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北 핵개발 용인할 건가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1997년부터 5년 동안 무슨 생각을 했으며 무엇을 했을까. 수십, 수백만 명의 인민이 굶어죽거나 두만강 건너 중국으로 탈출한다 해도 눈 하나 꿈쩍 않는 지도자였건만 엘리트들의 사기 저하와 군사적 열세는 결코 좌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핵무기 개발은 아버지 김일성 주석 때부터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비장의 무기였다. 제네바합의로 영변 핵 시설은 동결됐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결코 핵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핵무기를 보유해야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막아낼 수 있으며, 흐트러진 충성심을 결집시켜 체제와 정권을 보존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을 것이다. 더구나 핵무기는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인 동시에 적절히 활용하면 엄청난 경제적 이득도 챙길 수 있는 보물단지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지난 주 국회에서 고영구 국정원장은 북한이 지난 5년 동안 70여 차례 고폭실험을 해 왔다고 보고했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과 제네바합의를 위반하면서 비밀리에 농축 우라늄을 통한 핵 개발을 추진했음이 공개된 상황에서 핵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고폭실험까지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서울에서 남북 장관급회담이 열리던 시간에 북한은 뉴욕 채널을 통해 폐연료봉 8000여개의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통보함으로써 조만간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게 됐음을 과시했다.
국정원장의 보고에 따르면, 그동안 김대중정부는 북한의 고폭실험을 인지하고도 이를 외면한 채 거액의 달러를 비밀 송금해주고 정상회담에서 축배를 들었다는 것이 된다. 그뿐이 아니다. 북한이 농축 우라늄을 개발했다고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문법이 어떻고 정황이 어떻고 하면서 햇볕정책의 신화를 유지하려고 했다.
현 정부도 북한이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고백했을 때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거나 북핵 문제는 북·미 양자 간의 문제라고 제3자처럼 처신했다. 북한이 폐연료봉의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해도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애매한 보도문에 합의함으로써 핵심을 비껴갔거나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등 안이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지난 5년이 온갖 위험이 도사린 죽음의 골짜기를 헤매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우리의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은 지난 5년간 죽음의 골짜기에서 헤매고 있던 북한에 한 줄기 햇살이었을 것이다.
지난 5년동안 북한이 핵 개발을 지속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에 핵개발의 시간과 환경을 제공한 유화정책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지금까지의 북한 행적을 보면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싶은 욕망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그것이 외부의 압살 위협에 대항하여 체제 보존을 위한 수세적 방어적 차원이든, 남한과의 경쟁에 뒤진 열세를 일거에 만회하여 한반도 경영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적극적 공세적 차원이든, 외화벌이나 지원 극대화를 위한 협상용이든 관계없이 북한은 숨을 죽이며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 왔다.
상대에 대한 무지와 오만, 그리고 이기심과 안이함은 유화정책의 기본 토대이다. 이같은 유화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사이, 북한은 우리의 기대에는 아랑곳없이 꾸준히 핵무기를 개발해 왔다. 이제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고 판단했기에 농축 우라늄 개발 계획과 핵무기 보유 사실을 시인했고 급기야 폐연료봉 재처리까지 완료했음을 통보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 번 속으면 속이는 자가 잘못이고, 두 번 속으면 속는 자가 바보라는 말이 있다. 서울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북측 대표는 전쟁에 대해서도 대화에 대해서도 모두 준비가 돼 있다고 큰소리쳤다. 가진 자의 자신감인지 아직 못 가진 자의 허풍인지 판단키 어려우나 두 번은 속지 말아야 한다.
민족공조와 외세공조는 양립할 수 없다고 민족공조를 강조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은 다자회담을 촉구하는 중국 특사를 만났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핵 문제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미국은 현 사태를 대단히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경수로 건설 사업 중단은 초읽기에 들어갔고 다국적 확산방지 안보 구상은 구체화되고 있다.
유화정책을 넘어 무력감에 빠져 있는 것 같은 현 정부의 대응 태세가 답답하기만 하다.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가 북한 핵을 불용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고 진실임을 북한과 국제사회에 보여 주어야 한다.
