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왜 러시아에 기대를 하나? (고영환)

by 永樂 posted Sep 01, 2003
북한은 왜 욕을 하면서도 러시아에 기대를 하고 있나?  


6개국협상을 보는 북한 입장 "중국은 중립적, 러시아는 북한편" 판단 남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참가하는 첫 6개국 협의가 27일부터 북경(北京)에서 열린다. 다자간회의에 그처럼 반대해 온 평양이 왜 다국간협의에 동의하였겠는가.

1980년대부터의 흐름을 되돌아보면, 평양은 분명히 다자간협상을 싫어했다. 먼저 북한은 미국에 쌍무협의를 제안하였고, 그기에 대하여 미국은 한국을 추가한 3국 회담을 역 제안했다. 당초, 여기에 반대하고 있었던 북한이 받아들이기로 돌아섰더니, 그 다음에는  미국이 中國을 추가한 4개국협의를 제안했다. 화가 난 북한은, 한반도문제가 '열강에 의한 “풀베는 곳”으로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하여 그 안(案)을 거부했다.

그런 북한이 이번은, 러시아까지 더한 6개국협의에 동의한 것이다. 그 가장 간단하고 명백한 이유는, 유고슬라비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 있어서의 연승으로 기세를 타고 있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을 경우, 북한으로서 비극적인 사태가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개 국이라도 늘어나는 것을 싫어해 온 북한이 어찌하여 러시아를 참가시켰던 것일까.

구소련과 북한의 관계도, 역시 중북(中北)관계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말끔한 사이는 아니었다. 구소련에 공산정권이 탄생하여 그것이 붕괴하기까지, 즉 스탈린으로부터 고르바초프까지, 구소련의 역대의 최고지도자였던 소련공산당서기장 들은 누구 한 사람 평양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김일성이 그처럼 바랐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기에 김일성(金日成)은 생전(生前)에, 소련에 대해서는"러시아 놈들은 우리를 자기들 발뒤꿈치에 생긴 티눈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였다.

그러나, 그래도 평양은 분명히 북경보다는 모스크바를 좋아해 왔다.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1960년대를 빼고 모스크바는 평양에 대하여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발뒤꿈치의 티눈' 정도로도 생각지 않았다는 것은, 구소련은 그 정도로 평양에는 관심이 없었고, 영향력을 발휘하려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직접, 간접을 불문하고 북한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해 온 중국에 비하여, 평양으로서는 안심(安心)할 수 있는 동맹국이었다고 하는 것이 된다.

두번째로 중요한 이유는, 즉 구소련 붕괴후인 지금도 효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군사관계의 분야다. 김정일(金正日)은 군(軍)내부의 소련인맥에 경계심을 품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도하고, 북한 군부에 구소련 인맥과 그 영향력이 크다고 하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다.

북한의 군수뇌부는 지금에도,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군사력(軍事力)이라든가 군사기술, 첨단무기, 또는 담력을 지닌 나라는 러시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러시아의 군 상층부에 제법 친북인맥을 가지고 있다. 북한의 현 수뇌부가 군부중심이고, 북한이 조직 또는 시스템보다 인맥이라든가 '친분 관계'에 의하여 정치를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양이 모스크바에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北京에서의 다자간협상에 대하여, 中國을 이 이상 깊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한편, 그 나름으로 믿음직한 우방으로서 러시아를 선택했다고 봐도 된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日本은 가장 적대적(敵對的)이며, 中國은 중립적(中立的), 한국(韓國)에 대해서는'같은 民族'이라는 것으로, '민족협력(民族協力)을 내세워서 '전술적인 우방'으로 자리 매김하고, 그리고 러시아는 '참된 친구'라고 하는 것이, 금번의 6개국협의에 있어서의 역학관계가 아닐까.

6개국을 색깔별로 나누어보면, 「2(美日)對 1(韓)對 1(中) 對 2(露朝)」이던가, 아니면 '美日中' 對 '러시아 한국 북한'이라고 하는 3대 3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문제는 모스크바가 정말 필요한 시점에서 평양 측에 붙을 것인가, 아니면 미국 측에 붙을 것인가 이다. 이것은 시간(時間)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高英煥 (한국통일정책연구소 연구원 / 평양출신.
          북한의 外交官으로 근무하다가 1991년에 한국으로 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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