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살 길 (문화)

by 永樂 posted Feb 06, 2004
민주당이 살아날 수 있는 길



김대중 전 대통령의 5년과 ‘민주당의 추억’을 미워하는 사람들에겐 민주당이 현 정권에 의해 당하고 있는 모습은 사실 고소한 일이다. DJ정권의 5년을 역사적·국가적 후퇴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민주당에 대한 열린우리당 세력의 ‘탄압’이라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그럴 줄 몰랐는가?’ 그러나 이렇게 민주당을 싫어하던 사람들의 인식체계도 바뀌고 있다. 한화갑 전 대표라는 리틀 DJ가 노란 점퍼를 입고 검찰수사에 저항하는 모습에서 동정심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대단히 독한 사람이다.

그런 동정심이 들다가도 민주당에 대해 회의하는 것은 결국 저러다가도 총선전이나 총선후에 열린우리당과 연합하거나 합당하지 않겠느냐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조순형 대표의 등장으로 민주당의 지지도가 급등했다가 썰물처럼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의 제2중대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민주당의 지지세력인 호남인들도 의심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는 사람도 적극적인 지지를 유보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을 주적(主敵)으로 삼아야만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고착될 수 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열린우리당의 배신을 외치고 또 한편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의 품안으로 다시 들어가겠다는 안락한 이중적 사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동시에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에 대한 일반의 어정쩡한 심리상태를 이용하고 있다. 민주당을 결국 흡수통합할 수 있을 만큼 흔들고 부수어 나가면서도 호남중용이라는 달콤한 당의정을 계속 처방해 지지세력이 DJ시절부터 즐겼던 ‘집권의 단맛’을 끊지 못하게 하고 열린우리당에 대한 유혹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고단수 전략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미 민주당과의 재통합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흡수통합’을 최선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한화갑 의원이 “노 대통령과 김원기 의원이 보낸 장관과 의원에 의해 열린우리당 입당을 제의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지만 굳이 그런 고백을 듣지 않았다 해도 눈썰미가 있는 사람은 감으로 그런 내밀한 공작이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보았다. 민주당이 그런 낌새를 모를 리 없었을 텐데도 저항하지 않은 이유는 ‘여당의 단맛’을 끊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렇게 주적설정을 분명히 하지 못하면 4년전 자민련 꼴이 된다. 자민련은 DJP연합을 하다가 돌연 야당선언을 해봤지만 지지세력은 등을 돌렸다.

민주당이 자기네들의 진정한 정치적 주적이 노 정권과 열린우리당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총선 전후에 열린우리당과 한패가 될 것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지 못하면 호남의 자민련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자민련 학습효과’의 의미를 씹어보고 또 씹어봐야 한다.

민주당은 여당의 달콤한 맛을 끊고 확고한 야당의 길을 걷다가 다음에 대권을 찾아올 것이니 그런 민주당을 지지해달라고 지지세력을 설득해야 한다. 더 이상 열린우리당의 배신을 얘기할 필요도 없다. 배신을 말할수록 여당에 대한 미련에 집착하는 것처럼 쩨쩨하게 비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의 합당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비치면 비칠수록 게임은 열린우리당이 더 유리해진다.

민주당은 88년 평민당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DJ가 87년 대선에서 3등을 하고서도 불과 4개월만에 김영삼 세력을 꺾고 제1야당이 된 것은 야당의 길을 걸으려는 의지가 확고해보이고 수도권 공천이 파격적인 물갈이였기 때문이다.

YS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의 경쟁에서 준여당처럼 이미지가 바뀌었고, 획기적인 물갈이를 못해 DJ한테 밀렸다. 민주당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여당의 단맛을 완전히 버리고 노 정권한테 강력하게 저항할 수 있는 야당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나라당이 지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천지개벽의 공천개혁을 해야 한다. ‘Remember 1988 평민당’ 전략.

윤창중 / 문화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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