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전망대>美, 北체제교체 비용논쟁
요즘 워싱턴사람들은 이라크 전후 재건비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래의 테러 가능성을 없앤다는 이유로 사담 후세인 체제를 몰아낸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제는 모두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이라크 인프라 재건에 천문학적 달러가 들어가고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이라크주둔 미군 운용비로 매달 44억 달러가 들어가는 것 외에 전력인프라 130억달러, 수로 인프라 160억 달러 등 기본시설 재건비로 10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있다. 민간연구소에서는 이 액수보다 5∼6배가 더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면 이라크에 앞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체제교체 및 사회체제전환)를 단행한 아프가니스탄의 경우는 어떤가.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카르자이체제 유지비로 한달에 10억 달러를 쓰고 있다. 카르자이를 위한 미제 사병도 고용, 밀착경호를 시키고 있다.
9·11테러 직후 테러의 뿌리를 뽑는다는 목적에서 추진했던 아프간 체제교체는 비교적 쉽게 이뤄졌지만 교체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120억달러가 추가로 투입되는 셈이다.
캘리포니아에 이어 앨라배마주도 재정파탄 위기에 놓이고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도 4000억달러가 넘는 상황에서 이라크와 아프간은 점점 미국인들에게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미 의회는 벌써 “세상에 이렇게 많은 돈을 어디서 충당하느냐”며 국방부쪽에 책임론을 돌리고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라크·아프간 전후비용에 수백억달러의 세금이 쓰이는데 대해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올가을 선거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점점 더 거세질 것이다.
이라크와 아프간 전후비용 때문인지 미국에서는 ‘레짐 체인지 피로증’이 생기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라크전후 유행병처럼 북한 체제교체를 언급해왔으나 이제 시들해졌다. 김정일위원장을 악으로 보며 정권교체를 주장했던 매파들도 점차 말을 접고 있다. 오히려 북한을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경제개혁으로 이끄는 게 폭력적 체제교체보다 안전하고 비용도 더 싸게 먹힌다는 주장이 새롭게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연구원은 마이크 모치주키 조지워싱턴대 교수와 함께 펴낸 최신작 ‘한반도위기; 북핵협상, 어떻게 할 것인가’(Crisis on the Korean Peninsula)에서 주변국들이 북한에 경제인프라를 지원해 사실상 체제교체 효과를 내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저자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주변국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매년 20억달러씩 10년에 걸쳐 북한에 경제인프라를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이 경우 북한은 노동집약적 개도국으로 회생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구상이 실현될 경우 북한의 핵개발체제를 경제중심체제로 바꾸는데 드는 비용은 200억달러에 불과하다. 전쟁을 통한 이라크 아프간 체제교체 비용보다는 훨씬 저렴하고 생산적인 것이다. 세계은행 등이 장기차관을 북한에 제공할 경우 각국들이 실제 부담하는 액수는 훨씬 줄어든다.
클린턴 행정부는 지난 94년 북·미제네바합의를 통해 북핵동결 대가로 대북경수로지원을 약속했다. 이것은 46억달러짜리 프로젝트인데 그간 여기에 12억 달러가 투입됐다. 제네바합의는 휴지조각이 될 공산이 커졌지만 비용면으로만 본다면 9년간의 평화비용 치고는 아주 싼 것이다.
중국은 매년 5억달러 상당의 식량과 연료를 북한에 제공하고 있다고 지난 3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밝힌 바 있다. 이것은 중국정부가 장기적으로 북한의 체제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부담하는 일종의 평화비용으로 볼 수 있다.
전쟁을 통한 체제교체는 효과가 빠르지만 많은 돈과 희생이 따른다. 그렇지만 개혁을 통한 체제교체는 느리지만 적은 돈으로 훨씬 광범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북핵다자회담을 시작하는 국면에서 다시한번 생각해볼만한 대목이다.
