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광장은 어디인가?

by 윤여진 posted Aug 04, 2003
우리의 광장은 어디인가?

요즘 참여정부의 통치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불안과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지난 12월 노풍의 승리에 환희의 축배를 주고받던 사람들조차 예외가 아니다. 이제 겨우 취임 200일을 앞두고 있는데, 이제까지 참여정부가 보여준 중요하고 예민한 사안에 대해 국론을 통일하고 화합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북핵문제로 동북아를 비롯한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로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노대통령의 언행과 행동의 경망함에 대해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듯한 불안함을 느끼면서 참여정부의 외교력과 정치철학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품게 된다.
그런데 설상가상 연이어 터지는 굿모닝시티 등의 문제를 접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결정사항으로 민주당이 노대통령에게 청와대비서진으로 있는 386에 대해 교체요구를 했고, 이에대해 노대통령은 386과 비386으로 편가르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그들에게는 "집단적 목표"가 있지 않다는 말로 처음 정계에 진출해 있는 386에 대해 언급을 했다.

지금 정계에는 어느때보다 많은 386들이 그들의 뜻(?)을 펼치고 있다.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어느 시대보다 많은 30-40대의 인물들이 정치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시선이 그리 곱지만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것도 386이라는 통칭으로 그들에게 보내는 시선은 오만과 독선이라는 모습으로, 통치는 모르면서 개혁을 서두르는 홍위병의 모습으로 비추어지고 있다.

386..언제부터 80년대 암울한 시대를 투쟁과 신념으로 정의를 부르짖고 목숨을 지켜왔던 사람들을 이렇게 지칭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 한국사회에서의 386은 더이상 어떤 설명도 필요치 않은 시대적 산물이 되었다. 인생의 중견의 자리에서 세상의 단맛도 쓴맛도 경험하며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조금씩 그 모습을 만들어가는 30-40대, 누구나 그 과정을 거치게 됨에도 지금 한국사회의 3,40대에게 붙여지 386이라는 시대적 단어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더욱이 혼란스러운 참여정부의 중심에 있는 386이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또한 예외일 수 없는 삼십대 중반으로서 나의 위치를 되돌아 보고 아직 성숙치 못한 우리의 모습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우리가 경험한 80년대는 특별한 시대였다. 군사독재의 서슬퍼런 폭력이 어디에서도 난무하였고, 이에 대한 항거는 거룩하고 정의로운 일이었다. 그것이 인생의 전부였던 시대, 자연히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나갈 사회와 국가에 대한 희망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가정을 갖게 되면서 우리의 눈에 우습고 어리석게만 보이던 세상이 얼마나 살아가기가 만만치 않은 곳인지, 우리와 같이 불의에 항거하고 민중과 국가에 대해 많은 고민과 토론을 하지 않았지만 우리사회의 곳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을 보면서 절로 고개를 숙이며 세상을 쉽게 진단하고 바꾸려 했던 치기어린 모습을 부끄러워했던 때가 있었다. 하나의 모습으로만 세상을 보려하는 것, 아마도 세상을 오래 산 사람들의 눈에는 어리고 어린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꿈이 없어진 것은 아닌데..

잘못된 세상을 내가 바꾸어야만 한다는 생각, 그것도 스스로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보는 잣대와 판단에 의거하여 해석하고 개혁하려는 모습이 아마도 지금 정계에 진출해 있는 386의 모습이 아닐까.
그들에게 4.19나 유신시대의 선배들에게 느꼈던 위선을 애써 찾고 싶지 않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미명아래 자신의 권세를 넓혀왔던 모습..정의를 목숨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체화시켰기에 부정부패의 구린냄새가 나지 않으리라고 믿고싶다. 그러나 진정으로 세상이 변화기를 바란다면 세상을 잘 들어다볼 수 있는 지혜와 인내가 없어서는 안된다. 그것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성숙된 모습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진정으로 세상이 변화기를 원하고 나의 삶이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조금이라도 일조하기를 바란다면 모든 것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뇌와 관조 또한 빠져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인간은 광장에 나서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 표범의 가죽으로 만든 징이 울리는 원시인의 광장으로부터 한 사회에 살면서 끝내 도료인 줄도 모르고 생활하는 현대적 산업구조의 미궁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공간을 달리하는 수많은 광장이 있다---사람들이 자기의 밀실로부터 광장으로 나오는 골목은 저마다 다르다. 광장에 이르는 골목은 무수히 많다.---어떤 경로로 광장에 이르렀던 그 경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그 길을 얼마나 열심히 보고 얼마나 열심히 사랑했느냐에 있다." (최인훈의 "광장"서문 중에서..)

우리는 벌써 인생의 광장에 서 있는 것일까.. 지금 386이라는 통칭으로 참여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가 그들의 광장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불의에 항거했던 경험이 거룩하긴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관리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데는 대단히 미숙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아니라 권위를 만들어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나에게도 아직까지 잔존해있는 80년대식 시각과 행동양식이 오히려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데 종종 많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 사회인의 입장이 이러할진대 나라일을 한다는 젊은 사람들이 자기들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한다면 조화와 진보가 아니라 갈등과 퇴보만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기에 더 넓은 세상보기와 더 깊은 애정으로 다시금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되돌아봄이 조금이라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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