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의 黨政, 기시의 후예들...

by 永樂 posted Sep 30, 2003
KIN에서 퍼온 글입니다.
열흘 전 자민당 총재선거 직후 진용을 드러낸
제2기 고이즈미 내각과 자민당의 면면에 대한 분석입니다.
'재무장 주도세력의 전면등장'이란 유쾌치 않은 이야깁니다.
읽어보시길... 그리고 이 탕아들을 어이 품어안을 지 생각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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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의 후예들



지난 20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총 657표 중 399표(득표율 60.7%)를 얻어 1차 투표만으로 승리를 거머 쥐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이미 “자리 보장”이라는 공공연한 밀약을 통하여 핵심 참모들을 선거 운동에 기용하면서 당내 파벌 정치로 불거질 우려가 있던 갈등을 무마시키는 정치력을 발휘하였다.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직후 실시된 고이즈미식 자민당 내부 인사에서 아베 신조 관방부(副)장관을 간사장(사무총장)에, 누카가 후쿠시로 간사장 대리를 정조 회장 (정책실장)에 새롭게 임명하였으며, 호리우치 미쓰오 총무 회장을 유임시키는 한편 , 여성 스캔들로 문제가 된 야마사키 다쿠 전 간사장을 부총재로 임명하는 파격적인 인사로 화제의 “고이즈미식 개혁”을 선보였다.

당초 당 3역 인사에서, 무파벌로 알려진 고이즈미의 유일한 자민당 친구이자 동지인 야마사키 다쿠 전 간사장을 유임시키려 하였지만, 그의 여성 스캔들로 인해 하시모토파의 실력자인 아오키 미키오 참의원 간사장 등이 반발해 형식적인 2인자인 부총재로 임명한 것이다. 하지만, 백의종군까지 생각한 야마사키 다쿠 부총재로서는 고이즈미의 이러한 인선에 매우 놀라우며, 흡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인사에서 주목되는 것은, 역시 실질적인 파워맨이라고 불리워지는 간사장에 임명된 아베 신조 전 관방부장관이다. 그는 야마구치현 출신의 현재49세의 3선 의원으로 각료 경험은 없지만 "만주제국의 귀신"이라고 불리었던 관료 출신의 보수정치귀족이었던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이며, 장인의 뒤를 이어 유력한 차기 총리감으로 승승장구 하던 중 사망한 보수정치인 아베 신타로 전 외상의 아들이다.

정치귀족 명문가 출신답게 그도 93년부터 등원, 2000년부터 관방 부장관 직을 맡으면서, 작년 2002년 9월의 조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평양회담’을 주도한 인물중의 한 사람으로 이후 “납치문제”로 불거진 일련의 상황에서 “반북 매파”의 기치를 내걸고 인기를 끈 인물이다.

대북 문제에 있어 일관되게 강경론을 펼쳐 북과의 관계는 좋지 않지만, 부드러운 이미지와 정치 명문이라는 출신기반으로 대중적인 지지가 높은 그를 "장래의 총리감", "정계의 황태자"으로 내세워 11월 총선에 대비한 "얼굴마담"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그는 간사장이라는 중책에 맡긴 것이 아니냐 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번 22일에 일괄 단행된 개각은 선거 운동 과정을 통하여 밀약된 파벌간의 자리배분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눈 여겨 보아야 할 인물은 먼저 민간인 출신으로 경제재정 및 금융상에 유임된 다케니카 헤이조씨다.

자민당 내부의 중소기업에 가혹한 정책을 취해 경제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현실적인 개혁성과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거센 해임 의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정권 출범시부터 구조개혁의 간판으로 비취진 인물이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경기지표의 상승 등의 이유 등으로 유임이 결정되었다.

