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코리아/ 송두율 교수와 친북=진보=민주라는 허위의식

by 永樂 posted Oct 04, 2003
송두율 교수와 친북=진보=민주라는 허위의식
  

업코리아는 이미 송두율 교수의 귀국에 즈음하여 ‘송두율 신드롬을 경계한다’는 사설을 통하여 이른바 ‘송두율 현상’이 함축하는 허구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그는 법적 소추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일 국가정보원이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가 북한 로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이며 북한으로부터 15만달러의 자금을 받아썼다고 발표해서 세상을 경악케 했다. 이에 대해, 2일에는 송교수가 개인성명을 내 놓았다.

그 내용은 2중 구조로 되어있다. 하나는 반박이고, 또 하나는 어정쩡한 사과이다. 그는 “일부 왜곡. 보도되었다”고 조심스레 말하면서, 실제로는 죄목의 대부분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다른 한편 그는 “실정법 위반 처벌 사항이 있으면 감당하겠다”고 덧붙임으로써 자신의 죄과를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앞으로 최종 법적 판단이 나와 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이제까지의 수사경과로 볼 때, 송 교수가 단순한 친북편향의 지식인이 아니라, 적어도 얼마 전 까지 구체적으로 친북이적행위를 한 북한정권의 하수인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현 정권의 국정원이 그에게 억지로 죄를 뒤집어씌울 성 싶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여기에 이를진데, 그는 당연히 석고대죄의 심경으로 군말 없이 국민에게 깊이 사죄를 하고 확실하게 ‘전향’을 결심해야 마땅했다. 많은 이가 그에게 그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송 교수는 “그간의 활동에 대한 자성적 성찰”이라는 그 특유의 이중성과 허위의식을 내포한 개인성명을 내 놓았다. 여기서 그는 구차한 변명을 거듭한 후, 아직도 자신을 이른바 ‘경계인’으로 규정하면서 “남북 모두를 끌어안는 화해자로서의 삶”을 지향한다고 공언했다.

이렇듯 그는 자신을 다시 초연한 제3자적 위치로 올려놓음으로써 교묘하게 자기정당화를 꾀하고 있다. 그가 늘 해오던 수법이다. 우리는 그의 개인성명을 접하며, 그에게 다시 농락당하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그는 분명 아직도 남한사회 내에서 통일, 민족, 그리고 민주화의 이름을 앞세우며 그 자신을 호도하고, 나아가 스스로를 신화화(神話化)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돌이켜 보면 1960년대에서 80년대 중반을 넘어서기 까지 우리는 오랫동안 엄혹한 개발독재아래 시달렸다. 그 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인사들이 반독재 투쟁에 나섰다. 그런데 당시 이들 민주인사 중에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시민적 민주세력이 있었는가 하면, 종국적으로 사회주의 혁명을 꾀하는 친북적 체제변혁세력도 있었다.

남북분단의 역사적 하중(荷重)이 반독재세력을 내적으로 이렇게 갈라놓았다. 이들은 당시 공동의 적인 군사정권에 대항하여 함께 손을 잡았다. 그런데 독재정권의 억압정치가 잔혹하게 전개되면 될 수록, 권위주의 시대가 장기화되면 될 수록, 그리고 반독재투쟁이 치열해 지면 질수록, 체제변혁을 꾀하는 친북 급진세력에게 힘이 실렸고, 급기야 민주화의 새벽이 찾아 온 1980년대 후반에 이르자 이들이 반독재 투쟁을 견인하는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 속에서 친북 체제변혁세력도 스스로를 진보세력으로, 통일지향인사로, 나아가 그리고 민주화운동세력으로 위장하는데 성공하였다. 1989년, 소련과 동구에서 공산주의체제의 붕괴로 세계사에 이른바 <역사의 종언>이 찾아들 때 조차도, 이 땅에서는 북한의 주체사상이 수많은 젊은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렇듯 <세계의 시계>와 <한국의 시계>는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키는 역설적 상황이 빚어졌다.

이후 1990년대의 민주화시대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 내에서 체제변혁운동과 사회주의에 대한 열망과 향수는 크게 약화되었다. 우리 사회내의 대부분의 진보세력은 건강성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 내에 일부 친북 급진세력은 <은은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예전 곡조대로 읊조리며, 친북반미=진보주의=통일.민주세력이라는 왜곡된 상투적 공식을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며 끈질긴 이념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언필칭 통일, 민족, 그리고 민주주의를 앞세워 잇슈를 선점하고, 이에 대해 무언가 이성적인 대응을 할라치면 반통일, 반민족, 반민주로, 심지어는 냉전수구세력으로 상대방을 몰아세우며, 거칠게 이념적 헤게모니를 추구해 왔다.

우리는 여기서 냉철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민족과 통일을 앞세워 앞뒤 가리지 않고 희대의 독재정권인 북한정권을 두둔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이라면 철천지원수로 여기는 사람들이 과연 진보주의자인가.

또 몰(沒)체제적 통일지상주의가 과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참된 통일의 길인가. 또 한때 반독재 대열에 섰다는 사실 때문에 기회 있을 때 마다 북한정권의 편을 들고 남한의 체제가치를 폄훼하는 이들이 진정한 민주세력인가.

이제 우리는 이들 사이비 민주. 통일. 진보세력과 참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건강한 진보, 보수 세력을 준별해야 할 때가 되었다. 무엇보다 친북편향을 상투적으로 진보주의로 호도하고, 그러한 흐름에 무비판적으로 편승하는 우리나라 지성계 일부, 그리고 언론계 일부의 교조성과 허위의식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간 우리 방송은 언필칭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앞장서온 재독 송두율 교수의 귀국이 이번에도 좌절되었다...>는 식의 편향적 보도를 해 왔다. 또 일부 언론이 그동안 송두율 교수를 <세계의 지성>, <통일의 전사>, <살아있는 전설>로 신화화하는데 서슴치 않았다.

이들 모두 이번 기회에 통절하게 반성하고 대오각성 해야 한다. 이번에 민주화의 이름으로 그를 불러온 단체도, 또 그를 앞세워 또 한번 친북 통일지향의 이념적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려 했음직한 사이비 진보세력도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자성적 성찰>을 해야 마땅하다.

송두율 교수에 대한 법의 심판은 사직 당국의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공정하고 법적 합리성을 갖춰야 한다. 아울러 우리의 지성계, 언론계는 이제 교조와 이념적 허울, 그리고 상투적 허의의식에서 벗어나 역사에 대해 보다 책임있는 자세를 취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200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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