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무너진다 <문화>

by 永樂 posted Jan 16, 2004
한나라당 무너진다



마침내 한국정치가 젊어지는가. 뭔가 새로운 세계로 향할 것인가.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당의장 탄생. 그 ‘젊음과 희망의 다이내믹스’를 민주당에서 배신해 나간 열린우리당에서 찾게되는 것이 또 다른 한국정치의 역설이긴하지만, 그런 울분 때문에 그의 등장이 한국정치를 새로운 유목의 벌판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동영 당의장이 몽골기병(騎兵)의 기상을 외치면서 등장한지 불과 며칠만에 전통을 내세우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파죽지세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 지금 새로운 방향을 향해 숨을 헐떡이며 달려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왜 국민은 열린우리당의 태생적 모순과 노무현 정권의 국정난맥을 순간 망각하고 열린우리당으로 몰리고 있는가. 단기적인 전당대회 효과라는 말인가. 한나라당은 그렇게 말하며 위로받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정동영효과는 전적으로 한나라당의 책임인 것이다. 그의 출현이 파장을 일으키는데 일등공신은 두번째 대선패배에도 불구하고 무려 13개월이나 지리멸렬하며 변화를 거부해온 한나라당임을 알아야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다. 당연히 한나라당에서 먼저 칭기즈칸과 몽골기병식 개혁이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보수파 유권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골동품당’에서 맴돌고 있다. 그런 한나라당에 넌더리를 낸 유권자가 열린우리당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아직 총선 때까지는 3개월이나 남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정동영효과가 사라지고 그래도 보수파가 ‘미워도 다시한번’하는 식으로 찍어주면 골동품들을 다시 잘 닦아 새상품처럼 내놓아도 팔릴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민심이 바뀌었다. 바로 그런 ‘골동품당’임을 모르는 유권자가 없고, 보수파 유권자라는 단골 지지세력도 이제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열린우리당이 마치 대안처럼 떠오르고 있는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에 위기가 되고 있음을 읽어야 한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총선을 전후해 몇가지 극적인 정치게임을 할 수 있다. 만약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에 흡수되거나, 민주당에서 대거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가는 의원이 생긴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 거꾸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치적 실험을 할 수 있는 틈이 없다. 충청권에서 상승중인 자민련이 한나라당과 합칠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그대로 선거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원내과반수 의석 확보는커녕 제1당도 되기 어렵다. 설령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되고 민주당, 열린우리당이 제2, 제3당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 온다해도 총선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치거나 연합하면 한나라당은 사실상 소수당이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한나라당 공천으로 당선된 의원들도 여권으로 줄줄이 넘어가는 것이 한국정치의 자연스러운 생리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제1당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원내과반수 정당이 되느냐 아니면 군소정당으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 이번 총선이다.

한나라당은 먼저 최병렬 대표가 완전히 마음을 비우고 총선을 치를 ‘당 간판’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정동영 의장보다 몇살 더 젊거나 비슷한 나이의 인물을 당안에서 찾거나 외부에서 과감히 영입해야 한다. 당권과 공천권을 모두 주고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스타성 새 인물을 내세워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젊은 야심가들과 경쟁을 벌이는 총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선 젊은 야심가들이 마치 차기대선주자처럼 전국을 돌며 기염을 토할 것인데, 한나라당은 어떤 얼굴로 대적하겠다는 것인가. 차기대선주자로 보일 수 있는 인물을 내세우는 것이 선거전략의 관건이 돼야 한다. 그리고 명실공히 탄탄한 인물들로 공천혁명을 이뤄내야 한다. 공천대상자의 명단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최대표는 여기에 마지막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 앞으로 한달안에 이것을 못하면 한나라당은 무너지고 만다.

윤창중 / 문화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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