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의 헌정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는 추후 권력구조 개편 논란에 직결되는 열쇠말의 근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논란은 그 핵심을 두리뭉실 넘어가
그저 제왕적 대통령제에 관한 난타만 연발하고 있다.
다름아닌, 양김정치의 퇴장 이후 들어선 약체리더쉽을 계기로
자신들의 권력욕을 마음껏 분출하는 도구로 전락한 감이 없잖다.
조만간 [코리아글로브]에서 이 대목 즉,
<10년 헌정사 평가와 그 과제>에 관한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이는 점입가경의 혼돈으로 빠질 추후 정국에 관한
정론을 생산하는 기준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업코리아]에서 권력구조 개편논란에 관한 글이 나왔다.
읽어볼 만하여 올린다.
다만 끝 대목은 다소 의도가 있질 않나는 느낌을 받는다.
왜냐? 한국의 대통령은 명백히 제왕적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지난 1차 화요대화마당 때 손님이 한 말이 있다.
"미국 대통령도 못 가진 법안 및 예산 제출권과 비상대권이 있다..."
결국 논점은 한국사회에 걸맞은 권력의 존재양태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회원들의 고견을 기대한다.
~~~~~~~~~~~~~~~~~~~~~~~~~~~~~~~~~~~~~~~~~~~~~
(Upkorea)
분권형대통령제, 최악의 시나리오
이원집정부제는 오랜 내각제 전통이 있어야 가능
정부-의회 싸움 대신 행정부 내부 싸움으로 변할 것
요즘 들어 권력구조를 개편하자는 움직임 속에 책임총리제 혹은 분권형대통령제를 대안으로 내세우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분당이후 민주당의 박상천 대표가 목소리를 높이더니, 이제는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까지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공론화를 모색하고 있다. 아직 당론화되지는 않았지만, 개헌 정족수를 훨씬 웃도는 야3당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전과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들의 논리는 단순명쾌하다. 국정운영의 난맥을 가져오는 최대 원인은 제왕적대통령 때문이고, 따라서 책임총리제를 통해 ‘권력분점’의 대통령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프랑스처럼 국방, 외교 등 외치 (外治)는 대통령이 맡고, 나머지 경제, 복지 등 내치 (內治)는 국회의 다수당이 미는 총리와 내각에 맡기자는 것이다. 소위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의미하는데, 굳이 개헌이 아니라도 이미 내각제적 요소가 다분한 현행 헌법의 틀 속에서도 책임총리라는 이름으로 운용이 가능하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인다.
이원집정부제는 권력분점이 아닌 권력이동을 전제
그러나 한국에서 이원집정부제는, 민주주의의 골간인 정치적 책임성과 통치력의 확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최악의 시나리오다.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는 야당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권력분점 (power sharing)제도가 아니다. 이 제도의 본질은 권력이동 (power shift)이다.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의회에서도 여대야소를 만들면 대통령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고, 여소야대가 되면 내각제처럼 의회의 다수당의 리더가 총리가 되고 내각을 구성하여 국정을 주도하는 제도이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이 총선에서 지면 외치라는 겉보기에 화려한 현안만을 자기 몫으로 두고 나머지 경제, 사회, 복지, 치안 등 모든 본질적인 문제는 야당에게 넘기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오랜 내각제적 전통이 있어야 작동
문제는 내각제적 전통이 부재한 정치문화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대통령제의 전통이 오래되어 대통령 일인에게 국민의 관심과 여망이 몰려있는 경우, 아무리 야당 총리가 제도적으로 실권을 쥐고 있다 해도, 대통령이 내치문제에 무관심할 수가 없다. 그러면 현재 여소야대에서 행정부와 국회가 사사건건 대립하는 것 마냥, 이제는 행정부 밖이 아닌 행정부 내에서 대통령과 야당총리가 싸움을 벌이는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는 사태가 올 것이다.
공산체제가 무너진 후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 슬로바키아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14개월 동안 대면조차하지 않은 사례가 한국에서 재현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여태껏 우리 국민들에게 보여준 정치인들의 한심한 행태를 볼 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다.
대통령과 야당총리의 불필요한 대립을 유도
그나마 오랜 내각제 전통에 따라 이원집정부제가 작동이 되고 있다는 프랑스에서 조차, 지난 2002년 총선에서 우파 시라크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호소한 내용이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좌파총리 조스팽과의 여소야대 동거정부를 없애달라는 것이었다.