또한 연금 개혁을 추진중인 사카구치 지카라 후생노동상도 유임되어 고이즈미 집권2기에도 구조 개혁을 중단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또한 "대북 선제 공격론"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며,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MD) 체제 도입을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보수 우파 이시바 시게루 방위청 장관이 유임되었다. 그는 정가에서는 아베 신조 간사장과 주파수가 잘 맞는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대표적인 매파 정치인으로써, 그 둘의 임명은 앞으로 고이즈미식 대북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를 뚜렷이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자민당 정조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식민지 시절 조선인이 원해서 창씨개명을 했다"라고 지난 6월에 망언을 한 아소 다로씨 역시 대북강경파들과 다른 의미로 한국(북한)에 기피 인물로 각인되어 있는데, 그가 이번에 신임 총무상으로 임명된 것을 보면, 이번 신 내각은 주변국인 한국과 북한의 이미지에 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또 관방장관(총리 비서실장)으로 유임된 후쿠다 야스오의 경우에도 온건 중도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림자 총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친 고이즈미 계열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그의 아버지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했다는 것은, 그 둘의 관계가 찰떡궁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자주국방을 통한 '대일본' 정신을 계승한 정치 귀족 출신의 아버지를 둔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은 고이즈미 총리, 아베 간사장과 함께 현재 일본의 정치 귀족 출신으로 3대에 걸쳐 권력을 잡고 있는 트로이카 보수정치인으로 분류될 정도로 일본재무장의 주도세력이다.

다음은 국토교통성상으로 자리를 옮겨 기용된 이시하라 노부테루 역시 일본 극우파의 대표 주자인 이시하라 신타로 동경도지사의 아들로서 보수층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할 것 등 간헐적으로 강도 높은 대북 비판을 하고 있는 모테기 도시미쓰씨가 오키나와 북방 과학기술상으로 임명되었다.

환경상에 임명된 고이케 유리코 의원 역시 대북 경제제재와 식량 봉쇄, 송금 금지, 선박조사 등을 주장하는 등 보수당 출신답게 보수적이며, 나카가와 쇼이치 신임 경제산업상도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은밀한 후원자로서 "역사 교과서를 생각하는 국회내 초당파 모임"의 회장이기도 한 극우정치인이다.

즉, 제 2기 고이즈미 내각은 “기시–후쿠다–아베–고이즈미”로 이어지는 귀족정치인 출신의 일본 재무장 주도세력으로 개편된 것이다. "헌법개정, 아시아 침략 긍정, 핵무장" 등을 기치로 하여 "미국 입장에 발맞추는 것이 일본 이익에 부합"한다는 논리와 미일 동맹에 근거한 군사대국화에 박차를 기하고 있는 보수 우파들이 본격적으로 내각 및 당 3역에 합류한 것이다.

이것은 즉,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며 주변국과의 평화적인 외교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다나카-다케시타-오부치-노나카”로 이어지는 서민 계급 출신의 대북 협력 세력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울러 앞으로도 강경 노선을 통한 대북 납치 문제 해결 및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강한 일본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을 하겠다는 암묵적인 시위이기도 하다. 태평양 전쟁 이후 가만히 숨죽여 왔던 보수파들이 방어가 아닌, 침략이 가능한 일반 군사 국가로의 전환을 공개적으로 밀고 나가리라는 것을 예측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다. "10월 국회해산, 11월 총선거"에서 승리하게 되면 고이즈미 정권은 대통령급의 강력한 총리 친정 체제 확립을 통하여 반북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조장 "헌법개정, 아시아 침략 긍정, 핵무장"이라는 허황된 꿈을 달성하기 위해 우측 날개로만 날아가는 새가 될 것 같다.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기시": 기시 노부스케, 귀족출신의 보수원류 정치가이며 "만주제국의 귀신"이라 불리는 구 만주국의 관료출신으로 일본의 총리를 지낸 인물로 "공격가능한 자주헌법을 주창"하는 등 일본의 군국주의와 재무장을 주장한 인물이다.아베 신타로 전 외상의 장인이며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의 외조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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