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 공황에 빠져있습니다.
국가안보의 안정성과 국정의 연속성 그리고 민생의 마지노선까지 흔들리고 있는데,
막상 그럴 듯한 명분과 선동으로 포장한 정치권을 상대로 제대로 항의도 못하고
홧김에 여기저기 엉뚱한 과녁에 분풀이 헛 발길질만 하는 백성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아래에 [시론] 하나를 소개합니다.
올 7월16일 '정권의 레드라인'이란 제하로 시론을 실어 주목했던 사람입니다.
(그 글은 토론방에 당일자로 올려 놓았습니다. 보시길...)
문화일보 윤창중 논설위원... 대단한 사람입니다.
이토록 서늘하게 노대통령의 승부수를 꿰뚫은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견제는커녕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광대짓하는 진짜 바보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한마디로 핵심을 찌릅니다.
우리 집단은 정론을 바탕으로 국가사회의 기획과 비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그 전제는 탁월한 분석과 예측의 힘 그리고 상상력입니다.
윤 위원에게 배울 게 많겠다 싶습니다. 하여 글을 올립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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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나라당이 살수 있는 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일반의 ‘착시(錯視)현상’가운데 하나는 그를 이상주의자로 보는 것이다. 현실주의자가 아닌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스승은 김영삼과 김대중이었다. 그는 YS로부터 명분과 깜짝성이 혼합된 정치의 묘미를 익혔고, DJ로부터는 ‘계산정치’의 치밀함을 배웠다.
이 나라 정치의 양대 대가로부터 습득한 ‘명분정치+계산정치’가 천운과 맞아 떨어지면서 그는 단 한차례의 시도로 대통령이 됐다. 노 대통령의 정치가 보여주는 정수는 이상과 현실을 양날개로 삼는 정치노선의 교배술(hybrid tactic)이다. 그를 ‘바보 노무현’이나 ‘노짱’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린아이들의 관찰이다.
왜 노 대통령은 신당을 창당하는 것인가. 지역감정 청산을 위해서? 정치개혁을 위해서? 그렇게 보는 사람이 있다면 노 대통령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이다. 천정배 의원의 독설이라는 노무현오빠당, 바로 ‘노빠당’을 만들겠다는 계산이 아니면 노 대통령으로서는 신당을 모험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천 의원과 많은 관측통들은 열린우리당이 노빠당으로 가면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노 대통령의 복심에는 노빠당을 트레이드마크로 삼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역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의 신당 전략에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은 영남권에서 한나라당의 아성을 깨겠다는 야심이기 때문이다.
과연 한나라당의 영남권 아성이 깨질 것인가. 우선 노 대통령은 신당을 갈데까지 가져가 보려 할 것이다. 영남권 민심이 친노쪽으로 움직여 노 대통령이 지난번 대선에서 얻었던 득표율대로만 의석이 나올 수 있다면 신당을 그대로 가져가려 할 것이다.
대선 때 얻은 득표율-부산 29.9%, 경남 27.1%, 대구 18.7%, 경북 21.7%-정도로만 의석이 나온다면 신당 바람은 폭풍으로 변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영남권에서 주저앉는 사태가 되고, 그렇게만 된다면 이 바람이 수도권으로 불어 올라온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로서는 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으로 인해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결코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기름을 쏟아부을 수 있는 전략은 신당이 민주당과 연합공천을 하거나 총선전 극적으로 합당해 버리는 것이다.
예컨대, 민주당 한화갑 의원등에게 국무총리나 장관 자리를 주어 민주당의 신당행을 합리화할 수 있다.
또 합당보다는 연합공천이 더 극적일 수 있다. 민주당이 호남 공천권을, 신당이 영남 공천권을 전권 행사하는 ‘지역별 분할공천’을 하면 민주당의 호남 싹쓸이가 가능하고, 영남권 유권자가 호남권을 의식해 경쟁하게 되면 신당은 선전할 수 있다. 신당이 노빠당이 되어야 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수도권은 5대5식으로 연합공천을 하면 계산은 쉽게 끝난다.
이런 펄펄 뛰는 정치적 상상력에 대응할 수 있는 한나라당의 카드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 총선에서 최병렬 대표를 ‘당의 얼굴’로 삼고, 현재의 노정객들이 상향식공천의 허점을 이용해 그대로 출마하는 상황에서 민주당과 신당의 협공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한나라당이야말로 당명을 바꾸고 사람도 완전히 물갈이하는 수준의 재창당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우선 최 대표가 마음을 비워야 할텐데, 단식투쟁을 벌이는 것을 보면 오히려 마음을 채우고 있는 듯하다.
최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96년 총선 때 이회창, 박찬종씨를 영입했듯이 당의 얼굴들을 밖의 새 인물로 과감히 내세우고 그 위에 올라타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그것이 당과 자신의 정치생명을 구하는 묘책이다. 물갈이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상향식공천제도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당내 비주류와의 연합세력 형성을 통해 대표로서 막강한 권한을 확보해 대폭적인 물갈이 공천을 감행해야 한다. 새 인물로 물갈이를 못하면 선거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 중앙당사도 빨리 국가에 헌납하고 국회로 들어가는 처절한 모습을 보여 대선자금 정국에서 탈출해야 한다. 지난번 대선 때처럼 막판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 상황이 또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윤창중 / 문화일보 논설위원
기사 게재 일자 2003/11/28
국가안보의 안정성과 국정의 연속성 그리고 민생의 마지노선까지 흔들리고 있는데,
막상 그럴 듯한 명분과 선동으로 포장한 정치권을 상대로 제대로 항의도 못하고
홧김에 여기저기 엉뚱한 과녁에 분풀이 헛 발길질만 하는 백성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아래에 [시론] 하나를 소개합니다.