시라크 대통령이 외치라고 주장하는 EU문제를, EU의 결정 하나하나는 모두 국민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므로 내치라고 주장하는 조스팽과의 갈등, 치안악화의 원인, 35시간 근무제를 두고 벌여온 양 국가지도자의 신경전 등을 볼 때, 아무리 정치문화 수준이 높고 내각제 전통이 강해도 이원집정부제는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는 제도로 태생적인 결함을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임총리제 또한 책임정치 망각한 발상
한편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이 아니더라도, 현행헌법상 총리권한을 강화해 책임총리라는 이름으로 제왕적대통령을 견제하자는 논리도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제일 큰 문제는 책임정치의 부재다. 대통령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민이 선출하여 일정한 임기동안 국정을 책임질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을 통치할 민주적 정통성을 부여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현행 한국의 총리는 그렇지 못하다. 책임총리라는 이름으로 강화될 권한에 상응하는 통치권위임을 국민으로부터 받지 못한 사람이다. 그가 아무리 유능할지라도 무슨 권리로 국민을 통치하려 드는가?
지금보다 더 심한 국정혼란 야기
그리고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총리를 임명할 때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기에 여소야대시 거대야당이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겠지만, 현행 헌법상 해임은 대통령의 몫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총리가 정치생명을 연장하고 싶으면 야당보다는 대통령에게 잘 보여야한다는 것이다.
총리가 되기 전에는 야당에게 잘 보여야 하고, 총리가 되고나면 충성은 대통령에게 맹세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 내에 이러한 총리가 있는 것도 우습지만, 야당에게 끝까지 충성하는 총리는 대통령과 끊임없는 마찰을 빚거나 끝내 단명하고 말 것이다. 지금보다 더 심한 국정혼란이 눈에 선하다.
식물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의 통치력 복원이 필요
분권형 대통령제나 책임총리제가 한국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는 이유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자체가 틀렸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통령은 더 이상 제왕적이지 못하다. 집권당의 총재도 아니며, 휘하에 검찰조차도 통제 못하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여소야대에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 인사권마저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 각종 인사청문회는 둘째 치고, 미국에도 없는 각료 해임권마저 국회가 행사한다.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통치력 복원을 통해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만드는 것이지, 식물인간 대통령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바보 같은 일이겠지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만큼, 당리당략보다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 고민하는 야당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이는 추후 권력구조 개편 논란에 직결되는 열쇠말의 근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논란은 그 핵심을 두리뭉실 넘어가
그저 제왕적 대통령제에 관한 난타만 연발하고 있다.
다름아닌, 양김정치의 퇴장 이후 들어선 약체리더쉽을 계기로
자신들의 권력욕을 마음껏 분출하는 도구로 전락한 감이 없잖다.
조만간 [코리아글로브]에서 이 대목 즉,
<10년 헌정사 평가와 그 과제>에 관한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이는 점입가경의 혼돈으로 빠질 추후 정국에 관한
정론을 생산하는 기준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업코리아]에서 권력구조 개편논란에 관한 글이 나왔다.
읽어볼 만하여 올린다.
다만 끝 대목은 다소 의도가 있질 않나는 느낌을 받는다.
왜냐? 한국의 대통령은 명백히 제왕적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지난 1차 화요대화마당 때 손님이 한 말이 있다.
"미국 대통령도 못 가진 법안 및 예산 제출권과 비상대권이 있다..."
결국 논점은 한국사회에 걸맞은 권력의 존재양태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회원들의 고견을 기대한다.
~~~~~~~~~~~~~~~~~~~~~~~~~~~~~~~~~~~~~~~~~~~~~
(Upkorea)
분권형대통령제, 최악의 시나리오
이원집정부제는 오랜 내각제 전통이 있어야 가능
정부-의회 싸움 대신 행정부 내부 싸움으로 변할 것
요즘 들어 권력구조를 개편하자는 움직임 속에 책임총리제 혹은 분권형대통령제를 대안으로 내세우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분당이후 민주당의 박상천 대표가 목소리를 높이더니, 이제는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까지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공론화를 모색하고 있다. 아직 당론화되지는 않았지만, 개헌 정족수를 훨씬 웃도는 야3당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전과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들의 논리는 단순명쾌하다. 국정운영의 난맥을 가져오는 최대 원인은 제왕적대통령 때문이고, 따라서 책임총리제를 통해 ‘권력분점’의 대통령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프랑스처럼 국방, 외교 등 외치 (外治)는 대통령이 맡고, 나머지 경제, 복지 등 내치 (內治)는 국회의 다수당이 미는 총리와 내각에 맡기자는 것이다. 소위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의미하는데, 굳이 개헌이 아니라도 이미 내각제적 요소가 다분한 현행 헌법의 틀 속에서도 책임총리라는 이름으로 운용이 가능하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인다.
