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쓰는 세계사.....이탈리아 - 2

by 김준섭 posted Jul 21, 2003
제가 로마제국에 관하여 처음 접한 것은 군대 말년시절 연대장의 집에서 빌려온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흥망사"였습니다. 정사라 다소 딱딱하고 지루한 감도 있었지만 당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던 저로서는 제 전공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늘 동경의 대상이였기에 취업후 첫 근무지역이 중동지역이라 다들 꺼려도 전 아무런 부담감없이 갈 수 있었습니다.

2) 고대: 서유럽과 아랍 - 유럽의 형성(2)

어쨌든 로마는 멸망했습니다. 형식적으로 동로마제국이 1,000년간 존재하다가 오스만투르크의 메머드2세에게 정복당할 때까지 로마제국은 존재했지만 그건 우리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고, 이태리인들의 시각으로는 분명히 멸망했습니다. 동로마제국의 통치자들이 이태리인이 아닌 그리스인였고,그들은 로마카톨릭이 아닌 그리스정교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의 황제는 하느님에게 통치권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하였으니, 당시의 로마의 교황청의 보기에는 눈에 가싯거리였으며 아랍인들에게 그 오랜 세월을 비잔틴제국이 시달림을 당해도 도와주기는 커녕 입가에 웃음을 짓고 있었을 것입니다.

지중해하면 흔히 로마의 바다라 합니다. 카프리섬을 비롯한 키프로스, 크레타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때문에 세계적인 휴양지가 많습니다. 이태리, 그리스 이쪽은 여름에는 상당히 건조한 날씨입니다. 오히려 겨울에 비가 많이 내리며 시로코열풍 때문에 상당히 더운 날씨입니다. 지중해의 바람이 변덕스러운 만큼 이태리 사람도 변덕스럽습니다. 아마 지중해의 이러한 자연환경이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다양한 국민성을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이태리란 나라를 다니다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자연환경이 참 척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쪽의 롬바르디아 평야를 제외하곤 경작지를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아마 이러한 그들의 척박한 자연환경이 그들을 지중해로 나가게 만든 요인이 아니었을까요?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하듯이 물이 참으로 귀한 나라입니다. 유럽 지역의 대부분의 물들은 석회가 섞여있어 강물을 보면 항상 탁합니다. 파리의 세느강은 서울지역의 중랑천과 비슷하고, 그나마 독일을 가로 질러 흐르는 라인강이 거대 강으로서 그나마 강으로서 역할을 할뿐입니다.

이태리에서는 다른 유럽지역과 마찬가지로 전혀 영어가 통하지 않습니다. 그 어떤 관광지를 가도 영어로 통역해주는 서비스는 없습니다. 이태리는 프랑스에 버금가는 포도주 생산국입니다. 이태리의 해안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포도 재배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해풍을 맞고 자란 포도라 그런지 그 맛이 특이하고 달콤합니다. 이태리산 포도주하면 영국인들이 환장합니다. 세계적인 포도주에 프랑스가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것도 지중해란 자연환경이 이태리에게 준 선물일 겁니다. 과거 영국에서 몰디브의 포도주의 보유량에 따라 영주와 기사들의 사회적 지위가 정해졌다고 할 정도입니다. 무식한 노르망인들이 포도주 맛이나 제대로 알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사설이 길어졌군요..로마제국이 붕괴하고 그동안 로마방어선에 억눌려있던 이민족들이 이동을 하여 초기엔 약탈과 방화로 일관했지만 어쨌든 그 이민족들로 인하여 미개한 유럽대륙에 초기 국가로서의 면모는 갖추게 됩니다. 이민족의 이동상황에 대해서는 프랑스와 독일편 쓸때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민족들은 애초에 수렵생활을 하던 민족들이라 로마제국의 정착정책으로 인하여 정착민이 되버린 갈리아인들을 지배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야만족보다 풍요로운 생활을 하던 갈리아인들을 초기에는 약탈, 방화로 일관했지만 이들이 정착화하여 로마제국을 대신하여 새로운 지배자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뭔가 새로운 것이 필요했고,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기독교의 개종이었습니다.