올 7월16일 '정권의 레드라인'이란 제하로 시론을 실어 주목했던 사람입니다.
(그 글은 토론방에 당일자로 올려 놓았습니다. 보시길...)
문화일보 윤창중 논설위원... 대단한 사람입니다.
이토록 서늘하게 노대통령의 승부수를 꿰뚫은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견제는커녕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광대짓하는 진짜 바보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한마디로 핵심을 찌릅니다.
우리 집단은 정론을 바탕으로 국가사회의 기획과 비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그 전제는 탁월한 분석과 예측의 힘 그리고 상상력입니다.
윤 위원에게 배울 게 많겠다 싶습니다. 하여 글을 올립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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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나라당이 살수 있는 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일반의 ‘착시(錯視)현상’가운데 하나는 그를 이상주의자로 보는 것이다. 현실주의자가 아닌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스승은 김영삼과 김대중이었다. 그는 YS로부터 명분과 깜짝성이 혼합된 정치의 묘미를 익혔고, DJ로부터는 ‘계산정치’의 치밀함을 배웠다.
이 나라 정치의 양대 대가로부터 습득한 ‘명분정치+계산정치’가 천운과 맞아 떨어지면서 그는 단 한차례의 시도로 대통령이 됐다. 노 대통령의 정치가 보여주는 정수는 이상과 현실을 양날개로 삼는 정치노선의 교배술(hybrid tactic)이다. 그를 ‘바보 노무현’이나 ‘노짱’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린아이들의 관찰이다.
왜 노 대통령은 신당을 창당하는 것인가. 지역감정 청산을 위해서? 정치개혁을 위해서? 그렇게 보는 사람이 있다면 노 대통령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이다. 천정배 의원의 독설이라는 노무현오빠당, 바로 ‘노빠당’을 만들겠다는 계산이 아니면 노 대통령으로서는 신당을 모험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천 의원과 많은 관측통들은 열린우리당이 노빠당으로 가면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노 대통령의 복심에는 노빠당을 트레이드마크로 삼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역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의 신당 전략에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은 영남권에서 한나라당의 아성을 깨겠다는 야심이기 때문이다.
과연 한나라당의 영남권 아성이 깨질 것인가. 우선 노 대통령은 신당을 갈데까지 가져가 보려 할 것이다. 영남권 민심이 친노쪽으로 움직여 노 대통령이 지난번 대선에서 얻었던 득표율대로만 의석이 나올 수 있다면 신당을 그대로 가져가려 할 것이다.
대선 때 얻은 득표율-부산 29.9%, 경남 27.1%, 대구 18.7%, 경북 21.7%-정도로만 의석이 나온다면 신당 바람은 폭풍으로 변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영남권에서 주저앉는 사태가 되고, 그렇게만 된다면 이 바람이 수도권으로 불어 올라온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로서는 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으로 인해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결코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기름을 쏟아부을 수 있는 전략은 신당이 민주당과 연합공천을 하거나 총선전 극적으로 합당해 버리는 것이다.
예컨대, 민주당 한화갑 의원등에게 국무총리나 장관 자리를 주어 민주당의 신당행을 합리화할 수 있다.
또 합당보다는 연합공천이 더 극적일 수 있다. 민주당이 호남 공천권을, 신당이 영남 공천권을 전권 행사하는 ‘지역별 분할공천’을 하면 민주당의 호남 싹쓸이가 가능하고, 영남권 유권자가 호남권을 의식해 경쟁하게 되면 신당은 선전할 수 있다. 신당이 노빠당이 되어야 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수도권은 5대5식으로 연합공천을 하면 계산은 쉽게 끝난다.
이런 펄펄 뛰는 정치적 상상력에 대응할 수 있는 한나라당의 카드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 총선에서 최병렬 대표를 ‘당의 얼굴’로 삼고, 현재의 노정객들이 상향식공천의 허점을 이용해 그대로 출마하는 상황에서 민주당과 신당의 협공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한나라당이야말로 당명을 바꾸고 사람도 완전히 물갈이하는 수준의 재창당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우선 최 대표가 마음을 비워야 할텐데, 단식투쟁을 벌이는 것을 보면 오히려 마음을 채우고 있는 듯하다.
최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96년 총선 때 이회창, 박찬종씨를 영입했듯이 당의 얼굴들을 밖의 새 인물로 과감히 내세우고 그 위에 올라타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그것이 당과 자신의 정치생명을 구하는 묘책이다. 물갈이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상향식공천제도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당내 비주류와의 연합세력 형성을 통해 대표로서 막강한 권한을 확보해 대폭적인 물갈이 공천을 감행해야 한다. 새 인물로 물갈이를 못하면 선거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 중앙당사도 빨리 국가에 헌납하고 국회로 들어가는 처절한 모습을 보여 대선자금 정국에서 탈출해야 한다. 지난번 대선 때처럼 막판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 상황이 또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윤창중 / 문화일보 논설위원
기사 게재 일자 200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