이원집정부제는 권력분점이 아닌 권력이동을 전제
그러나 한국에서 이원집정부제는, 민주주의의 골간인 정치적 책임성과 통치력의 확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최악의 시나리오다.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는 야당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권력분점 (power sharing)제도가 아니다. 이 제도의 본질은 권력이동 (power shift)이다.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의회에서도 여대야소를 만들면 대통령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고, 여소야대가 되면 내각제처럼 의회의 다수당의 리더가 총리가 되고 내각을 구성하여 국정을 주도하는 제도이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이 총선에서 지면 외치라는 겉보기에 화려한 현안만을 자기 몫으로 두고 나머지 경제, 사회, 복지, 치안 등 모든 본질적인 문제는 야당에게 넘기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오랜 내각제적 전통이 있어야 작동
문제는 내각제적 전통이 부재한 정치문화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대통령제의 전통이 오래되어 대통령 일인에게 국민의 관심과 여망이 몰려있는 경우, 아무리 야당 총리가 제도적으로 실권을 쥐고 있다 해도, 대통령이 내치문제에 무관심할 수가 없다. 그러면 현재 여소야대에서 행정부와 국회가 사사건건 대립하는 것 마냥, 이제는 행정부 밖이 아닌 행정부 내에서 대통령과 야당총리가 싸움을 벌이는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는 사태가 올 것이다.
공산체제가 무너진 후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 슬로바키아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14개월 동안 대면조차하지 않은 사례가 한국에서 재현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여태껏 우리 국민들에게 보여준 정치인들의 한심한 행태를 볼 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다.
대통령과 야당총리의 불필요한 대립을 유도
그나마 오랜 내각제 전통에 따라 이원집정부제가 작동이 되고 있다는 프랑스에서 조차, 지난 2002년 총선에서 우파 시라크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호소한 내용이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좌파총리 조스팽과의 여소야대 동거정부를 없애달라는 것이었다.
시라크 대통령이 외치라고 주장하는 EU문제를, EU의 결정 하나하나는 모두 국민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므로 내치라고 주장하는 조스팽과의 갈등, 치안악화의 원인, 35시간 근무제를 두고 벌여온 양 국가지도자의 신경전 등을 볼 때, 아무리 정치문화 수준이 높고 내각제 전통이 강해도 이원집정부제는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는 제도로 태생적인 결함을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임총리제 또한 책임정치 망각한 발상
한편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이 아니더라도, 현행헌법상 총리권한을 강화해 책임총리라는 이름으로 제왕적대통령을 견제하자는 논리도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제일 큰 문제는 책임정치의 부재다. 대통령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민이 선출하여 일정한 임기동안 국정을 책임질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을 통치할 민주적 정통성을 부여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현행 한국의 총리는 그렇지 못하다. 책임총리라는 이름으로 강화될 권한에 상응하는 통치권위임을 국민으로부터 받지 못한 사람이다. 그가 아무리 유능할지라도 무슨 권리로 국민을 통치하려 드는가?
지금보다 더 심한 국정혼란 야기
그리고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총리를 임명할 때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기에 여소야대시 거대야당이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겠지만, 현행 헌법상 해임은 대통령의 몫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총리가 정치생명을 연장하고 싶으면 야당보다는 대통령에게 잘 보여야한다는 것이다.
총리가 되기 전에는 야당에게 잘 보여야 하고, 총리가 되고나면 충성은 대통령에게 맹세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 내에 이러한 총리가 있는 것도 우습지만, 야당에게 끝까지 충성하는 총리는 대통령과 끊임없는 마찰을 빚거나 끝내 단명하고 말 것이다. 지금보다 더 심한 국정혼란이 눈에 선하다.
식물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의 통치력 복원이 필요
분권형 대통령제나 책임총리제가 한국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는 이유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자체가 틀렸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통령은 더 이상 제왕적이지 못하다. 집권당의 총재도 아니며, 휘하에 검찰조차도 통제 못하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여소야대에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 인사권마저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 각종 인사청문회는 둘째 치고, 미국에도 없는 각료 해임권마저 국회가 행사한다.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통치력 복원을 통해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만드는 것이지, 식물인간 대통령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바보 같은 일이겠지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만큼, 당리당략보다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 고민하는 야당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