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유럽에 '유유자적族' 는다

by 이왕재 posted Jan 08, 2004
유럽에 '유유자적族' 는다

"적게 벌더라도 여가있는 삶 즐기자"
도시서 생존경쟁 탈피…시골 옮겨 전원생활


데이비드 엘킨스(39)는 4년 전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영국 런던의 한 정보통신회사를 때려치우고 가족들과 함께 웨일스의 전원지방인 카르마르덴셔로 이주한 것이다. 그가 안정된 일자리를 포기하고 한적한 시골로 옮긴 이유는 간단하다. 스트레스는 줄이고 여가는 늘리겠다는 거다. 요컨대 '가늘고 길게 살겠다'는 취지다.

최근 유럽에서는 엘킨스 가족 같은 '다운시프터'(Downshifter)가 급격히 늘고 있다. 다운시프터의 사전적 의미는 '저속기어로 바꾸다'란 뜻이다. 현재 유럽연합(EU)의 다운시프터는 1천2백만명 정도.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데이터모니터는 "지난 6년 동안 30% 이상 늘어났다"며 "2007년에는 1천6백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운시프터들을 위한 웹사이트(acountrylife.com)를 운영하는 엘킨스의 부인 캐롤린(37)은 "주택마련 대출금의 상환 부담에서 해방되고, 직장생활을 떠나 여유 있는 삶을 즐기기 위해 고민 끝에 이주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인디펜던스지가 소개한 엘킨스 가족 이야기는 다운시프팅을 꿈꾸는 이들을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캐롤린 가족은 좀더 안락하고 값싼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캐나다 이민을 계획 중이다.

헤럴드지는 톰 메카이(53)를 전형적인 다운시프터로 소개했다. 14년간 런던 중심가에서 치과의사로 일해왔던 그는 킬멜포드지방에서 소규모 숙박업인 B&B를 운영하고 있다. 메카이의 수입은 10년 전에 비해 10분의 1로 줄었으나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집에서 25km 정도 떨어진 오반이라는 도시에서 '프레임드'라는 록밴드의 베이스기타 연주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메카이는 지난해엔 인도 여행을 하느라 B&B마저 잠시 문을 닫기도 했다. 늘 고급 레스토랑만 이용하고 명품 의류만 입었지만 업무 스트레스가 늘고 수년 전 아일랜드공화군(IRA)의 폭탄테러가 발생하자 런던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는 "살아가면서 늘 자신만을 생각했던 내가 남에게 봉사하는 사람이 됐다"고 뿌듯해했다.

다운시프터들에게 가장 소중한 키워드는 '시간'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같은 고급승용차나 첨단 디지털 제품보다 인생의 여가와 편안한 삶을 높게 평가한다. 이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버릴 준비도 돼 있다.

엘킨스 가족처럼 도시의 집과 자동차 등을 팔고 시골로 완전히 이주하는 사람들은 2백만명 정도다. 나머지 약 1천만명의 다운시프터들은 대도시에 머물면서 직장을 다니지만 근무시간이 적은 부서나 스트레스가 덜한 자리로 옮긴 것만으로 아직은 만족하고 있다.

한경환 기자<helmu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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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07 18:08 입력 / 2004.01.08 09: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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