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보다 중요한 총선...

by 永樂 posted Jan 15, 2004
외교부 관료들의 불만이야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NSC 사무처장이 탈레반 얘기를 들은 지도 까마득한데,
정동영 효과가 빛을 보는 지금에야 이를 끄집어내는 타이밍이 절묘하다.
늘 놀랬지만 새삼 노대통령의 정치공학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리고 암담하다.
경제보다 중요한 총선, 외교안보보다 중요한 총선...
그 앞에서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정작 대통령보다 더욱 눈앞이 깜깜한 7천만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정치적 장래를 준비해야겠다.

아래에, 총선전략에 의해 내쳐진 윤영관 장관의 이임사 전문과
'NSC가 외교를 망친다'는 중앙포럼의 글을 전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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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장관 이임사 전문>


1년동안 뜻있는 일 많았다. 참여정부에 참여해 일한 것이다. 공부도 많이 했다. 평화체계를 구축하려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참여해 여러분과 동고동락 한데 자부심을 느낀다. 11개월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중간중간 잠을 못자 힘들었다. 그리고 신경쓸일도 많았지만 아침에 일어나 '어제 열심히 일했지, 오늘도 열심히 일하자'며 자부심을 느꼈었다. 여러분과 같이 일한 것은 대단히 귀중한 경험이었다. 능력있고 유능한 사람들이었다.일하다 스트레스 쌓여 따듯하게 대하지 못한 점 미안하다.

장관으로서 첫 실국장회의 때 얘기했던 것이 생각난다.

"대통령의 국정정책을 손과 발이 돼 집행하는게 외교관이다. 다들 명심해야 한다. 극도로 언행을 조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나는데 그러한 부탁이 다시 생각난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을 통솔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과 대통령께 죄송하다. 모두 나의 부덕의 소치다.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은 균형잡히는게 중요하다. 국가와 국가들, 한반도 주변국들의 국제관계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신중한 관점이 돼야 한다. 힘의 관계는 수시로 변한다. 한국은 국제공백 상태에 있는게 아니다. 관계속에 있다. 관계를 일단 인정하고 현실속에서 국익이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그런 시각에서 국제정치를 봐야 한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점은 이분법이 횡행하는 것이다. 잘못된 것이다. 언론에 의해 유포됨으로써 우리 국민들도 잘못 오도되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쳐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은 나름대로 독특한 나라다. 평화는 그냥 주어지는게 아니다. 모든 노력을 기울일때 주어진다. 그래서 동맹은 중요한 것이다. 5년이나 4년 후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면 달성해야 할 과제가 많다. 6자회담이 풀리면 북한 경제를 도와야 한다. 제3이나 제4의 마셜플랜을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

또 북한을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시켜 정상국가화 해야 한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야 한다.

어느 의원이 날더러 숭미외교라고 하는데 숭미와 자주에서 정의된 많은 과제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달성 목표를 놓고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서 (일을) 해야 한다. 우리 목표가 뚜렷할때 우리는 자주할 수 있다.

선조들이 헤맨 것은 내부역량 결집이 모자랐고 대응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게 비자주적이고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다. 자주외교를 실현하려면 내부적으로 틈틈히 철저하게 머리를 짜내고 로드맵을 만들어 주변국을 움직여야 한다. 대나무처럼 외풍과 삭풍이 불더라도 흔들리되 꺾이지 않아야 한다. 유연하면서도 흔들이지 않는 외교가 중요하다. 그런 점을 참고하라.

4강 외교에 촛점을 뒀으나 이를 넘어서 글로벌 외교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중동,아프리카,중남미,아세안,EU 외교 등 어젠다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인프라가 부족하다. 비유하자면 몸은 커졌는데 10년전 옷을 걸치고 하는 외교다. 몸을 움직이며 틀어지는 상황이다. 비밀이지만 대통령이 북핵외교 성공하면 인프라를 다 들어주겠다고 했다. 외교 인프라가 강화되는 계기 되길 바란다.

