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소식이 있다.
동티모르 떼뚬어를 한글로 표기하기로 했단다.
전 세계 3천여 말 중 문자가 있는 경우는 4백에 지나지 않으니,
알파벳보다 표음문자로의 기능이 훨씬 탁월한 한글이 제 몫을 할 수 있으리라.
백범 선생의 말씀대로 문화대국이 되려면,
문명의 수용과 발신의 역할을 동시에 함도 있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 나름의 문화를 세계화함도 중요할 것이다.
그 귀중한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이에 더 박차를 가할 방도를 찾아봄도 좋으리라.
아래에 [한글 수출]에 관한 조선일보의 글을 전재한다.
~~~~~~~~~~~~~~~~~~~~~~~~~~~~~~~~~~~~~~~~~~
(만물상) 한글 수출
몇 년 전 어느 TV 다큐멘터리에서 케냐 서부 사막지대의 포콧족(族)이 한글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문자가 없는 이 유목부족의 청년은, 한국말은 몰라도 한국인 선교사에게서 배운 한글로 자기네 언어를 표기하고 있었다. 자기 이름과 여자친구 이름을 한글로 적는 청년의 모습에서 국제적 표음문자로서 한글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중국 시장(西藏) 자치구 히말라야 기슭에 사는 소수민족 로바족은 중국어 대신 고유 언어를 쓴다. 중문학자 전광진(全廣鎭) 교수는 2년 전 로바어를 한글 자음 15개와 모음 7개로 표기하는 시스템을 고안해 냈다. ‘소가 풀을 먹고 싶어한다’는 로바어를 ‘고다: 따삐: 도: 능 다’로 적는 식이다. 그는 문자가 없는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에 한글을 보급하겠다는 복안을 품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이 다하기 전에 깨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고 했다. 한글은 배우기 쉽고 표기의 폭이 넓으며 알파벳보다 발음과 글자가 잘 일치한다는 점에서 한국이 수출할 수 있는 최고의 문화재다. 전광진 교수는 “한글이 한반도에서만 쓰여야 한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이라며 “알파벳처럼 다른 언어에도 활용될 때 비로소 우수성을 공인받는 것”이라고 했다.
동티모르 영부인과 외무장관이 방한해 엊그제 경북대측과 ‘떼뚬-훈민정음 연결 프로젝트’를 협의했다. 재작년 독립한 동티모르는 36개 종족이 포르투갈어, 인도네시아어를 비롯해 16개 언어를 쓰고 있고 대통령 취임식에서만 4개 언어가 사용됐다. 이 중 글자는 없어도 가장 많이 쓰이는 토속어 떼뚬을 문자화해 국민 통합과 국가 효율을 높이려는 프로젝트에 한글이 선정됐다. ‘한글 수출’ 1호인 셈인 데다, 한글이 다른 나라의 공식 문자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
세계엔 3000개 언어가 있지만 문자는 400종에 불과하다. 그만큼 한글이 진출할 여지도 크다. ‘떼뚬-훈민정음 프로젝트’ 뒤에는 동티모르 국립 딜리대 이은택 교수의 공이 있다. 동티모르에서 의료봉사와 목회활동으로 신망을 쌓은 그는 “한글이 떼뚬 문자화에 가장 알맞다”고 추천했다 한다. 방한한 동티모르 외무장관도 상록수부대 파병과 한국 민간인·기업·단체들의 지원에 거듭 감사했다. 남을 진심으로 돕고 배려하는 것이 한글과 한국문화의 수출길도 자연스레 트는 왕도임을 말해준다.
오태진 논설위원 tjoh@chosun.com
동티모르 떼뚬어를 한글로 표기하기로 했단다.
전 세계 3천여 말 중 문자가 있는 경우는 4백에 지나지 않으니,
알파벳보다 표음문자로의 기능이 훨씬 탁월한 한글이 제 몫을 할 수 있으리라.
백범 선생의 말씀대로 문화대국이 되려면,
문명의 수용과 발신의 역할을 동시에 함도 있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 나름의 문화를 세계화함도 중요할 것이다.
그 귀중한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이에 더 박차를 가할 방도를 찾아봄도 좋으리라.
아래에 [한글 수출]에 관한 조선일보의 글을 전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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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한글 수출
몇 년 전 어느 TV 다큐멘터리에서 케냐 서부 사막지대의 포콧족(族)이 한글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문자가 없는 이 유목부족의 청년은, 한국말은 몰라도 한국인 선교사에게서 배운 한글로 자기네 언어를 표기하고 있었다. 자기 이름과 여자친구 이름을 한글로 적는 청년의 모습에서 국제적 표음문자로서 한글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중국 시장(西藏) 자치구 히말라야 기슭에 사는 소수민족 로바족은 중국어 대신 고유 언어를 쓴다. 중문학자 전광진(全廣鎭) 교수는 2년 전 로바어를 한글 자음 15개와 모음 7개로 표기하는 시스템을 고안해 냈다. ‘소가 풀을 먹고 싶어한다’는 로바어를 ‘고다: 따삐: 도: 능 다’로 적는 식이다. 그는 문자가 없는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에 한글을 보급하겠다는 복안을 품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이 다하기 전에 깨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고 했다. 한글은 배우기 쉽고 표기의 폭이 넓으며 알파벳보다 발음과 글자가 잘 일치한다는 점에서 한국이 수출할 수 있는 최고의 문화재다. 전광진 교수는 “한글이 한반도에서만 쓰여야 한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이라며 “알파벳처럼 다른 언어에도 활용될 때 비로소 우수성을 공인받는 것”이라고 했다.
동티모르 영부인과 외무장관이 방한해 엊그제 경북대측과 ‘떼뚬-훈민정음 연결 프로젝트’를 협의했다. 재작년 독립한 동티모르는 36개 종족이 포르투갈어, 인도네시아어를 비롯해 16개 언어를 쓰고 있고 대통령 취임식에서만 4개 언어가 사용됐다. 이 중 글자는 없어도 가장 많이 쓰이는 토속어 떼뚬을 문자화해 국민 통합과 국가 효율을 높이려는 프로젝트에 한글이 선정됐다. ‘한글 수출’ 1호인 셈인 데다, 한글이 다른 나라의 공식 문자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
세계엔 3000개 언어가 있지만 문자는 400종에 불과하다. 그만큼 한글이 진출할 여지도 크다. ‘떼뚬-훈민정음 프로젝트’ 뒤에는 동티모르 국립 딜리대 이은택 교수의 공이 있다. 동티모르에서 의료봉사와 목회활동으로 신망을 쌓은 그는 “한글이 떼뚬 문자화에 가장 알맞다”고 추천했다 한다. 방한한 동티모르 외무장관도 상록수부대 파병과 한국 민간인·기업·단체들의 지원에 거듭 감사했다. 남을 진심으로 돕고 배려하는 것이 한글과 한국문화의 수출길도 자연스레 트는 왕도임을 말해준다.
오태진 논설위원 tjo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