개종으로 인하여 로마교황청의 교황에게 정식지배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세의 기독교는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기독교와는 많이 다릅니다. 신의 이름아래 온갖 만행이 저질러습니다. 중세는 페스트의 시대였습니다. 로마의 교황은 살아남기 위하여 이 두가지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였습니다. 서유럽의 모든 제후들이 로마교황에게 잘 보일려고 앞다투어 그들의 충성심과 신앙심을 바쳤습니다.

그 결과 로마교황의 말이 곧 하느님의 말이었고 그들은 신의 대리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이교도의 산물인 로마제국시대의 수많은 제도와 유물을 없애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유럽 각지를 다니다 보면 로마시대의 유적들이 거의 폐허로 변한 것이죠. 그것을 관리하고 유지,보수한다는 것은 곧 이교도를 의미하니까 아마 그 당시 사람들은 엄두도 못냈을 것입니다.  오히려 로마교황청으로부터 자유로왔던 중동지방이나 북아프리카 지방에 로마의 유적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로마제국의 붕괴 이후에 서유럽은 형성되었고, 어느정도 힘을 축적하자 서유럽의 제후들은 로마교황청의 지배아래 이교도들인 아랍인들과 생존을 위한 전쟁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로마교황청은 이교도부터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남고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서 무식한 민족인 서유럽제국의 힘을 빌리게 됩니다.

그들은 명분을 이용하였고 당시 서유럽은 로마교황에게 철저히 이용당했습니다. 아랍인들은 굳이 침입할 마음이 없었는데 - 그 당시 아랍세계의 문명은 서유럽보다 훨씬 앞서 있었고 모든것이 풍요로왔기 때문에 굳이 미개한 서유럽에 침입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 서유럽 사람들이 와서 건드린 것입니다. 유럽인들과 아랍인들의 반목은 여기서부터 싹트게 됩니다. 그 당시 선진지역이었던 아랍으로부터 유럽대륙을 지켜내기 위한 서유럽 황제들의 몸부림이 아니라 로마교황청으로부터 파문당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아랍과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후에 세계는 하나의 종교,하나의 지배자라는 기치아래 오스만투르크족의 융성과 더불어 콘스탄티노플(오늘날의 이스탄불)함락과 더불어 유럽의 직접적인 침략이 시작되는 것은 그 후에 일이고 그 시기는 천년이 지나야했습니다. 무어인의 스페인 지배는 물론 예외였지만..이 이야기는 스페인편에 기술하겠습니다..

로마제국 붕괴후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유럽과 아랍에 평화가 공존했다면 분명히 서유럽은 자연적으로 아랍문화에 흡수되었을 것인데 역사란 것은 일방적인 한쪽의 진행을 허용하지 않는 법인가 봅니다. 흥하면 반드시 쇠한다는 진리. 로마가 무너짐으로 인해서 오히려 서유럽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역사의 진리앞에 역사는 반드시 동등한 라이벌을 출현시킨다는 기소르망의 말처럼 지금의 미국 주도의 세계를 보면 언젠가 가까운 시일내에 미국은 몰락하고 다시 새로운 강자로 중국이란 나라가 떠오를 것이라는 제 확신을 믿으며 1편을 마침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태리의 도시국가였던 베네치아와 피렌체를 써가면서 서 유럽과의 아랍의 전쟁시 그 두 도시국가의 역할과 지중해 무역으로 인한 베네치아의 번성에 따른 아랍의 이득과 스페인의 등장으로 인한 아랍과 이탈리아의 쇠퇴에 대해서 논하겠습니다. 그리고 천년 세월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이탈리아인의 습성과 그들을 바라보았던 아랍인의 생각도 함께 기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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