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에 대한 단상 (5)

by 이용찬 posted Jul 09, 2003
통일에 대한 단상 (5)

-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 하고 있으며 무엇을 두려워 해야만 하는가? -

일굼에 와보고 대학졸업 이후(거의 20년이 되어간다) 뒤떨어진 사회과학적 분석과 대안제시 능력에 대하여 절감합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어떻게 보면 우리민족이 일천년만에 맞게 되는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임을 절감하고 부족하지만 공감대 형성을 위해 그리고 숨기는 것보다는 맞으면서 큰다는 소박한 생각을 바탕으로 내 생각을 솔직히 적어봅니다.

오늘날 북핵위기라고 통칭되는 일련의 사태는 남쪽의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의문과 공포를 던져주고 있다고 본다.

1) 북핵위기로 조성된 국제분위기를 틈타 미국이 북한을 제한적으로 공격하는 경우 북한은 남한을 공격할 것이고 이로 인한 결과는 참혹한 코리안 국가의 공멸일 것이다.
2) 위의 문제를 다행히 비껴가는 상황전개가 있었다 치자. 미국과 남한이 중국, 러시아의 묵인하에 재빨리 북한의 수뇌부를 제거하는데 성공하더라도 과연 주변열강이 통일한국을 호락호락 용인하겠는가? (내가 만약 일본이나 중국 혹은 미국의 정책결정자라면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3) 위의 두가지 문제가 다행스럽게도 잘 해결되었다 하자. 한국민 가운데 어마어마한 통일비용으로 다시한번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정책에 기꺼이 표를 던질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오늘날 일부?야당이나 일부 반통일 언론의 가증스러운 작태를 보라)
4) 위의 문제들이 어찌어찌 잘 넘어갔다 하자. 이후 벌어질 사태가 눈에 보이는가? 남북한의 경제력 차이에서 생기는 감정의 문제는 오늘날 존재하고 있는 영호남차별이나 중국 조선족 홀대의 정도를 훨씬 넘어선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오직 자존심 하나로만 똘똘 뭉친 사람들 이것이 북한 사람들이다. 남 4500만, 북 2800만 국민은 통일의 기쁨이 어느정도 가셔지는 어느순간을 기점으로 정신없이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키워갈 것이다.

하나하나 짚어보기 전에 우선 고백해 둘 것이 있다. 내가 중국에 와서 절실히 느끼고 배운 것이다. 나라와 나라간에 협상을 하듯이 회사와 회사간에도 밥먹듯이 협상을 한다. 협상의 상대와 만약 법을 따진다면 그것은 이미 협상이 아니다.
힘과 배짱 그리고 지독한 끈기를 기본으로 무언가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너는 재미없다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그래서 내 의지를 폭력을 동원하지 않고 관철시키는 것 : 이것이 협상이다. 솔직히 나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협상만큼 중요한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이런 협상기술을 한국의 어느 교육기관으로부터도 받아 본 적이 없다.

"자습한 것이다. 수 없이 많은 실전을 통하여..."

그러나 중국인들은 보통 이런 협상기술에 상당히 능하다. 듣기로는 대학의 교과과정에도 담판학이란 것이 있다고 한다. 중국인의 상술이니 어쩌니 하는데 내가 보는 바로는 중국인은 상술에 능하지 않다. 내가 본 그들은  

"그들은 협상에 대단히 능하다"

자 이제 내가 왜 신라의 외교역량에 그토록 감탄을 금치 못했는지 이해가 가시는가? 신라인들은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해서 통일을 일궈낸 것이다.
그런데 내가 중국에 온 후 중국인과 협상을 해나가면서 보통 이런 협상에 논리라는 것은 대단히 하찮은 것임을 깨닫는데 시간이 길게 걸리지 않았다. 상대방의 감정에 호소해??? 읍소한다??? 중국인들은 아무리 막다른 데 몰려도 절대 이런 서툰 짓을 하지 않는다. 이런 상대방은 그야말로 먹기좋은 밥상에 스스로를 앉혀 놓는 것이다.

곁길이 길어지는데 중국인과의 협상에서 내가 쓰는 방법중 제일 좋은 것은 딴청을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상대방에 내가 밀린다 싶으면 벽창호처럼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한다. 상대방이 "이 새애기(이거 또 안들어가네) 이거 바보아냐?"할 정도로. 까짓거 어떠냐? 협상은 내 의지가 관철되면 그뿐이다. 내가 이기는 것이다. 상대방의 의지가 관철되면? 당연히 지는 것이다. 협상에 합의해 놓고 지키지 않는 것보다 차라리 협상에 밀리지 않는게 낳다. 바보 취급 당하면 어떠냐?  협상에 이긴 상대는 춤을 추면서 돌아간다. 논리? 이긴자의 논리가 있을 뿐이다.

1)의 경우는 내가 감히 단언컨대 우리의 허락없이 북한을 임의로 공격할 수 없다고 정부와 국민이 똘똘 뭉쳐서 발악을 하는 한 아무리 부시라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이라크와는 상황이 다르다. 아무리 부시라도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겠는가? 최악의 경우는 정부가 상황논리에 자꾸 밀리고 야당은 야당대로 정부를 헐뜯고 국민은 국민대로 멍청한 삽질을 하다가 당하는 경우다.
이런 최악의 경우를 감안해서라도 노무현이 아무리 꼴통짓을 하더라도 차라리 국민들이 밀어주는 게 최악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런데 하나 심각한 의문이 있다.
미국이 북한의 정권을 바꾸고 싶다고 하는 이 이야기.
이게 전쟁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고 정말 어떤 상황의 변화를 바라는 미국 정부의 속내라면 이게 정말 우리 민족에게 안 좋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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