2003/08/15 / 이미숙 워싱턴 특파원 musel@munhwa.co.kr
요즘 워싱턴사람들은 이라크 전후 재건비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래의 테러 가능성을 없앤다는 이유로 사담 후세인 체제를 몰아낸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제는 모두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이라크 인프라 재건에 천문학적 달러가 들어가고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이라크주둔 미군 운용비로 매달 44억 달러가 들어가는 것 외에 전력인프라 130억달러, 수로 인프라 160억 달러 등 기본시설 재건비로 10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있다. 민간연구소에서는 이 액수보다 5∼6배가 더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면 이라크에 앞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체제교체 및 사회체제전환)를 단행한 아프가니스탄의 경우는 어떤가.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카르자이체제 유지비로 한달에 10억 달러를 쓰고 있다. 카르자이를 위한 미제 사병도 고용, 밀착경호를 시키고 있다.
9·11테러 직후 테러의 뿌리를 뽑는다는 목적에서 추진했던 아프간 체제교체는 비교적 쉽게 이뤄졌지만 교체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120억달러가 추가로 투입되는 셈이다.
캘리포니아에 이어 앨라배마주도 재정파탄 위기에 놓이고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도 4000억달러가 넘는 상황에서 이라크와 아프간은 점점 미국인들에게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미 의회는 벌써 “세상에 이렇게 많은 돈을 어디서 충당하느냐”며 국방부쪽에 책임론을 돌리고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라크·아프간 전후비용에 수백억달러의 세금이 쓰이는데 대해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올가을 선거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점점 더 거세질 것이다.
이라크와 아프간 전후비용 때문인지 미국에서는 ‘레짐 체인지 피로증’이 생기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라크전후 유행병처럼 북한 체제교체를 언급해왔으나 이제 시들해졌다. 김정일위원장을 악으로 보며 정권교체를 주장했던 매파들도 점차 말을 접고 있다. 오히려 북한을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경제개혁으로 이끄는 게 폭력적 체제교체보다 안전하고 비용도 더 싸게 먹힌다는 주장이 새롭게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연구원은 마이크 모치주키 조지워싱턴대 교수와 함께 펴낸 최신작 ‘한반도위기; 북핵협상, 어떻게 할 것인가’(Crisis on the Korean Peninsula)에서 주변국들이 북한에 경제인프라를 지원해 사실상 체제교체 효과를 내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저자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주변국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매년 20억달러씩 10년에 걸쳐 북한에 경제인프라를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이 경우 북한은 노동집약적 개도국으로 회생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구상이 실현될 경우 북한의 핵개발체제를 경제중심체제로 바꾸는데 드는 비용은 200억달러에 불과하다. 전쟁을 통한 이라크 아프간 체제교체 비용보다는 훨씬 저렴하고 생산적인 것이다. 세계은행 등이 장기차관을 북한에 제공할 경우 각국들이 실제 부담하는 액수는 훨씬 줄어든다.
클린턴 행정부는 지난 94년 북·미제네바합의를 통해 북핵동결 대가로 대북경수로지원을 약속했다. 이것은 46억달러짜리 프로젝트인데 그간 여기에 12억 달러가 투입됐다. 제네바합의는 휴지조각이 될 공산이 커졌지만 비용면으로만 본다면 9년간의 평화비용 치고는 아주 싼 것이다.
중국은 매년 5억달러 상당의 식량과 연료를 북한에 제공하고 있다고 지난 3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밝힌 바 있다. 이것은 중국정부가 장기적으로 북한의 체제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부담하는 일종의 평화비용으로 볼 수 있다.
전쟁을 통한 체제교체는 효과가 빠르지만 많은 돈과 희생이 따른다. 그렇지만 개혁을 통한 체제교체는 느리지만 적은 돈으로 훨씬 광범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북핵다자회담을 시작하는 국면에서 다시한번 생각해볼만한 대목이다.
2003/08/15 / 이미숙 워싱턴 특파원 musel@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