/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 교수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1997년부터 5년 동안 무슨 생각을 했으며 무엇을 했을까. 수십, 수백만 명의 인민이 굶어죽거나 두만강 건너 중국으로 탈출한다 해도 눈 하나 꿈쩍 않는 지도자였건만 엘리트들의 사기 저하와 군사적 열세는 결코 좌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핵무기 개발은 아버지 김일성 주석 때부터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비장의 무기였다. 제네바합의로 영변 핵 시설은 동결됐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결코 핵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핵무기를 보유해야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막아낼 수 있으며, 흐트러진 충성심을 결집시켜 체제와 정권을 보존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을 것이다. 더구나 핵무기는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인 동시에 적절히 활용하면 엄청난 경제적 이득도 챙길 수 있는 보물단지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지난 주 국회에서 고영구 국정원장은 북한이 지난 5년 동안 70여 차례 고폭실험을 해 왔다고 보고했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과 제네바합의를 위반하면서 비밀리에 농축 우라늄을 통한 핵 개발을 추진했음이 공개된 상황에서 핵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고폭실험까지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서울에서 남북 장관급회담이 열리던 시간에 북한은 뉴욕 채널을 통해 폐연료봉 8000여개의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통보함으로써 조만간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게 됐음을 과시했다.
국정원장의 보고에 따르면, 그동안 김대중정부는 북한의 고폭실험을 인지하고도 이를 외면한 채 거액의 달러를 비밀 송금해주고 정상회담에서 축배를 들었다는 것이 된다. 그뿐이 아니다. 북한이 농축 우라늄을 개발했다고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문법이 어떻고 정황이 어떻고 하면서 햇볕정책의 신화를 유지하려고 했다.
현 정부도 북한이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고백했을 때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거나 북핵 문제는 북·미 양자 간의 문제라고 제3자처럼 처신했다. 북한이 폐연료봉의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해도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애매한 보도문에 합의함으로써 핵심을 비껴갔거나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등 안이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지난 5년이 온갖 위험이 도사린 죽음의 골짜기를 헤매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우리의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은 지난 5년간 죽음의 골짜기에서 헤매고 있던 북한에 한 줄기 햇살이었을 것이다.
지난 5년동안 북한이 핵 개발을 지속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에 핵개발의 시간과 환경을 제공한 유화정책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지금까지의 북한 행적을 보면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싶은 욕망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그것이 외부의 압살 위협에 대항하여 체제 보존을 위한 수세적 방어적 차원이든, 남한과의 경쟁에 뒤진 열세를 일거에 만회하여 한반도 경영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적극적 공세적 차원이든, 외화벌이나 지원 극대화를 위한 협상용이든 관계없이 북한은 숨을 죽이며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 왔다.
상대에 대한 무지와 오만, 그리고 이기심과 안이함은 유화정책의 기본 토대이다. 이같은 유화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사이, 북한은 우리의 기대에는 아랑곳없이 꾸준히 핵무기를 개발해 왔다. 이제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고 판단했기에 농축 우라늄 개발 계획과 핵무기 보유 사실을 시인했고 급기야 폐연료봉 재처리까지 완료했음을 통보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 번 속으면 속이는 자가 잘못이고, 두 번 속으면 속는 자가 바보라는 말이 있다. 서울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북측 대표는 전쟁에 대해서도 대화에 대해서도 모두 준비가 돼 있다고 큰소리쳤다. 가진 자의 자신감인지 아직 못 가진 자의 허풍인지 판단키 어려우나 두 번은 속지 말아야 한다.
민족공조와 외세공조는 양립할 수 없다고 민족공조를 강조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은 다자회담을 촉구하는 중국 특사를 만났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핵 문제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미국은 현 사태를 대단히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경수로 건설 사업 중단은 초읽기에 들어갔고 다국적 확산방지 안보 구상은 구체화되고 있다.
유화정책을 넘어 무력감에 빠져 있는 것 같은 현 정부의 대응 태세가 답답하기만 하다.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가 북한 핵을 불용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고 진실임을 북한과 국제사회에 보여 주어야 한다.
/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