 '대공사'를 하여 어렵고, 대신 이정우 정책실장이나 박주현 국민참여수석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두 사람 가운데 아무도 토론회에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참석해야 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 했으나 서로 '당신이 적임자'라고 미루다 결국 두 사람 모두 나오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고 한다.
당초 제작진이 노 대통령의 '변호인격'으로 생각한 사람은 인수위 당시 국민참여센터 본부장을 지낸 이종오 계명대 교수와 청와대측 인사 1명, 그리고 노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 지지' 입장인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였다. 그러나 청와대측 인사가 불참하는 바람에 이종오 교수 '대타'로 고려됐던 김병준(국민대 교수,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 역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이 '엉뚱한 대타'로 참석하게 됐다.
물론 이종오 교수나 김병준 위원장이 노 대통령과 무관하거나 소위 '코드'가 맞지 않는 인사는 아니다. 이 교수는 지난 대선 당시 노후보 진영 자문교수단의 좌장격으로 활동해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이며, 김 위원장 역시 인수위를 거쳐 현 정부의 지방분권과 행정개혁 전반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핵심인사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이른바 '측근인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토론 도중 사회자가 "두 분은 노 대통령의 측근인사로서..."라고 표현하자 김 위원장은 "제가 측근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이라며 다소 어색한 투로 말을 받기도 했다. 결국 이날 두 사람은 토론회에서 '진짜 측근'들을 대신해 노 대통령에 대해 쏟아진 비판을 방어하고 때론 해명해야 했다.
26일자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새정부 출범 100일(6월 4일)을 전후해 TV·라디오 및 신문·잡지를 집중활용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활용대상에는 'KBS 심야토론'도 빠지지 않고 포함돼 있다. 결국 이번 토론회에 청와대에서 아무도 참석치 않은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사항을 이행치 않은 셈이다.
최근 대통령 참모(청와대 측근, 장관 등)들이 제몫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비단 이날 토론회 건만이 아니다. 지난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도 수행팀은 대통령에 앞서 길을 닦기는커녕 대통령을 늘 앞세워 '궂은 일'을 도맡게 했다는 지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의 경우 보좌진들이 나서서 상대편에게 '립 서비스'를 하기도 하고 또 뒤에서 비공식적인 형태로 궂은 일을 처리하는 게 보통인데 대통령이 모두 나서서 하다보니 '오버'도 하게 됐다는 것. 혹자는 대통령이 외무장관도 아닌 외무차관 역할을 했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지난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한 네티즌의 '혹평'을 소개한다.
"...사실 주재국 정부와 지도자에 대한 립서비스는 외교부장관, 해당국 대사와 여당 의원들의 몫이다. 대통령이라는 특수신분이 가지는 미묘한 지위가 있기에 함부로 립서비스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대통령의 립서비스는 해당 지도자를 개별적으로 만났을 때에 분위기를 잡기 위해 최소한도로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발언에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동안 뻔질나게 미국을 들락거렸던 윤영관, 반기문, 나종일은 물론 정대철, 이종석 등은 뭘했단 말인가..? 주미대사관은 도대체 대미외교를 어떻게 해왔단 말인가...?"
노 대통령의 방미 후 지지자들의 쏟아낸 비판 가운데 하나는 대통령의 '노선 변화'에 대해 해명이 없다는 것이다. 실지로 대통령은 17일 '귀국성명', 18일 전남대 강연 이후 한번도 제대로 된 해명을 한 적이 없다. 문제는 대통령도 대통령이지만 외교, 안보 분야의 측근 가운데 그 누구도 돌맞을 각오로 대통령을 대신해 해명하려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최근 필자는 노 대통령의 방미 이후 대북정책의 노선변화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현정부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그 당국자는 회의, 보고 등을 이유로 만남을 꺼려 단 한 차례도 면대면 대화 기회를 갖지 못했다. 실지로 그 관계자가 짬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바빴을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사태에 대한 안일한 자세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같은 경험은 비단 필자만이 아니다. 중앙일간지의 한 국장급 기자는 "꼭 기사를 봐달라는 게 아니라도 예전엔 이런 일이 터지면 청와대서 찾아와 해명도 하고 더러 설전을 벌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통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며 "권언유착을 끊겠다고 기자들을 만나는 것을 자제하는 것하고 이런거 하고는 차원이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문제는 청와대 참모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장관은 취임 3개월만에 벌써 내년 총선에만 온통 신경을 쏟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얼마 전 고건 총리가 한 장관을 긴급히 수배했는데 서울 사무실에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할 그 장관이 총선 출마예상 지역에 내려가 있는 사실이 들통나 혼쭐이 났다는 것.
최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경우 대통령이 인터뷰를 안하겠다고 공개천명한 <조선일보>의 인터넷판인 <조선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인터뷰에 응하게 됐느냐"는 식의 질문에 대해 "대통령은 대통령이고 나는 나다"는 투로 발언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이에 대해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는 한겨레 '기고'를 통해 따끔하게 질타한 바 있다.
"...설령 대통령이 (조중동에 대해/필자)유화적인 발언을 하더라도 '리틀 노무현'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는 김 장관은 야전에서 총대를 메야 한다. 그런데 지금 형국은 거꾸로다. 총대는 대통령이 메도록 해놓고 어떤 수석은 친구라며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폭탄주를 마시고 다니며, 행자부 장관은 향후 정치적 입지를 생각하며 벌써부터 기자들 관리를 하고 있다. 대통령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다. 이럴 때 딱 어울리는 말이 있지만 참겠다..."
'KBS 심야토론' 제작진의 일원인 김찬규 차장은 "이런 토론회 자리에 대통령 참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와서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해명하고 또 비판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는데 아쉬웠다"며 "최전선에 대통령 혼자 서 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마치고 패널들이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서로 헤어질 무렵 '청와대측 인사'로 참석한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필자에게 다가와 "오늘 토론회에서 대통령 참모들을 질타해줘서 고맙다"는 한마디를 건네고는 서둘러 차에 올랐다.
정운현 기자 (jwh59@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