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멋진 결론입니다...

by 永樂 posted Aug 01, 2003
예상하신 대로 결국 국내 채권단의 초강수에
저 지독한 샤일록의 후예들이 꼬리를 내렸군요.
모처럼 듣는 유쾌한 이야기입니다.

하기야 초강수랄 것도 없지만...
응당 여러 수위가 다차원으로 오고가는 협상인데
지금껏 코리아에서 그리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
만만하게 보고 크레디트 라인이 어떻고 원유가 어떻고 하다가
국내 채권단에 낙승을 안겨준 꼴이 되었답니다.

우리 외교가, 우리 정치가 이리 풀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라지만 말고 오늘 우리의 고뇌와 모색 그리고 확산의 노력이
그리 한국을 바꾸는 초석이 될 거라 확신하며,
다소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론을 세우기 위해
가일층 박차를 가했으면 합니다.

당장 내주 말 휴가지 문경의 밤을 밝히며 진하디 진한 이야기가
서로의 가슴에 아로새겨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래는 문화일보에 올라온 글입니다.
<기싸움>이란 제목이 정곡을 찌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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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여담>기싸움


“한국의 기업풍토는 변한게 없다.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여전하다.” 지난 6월 분식회계로 파산의 위기를 맞은 SK글로벌에대해 국내채권단이 공동관리 방식을 통한 기업회생을 꾀하자 해외의 채권단이나 매스컴은 하나같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SK글로벌 이사회는 국내채권단이 마련한 출자전환 등의 기업회생 방식에 참여를 결정했다. 청산보다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을 비롯한 국내채권단은 이어 해외채권단 설득에 나섰다. 대신 SK글로벌에 물려 있는 채권의 현금회수 비율을 종전보다 3% 높은 43%로 해주겠다는 제의까지했다. 이는 국내채권단의 회수비율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해외채권단은 이를 거부하고 100%+α를 요구했다. 그러자 국내채권단이 의외의 강수로 나왔다. 지난 7월18일 전체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SK글로벌에대한 법정관리 신청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해외채권단이나 해외매스컴의 애초 주장인 법과 원칙대로 기업을 파산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해외 경제계로서는 오히려 환영할 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하게 나왔다.

만에 하나 법정관리로 갈 경우 삼성·LG·현대 등 한국 대표기업들의 크레디트 라인(신용한도)을 철수하겠다고 협박했다. 중동계 채권은행들은 한발 더 나아갔다. 한국에 원유공급을 중단하겠다는 편지를 보내는가하면 중동진출 기업에대한 보복을 시사하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파산 처리할 수밖에 없는데도 파산시키지말라는 협박이다. 이쯤되면 누가 모럴 해저드를 조장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법대로 하겠다며 이를 일축했다. 그러고는 진짜로 법정관리 절차를 밟아갔다. 국내은행들이 막대한 금액의 대손충당금 때문에 영업손실을 보든, SK그룹이 해체되든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 해외채권단의 태도가 바뀐 것은 이때였다. 갑자기 현금회수비율 43%도 좋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지난 대우 그룹의 몰락이나 하이닉스 반도체 구조조정때는 해외채권단들이 거의 100%에 가깝게 채권을 회수해갔다. 하지만 SK글로벌 처리 과정에서 국내 채권단이 보여준 모습은 이제 시대가 바뀌었음을 알려주는 전환기적 신호였다. 난마처럼 얽힌 기업구조조정 속에서 원칙대로의 위엄과 효용을 가르쳐준 소중한 기회였다.

이신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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