여러분이 바꿔 줘야 5년 후 평화라는 고귀한 목표가 달성된다. 적극적으로 혁신의 노력에 동참해 달라. 새 장관을 일사불란하게 보필 해주길 바란다. 4년 후 훨씬 전쟁 걱정이 없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

한국을 동북아의 네덜란드로 만들어 달라. 평화와 번영의 중심으로 바뀌어 갈수 있다. 자신이 평화와 번영을 현실화 시키는 전투병이고 전사였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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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럼> "NSC가 외교를 망친다"


악몽이 현실로 다가왔다. 1백여년 전 대한제국 시대의 한반도 모습이 되풀이되는가. 일본.중국.러시아가 한반도에서 거만을 떨며 힘 자랑하던 시절. 그때의 장면들이 새로운 버전으로 등장했다. 중국의 고구려사 흡수 기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독도 관련 발언은 예고편이다.

중국과 일본이 한반도를 다루는 솜씨엔 노련미가 넘친다. 동북아 정세에 조그만 변화도 놓치지 않는다. 몇 백, 몇 천년 닦은 노하우다. 한.미동맹에 금가는 소리가 나자 그들은 본능적으로 틈새를 파고들었다. 영향력 확대의 기회로 삼았다.

중국은 1894년 청.일전쟁 패배로 잃은 남북한 전역에 대한 영향력을 되찾으려 한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배로 그어진 군사력의 제한선을 넘어버렸다.

중국 정부는 우리를 잘 안다. 노무현식 민족 자주 외교의 문제점을 꿰뚫어 보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생떼 공세를 달래서 무마하는 게 盧정권의 해법이다. 한.미동맹의 역사적 업적은 깔아뭉개고 미국과의 협조는 사대주의라며 멀리한다. 노무현 외교의 중심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사무처다. 그렇다면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다. 중국은 이 점을 알고 활용했다. 6자회담 성사와 진행의 중심은 중국이다. 중국 정부에 상당한 대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에서 고구려사를 지키자고 결의한들 중국은 귀담아 듣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로 중국에 신세를 진 탓이다. 앞으로도 6자회담이 잘 되게끔 해달라고 중국에 매달려야 한다. 민족자주를 자기네 독점물인 양 떠들어온 盧정권 핵심인사들이 고구려사 지키기에 소극적인 것은 중국한테 약점이 잡혀서다.

일본도 노무현 외교의 허점에 밝다. 한.미동맹이 삐거덕거릴수록 미국의 대안은 자기뿐이라는 점에 일본은 쾌재를 부른다. 한.미동맹이 단단했던 시절엔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미국은 못마땅해 했다. 지금은 다르다. 미국은 일본.호주와의 3각동맹을 다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 포위망이다. 한 세기 전 일본이 동북아의 승자가 된 기반은 영.일동맹이다. 일본은 동맹이란 거래가 얼마만큼 이윤이 남는 외교 장사인지를 잘 안다.

독도가 자기네 영토라는 일본의 주장은 때가 되면 하는 소리다. 맞대응할 이유가 없다. 국제사법재판소로 독도 문제를 끌고 가려는 물귀신 작전에 말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군사력이 부쩍 커진 뒤에 나온 발언이어서 찜찜하다. 한.미동맹이 금간 상황에서 일본 견제는 우리 힘으로 해야 한다. 미국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그럴 만한 독자적인 힘과 외교적 지혜가 우리에게 없는 게 걱정이다.

외교부 직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노무현 외교를 비판했대서다. 그러나 "NSC가 노무현 외교를 망친다"는 지적은 정확하다. 한.미동맹을 적극 활용하자는 외교부의 주장에도 민족 자주의 정신이 깔려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숙명, 전략적 차원에서 용미를 외치는 것이다. 그런데도 NSC의 핵심인사들은 자기네만이 민족 자주의 숭고함을 기리는 양 착각하는 게 아닌가. 그들의 외교는 골목 안에서 남북 민족이 잘해보자는 수준이다. 골목 밖에서 몰아치는 국제사회의 냉혹한 파고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에서 중국과 일본이 기세를 올리는 것은 그런 단선적 외교 때문일 수 있다.

외교부 직원들의 비판은 고언(苦言)이다. 괘씸죄로만 다스릴 일인가. 盧대통령은 NSC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쇄신을 해야 한다. 그것이 노무현 외교가 바로서기 위한 출발점이다.

박보균 정치담당 부국장<bg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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